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950화 (950/1,007)

926회

인피니티(Infin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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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피니티(Infinity)

인공지능 도입에 반대해 판검사들이 들고일어나고, 대통령과 행정부는 초강경 태세로 500장의 사표를 모두 수리했다. 그러자 삭발 투쟁과 파업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법부 장외 투쟁도 일어났고, 그에 맞춰 보수 언론과 보수 시민 단체에도 불이 붙었다.

그렇지만 그 규모는 유재원이나 정 대통령이 각오했던 것보다는 너무 작았다.

보수 언론들의 호들갑만 보면 광화문 광장도 모자라서 세종대로까지도 사람들로 가득할 것처럼 보였는데, 실제론 5천 명도 모이지 않았다.

아무리 보수 단체들이 사람들을 동원하려고 해도 사람들이 모이지 않았던 것이다.

이유는 명확했다. 인공지능 판검사 도입에 찬성하는 사람을 세대별로 나누어 보았을 때, 60대 이상 어르신들에서 80%에 이르는 압도적 찬성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보수 언론들은 어르신들이 인공지능에 너무나도 호감인 것은 정 대통령과 유재원의 호도에 넘어갔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이른바 콘크리트 지지라는 것이다.

실제로 유재원이 하는 일을 무조건 지지하는 콘크리트 지지 성향이 있다는 건 사실이긴 했다. 하지만 어르신이라고 무조건 맹목적 지지만 하는 건 아니었다.

잘 조사해 보면 합리적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일단 통일국민당의 절대 지지 세력이 바로 60대 어르신이라는 점이다. 이는 오래전 전명헌 대통령 때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데, 그때 만들어진 것이 자원재생법이었다.

일회용 플라스틱 컵은 500원, 골판지 종이 박스는 100원. 기타 플라스틱 포장재 등에는 50원.

자원재생법에 의해 일회용품에 부여되는 자원재생분담금이었다.

국회가 새로 열릴 때마다 정부와 생산자, 유통업자, 최종 소비자 단계에서 얼마씩 부담한다는 비율은 늘 논쟁이었지만, 자원재생법 자체를 없애겠다고 하는 정치인들은 극소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자원재생법에 가장 큰 수혜자가 60대 이상의 어르신들이었으니 말이다.

아무나 자원재생분담금을 수령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노인증이 나오는 만 60세가 넘는 이들만 가능했다.

어르신들 중 상당수가 자원재생분담금의 월당 수령 한도인 150만 원을 꽉 채워서 받아가고 계셨다.

이게 가능한 이유가 자원재생업체의 운영이 어르신을 끼고 운영되는 형태였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직접 수거 활동에 나서지 않고, 업체에나 다른 어르신들에게 명의를 빌려주고 명의 대여료만 받는 것이 적발되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또,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젊은 극우층에서 이를 아니꼽게 보는 시선이 생기고 있지만, 대한민국의 사회 문제 중 하나였던 노인 극빈층 문제가 자원재생법에 의해 상당 부분 치유가 되었다.

덕분에 이 법을 만든 통일국민당의 최대 지지 세력도 60대 이상의 어르신들이었다.

또한, 최근에는 라이프 리워드의 중복 혜택을 보는 어르신도 늘어났다. 라이프 리워드의 수혜를 보려면 스마트폰을 필수적으로 사용해야 하는데, 놀랍게도 어르신들의 스마트 기기 보급률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실제 지표에서 확인되는 보급률은 80% 이상이니, 어지간하면 어르신들도 손에 스마트폰 하나는 쥐고 있다고 봐도 무방했다.

심지어 라이프 리워드의 정원이 인공지능과 로봇의 보급에 비례한다는 것도 잘 알고 계셨다. 그렇기에 사법부 장외 투쟁에 보수 미디어가 그렇게 불을 붙이려고 해도, 어르신들의 호응은 거의 없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대한민국의 60대들은 자원재생법과 라이프 리워드 그리고 국민연금이라는 보호막에 의해 은퇴 후의 삶이 보장된 상태였다.

실제로 대한민국의 자살률 통계는 유재원이 기억하고 있는 회귀 전의 지표와 완전히 달라졌는데, 유재원만 달라진 차이를 확실히 느끼는 중이다.

여기에 마지막으로 모나리자가 입성했다.

모나리자는 혼자 오지 않았다.

프랑스의 전대 루브르 박물관 관장인 자크 소비에르와 레오나르도 다빈치 연구의 권위자인 사람들까지도 속속 입국하면서 일이 엄청나게 커졌다.

광화문에 모인 소수의 인파나, 눈물 쥐어짜며 삭발식을 거행했던 전직 검사는 바로 뒷전으로 밀려나 버렸다.

-루브르 박물관, 소장하고 있는 모나리자 진품 맞다.

-유재원 회장, 모나리자 분석 리포트 공개.

루브르 박물관 측에서는 당연히 박물관에 소장된 모나리자가 진품이 맞다고 했고, 유재원은 이에 맞춰 정밀 분석 리포트를 공개했다.

정밀 분석 리포트는 특이하게도 ID 하이테크의 이름으로 발표되었다. 사실 알프레드 집사님이 연결해 준 고미술품 전문가인 모리에티의 이름으로 나왔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었다. 그만큼 고미술품 분야에서 확고부동한 명성이 있는 권위자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의 행적에서 불미스러운 일에 연관이 되어 있었기에 이번 일에 본인의 이름을 올리는 것을 꺼려 했다.

대신 복원과 분석에서 기술 지원을 확실하게 했던 ID 하이테크의 이름이 올라갔다.

그러면 ID 하이테크에서 지원한 기술이란 무엇일까.

-초고해상도 X선 입체 모델링으로 속까지 들여다본 모나리자!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섬세한 붓칠로 쌓여 올라간 색채, 캔버스에 그려진 밑그림까지도 확인 가능.

기사에서 알 수 있듯, 초고해상도 X선 입체 모델링이었다.

모나리자는 유채 패널화 기법으로 그려진 그림이다. 기름에 갠 물감을 이용해 그렸는데, 여러 번 덧칠을 해서 두께감을 만들 수 있는 기법이었다.

유화 물감을 여러 번 바를 때 생기는 붓칠의 자국도 켜켜이 쌓이게 되는데, ID 하이테크에서 만든 초고해상도 X선 입체 모델링을 통해 유채 패널 속의 상태까지도 스캔할 수 있었다. 또한, 붓칠의 흔적을 통해서 그림이 어떻게 그려진 것인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었는데, 거기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흔적들이 확인되었다.

-안료와 캔버스 등등, 탄소연대 재측정 결과 1500년대 것으로 확인.

-크리스티 경매장 측에서 측정한 데이터 뒤집혀.

-유재원 회장, 추가적인 검증 제안이 들어올 경우 모두 수용할 것.

속속 터지는 속보에 프랑스의 문화부라도 반응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인터넷에서는 루브르 박물관에 있는 게 가짜고, 크리스티 경매장에 나와 유재원의 손에 들어간 게 진짜라는 게 기정사실인 양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프랑스 내부에서도 의혹의 시선이 일어날 정도다.

문화에서 자긍심이 높은 프랑스 국민들은 하루빨리 루머가 불식되길 원했다. 결국 유재원의 모나리자를 검증하기 위한 검증단이 꾸려진 것이었다.

전대 루브르 박물관장인 자크 소비에르가 여의도 드림 스타디움 메인 홀에 도착한 때는 10월 12일 오후였다.

프랑스 파리에서 서울까지 직통으로 날아왔기에 엄청나게 피곤했지만, 사안이 사안인 만큼 서울에 입성하자마자 숙소가 아닌 드림 스타디움을 찾게 되었다.

“인파 때문에 2시간은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바로 유재원의 모나리자를 볼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드림 스타디움의 메인 홀은 축구 경기를 뛰어도 될 만큼 넉넉하고 커다란 공간을 자랑했다. 평소에는 휴식 공간이었고, 행사가 있을 때마다 각기 다른 형태의 기능을 갖추는 곳이었다. 티켓팅을 한다거나, 굿즈를 비롯한 기념품을 판다거나, 매장이 들어서기도 했다.

그런 거대한 공간은 지금 발 디딜 틈도 없이 많은 인파로 가득했다.

메인 홀 제일 안쪽에 자리한 유재원의 모나리자를 보기 위해 몰린 사람들이었다. 심지어 홀에 사람이 가득한 것으로도 모자라서 드림 스타디움 앞 광장에까지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시청자분들! 이 줄 보이십니까? 이 줄이 뭐냐! 바로 한국에 최초 입성한 모나리자를 보러 온 사람들입니다! 딱 봐도 1만 명은 넘는 거 같네요!

-응? 네! 저도 진짜냐 가짜냐 내기를 걸어 보라고요? 당연히 진짜 아니겠습니까. 모나리자가 유갓님에게 흘러들어온 정황이 딱딱 맞아떨어지거든요. 게다가 루브르에선 자기들이 가진 작품의 재검증도 거부했고요!

그렇게 긴 줄을 선 사람 중에는 스마트폰이나 액션캠을 들고 뭐라뭐라 크게 소리치는 사람들도 제법 있었다.

이슈가 있으면 어디라도 출동하는 유튜버들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라 BJ도 있고, 스트리머도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모나리자 관람 행사는 인터넷 방송을 하는 사람들에게 떠오르는 성지와 같은 곳이었다.

일단 모나리자라고 하면 클릭부터 하는 사람들이 다수였기에, 신규 시청자들의 유입도 엄청났다.

“이런 시장통 같은 곳에 내놓다니. 아무리 가짜라고 해도 너무한 처사 아닌가.”

그런 모습이 자크 소비에르의 분통을 터트렸다.

조명도 너무 강했고, 사방에서 플래시도 터지고 있었다. 게다가 시장통처럼 시끄럽기까지 했다. 바로 곁에는 루브르 어쩌고 하면서 한국말을 막 쏟아내는 유튜버가 있었는데, 한국어는 몰랐지만 대충 무슨 말을 하는지는 딱 감이 왔다.

몹시 불쾌했다.

그는 유재원이 샀다는 모나리자를 가짜라고 확신했다. 그냥 예전에도 몇 번 있었던 가짜 모나리자 사건처럼 무시하면 될 일이었다. 그런데 들불처럼 일어나는 여론 때문에 억지로 움직이게 되었다.

모든 게 불만인 게 당연했다.

“유재원 회장의 비서실에 연락을 하면 기다리지 않아도 된답니다.”

그런 자크 소비에르에게 동행인 중 하나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니. 굳이 필요 없소! 원수의 땅에서는 물도 얻어 마시지 않는 법입니다.”

당연히 1초의 고민도 없이 즉각 거절이다.

“아, 네.”

불과 같은 반응에 말을 꺼낸 사람도 더는 권유하지 않았지만, 속으로 짜증이 터져 나왔다. 쓸데없는 고집에 꼼짝없이 2시간은 대기해야 하니 말이다.

그나마 기대하는 건 대기열 시간이 좀 틀리길 바라는 것뿐이었다. 오차 감안해서 넉넉히 잡아놓은 거라 실제로는 좀 더 빨리 도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2시간 후.

“젠장. 진짜 2시간이라니.”

혹시나 기대했던 프랑스 측 검증단은 정확히 2시간이 지난 다음에야 유재원의 모나리자 앞에 설 수 있었다.

사실 ID 클라우드 시스템이 인터넷을 장악한 다음부터 대기열은 사어가 되었다. 대기열을 만들어야 할 만큼, 서버 용량이 부족해지는 일은 없어졌으니 말이다. 심지어 대기열을 처음 도입한 것은 유재원이었는데, 대기열을 삭제한 것도 유재원인 것이다.

그러한 노하우가 오프라인 대기열에서도 이어졌다.

앞에 선 사람들의 숫자와 관람 소요 시간 등을 정밀하게 따져서 개개인마다 공지를 해 주고 있으니, 틀릴 일이 없었다.

“응?”

그렇게 소중한 시간을 버리며 모나리자 앞에 선 사람들은 두 눈이 크게 떠졌다.

유재원의 모나리자는 메인 홀 안쪽 벽면에 걸려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벽면 전체를 감싸는 통짜 유리벽이 세워져 있었다. 아무래도 보안과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만든 막인 모양이었다.

조금 멀리서 대기하고 있을 때, 이 유리벽을 보고 혀를 찼다.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은 명화의 생생한 감동을 전하기 위해서 어지간하면 관람객과 그림 사이에 아무런 장애물을 놓지 않는다. 과거 모나리자가 도난당했던 것도 이러한 차단막이 없었던 탓이다.

역시 가짜라서 이렇게 극성스럽구나 싶었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갈수록 느낌이 이상했다.

일단 멀리 있을 땐 잘 보이던 유리벽이 점점 가까워질수록 투명해졌다. 완전히 접근한 지금은 시야의 각도를 이리저리 돌려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그도 그럴 것이 보통의 유리가 아니라, ID 디스플레이와 코닝사가 합작으로 만든 가시광선 투과도 99.999999999%의 특수 유리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난반사 나노코팅이 되어 있어서 사방에서 플래시가 터져도 번쩍거리지 않을 정도다.

접히는 OLED 디스플레이 모듈을 만들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다 나온 결과물이었다. 보안도 지키면서 관람객에겐 최고의 감동을 선사하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도록 해 준 아이템이었다.

심지어 자크 소비에르도 예외는 아니었다.

특수 유리를 통과해 넘어오는 감동의 크기는 절대 가짜가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한국으로 가서 직접 보기만 하면 가짜인 이유를 수십 가지라도 댈 수 있다고 자신했던 자크 소비에르는 본인의 눈이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몇 번을 봐도 세계 최고의 명화가 전해 주는 아우라가 저기서 뿜어지고 있었다.

이런 당혹감이라니.

자크 소비에르의 꼬장꼬장했던 눈빛이 사정없이 흔들렸다.

같은 시각.

프랑스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정확히는 반대로 말이다. 루브르 박물관이 휴관에 들어가는 날, 프랑스 정부는 모나리자의 재감정을 극비리에 시작했다.

명분은 확실한 진본이라는 증거를 갖춰 놓기 위함이었다. 시작은 고미술품 감정에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는 탄소연대 측정이었다. 작품을 훼손하지 않는 극소량의 샘플을 채취해서 분석기에 넣고 돌렸는데, 출력된 결과가 이상했다.

1500년대가 나왔어야 했는데, 갑자기 1900년대가 튀어나온 것이었다.

결과를 확인했을 때, 검증을 주관했던 프랑스 문화부에서는 믿을 수가 없어서 다시 분석을 해봤다.

역시나 결과는 같았다. 그리고 얼마 후, 한국에 당도한 자크 소비에르와 검증팀으로부터 긴급히 날아온 보고는 문화부는 물론 프랑스 수뇌부까지도 절망으로 몰아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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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추천과 리플, 선작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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