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9회
뉴 노멀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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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의 신기술 축제였던 2013 IDDC가 화려한 불꽃놀이를 끝으로 성공리에 마무리되었다.
첫날부터 제타플롭스라는 새로운 연산력 단위를 선보이며 파문을 일으켰던 이번 행사는 마지막 날까지도 놓칠 것이 하나도 없었다.
매번 IDDC를 치를 때처럼, 하루하루 지날 때마다 굵직한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흥분시키며, 이번에도 입이 떡 벌어지는 신제품과 기술의 향연이 펼쳐졌다.
심지어 일반인에겐 제일 재미없는 마지막 5일 차에도 특별한 기술이 소개되었다.
개발자 포럼이나 다름이 없는 마지막 날에는 새로운 아키텍처나 프로그래밍 기법 등이 소개되는데, 이번에는 제타플롭스를 달성한 ID 클라우드 시스템을 활용하는 방법론에 대한 개발자 포럼이었다.
거기에서 발표된 것은 바로 단백질 구조 탐색기였다.
단백질이라는 건 사람이 사는 데 필수적인 영양소였다. 더 구체적으로는 아미노산과 펩타이드의 결합으로 연결된 분자인데, 생물체 내에서 단백질은 만능의 물질이라 할 정도로 다양하게 쓰인다.
사람은 물론 동물과 식물의 내부에서 복잡한 화학 반응을 일으키는 효소들 역시 단백질로 이뤄져 있었다.
이처럼 다양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이유는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이 20여 가지의 종류들로 구성되어 있고, 이런 아미노산이 각가지 모양으로 연결되어 무궁무진한 경우의 수를 만들면서 결합되기 때문이다.
결합된 형태에 따라서 화학적, 물리적 특성이 크게 달라진다. DNA를 구성하는 히스톤부터 연골, 피부, 털, 비늘 등 생명체의 신체를 구성하는 콜라겐과 케라틴도 단백질이다.
최근에는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 물질도 찾아내는 경지에 올랐는데, 알츠하이머 치매의 경우 뇌세포 안팎에 베타 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이 쌓이면서 일어나는 것임을 밝혀냈다.
즉, 베타 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을 분해하거나 생성을 억제하는 효소를 만들면 알츠하이머 치매를 억제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아직 그 어떤 제약사도 두 가지 위험 단백질을 제어하는 것에 성공하진 못했다.
그 이유는 단백질 구조의 분석이 엄청난 난제였기 때문이다.
분자량부터 차원이 달랐다. 혈액 속에서 산소의 운반을 담당하는 헤모글로빈만 해도 64,000돌턴이었다. 게다가 엄청나게 얽히고 꼬인 구조였다. 이 구조에서 하나라도 달라지면 단백질 자체의 성질도 바뀌는 입체 구조의 거대 분자였다.
일반 분자라면 기호와 선으로만 표현할 수 있지만, 단백질의 경우에는 이게 불가능해서 단백질 전용 분자 구조 표현 방식이 있다.
이처럼 엄청나게 어렵지만, 풀어내기만 하면 생물학계에서 대단한 진보를 이뤄낼 수 있는 분야였다.
덕분에 단백질 구조를 풀어내는 대회도 있을 정도였는데, 오프라인 대회는 아니었다. 문제를 내면 각자 연구실에서 문제를 풀어서 제출하는 식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라, 인공지능 기계 학습이 많이 투입되는 분야이기도 했다.
이는 과거에 발표된 백신 탐색기라는 성공적인 모델을 바탕으로 했다. 하지만 백신 탐색기는 분자량이 작은 바이러스 수준의 구조를 탐색하는 데 집중되어 있었기에, 일반 단백질 구조를 파헤치는 것에는 비효율적이었다.
이번에 대뜸 발표된 단백질 구조 탐색기는 백신 탐색기의 발전형이다.
당연하게도 스타트업이나 제약 회사가 만든 인공지능 기계 학습 도구보다 훨씬 효율이 좋았다. 만들어진 것도 훨씬 오래전이다. 그런데 이제까지 발표를 미뤄왔던 것은 이렇게 최적화를 해도 제타플롭스 단위의 강력한 연산 능력이 없다면, 효용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알츠하이머 치매를 유발하는 베타 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을 분해하는 효소를 찾는 작업은, 기존의 도구로는 200년도 넘게 걸릴 작업이었다.
ID 클라우드 시스템이 업그레이드된 지금은? 2년 내에 작업을 완료할 수 있다. 물론 학습 방향을 잘 설정하고, 변수 통제와 목표 설정을 완벽히 했을 때라는 단서가 붙어야 하지만,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결과를 내준다.
물론 2년 후에 알츠하이머 치매를 치료할 수 있는 효소를 발견했다고 해도, 바로 약으로 출시하는 건 어렵다.
임상 통과라는 난관이 있으니 말이다.
몇 년 전에 발표한 프로녹티스도 올해에 겨우 임상 3상을 시작하고 있었으니, 치매 치료제를 볼 수 있는 건 빨라도 2018년 후에나 가능했다. 하지만 아무런 기약도 없는 것과 희망이 보이는 것에는 크나큰 차이가 있었다.
덕분에 5일 차 IDDC가 끝났을 때, 유재원 회장은 왜 갑자기 이렇게나 값진 알고리즘을 대뜸 공개했을까 하는 의문이 인터넷상에 퍼졌다.
이유는 간단했다.
직접 단백질 구조를 풀어서 얻는 이익보다, 알고리즘을 공개하고서 연산력 장사를 하는 게 훨씬 이득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백신 탐색기 알고리즘을 공개한 다음, 다양한 백신들이 시중에 나오기 시작했다.
에이즈나 에볼라, 간염 등등. 마땅한 백신이 없었던 치명적인 바이러스에도 백신이 나왔고 이미 있던 백신보다 부작용은 줄이고 치료 효과를 키운 차세대 백신도 만들어졌다. 그렇지만 제약사들의 백신 판매 수익은 입이 떡 벌어질 정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제약사에 ID 클라우드 시스템의 연산력을 임대해 줬던 ID 그룹이 제일 큰 수익을 올렸다.
단백질 구조 분석기 역시 마찬가지다.
여기서 나올 결과물은 백신 탐색기보다 훨씬 값질 테지만, 그것이 시장에 풀려서 돈이 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필요했다. 프로녹티스만 해도 임상 3상에서 1만 명 단위의 대규모 임상 실험을 하는데, 여기에 들어간 예산만 2천억 원에 이른다.
임상 실험 참여자에게 지급하는 임금은 물론이고, 이들을 추적하고 관리하는 데 드는 비용도 상당했으며, 혹시나 부작용이 보고되면 조치를 하는 것도 돈이었다.
다행히 프로녹티스는 매우 성공적인 결과가 보고되고 있었다. 그런데 다른 신약 개발이라면 3상에서 부작용이 발견되어 전면 취소가 될 수도 있다. 그러면 이때까지 쏟아부은 개발비는 완전히 회수할 수 없었다.
또한, 임상 시험이라는 난관도 문제였다.
여러 기업들이 동시에 진행한다면 임상 시험 중 실패하는 게 한두 개 정도 나와도 문제없다. 성공하는 건 그보다 더 많을 테니까. 그만큼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약들도 많아질 테니 궁극적으로는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것 아니겠는가.
반면 단백질 구조 분석기를 가동하기 위해선 강력한 연산력이 필요하고, 이걸 지금 제공할 수 있는 업체는 ID 그룹뿐이니, 제일 큰 이득은 ID 그룹이 볼 수 있었다.
문제는 거대 제약 회사들의 참여였다.
백신 탐색기에 큰 기대를 걸고 참여했지만, 돈맛은 크게 보지 못했다는 걸 이들은 체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번에도 빠지는 업체는 없었다. 기대했던 대박이 없었다는 게 문제였지만, 그렇다고 손해는 아니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다른 경쟁 업체들이 다 하고 있는데, 빠진다면 그것이 더 큰 문제였다.
거대 제약 회사들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IDDC가 끝나자마자 ID 그룹과 접촉을 시작했다.
-2013 IDDC 총정리.
-안드로이드 Z3로 ID 그룹의 저력 증명! 혁신은 계속된다.
-애플의 대규모 구조 조정. 잡스 CEO의 두 번째 해고.
-안드로이드 Z3 구매 대란. 초도 물량 매진!
-차세대 게임이란 이런 것! 프로젝트 2077, 1천만 다운로드 돌파.
서울의 야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유일한 자리. ID 글로벌헤드쿼터 빌딩의 펜트하우스의 서재에서 유재원은 2013 IDDC의 후속 기사들을 듣고 있었다.
팩트 뉴스의 인공지능 기자가 자동으로 정리해 주는 기사들만 모였기에 쓸데없이 사족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는 기사들은 알아서 걸러졌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안드로이드 Z3의 매진이었다. 사람들의 기대에 200% 충족한 안드로이드 Z3의 판매 속도는 역대 ID 그룹이 출시했던 모델들의 기록을 모조리 경신하면서 신기록을 찍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작년에 내놓았던 퓨처 액세스 탑승에 실패했던 이들은 Z2를 구매하는 대신, 다이아몬드 공정이 적용된 Z3가 출시될 때까지 기다리기로 작정한 것이었다. 이러한 예비 수요가 모이고 모이면서 엄청난 수요가 발생했다.
Z2의 스펙에서 조금 발전하는 수준만 되어도 구매 버튼을 누를 사람들이 한가득인 상황이었는데, 접히는 OLED 디스플레이가 적용되면서 수요를 폭발시켰다. 심지어 배터리도 3세대 전고체 배터리가 들어가면서 Z2에서 두 차원이나 더 발전한 것이었다.
가로로 접히는 것은 여자들의 기본 화장품인 콤팩트 파우더처럼 얇고 가벼웠다. 세로로 접히는 건 펼친 화면이 미니 패드처럼 커졌다.
OLED 디스플레이 기술의 장점 중 하나가 접힐 수 있다는 것이었지만, 이렇게나 빨리 접히는 스마트폰이 나올 거라고는 애플마저도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잡스의 두 번째 해고도 애플 이사회의 당황스러움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그리고 유재원이 의도한 것이기도 했다.
작년, 반ID 그룹의 실체가 확인되었을 때, 사람들은 유재원이 해당 모임에 속한 기업들에게 보복을 하지 않는 것에 의아해했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람들의 인식 속 유재원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화신이었으니 말이다.
지금도 후폭풍이 계속되는 록펠러 사건이 확실한 증거였다. 4차 산업혁명에 숟가락을 좀 올려보려던 록펠러 가문은 풍비박산이 났다. 평소 하던 그대로 장막 뒤에서 어떻게 수를 써 보려다가 완전히 깨져 버린 것이었다.
그런 유재원이 반ID 그룹의 기업들을 내버려 두고 있다는 건 분명 이상한 일이었다.
정작 사건의 당사자인 유재원은 그런 반ID 그룹을 일일이 상대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뿐이었다.
록펠러를 상대한 것처럼 직접 나서지 않고, 그룹 경영에만 매진해도 이렇게 제풀에 지쳐 나가떨어질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IT 분야의 최종 테크가 양자 컴퓨터라면, 그 직전 단계가 다이아몬드 반도체였다. 실리콘 반도체가 아무리 뛰고 날아도 다이아몬드 반도체를 따라잡을 수 없다.
더욱이 다이아몬드 반도체는 이제 시작이었다.
성능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작동 속도만 해도, 지금 찍고 있는 14Ghz는 시작에 불과했다. 컴퓨터의 역사에서 중대한 변곡점을 만들었던 인텔의 8086 CPU의 작동 속도는 4.77Mhz였다. 이후 실리콘 반도체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5Ghz까지 도달했다.
다이아몬드 반도체 역시 마찬가지로 시작은 12Ghz에서 시작했지만, 최종 단계에 도달하게 되면 100Thz까지도 거뜬히 올라갈 수 있다.
이처럼 강력한 다이아몬드 반도체를 대량으로 공급하는 것만으로 인텔과 애플의 미래는 끝장이었다.
잡스의 해임도 애플이라는 거목이 쓰러지면서 나오는 파열음 중 하나였다.
자체 설계, 위탁 생산을 강조하는 게 잡스였다. 그러면서 따라 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해 따라 했고, 동시에 애플 특유의 감성은 유지했다.
애플의 iOS 인터페이스를 보면 안드로이드와 닮았으면서도 다른 것들이 많이 보였다. 그렇지만 AP의 차이는 극복하는 게 불가능했다.
그렇기에 애플의 이사회는 AP만이라도 ID 그룹의 DM 시리즈로 대체하라고 잡스에게 의견을 보냈다.
당연히 잡스는 거절했다. TSMC도 다이아몬드 반도체 공정을 라이선스 받은 만큼, 애플의 자체 AP인 a시리즈의 다이아몬드 버전을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잡스의 선택은 충분히 합리적이었다. ID 클라우드 시스템 업그레이드 작업이 끝난 TSMC에는 여유가 생겼고, 그 물량만큼 a시리즈를 생산하기로 계약도 맺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번 IDDC에서 접히는 OLED 디스플레이에 3세대 전고체 배터리까지 나오면서 잡스의 대비책에 구멍이 숭숭 뚫린 것이었다.
결국 애플에게 필요한 건 ID 그룹과의 화해였다. 그래야만 접히는 OLED도 공급받을 수 있고, 3세대 전고체 배터리도 공급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IDDC가 끝난 직후에도 끝까지 자체 설계를 고집하던 잡스는 결국 두 번째 해임이 된 것이었다.
“아쉽네.”
비록 스마트폰 사업을 먼저 시작했던 유재원이지만, 그래도 잡스에게 여러 호의를 베풀었다. 그것은 혁신가인 스티브 잡스가 추격자 입장에서 맹렬한 추격전을 벌일 때, 얼마나 멋진 아이템이 나오는지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아이폰은 13까지 나왔고, 스펙과 기능, 환경 모두 회귀 전의 것과는 차원을 달리했다.
만약 잡스가 AP의 자체 설계라는 욕심을 버리고, M시리즈를 채용한다고 했다면 유재원은 정당한 대가만 받고 제공했을 것이었다. 그런데 잡스는 라이벌 의식 때문에 합리적 선택을 하지 못했고, 결국 이사회에 의해서 2번째 해임이 이뤄진 것이었다.
애플에서의 뉴스는 새로운 CEO를 물색 중이라는 것으로 끝이었다. 유재원의 예상으로는 애플의 새로운 CEO로 애플의 생산 운영 총책임자였던 스팀 쿡이 유력해 보였다. 잡스가 병가를 냈을 때 임시 CEO를 맡았던 경험도 있었고, 100여 개가 넘을 만큼 복잡하고 단계도 많았던 애플의 부품 공급망을 20개로 확 줄인 데다, 재고도 최소화하여 애플의 경쟁력을 만들어낸 장본인이다.
비용절감의 달인인 스팀 쿡이지만, 유재원의 기대감은 제로였다. 스팀 쿡의 행보 역시 회귀의 기억을 통해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정 안되면, 잡스를 다시 불러들이면 되겠지."
애플이 망하면 속은 시원하겠지만, ID 그룹에는 긍정적인 일은 아니다. 다행히 잡스의 수명을 갉아 먹었던 병은 완치되었으니, 유재원이 뒤에서 힘을 써 준다면 복귀는 충분히 가능했다.
띵!
-일본 정치권, 프로젝트 2077에 불만 증폭 중.
-일본인을 악의 축으로 묘사한 것에 개발자의 의도가 있을 것이라 생각.
이번엔 게이머들에게 어마어마한 반향을 이끌어 낸 프로젝트 2077에 대한 일본발 뉴스가 새로 올라왔다.
팩트 뉴스의 제목에 탄식이 절로 나오는 유재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사이버펑크의 세계관이란 근 미래의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이 특징이었다. 구체적으론 컴퓨터 테크와 고도의 과학기술이 발달되었지만 자연 환경이 파괴되고, 정부의 기능이 거의 없어진 상태에서 거대 기업과 각종 폭력 조직이 심심치 않게 충돌을 벌이는 세계관이었다.
또한, 메가코프는 일본 기업으로 등장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블레이드 러너에서 등장하는 초대형 기모노 광고판과 같이 말이다.
프로젝트 2077의 빌런 기업들 역시 마찬가지다.
여기에 적용된 스토리는 사이버펑크 2020에 현실을 반쯤 가미한 것으로, 2020년쯤 ID 그룹이 반독점법에 의해 해체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해체된 ID 그룹의 기술은 미국과 일본의 기업들이 조각내 흡수했고, 이를 바탕으로 무섭게 성장해 국가를 능가하는 힘을 가지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프로젝트 2077에서는 이렇게 메가코프로 등극한 일본 기업이 둘이나 등장하는데, 아라카사와 히로이찌 그룹이었다.
아라카사는 매드사이언티스트들이 모인 기업으로 최첨단 하이테크 무기들을 만들고 판매하는 게 주력 사업이었다. 그렇지만 이는 위장이었고 실제로는 영혼을 디지털화하여 사이버매트릭스 안에서의 영생을 누리기 위한 생체실험을 하고 있는 집단이다.
반면 히로이찌 그룹은 대놓고 야쿠자들이 차린 기업이다.
야쿠자답게 그룹이 점거한 구역에서 보호비를 뜯었고, 마약을 비롯한 금지 약물의 유통은 기본이고, 암살과 납치도 수행했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대부업과 암호화폐를 취급하는 금융기관의 탈을 쓰고 있지만, 나이트시티의 시민들 그 누구도 히로이찌 그룹을 금융기업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두 메가코프는 오너가 같은 일본인이었지만, 그 어떤 라이벌보다 치열하게 싸웠다. 이익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하는 빌런 중 빌런으로 프로젝트 2077의 메인 스토리 라인에서 굵직한 이벤트에 엮인 집단이기도 했다.
“이런 것이 바로 사이버펑크인데, 뭘 어떻게 해 달라는 건지 모르겠네.”
유재원은 일본의 비공식 반응 따위는 깔끔하게 무시했다.
게이머들에게서는 제대로 된 사이버펑크 게임이 나왔다며 엄청난 호응을 받는 중이었으니 말이다. 오죽하면 일본에서도 이대로만 나온다면 30만 원짜리 콜렉터 에디션을 지르겠다고 공언하는 사람들이 수도 없이 나올 정도다.
안타깝게도 발매 예정일은 2년이나 더 기다려야 하는 2015년 여름이었다. 게임의 볼륨이 워낙 큰 만큼 개발 기간도 ID 엔터테인먼트에서 개발한 게임 중에 제일 길었다.
-마스터, 5분 후 ‘보람찬 스케줄’을 시작할 시간입니다.
프로젝트 2077 이후로도 인터넷을 뒤적이며 IDDC의 후폭풍을 확인하고 있던 유재원에게, 인공지능 골드의 알람이 울렸다.
유재원은 미련 없이 컴퓨터를 끄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보람찬 스케줄이란 정 대통령이 공언했던 ‘검사와의 대화’였다.
원래는 그냥 대통령과 검사의 계급장 뗀 열린 토론이었는데, 일이 점점 커지면서 유재원의 참전도 최종 확정되어 버렸다. 시작까지 몇 시간의 여유가 있었지만, 사건이 사건인 만큼 미리 가서 준비할 필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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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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