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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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브러더 떴다!
-갑자기 무슨 헛소리냐?
-존 매케인 행정부 발표 안 봤음? 전사적 행정 처리를 위해서 인공지능 도입한다고 발표함.
-푼돈 조금 받자고 개인 정보를 헌납해야 함.
행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유재원은 i웍스 노트북를 덮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처음 경고 메시지를 띄운 건 인공지능 골드였다. 빅 브라더 같은 단어는 유재원도 민감하게 생각하는 것이라서, 모니터링에 넣어두고 있었다.
음모론적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ID 그룹의 행보를 보면 영락없이 빅 브라더 구축을 전력으로 밀어붙이는 기업으로 보일 테니 말이다.
초대형 ID 클라우드 시스템이라든가, 인공지능 골드라든가, 인공지능을 응용한 각종 서비스와 모바일 디바이스까지 다 만들고 있는 ID 그룹이었다.
그렇지만 유재원은 빅 브라더 같은 건 구시대의 망령이었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이야 비슷비슷하겠지. 굳이 일일이 감시할 필요도 없다고.”
사람들의 일상이란 비슷한 경제력을 가진 나라마다 비슷한 그림이 나온다. 경제가 어려운 나라들은 먹고사는 데 온 시간을 보낼 테고, 먹고살 만한 나라들의 국민은 여가와 취미에 좀 더 많은 시간을 쓰는 정도랄까?
할 일 없이 인터넷에 음모론을 퍼트리는 사람들도 어디에나 있는 법이다. 거기에 이런 부류가 올리는 글은 대부분 영양가가 0점이었다.
예외가 있었다면 어나니머스였다.
록펠러 가문을 저격하기 위해 익명을 빌린 것이었고, 음모론적인 형식을 빌리긴 했지만 거기엔 사실만 가득했다.
덕분에 지금 존 매케인 행정부가 대규모 사업을 마구마구 진행할 수 있는 자금이 생겼고, 전 세계의 경제도 강제 활황이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로 인해서 본인들이 믿는 음모론도 사실이라고 생각하는 바보들이 크게 늘어났다는 점이었다.
그러다 보니 이번처럼 사소한 계기만 있으면 음모론이 크게 나돌았다.
행정부에 인공지능을 도입해서 효율을 극대화하는 게 빅 브라더라면, 한국은 진작에 빅 브라더가 지배하는 나라다.
그렇지만 한국의 행정은 전보다 투명해졌다.
정보 공개법에 따라 의회와 지방 의회의 운영 예산부터 각종 국가 사업에서 예산이 어떤 식으로 집행되는지 전 과정을 모두가 확인할 수 있게 되었고, 각종 회의록도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공무원들이 생성하는 모든 자료는 전자정부 2.0의 서버에 올라가고, 인공지능이 자동으로 매기는 정보 등급에 따라 공개 범위가 적용된다.
미국의 스마트 행정부 역시나 이와 비슷한 형태로 운용될 텐데, 여기에 빅 브러더를 덧댄다면 몰지각한 일이었다.
-그래서 어쩌자고?
-지원금 안 받을 거임?
-몇백 달러에 내 소중한 개인 정보를 팔 수 없지.
-몇백? 내가 알아보니 기본 몇만 달러에서 최대 20만 달러까지 지원된다던데?
-리얼? 그러면 할 만하지!
역시나 네티즌들도 무조건 빅 브러더라는 프레임에 넘어가진 않았다.
지원책이 발표되고, 관련 정보가 인터넷에 뜬 지 겨우 몇 시간쯤 지났을 뿐이지만 본인이 받을 수 있는 혜택을 정확하게 인지한 사람들도 많았다.
사용자의 실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개인 비서 골드가, 해당 항목에 맞게 개개인이 신청할 수 있는 금액을 정확히 계산해 주었기 때문이다.
또한, 대다수 북미의 사람들은 이번 지원책을 그저 행정부의 선심성 정책이 아니라, 본인이 직접 손으로 쟁취한 대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추운 겨울 맨해튼 센트럴파크에 모여 시위를 벌였고, 월가 점령 시위에 한 번이라도 참석한 사람들의 누적 숫자는 수백만이었다. 여기에 온라인으로 지지를 보낸 사람도 많았고, 상원과 하원의 국회의원에게 전화나 이메일, 게시판을 이용해 압력을 넣은 사람도 수도 없었다.
개인 비서인 골드에게 적당히 명령만 하면 본인의 의사를 직접 전달할 수 있었기에, 참여율이 굉장했다.
이러한 성과로 록펠러의 금융 독점 자본을 해체했고, 록펠러의 금고에 잠들어 있던 자금이 이제 쏟아지기 시작한 거 아니겠는가.
정당하게 얻은 돈인데, 이걸 받지 말자니.
빅 브러더를 주장하는 이들에게 호응하는 사람들이 적은 게 당연했다. 반면 기본부터 잘못된 것이지만 본인의 신념을 철석같이 믿는 사람들도 늘 있었다.
앞으로 어떤 세력이 우위를 점할지는 방심하지 말고 지켜볼 일이었다.
그날 저녁.
-미국, 록펠러 자금 푼다!
-한 가구에 최대 20만 달러까지 지원금 지급!
-상환이 어려운 주택 담보 대출과 학자금 대출자에 먼저 지급!
3천억 달러 규모의 지원금 소식은 바로 전 세계를 뜨겁게 달궜다. 뉴스를 접한 사람들 모두 미국을 부러워했다.
말이 지원금이지 부채 탕감이었으니 말이다.
학자금 대출로 고생하고 있는 젊은이들과 집을 사느라 빚을 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은 그저 미국이 부러워했다. 그나마 집은 사는 게 아니라 임대하는 거라는 문화가 있고, 학비는 무료인 북유럽에서만 덤덤할 수 있을 뿐이었다.
그와 함께 스마트 행정부라는 이름의 인공지능 기반 전자정부 시스템은 크게 조명을 받았다. 지원책은 까딱 잘못하면 돈만 낭비할 가능성이 높은 정책이었다. 이른바 눈먼 돈이 되어서 빼먹는 사람은 잘 빼먹고, 정작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받지 못하는 일이 일어날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세계 최강대국이면서도 행정력이 그다지 고도화되지 않은 나라였다. 역대 행정부 대대로 작은 정부를 지향했던 탓이다. 그런 상황에서 존 매케인 행정부가 과감한 지원책을 빠르게 시행할 수 있게 된 건 스마트 행정부 덕분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인공지능 골드가 뜬금없이 튜링 테스트를 통과했다고 발표를 하면서 난리가 났었다.
누구나 인공지능 골드에 접속할 수 있는 만큼, 너도나도 튜링 테스트를 해 보겠다면서 난리가 났다. 덕분에 관련 소식이 터지고 나서 ID 클라우드 서버의 로드율은 90%대에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물론 골드는 수많은 사람이 제기하는 문제들에 대해 사람과 구분해낼 수 없을 만큼 자연스러운 답변을 내놓았고, 어지간하게 엉터리 조건에서 치러진 테스트가 아니면 대부분 통과했다.
심지어 며칠 전 발표된 대한민국의 사법 시험 1차 합격자 수석에 인공지능이 떡하니 자리했다. 사법 시험도 넓게 보자면 튜링 테스트의 일환이라 할 수 있는데 거기서 1등이었다. 그것도 350점 만점을 받으면서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선택을 계기로 다른 나라들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각국 정부는 물론이고 가장 보수적이라 할 수 있는 극우 정당에서도 인공지능의 전격적 도입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나라들이 확 늘어났다.
-인공지능 전자정부 시스템에 대한 문의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케빈 존슨 유럽사업부 부회장의 목소리가 오랜만에 활기찼다.
폭스바겐 소송전이 생각대로 풀리지 않는 것에 크게 실망하던 차에,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친환경 이슈로 인해서 라이트닝 볼트의 판매도 순조로웠지만, 그건 북미와 아시아에서도 엄청난 기세로 팔리고 있던 터라 생색을 낼 수가 없었다.
반면 인공지능 전자정부 시스템은 그냥 검토만 하고 마는 게 아니라, 직접 유럽사업부에 접촉해서 견적을 문의하는 나라들도 생겼다.
“그거 좋은 일이군요.”
-그렇습니다, 회장님. 다만 가격을 듣고는 깜짝 놀라는 반응이 많습니다.
깜짝 놀라는 이유?
당연히 비싸서 그렇다.
최근 인공지능 전자정부 시스템의 견적을 문의했던 나라가 프랑스였다. 문의에 대한 답은 12억 유로. 한국 돈으로 1조 3천억 원이다. 상당히 비싼 가격에 프랑스 측 관료가 깜짝 놀랐다는 말이었다.
물론 프랑스는 경제 대국이었기에 이 정도 금액은 얼마든지 지불할 수 있는 나라다. 다만 관료들이 생각하고 있던 예산의 규모는 3천만 유로 정도였다고 한다. 당연히 이야기는 더 진행되지 못하고 끝났다고 했다.
유재원은 가격을 깎아줄 생각은 조금도 없다.
“미국 행정부의 퍼포먼스가 달라지는 걸 보면 12억 유로도 껌값이라는 걸 알게 될 겁니다.”
인공지능 전자정부를 만들 수 있는 기업은 ID 그룹뿐이었다.
다이아몬드 반도체 개발 성공 이후, 다른 인공지능 업체들과의 기술 격차는 15년 이상으로 벌어졌다. 겉으로는 비슷한 걸 만들 수는 있어도, 인공지능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결과물의 품질은 차원이 다르다.
유재원이 전 세계를 아우르는 빅 브러더를 만들 생각이었다면, 지금 문의해 오는 나라들에게 헐값으로 공급을 해 주겠지. 여기에 백도어를 만들어 둔다면 각 나라들이 하는 모든 일들을 살펴볼 수도 있다.
물론 유재원은 그럴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전 세계에서 제일 앞선 기술과 능력을 보유한 기업은 본인이 차린 ID 그룹이었다. 그런 ID 그룹의 두 축으로 삼고 있는 대한민국과 미국은 유재원의 선도에 따라 4차 산업혁명이 이뤄지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빅브라더를 만들겠다고 마음을 먹었으면, 전자정부 같은 중앙집권적 시스템이 없어도 충분히 가능하다. 모바일 디바이스부터 대형 네트워크 시스템까지. ID 그룹의 영토를 밟지 않고는 인터넷에 접속하는 건 불가능했으니 말이다.
몇 년 전만 7년이었던 기술 격차도 다이아몬드 반도체로 인해 10년이상으로 확대되었다.
이런 상태인데도 인공지능 전자정부 시스템을 도입하는 걸 그저 예산 때문에 망설이고 있다. 유럽 연합의 맹주인 독일마저도 디젤 게이트 때문에 정신이 없는 모양인지, 인공지능 전자정부 시스템에 대한 도입 논의는 미미하기 그지없었다.
무엇이 더 중요한 것인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나라들을 신경 써야 할 만큼 유재원은 한가한 사람이 아니었다.
물론 예외는 있다.
중국.
거대한 인구 그리고 이들을 지배하는 공산당 독재 체제를 가진 나라다.
이미 유재원은 중국과 돌이킬 수 없는 사이가 되었다. 받는 사람 입장에선 이게 뭔가 싶지만, 중국은 중국 나름대로 유재원에게 유화책을 제시했었고, 유재원은 모조리 거부했다. 중국에서 아무리 좋은 조건을 제시하더라도, 그에 혹해 받아들이게 되면 파국만 있을 뿐이라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다이아몬드 반도체 기술이 전수된 대만의 TSMC는 어제 일짜 기준으로 10만 건의 해킹 시도가 발각된 상태다. 온라인을 통한 시도뿐만이 아니라 공장에 대한 침투부터 TSMC 엔지니어들과 은밀히 접촉해 회유하는 시도를 하는 등,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었다.
당연히 해킹 시도의 80%는 중국발이었다.
이때문에 대만에서는 중국에 대한 감정이 급속도로 악화 중이었고, 친중적 언사를 대놓고 했던 정치인들의 입지도 급속히 줄어드는 중이었다.
“하여튼, 가격에 대한 타협은 없습니다. 그리고 가격 역시 유동적이라는 걸 잘 설명해 주세요.”
무슨 말인고 하니 5G 중계기와 같은 케이스라는 거다.
대한민국이 5G 중계기를 30% 정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게 된 것은 미국의 발주량과 함께 합산되어 규모의 경제를 이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전자정부 시스템 역시나 지금 구매를 결정하면, 미국과 함께 발주되는 거라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입니다.
화면 너머의 케빈 존슨이 크게 답했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6월 중순이 되었다.
그와 함께 전 세계의 시선이 다시 대한민국에 모였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에서 진출을 확정했다고 모인 시선은 당연히 아니다.
2월에 시작했던 인공지능 골드의 초특급 도전, 사법 시험 2차 시험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2차는 서술형으로서 4일이나 진행되는 만큼, ID 그룹도 전보다 훨씬 철두철미하게 준비했다.
사법 시험 도전을 위한 소프트웨어의 경우 ID 클라우드 시스템의 유휴 자원을 죄다 끌어모아 수행했던 기계 학습으로 한층 강화되었다.
시험장에 투입되는 아틀라스 로봇도 업그레이드가 되었다. 정교한 필기를 할 수 있는 팔이 장착된 것이다. 이전 버전도 충분히 필기구를 잡고 글씨를 쓰는 게 가능했지만, 지금은 손글씨를 컴퓨터로 프린트한 것처럼 정교하게 쓸 수 있는 수준이다.
추가적인 부품은 또 있다.
입이었다. 물론 실제 사람처럼 구강 구조를 이식한 건 아니었고, 머리 부분에 스피커를 달아 준 것이었다. 1차 시험을 치러 보니 스피커를 장착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던 탓이다.
이렇게 완성된 사법 시험 도전용 아틀라스 로봇으로 모의시험을 치렀는데, 역시 결과는 기대했던 것 이상이었다.
6월 20일이 되자 1차 시험에서처럼 유준영 연구원이 유니버스에 아틀라스 로봇을 태워 연세대 백양관에 다다랐다.
시험 시작 30분 전이었다.
버스의 문이 열리고 유준영 연구원이 내릴 때만 해도 조용했던 취재진은 아틀라스 로봇이 모습을 드러내자 플래시를 터트리며 요란스러워졌다.
“인공지능 골드님, 이번 2차 시험 합격도 자신 있으신가요?”
“골드 씨, 필기 시험인데 문제없으신가요?”
“2차 시험 공부는 어떻게 하셨습니까?”
그러면서 스마트폰의 녹음 기능을 켠 기자들이 목소리를 높여 질문을 쏟아냈다.
2월 달 시험에서 막 건물에 들어가기 직전, 인공지능 골드에게 직접 질문을 하고서 받은 엄지 척 하는 답변이 대단한 히트였다.
그 모습에 기자들의 고정관념이 깨졌다. 인공지능 개인 비서와도 얼마든지 대화가 되는 지금인데, 굳이 유준영 연구원을 거치지 않고 아틀라스 로봇에 직접 질문을 해도 된다는 것이었다.
=물론입니다. 다만 인터뷰는 다른 응시생분들께 방해가 되지 않도록, 시험이 끝나면 응해 드리겠습니다.
인공지능 골드는 깔끔한 답변으로 기자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자세한 인터뷰는 뒤로 미뤄졌지만, 인공지능 골드로부터 코멘트를 직접 땄으니 아침부터 진을 치고 있던 수고는 확실히 보답을 받은 것이다.
아틀라스 로봇은 답변을 마치고 당당하게 시험장으로 들어갔다.
한편, 그대로 자리에 남아 있던 취재진들은 자리를 정리하면서 아쉬움을 느꼈다. 2차 시험이니 혹시나 유니버스의 문이 열릴 때 유재원이 등장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기 때문이다.
당연하게도 유재원에겐 사법시험 2차 시험보다 훨씬 중요한 현안이 있었다.
미팅이다.
유재원의 개입이 아니었다면, 현실판 토니 스타크라는 별명을 얻었을 남자, 일론 머스크와의 미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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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추천과 리플, 선작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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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연휴 잘 보내셨나요?
다들, 월요병 없이 일상에 잘 복귀하셨길~!
파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