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931화 (931/1,007)

90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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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안드로이드배 레전드 리그 그랜드 파이널, 지금부터 시작-----, 합니다!

“그래! 바로 이거지!”

드림 스타디움 SR구역의 제1열을 차지한 유재원은 스타디움을 쩌렁쩌렁 울리는 전용준 캐스터의 멘트에 감동했다.

e스포츠의 아이콘 하면 쟁쟁한 선수들이 제일 먼저 떠오르겠지만, 유명 캐스터의 인기도 그에 못지 않는다. 그중에서도 전용준 캐스터는 최고의 인기와 인지도를 자랑했다. 트레이드 마크는 현란한 마이크웍이었고, 결승 무대 오프닝은 스타크래프트 때부터 최고였다.

전용준 캐스터의 오프닝 선언과 함께 이어지는 웅장한 오프닝 쇼도 시작되었다.

ID 엔터테인먼트의 상징이 되어 버린 시네마틱 CG로 도배된 선수 소개 영상이 제일 먼저 재생되었다.

먼저 등장한 것은 디펜딩 챔피언인 TG T1의 선수들이었다.

무대 뒤에 걸린 거대한 파노라마형 인피니티 디스플레이에는 TG T1의 선수들이 하나씩 소개될 때마다 맨 오른쪽부터 선수의 얼굴이 하나씩 걸렸다.

-고전파! 이~상~혁~!

환호가 제일 큰 것은 역시나 고전파 선수였다.

2012년 7월부터 TG T1에 합류했기에 전반부는 통으로 날렸지만, 고전파라는 닉네임을 각인시키는 것에는 단 한 게임이면 충분했다.

매복 성공으로 3:1의 구도가 만들어졌고, 누가 봐도 지는 그림에서 살아 나오는 건 기본이었다. 심지어 3명이 뭉친 적 중에 하나는 확실히 죽이고 돌아왔다. 그것도 초반 난전 상황도 아니었고, TG T1이 힘 싸움에서 밀리고 있던 중후반부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 한타가 반전의 시작이었다.

고전파는 아무리 봐도 위험해 보이는 구도에서 킬각이라고 외치며 뛰어들었고, 기어코 킬을 따냈다.

TG T1은 그 기세를 몰아서 역전승을 이뤄냈다.

그것이 고전파의 데뷔 경기였으니, 레전드 리그 커뮤니티는 뒤집어졌다. 한국에서만 그런 게 아니라 미국과 유럽에서도 크게 화제가 되었고, 단숨에 TG T1의 주전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그 인기가 그랜드 파이널이 열리는 드림 스타디움에서 그대로 증명되었다.

고전파 이상혁 선수가 무대 중앙에 모습을 드러내자 드림 스타디움엔 터질 듯한 함성이 쏟아져 나왔다. 8만 명의 입장객 모두가 예외 없이 소리를 지르는 것 같은 어마어마한 함성이었다.

머리에는 TG T1의 상징색인 붉은색에 맞춘 스포츠 헤어밴드도 착용하고 있다. 겉모습은 헤어밴드였지만, 실체는 뇌파 인터페이스였다.

유명 스포츠 브랜드인 아디다스와 뇌파 인터페이스가 콜라보를 해서 나온 게이밍 기어 시리즈로, 땀이 흘러내리는 걸 막아주고 뇌파 인식률도 기본형보다 좀 더 높인 고급형 모델이었다. 여기에 TG T1의 유니폼을 후원하고 있는 아디다스는 고전파를 위한 전용 제품을 만들어 준 것이다.

물론 같은 스펙의 제품을 한정판으로 내놓았는데, 인터넷에 풀리기 무섭게 매진이었다.

TG T1 선수들의 입장이 끝나자, 이번엔 나진 소드 팀의 엠블럼이 번뜩 떠올랐고 선수들의 입장도 시작되었다.

2012 시즌에 처음 프로 리그에 합류한 팀이었지만, 도깨비처럼 돌풍을 일으키는 팀답게 인기도 상당했다. TG T1만큼은 아니어도 그에 비슷한 수준으로 함성이 쏟아져 나왔다.

선수들의 입장이 끝난 다음 서로 악수를 하고는 각자의 진영으로 들어가 경기 준비를 시작했다. 기기 점검과 세팅을 위해 주어지는 시간은 30분!

-특별 공연이 시작됩니다!

-이매진 드래곤스의 워리어!

함성이 다시금 터졌다.

특별 공연을 위해 은밀하게 섭외된 최고의 록 밴드가 이매진 드래곤스였다.

프로듀스 마이 슈퍼스타로 진짜 슈퍼스타에 오른 이매진 드래곤스는 어딜 가도 매진이었다. 또한 공연 스케줄이 2, 3년 치는 줄줄이 쌓여 있기로 유명한 록 밴드였는데 이번 그랜드 파이널 결승전을 위해 특별히 시간을 내주었다.

ID 그룹과의 관계도 특별했고, 멤버들 모두가 레전드 리그의 광팬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잉!

이매진 드래곤스의 명곡 워리어가 시작되는 가운데, 유재원의 안주머니에서 진동이 울렸다. 이번 진동이 의미하는 바는 많이 다르다.

예전이라면 매너 모드로 돌려놓으면, 어떤 식의 알람이 오든 무조건 진동이 울렸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인공지능 개인 비서가 사용자의 상황과 성향을 파악하고 꼭 필요한 메시지에만 진동을 울렸다.

이른바 스마트 매너 모드였다.

유재원이 이번 그랜드 파이널을 얼마나 고대하고 있었는지는 인공지능 골드도 잘 알고 있을 터인데, 진동이 울렸다면 필시 확인을 요하는 소식이 전해졌다는 의미였다.

스마트폰을 꺼내 보니 과연 그랬다.

-통일국민당, 사법시험법 개정 당론 결정.

-튜링 테스트 통과한 인공지능에게 사법 시험 응시 자격 부여하는 특별법 만든다.

-통일국민당 이수정 대표, 4차 산업 혁명을 선도하는 것만이 대한민국의 살길!

정 대통령과 인공지능 골드의 사시 관련 이야기를 한 게 어제였는데, 벌써 소식이 떴다. 조만간 법이 통과되면 다음 달인 2월 27일에 있는 1차 시험에 응시할 수 있을 것 같다.

확실히 국가가 운영되는 속도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대한민국이다.

문제는 유재원 쪽이었다.

2월 27일까지 스탠드 얼론 버전의 사법 시험 전문 인공지능 골드를 만들고, 이걸 아틀라스 로봇에 탑재해 시험을 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건 살짝 빠듯하게 느껴지는 시간표였으니 말이다.

1년을 미룬다면 시간은 충분하겠지만, 기다리는 건 유재원의 성향과는 거리가 멀었다.

지잉!

사법 시험에 대한 도전이 진심으로 발전하던 그때. 진동이 한 번 더 울렸다.

-고시생 커뮤니티에서 강력 반발!

-신성한 사시에 특혜가 무슨 말이냐!

고시생 커뮤니티가 실시간으로 뒤집어지고 있었다. 그야말로 공분이었다.

하지만 유재원은 전혀 공감할 수 없는 주장이었다.

신성한 사시라니.

사법 시험에서 제일 중요한 건 결국 합격의 여부 아니겠는가. 인공지능보다 능력이 떨어진다면 탈락하는 것이다. 게다가 커트라인은 인공지능 골드가 기준이 아니라 점수 기준이었다. 저렇게 불평할 시간에 공부나 더 하는 게 나을 것 같은데, 반발의 크기는 점점 커가고 있었다.

그렇지만 고시생들의 커뮤니티가 폭발하든 말든, 유재원의 결심은 이미 확고했고 정 대통령의 의지도 통일국민당 의원들의 단결력도 강력한 만큼, 이번 흐름을 뒤로 돌릴 수는 없을 것이다.

몇 시간 후.

-유재원 회장이 우승팀에게 상금을 전달하겠습니다!

유재원은 무대 위로 올라 상금이 적힌 패널과 꽃다발을 우승팀에게 전달했다.

패널에 적힌 상금은 50억 원. 1/n으로 나누면 인당 10억씩 떨어지는 액수다. 그렇지만 e스포츠 역대 최고 상금은 아니었다. 갑자기 튀어나온 도타2라는 게임은 상금을 게이머들에게 아이템을 팔아서 모은 돈으로 상금을 조성했는데, 그 규모가 엄청났던 탓이다. 작년 겨울에 끝난 도타2 더 인터내셔널 대회의 상금이 222억 원이었으니 말이다.

레전드 리그도 유료 아이템을 팔면서 일부를 상금으로 적립해 준다면 도타2를 능가하겠지만, 대회 주관사인 ID 엔터테인먼트는 굳이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타이틀 스폰서 금액, 나라별 중계권 판매 금액, 게임 내부 지형에 붙는 광고와 대회장에 붙는 광고 등을 판매해서 얻는 금액도 무시 못 할 수준이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아이템 판매 적립 방식을 완전 폐기한 건 아니다.

지역 대회를 넘어서 롤드컵과 같은 국가별 대항전이나 각 나라 프로 리그 우승팀끼리 붙는 챔피언스 리그 같은 대회라면 상금의 규모를 더 키워야 하니 고려해 볼 만했다.

“고전파 선수, 우승 축하합니다.”

“많이 부족한데, 고맙습니다!”

유재원의 우승 패널을 받은 이는 역시나 예상했던 그대로 고전파 이상혁 선수였다. 즉, 2012 안드로이드배 레전드 리그 그랜드 파이널의 우승팀은 TG T1이라는 이야기였다.

전체 스코어는 3:2로 상당히 팽팽한 경기였다.

승패승패승이었으니 경기를 지켜보는 관객들은 손에서 땀이 마를 시간이 없었다. 패배의 원인도 승리의 이유도 모두 고전파에게 있었다. 게임 스타일이 아직 완성되지 않은 시점이었고, 기복도 살짝 있었기 때문이다.

준우승팀인 나진 소드에게도 상금을 전달했다.

준우승 상금은 5억 원으로 승자의 1/10밖에 되지 않지만 그래도 과거에 비하면 상당히 큰 규모였다.

상금과 꽃다발 전달이 끝난 다음에는 불꽃놀이와 함께 우승팀의 트로피 세리머니가 다시 시작되었다.

유재원은 그것까지 다 보고 떠나고 싶었지만, 시간이 금인 유재원에게 이 이상의 여유 시간은 없었다.

준비된 차를 타고 드림 스타디움을 나선 유재원은 집으로 돌아와 출국 채비를 시작했다.

제일 중요한 티파니와 혜성이, 라희의 선물을 먼저 챙겼고, 나머지 짐도 체크했다. 부모님이 샌프란시스코에 가서 먹으라고 싸주신 송이버섯과 각종 반찬도 챙겼다.

마지막으로 출국 전 부모님에겐 직접 전화 통화로 한국을 떠난다는 소식을 알렸다. 시간은 새벽이었지만, 그때까지도 부모님은 깨어 있으셔서 직접 통화를 할 수 있었다. 친척들 그리고 한국의 최 부회장과 다른 임원들에게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잠시 후, 아쉬움을 느낄 사이도 없이 유재원이 탄 a380은 미국행 비행을 시작했다.

다음 날.

유재원이 탄 a380은 워싱턴 DC의 달라스 국제공항에 착륙했다. 태평양과 북미 대륙을 논스톱으로 16시간 비행한 끝에 착륙했다.

워싱턴 DC는 오전 11시를 넘긴 시간이었다.

유재원은 바로 백악관에서 준비한 차를 타고 이동을 시작했다. 비행기 안에서 숙면도 취했고, 아직 생생한 나이인 덕에 시차 따위는 큰 문제도 아니었다.

백악관에서 준비해 준 자동차는 방탄 리무진이었다.

그 유명한 미국 대통령 전용차인 비스트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에 준하는 강력한 방탄 성능을 자랑했다. 경호팀에서는 미리 공항에 도착해서 방탄 리무진을 자체적으로 검사했다. 백악관에서 준비한 차량을 검사하는 건 큰 실례였다. 백악관을 못 믿겠다는 제스처로 보일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

작년에 있었던 유재원을 향한 테러 사건만 없었다면 백악관은 대단히 불쾌하게 여겼을 것이지만, 그때의 여파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백악관은 기꺼이 허락했다.

결과는 당연히 깨끗하다였다.

“여기 관련 정보들입니다.”

항상 유재원과 동행 중인 김대석이 패드를 내밀었다.

백악관에서 유재원을 불러 무슨 이야기를 할지 예측해 놓은 자료들이었다. 비서실에서 미국 현지 직원들과 소통을 하면서 만든 자료였다.

유재원은 패드를 받아서 꼼꼼히 확인했다.

패드 안에는 다양한 의제들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넥스트컴에서 올린 보고서였다.

“오! 1pb급 L1 허브라니.”

넥스트컴이라고 하면 네티즌들은 전 세계 최대 규모인 포털 사이트를 떠올린다. 실제로 넥스트컴에는 넥스트컴 포털 서비스를 관리하는 부서가 제일 큰 덩치를 자랑한다. 그런데 넥스트컴에는 단순한 포털 사이트뿐만이 아니라 통신 장비를 만드는 부서도 있었다.

넥스트컴의 헨리 사장은 애초에 3com이라는 통신 장비 회사 출신이었고, 넥스트컴의 사장으로 오면서도 통신 장비 조직을 크게 갖추었다.

2G 디지털 무선 통신에서부터 시작해서 3G, 4G의 표준 기술에도 상당한 지분을 갖고 있는 게 넥스트컴이다. 현재는 5G 장비도 개발을 완료하고 시범 서비스를 실시 중이었다.

넥스트컴에서는 비단 무선 통신 장비만 만드는 게 아니었다.

백본망이라는 국가기간망 수준의 광케이블 네트워크 장비도 있는데, 지금 유재원에게 올라온 패드에는 1페타바이트(pb) 장비 완성 소식이 담겨 있었다. 광케이블과 광케이블을 이어주는 장비로써 1초에 128테라바이트를 전달하는 가공할 속도였다.

앞으로 몇 년 내 이뤄질 5G 시대에서는 개인과 개인이 주고받는 데이터의 양도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 여기에 자율 주행 자동차도 거대한 데이터를 사용하고, IoT 장비들과 로봇까지도 네트워크에 연결되기에 인터넷 대역폭의 확장은 필수였다.

1pb 허브 장비라면 광케이블의 추가 매설 없이도 추가 매설한 것 이상의 대역폭 확장을 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역시나 다이아몬드 반도체 덕이었다. 서버 분야에서 적수를 찾을 수 없는 에픽 CPU와 어마어마한 전송량을 자랑하는 다이아몬드 램으로 처리할 수 있는 성능이 대폭 올라갔다.

문제는 핵심 부품 수급이었다. 기술적으로는 지금 당장 대량 생산에 들어갈 수 있다지만, 에픽과 다이아몬드 램이 부족했다.

“그래도 이건 해야지.”

업그레이드 효과가 확실한 장비이니만큼, 일단 20세트 정도 만들어서 대한민국과 북미 지역 그리고 태평양 해저 케이블의 기간망을 업그레이드하는 건 지금 실행할 수 있다.

다음으로 들어온 것은 전자정부 2.0이었다.

비서실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얻어 낸 정보에 따르면, 백악관에서 유재원을 급히 부른 건 전자정부 2.0이 유력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첨부된 문서의 용량도 상당했다.

“스마트 시티가 아니라고요?”

요즘 미국에서 한창 이슈가 되는 건 스마트 시티였다.

어느 정도 열기냐 하면 스마트 시티를 자기네 주로 가져오기 위해서 주지사들이 워싱턴 DC에 상주하고 있다는 것이 뉴스로 보도될 정도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스마트 시티의 사업 규모는 시작이 300억 달러였고, 여기서 더 커질 수도 있었다.

인구 100만 단위의 신도시를 처음부터 만드는 것도 대단한 사업인데, 각종 첨단 기술이 기본으로 깔리는 스마트 시티였다.

예전이라면 구체적인 그림이 없어서 뜬구름 잡는 식의 이야기가 많았겠지만, 지금은 세종시라는 확실한 증거가 있었다.

스마트 시티 건설에 있어서 가장 앞선 기업은 당연히 유재원의 ID 그룹이었다. 그러니 이를 논의하기 위해 부르는 것인 줄 알았다. 덤으로 디젤 게이트의 논의도 하고 말이다

그런데 전자정부 2.0이라니.

유재원의 예상을 빗나가는 이야기였다.

답을 확인하기 위해서 오래 기다릴 필요는 없었다.

차창 밖으로 백악관의 전경이 서서히 들어오고 있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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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추천과 리플, 선작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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