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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로 압도한다-927화 (927/1,007)

90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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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그레이드로 얼마나 바뀐 걸까?”

ID 클라우드 서버와 직결된 컴퓨터 앞에 앉은 유재원은 기대가 듬뿍 담긴 말이 절로 나왔다. 동시에 곤란하다는 생각도 이어졌다.

인공지능 골드가 신경망의 확장으로 얼마나 성장했는지 평가하는 방식이 아직은 애매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의 지능 지수 테스트를 하면 수치는 쉽게 나오지만, 그 수치가 인공지능의 종합 능력을 평가하는 절대적인 테스트는 아니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1시간이라는 테스트 시간도 너무 길었다.

“그래도 테스트를 해 보긴 해야겠지.”

유재원은 지능 지수 테스트 프로그램을 실행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지능 지수 테스트가 끝나면 수행할 프로그램을 또 만들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시도할 생각도 없었던 테스트였지만, 이번에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일을 시작했다.

키보드를 치기 전 손가락을 풀기 시작한 유재원은 마음을 잡고 제대로 컴퓨터를 제어해 나갔다.

요즘 컴퓨터 잘하는 사람이 보았다면 세대 차이가 느껴질 대목이었다.

안드로이드 패드와 증강 현실 안경에 뇌파 인터페이스가 요즘 거대 시스템 관리자의 기본 장비였으니 말이다.

시스템의 상태를 체크하는 건 패드로도 충분했기 때문이다. 증강 현실 안경에는 가용 리소스를 비롯한 상시 모니터링할 수치들을 띄워 주면 된다. 혹시라도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하면 증강 현실 안경으로 디스플레이 영역을 확장해서 다양한 상태를 체크하면서, 뇌파 인터페이스를 통해 복잡한 변수를 설정하는 것이다.

커널 단계의 로우 레벨 프로그래밍 역시나 증강 현실 안경으로 확장된 모니터와 뇌파 인터페이스 그리고 인공지능 골드의 보조가 있으면 빠르고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었다.

덕분에 요즘 컴퓨터 좀 한다고 하면 증강 현실 안경과 뇌파 인터페이스가 기본 장비와도 같았다.

반면 유재원은 클래식하게 키보드와 고성능 컴퓨터가 전부였다.

뇌파 인터페이스가 좋다는 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과도기적 상태였다. 지금보다 몇 세대는 더 발전해야 유재원의 마음에 찰 것이다. 다이아몬드 반도체로 도배를 해 버린 유재원의 워크스테이션처럼 말이다.

ID 글로벌헤드쿼터 빌딩 최상층에 자리한 펜트하우스의 서재는 유재원의 작업 공간이었다.

최근 10년간만 보면 샌프란시스코 저택의 서재에서 보낸 시간이 더 많지만, 샌프란시스코의 서재에 설치된 컴퓨터보다 이곳의 컴퓨터가 스펙은 월등했다.

AMD의 서버용 라인업인 에픽 중에서도 최상급인 6414가 4개나 박혀 있고, 8개의 확장 슬롯에는 ATI의 최상급 GPU인 라데온 다이아몬드 반도체 버전 2개와 6개의 TPU 가속 카드가 장착되어 있다.

램과 SSD 역시 이러한 연산력에 조금도 방해가 되지 않을 만큼 거대한 용량과 속도를 자랑하는 것들로 채워 놓았다.

시스템의 전체 가격만 해도 100억 단위는 거뜬하게 넘을 것이다. 대신 어지간한 순위의 슈퍼컴퓨터는 쌈 싸 먹을 만큼의 막강한 성능이 나온다.

이러한 성능으로 유재원은 개발자용 인공지능 골드를 개인적으로 따로 구동할 수 있었다. 그 성능은 ID 클라우드 서버에서 구동되어 12억 명에 달하는 일반인들에게 제공되는 골드보다 좋았다.

유재원은 본인의 워크스테이션에서 구동되는 개발자용 골드와 인공 진화를 마친 범용 골드에 동시에 실행해서 종합적 능력 평가를 실시할 생각이었다.

테스트의 방식은 인공지능 평가 분야에서 너무나도 유명한 이미테이션 게임이었다. 다른 말로는 튜링 테스트였다.

“이제 컴파일만 돌리면 끝!”

인공지능 골드를 위한 이미테이션 게임 프로그램은 빠르게 완성됐다.

튜링 테스트라고 거창하긴 했지만, 프로그램 자체는 매우 간단했다.

이미테이션 게임의 룰은 인공지능과 연결된 컴퓨터와 사람을 각각의 방에 있게 한 후, 채팅을 통해 질문을 주고받는다. 질문의 양식과 종류에 대해서는 아무런 제약이 없고, 질문을 받은 쪽은 최대한 빠르게 답을 제시해야 한다.

질문자는 제시된 답을 보고 사람과 인공지능을 구별해 내면 된다. 질문의 숫자는 질문자가 확신이 생길 때까지 제한이 없다.

이러한 형식을 유재원은 익명 채팅 프로그램으로 구현했다. 사람과 컴퓨터를 랜덤으로 섞어서 닉네임을 부여하고, 두 닉네임에게 전달될 채팅에는 문장은 물론이고 음성이나 음원, 이미지, 심지어 바이너리 파일도 첨부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카메라와도 연동시켜서 실시간 화상도 전달하도록 했다.

-Z+가 컴파일을 시작합니다.

-컴파일에 3분 정도가 소요될 것입니다.

“오! Z+의 컴파일 속도도 빨라졌어!”

Z+ 컴파일러 역시나 인공지능이었다.

ID 클라우드 시스템의 성능 자체가 몇 차원 업그레이드된 만큼 컴파일의 속도도 매우 빨라졌다. 아무리 간단한 프로그램이라도 Z+ 컴파일러가 이를 인지하고 프로그래머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추론 작업을 하는데, 이 작업이 시간을 잡아먹는 괴물이었다.

좀 큰 프로그램이라면 작업의 시간의 단위가 일이 되는 건 기본이었다. 그렇기에 요즘 프로그래머의 소양은 Z+ 컴파일러의 작업 시간을 줄이는 데 맞춰져 있었다.

소스 코드는 최대한 간결하게 작성한다. 하드웨어의 특성을 타는 기법은 되도록 피하고, 억지로 최적화를 노릴 필요는 없다. 전문 프로그래밍 언어 중에는 C언어가 제일 효과가 좋다.

그냥 사람이 읽을 수 있는 언어로 대충 써도 프로그래밍이 되는 Z+였지만 위와 같은 노하우를 따르면 Z+의 컴파일 속도가 최대 10배까지 차이 날 수 있었다.

유재원의 경우 Z+를 만든 장본인인 만큼 가장 빠른 속도를 낼 수 있었다. 하지만 3분대 컴파일은 유재원도 처음이었다.

다만 이 속도가 ID 클라우드 서버에 에픽을 추가해 생긴 이점인 것인지, Z+ 컴파일러의 바탕인 인공지능 골드의 진화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걸 판별하기 위해서 지금 간단한 튜링 테스트 툴을 만든 게 아니겠는가.

대신 유재원이 만든 튜링 테스트를 수행하기 위해선 한 명의 조력자가 필요했다. 입이 무거우면서도 각종 상식이 풍부하고, 컴퓨터 분야에 전문적인 지식도 있는 사람이 제격이다.

시간까지 확인해 보니 딱 맞는 사람이 하나 떠올랐다.

“영식아, 나 좀 도와줘.”

-무슨 일인데? 골드의 업그레이드 작업에 문제가 생겼어?

인공지능 골드의 업그레이드 공지를 띄우기 전까지 제일 불안했던 영식이었지만, 공지가 나간 다음부터 영식이는 아무것도 할 일이 없었다.

예상했던 그대로 아메리카 지역이 아침이 되자 어마어마한 서비스 장애가 터졌지만, 영식이 선에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관제실에 뜬 업그레이드 작업의 진행률만 넋을 놓고 보고 있는 게 전부였다.

ID 테크놀로지의 고객센터에 고객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고 하지만, 고객센터와는 미리 협조가 완료된 덕에 그 항의가 영식이에게까지 올라오진 않았다. 다만 사용자들의 불만이 폭발 중인데도 본인이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마음은 매우 불편했다.

그렇기에 영식이는 저녁은 물론이고 늦은 밤이 된 지금까지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평사원들은 이미 퇴근했지만, 본인은 책임자였으니 자리를 지키는 것으로 책임을 다하겠다는 자세였다.

그나마 조금 전부터 유휴 리소스가 서서히 돌아오는 중이었는데, 유재원이 도와 달라고 했으니 얼마나 가슴이 철렁했겠는가.

유재원은 그런 영식이에게 인공지능 골드의 업그레이드 작업이 끝났고, 테스트만 남았다고 설명해 줬다.

큰일 난 거 아닌가 싶었던 영식이의 심장도 그제야 안정이 되었다. 그와 함께 영식이에게 잠들어 있던 호기심도 깨어났다.

-튜링 테스트라니! 당장 해야지!

“그래, 지금 ID톡으로 이미테이션 게임의 압축 파일이 갈 거야. 그걸 푼 다음 실행하면 채팅창이 뜰 건데 거기에 성실히 답해 주면 돼. 대신 테스트 완료 메시지가 뜰 때까지는 본인이 누구인지 밝히지 말고.”

-튜링 테스트가 뭔지는 잘 알고 있어.

“그리고, 잡담은 물론이고 개개인의 특징이 나오는 말투도 금지야.”

-당연하지. 잘 안다니까.

영식이의 말에 유재원은 컴파일이 끝난 이미테이션 게임 파일을 전송했다. 영식이는 바로 프로그램을 실행했다. 프로그램도 안정적으로 구동되면서 유재원의 컴퓨터에 영식이의 접속이 확인되었다.

“골드, 너도 이미테이션 게임을 실행해.”

-예, 마스터. 실행이 완료되었습니다.

“가용 자원을 다 사용해도 되니까, 최선을 다해 답을 해.”

-예, 마스터. 최대 이용 가능한 리소스 한계를 100%로 설정합니다.

“100%가 아니라, 리미트를 해제해.”

-예, 리미트를 해제합니다. 인증 키를 입력해 주십시오.

ID 클라우드 시스템상에서 100%는 시스템 파워의 100%를 의미하지 않는다. 커널 시스템 차원에서의 안전장치로, 특정 프로세스가 시스템 자원을 다 잡아먹어 버리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 설정한 것이었다.

리미트 해제는 그 안전장치를 푸는 명령이었고, 이를 통해 인공지능 골드가 시스템의 연산력 전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대신 제한 시간은 딱 1시간으로 설정했다.

1시간짜리 튜링 테스트라면 인공지능 골드의 진정한 지적 수준을 체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럼 테스트를 시작합니다!”

유재원은 첫 번째 문제를 전송했다.

그것은 10개의 이미지였다. 이미지는 각각 강아지와 어린 고양이의 사진이 담겨 있었다.

“공통점이 있는 이미지끼리 카테고리로 묶으세요. 카테고리의 숫자는 제한이 없습니다.”

이렇게 문제를 낸다면 아이들은 일단 강아지와 어린 고양이를 구분해낼 수 있을 것이다. 보는 관점이 다르다면 털 색으로 구별할 수도 있다.

이번 문제의 관건은 정확성과 속도였다.

어린아이라도 슥 눈길만 주면 개와 고양이를 구분할 수 있지만, 인공지능은 그 작업을 매우 어려워했다. 인공지능 골드는 이미지 해석 모듈의 도움으로 차원이 다른 분별력을 보여주지만, 2% 부족한 건 늘 채워지지 않았다.

띵!

문제를 보낸 지 5초 만에 익명 A로부터 답변이 올라왔다. 그리고 익명 B로부터는 10초나 지나서 답이 왔다.

A의 답은 그저 강아지와 어린 고양이만 구분했고, B는 종의 구분은 물론이고 비슷한 색끼리, 비슷한 구도로 찍은 사진끼리도 구분해냈다.

“두 번째 문제는 난이도가 좀 더 높습니다.”

이번에 나온 문제는 튜링 테스트에서 가장 유명한 문제 중 하나였다.

초코칩 쿠키와 치와와였다. 이미지의 숫자도 10개에서 50개로 대폭 늘렸다.

구분해야 할 이미지가 많아졌기 때문일까?

답이 올라오는 속도가 현저히 느려졌다. 하지만 A, B 모두 정답이었다.

튜링 테스트를 길게 가져갈 생각이 없는 유재원은 바로 다음 단계로 돌입했다. 이번엔 드라마의 한 토막이 담긴 동영상 클립이었다.

유명한 군 생활 시트콤인 퍼런 거탑의 하이라이트 장면이었다.

군대라는 곳에 틀어박혀 거친 훈련에 시달리고, 온갖 부조리가 휘몰아치는 일과를 보내다 보면 욕이 절로 나온다. 씨X이라고 말이다. 퍼런 거탑에서 그런 욕이 나올 장면만 모아 만든 하이라이트 클립이었다.

“동영상 클립 속에서 각각의 인물들이 내뱉은 씨X이라는 욕에 담긴 진짜 의미를 파악해 보세요.”

후임병이 군무 시간에 졸았을 때, 후임병이 지시한 것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때, 선임에게 내리 갈굼당하고 나서 짱박힐 때, TV에서 섹시한 장면이 나왔을 때, TV에서 군대를 내뺀 남자 연예인이 나왔을 때.

다양한 상황이 연출되면서 퍼런 거탑의 주인공에게서 씨X이란 욕이 터져 나왔다.

군대를 나왔던 영식이에겐 쉬운 문제일 테지만, 인공지능 골드에겐 과연 쉬울 것인가?

지금의 골드도 대단히 높은 지능을 자랑하지만, 비언어적인 상황이나 의사소통에는 여전히 약했다.

표정을 읽는 것이나, 특정한 상황에서 어떤 사람이 어떤 행동을 취할지 예측하는 일은 그다지 좋은 성적이 나오진 않았다.

이와 관련된 빅데이터는 충분히 입력이 된 상태였지만,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비언어적 능력을 지능으로 형성하진 못했다.

만약 인공 진화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면, 이러한 문제도 충분히 풀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유재원이었다.

A와 B의 답이 올라오기까지는 1분도 걸리지 않았다.

놀랍게도 둘이 제출한 정답은 거의 흡사했다.

유재원의 심장이 크게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크게 심호흡을 하고는 다시 문제를 냈다. 준비된 문제와 시간은 상당히 많이 남아 있었다.

아직 김칫국 먼저 마실 때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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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추천과 리플, 선작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원고료 쿠폰, 후원 쿠폰 완전 감사합니다~!!

스카이넷!!

터미네이터2 이후로 후속편은 쫄딱 망했지만, 강인공지능하면 스카이넷이 절로 떠오를 정도로 인상적이긴 했죠. 그 다음으로 유명한 인공지능은 제로원이려나요? HAL9000도 유명하고, 레드퀸도 있지요. 하나같이 어지간한 빌런을 능가하는 악역들이지만요.

그렇지만 좋은 인공지능도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음,, 음,, 자비스처럼 말이죠!

주말이네요!

건강히 잘 보내시고, 월요일에 다시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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