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915화 (915/1,007)

891회

인공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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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스트림은 객석을 기준으로 이른바 얼짱 각도라는 사선 형태에서 멈춰 섰다. 그러자 무대 뒤쪽의 메인 스테이지에 다시금 동영상이 떴다.

그것은 군산 기가팩토리에서 슈퍼스트림이 만들어지는 모습을 단축해서 보여주는 영상이었다. 기가팩토리의 특이점은 자동차 한 대를 팀 하나가 끝까지 제작한다는 것이다.

제작이 완료되면 팀의 시그니처가 ECU 상단에 각인된다.

휘발유 차량이면 엔진 룸에 찍혀야 하는데 라이트닝 볼트의 자동차들은 모두 전기 자동차였고, 전기 모터는 일반 자동차와 달리 차량을 리프트로 들어 올린 후 언더커버를 벗겨야 볼 수 있는 구조였다.

대신 휘발유 차량이면 손바닥 크기였을 ECU가 라이트닝 볼트의 차량에서는 90년대 말쯤 나왔던 뉴에그 PC 본체만큼이나 컸다. 그렇기에 팀 시그니처는 ECU 상단에 각인하기로 했다.

시그니처를 가진 조립팀의 숫자는 한국과 미국 통틀어 1만 개 팀으로 확대되었다. 이런 식으로 운영을 하다 보니까 불량률이 현격히 낮은 에이스팀 목록이라는 게 나왔고, 이들이 만든 차량은 중고 시장에서 약간의 프리미엄이 붙을 정도였다.

마니아를 위한 커뮤니티가 매우 발달된 북미의 경우에는 시그니처를 분석해 놓기도 했다. 그런 마니아들 사이에 이상한 시그니처가 박힌 모델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시그니처는 보통 팀원들의 사인이고 필기체였다. 특이하다고 하는 건 팀원 중에 QR코드가 사인을 대신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QR코드를 찍어보면 아무것도 뜨는 건 없었다.

그 비밀이 지금 밝혀졌다.

아틀라스 로봇.

그것도 일반 판매용과는 훨씬 정교하게 움직일 수 있고, 큰 힘도 낼 수 있는 커스텀 버전의 아틀라스 로봇 다섯 대로 이뤄진 전원 로봇팀이 슈퍼스트림을 빠르게 조립하는 모습이 메인 스크린에 띄워져 있었다.

-슈퍼스트림의 완성에는 단 하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습니다.

다시금 인공적인 목소리가 울렸다.

마치 슈퍼스트림 조립을 하는 아틀라스 로봇에서 나오는 것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아틀라스 로봇은 일반 버전이나 커스텀 버전이나 말하기 기능은 없다. 삐빕 하는 경쾌한 느낌의 알람 소리가 나는데, 그걸 인공지능 골드가 사람이 알아들을 수 있는 문장으로 해석해 주는 방식이다.

그렇게 로봇으로만 구성된 조립팀은 슈퍼스트림을 빠르게 완성했다.

완성된 슈퍼스트림은 군간 기가팩토리 공장을 알아서 빠져나왔다. 그러더니 환하게 화면이 밝아지면서 주변이 달라졌다.

맹렬한 엔진 소리가 터지는 서킷의 한복판이었다.

그곳은 녹색 지옥이라는 별명을 가진 뉘르부르크링 노르트슐라이페였다. 운전자 없이 출발점에 선 슈퍼스트림은 출발 신호에 굉음을 토해내며 완벽한 스타트를 선보였다. 그리곤 신들린 코너링을 선보이며 뉘르부르크링을 정복해 가기 시작했다.

현란한 편집으로 이뤄진 인트로 영상과 달리 뉘르부르크링 주행은 텅 빈 운전석 시점과 고성능 드론이 밀착해 추격하는 시점으로만 구성되었다.

편집은 단순했지만, 몰입감은 대단했다.

완벽한 라인을 따라 코너를 돌파하고, 코너를 돌파하자마자 맹렬히 속도를 올리며 서킷을 주파하는 모습은 괴물이었다.

넋을 놓고 보다 보니 슈퍼스트림은 총 거리 20km가 넘는 뉘르부르크링을 다 돌아 다시 출발선으로 돌아왔다.

거기까지 걸린 시간은 4분 49초 035.

포르쉐 956-007이 가지고 있던 기존 최고 기록인 6분 25초 91을 1분 36초나 당긴 최고의 기록이었다.

직선 주로에서는 시속 400km를 넘겼고, 헤어핀이 두 번 연속 이어지는 구간에서도 시속 100km 이하로 떨어지지 않았기에 찍을 수 있었던 기록이었다.

그렇게 무인 주행 영상이 끝나고서 현존 최고의 F1 드라이버인 해밀턴이 슈퍼스트림에 오르는 모습이 나왔다. 하지만 주행 영상은 단 3컷 정도로 짧게 편집되었다. 주행 기록은 5분 29초 115로 단번에 마의 6분대를 허물었지만, 자율 주행 드라이버와의 기록 차이가 너무나 나 버렸기 때문이다.

이걸로 게임은 끝이었다.

라이트닝 볼트의 3세대 슈퍼카인 슈퍼스트림은 단번에 객석의 모든 이들을 사로잡았다.

몇 시간 후.

-라이트닝 볼트, 벡스코에서 신차 발표.

-3세대 슈퍼카 슈퍼스트림, 뉘르부르크링 서킷에서 4분대 후반 진입!

-기존 최고 기록과 1분 36초가 나는 압도적인 차이.

-슈퍼스트림에 탑재된 레벨5 자율 주행, 3세대 전 차종에 공통으로 탑재.

-뉴로와 불칸에 이어 15인승 유니버스도 정식 발표.

-기존 2세대와 1세대 오너들도 소정의 비용 지불 시 업그레이드 서비스 가능!

-레벨5 자율 주행, 아직은 한국과 미국의 일부 지역에서만 가능.

벡스코에서의 신차 발표는 성공적이었다.

마이크를 잡고 신나게 신모델을 발표하고 스펙을 설명했던 주인공은 볼트 사장이었다. 그렇지만 유재원이 직접 참가해서 함께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한 홍보가 되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발표가 되자마자 라이트닝 볼트의 예약 사이트는 접속 대기자가 생길 정도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2세대 모델이 4년 차가 되면서 새로운 신차 구매에 대한 잠재 수요가 폭발한 상태였던 것이다.

게다가 세계 경제가 매우 안정적이라는 것도 큰 이점이었다.

특히 미국은 활황을 넘어서 용암처럼 펄펄 끓었다. 그도 그럴 것이 록펠러의 금고를 털어버리는 데 성공하면서 국고로 회수한 자금만 조 단위였다. 게다가 1년 후면 록펠러의 재산을 강제 집행할 수 있게 되는데, 그 금액은 지금 미국이 국가 단위로 지고 있던 빚을 단숨에 날려 버릴 만큼 엄청난 액수였다.

이미 미국 정부는 경제 활성화와 미래 전략을 위한 어마어마한 대규모 사업들을 준비하고 있었다.

5G 무선 통신망의 국가 주도 설치부터 시작해서 인공지능 연구소 설립과 로봇 보급을 위한 보조금 사업 등등. 4차 산업 혁명을 위한 사업들이 제일 먼저 발표되었다. 다음으로는 줌왈트 순양함 사업, 제럴드 R 포드급 차세대 항공모함 사업, 고등 무인 전투기 사업, 차세대 전차 사업 등등의 군수 사업도 떠올랐다.

이 밖에도 민간 경제 활성화를 위한 여러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렇게 해도 돈이 남아돌아서, 각 가정마다 1만 달러짜리 소비 활성화를 위한 기프트 카드라도 보내주자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유재원이 보기에도 살짝 우려스러울 정도였다.

아직 과한 건 아닌데, 점점 심해지면 목돈이 생긴 졸부가 어쩔 줄 몰라 하며 여기저기 돈 낭비를 하게 될 것 같았으니 말이다.

다행히 지금은 우려할 수준은 아니었다.

하나둘 발표되는 사업도 다들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들이었다. 특히 북미 전역에 5G 무선 통신망을 정부 주도로 구축한다는 것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옛날 클린턴 시절 정보 고속도로 때의 느낌도 났다.

더욱이 미국 정부의 강력한 자신감은 북미 사람들에게도 투영이 되면서, 지갑이 열리는 규모도 달라졌다.

이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가 3세대 슈퍼카 슈퍼스트림의 예약이었다.

슈퍼스트림의 기본형 가격은 8억 원! 미국 달러로 환산하면 79만 달러로 엄청나게 비쌌다. 기본형부터 탄소 섬유가 듬뿍 쓰였고, 운전석과 조수석은 안전을 위해 충격에 강한 특수강으로 캡슐 형태로 디자인 되었다.

이러한 설계는 모두 돈을 잡아먹는 요소였다. 덕분에 2세대 슈퍼카였던 슈퍼소닉보다 2배는 더 비싸졌다.

그런데 공개된 첫날 유럽이나 아시아에서도 수백 건의 예약이 들어왔다.

미국에서는 1천 대가 넘었다. 예약된 액수만으로 거의 1조 원어치 매출이 찍혔으니 슈퍼카 라인업에 라이트닝 볼트도 확실히 자리매김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딱 하나 아쉬운 건 이번 3세대 라인업 공통으로 들어가는 레벨5 완전 자율 주행 기능이 한국과 미국에서만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유럽에서는 자율 주행 관련한 법안이 새롭게 통과된 게 없을 정도로 미미했다. 그저 드라이빙 어시스트의 기능 중 하나로 사용해야 하고, 법률적인 책임도 구식 그대로 운전자가 100%를 져야 했다.

“역시 독일 같은 선진국도 자국 산업 보호가 우선인 모양이지.”

유재원의 추측은 매우 합리적이었다.

유럽에서 자동차 산업이 매우 발달한 독일도 자율 주행 관련한 법제는 거북이처럼 느리게 진행 중이었다.

심지어 자율 주행 데이터를 쌓기 위해서 무사고 경력이 긴 사람을 보조 드라이버로 쓴 테스트 주행도 허가를 얻기가 매우 까다로웠다는 볼트 사장의 보고가 있었다.

이렇게 비관세 장벽으로 안전망을 친 다음, 독일의 거대 자동차 회사들이 자율 주행 기술과 전기 자동차 기술을 어느 정도 끌어올린 걸 확인한 다음에야 풀어줄 것 같았다. 실제로 독일의 정치인들 사이에서 라이트닝 볼트를 풀어주게 되면 미국에 자동차 산업을 먹힐 거라는 식으로 말하고 다니는 사람도 있었다.

회귀 전 한국도 미래자동차가 곧 자동차 규제의 기본일 때도 있었다.

HUD부터 레이저 헤드라이트, 자율 주행 등등의 최신 자동차 기술을 미래자동차가 구현을 해야만 허가가 나오는 것이다.

오죽하면 도로교통부가 미래자동차의 하수인이냐는 말이 나왔을 정도다.

그런데 이렇게 자국 기업 우대를 해 주면 마냥 좋기만 한가?

절대 아니다.

미래자동차의 품질 문제는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었다.

자동차 산업을 시작할 때부터 국내 1등을 달리던 미래자동차에 라이트닝 볼트와 일성 자동차라는 강력한 라이벌이 등장하면서 전보다는 나아졌다. 하지만 고질적인 제품 마감 문제나 수출형 내수형 차별 문제, MDPS 문제, 엔진 문제 등은 그대로였다.

이 때문에 도요타에서 급발진 스캔들이 터졌을 때, 미래자동차의 소나타가 반짝 인기를 끌었다가 차량 결함으로 인한 대량 리콜 조치가 이루어지면서 거품이 곧 꺼져 버렸다. 유재원이 전재근 미래자동차 그룹 회장에게 품질 문제를 지적해도 나아지는 건 없었다.

이러한 미래자동차의 품질 문제는 나중에 벤츠와 BMW, 일제 자동차들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개선되기 시작했다.

벤츠 E클래스가 제일 잘 팔리는 나라이다 보니, 외제차들과 직접 경쟁을 하면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유럽도 그렇게 되어야겠지.”

방법은 있다.

세종시의 시티OS에서 나온 미세먼지 오류 문제부터 시작하면 된다.

화끈한 일이 벌어질 것을 알기에 유재원은 몸이 달아올랐지만, 아직 부산에서의 일정이 있었다.

성공리에 신차 발표를 마친 라이트닝 볼트의 볼트 사장과 임직원들에게 한턱 거하게 쏘는 일이었다.

회식이나 술자리를 딱히 즐기지는 않는 유재원이지만, 오늘 같은 날은 예외다.

라이트닝 볼트의 신차 발표는 4년마다 있는 성대한 행사였다. 오늘을 위해 쉬지 않고 달린 이들에게 한 번 크게 쏘는 건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일단 고기부터 먹으러 갑시다!”

“오! 그 소문의 회장님 스테이크를 드디어 먹어보는군요.”

고기라는 소리에 다들 좋아했다.

ID 소프트웨어 사무실에 처음 방문했을 때 너무나 후줄근한 모습이 안쓰러워서 스테이크 고기를 샀었는데 이제는 그게 ID 그룹의 전통이 되었다.

다음 날.

부산 스케줄을 성공리에 찍은 유재원은 스케줄을 이어 갔다.

오늘의 일정은 세종시 방문이었다. 세종시에서의 메인 스케줄은 정 대통령 접견이었다. 인공지능과 로봇을 다룰 예정이다. 부담감은 0이었다. 정병우 대통령과 유재원의 공감대는 폭넓게 쌓인 상태였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유재원은 정 대통령 접견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시티OS 운영실 방문이었다.

부산발 KTX편으로 세종시에 도착한 유재원 일행은 시티OS의 운영실이 있는 세종시 시청을 제일 먼저 찾았다.

“유 회장님의 방문을 환영합니다!”

“환대 감사합니다.”

시청에 도착한 유재원을 이재관 시장이 격하게 반겼다. 그도 그럴 것이 이재관 세종시 시장과의 미팅은 유재원이 미국을 출발할 때만 해도 잡혀 있지 않았던 약속이었다. 엊그제 인천 국제공항에 도착해서 미세먼지 관련 보고를 받았을 때, 바로 약속을 잡은 일정이었다.

“시장실로 모시겠습니다. 차도 한잔하시면서 준비된 브리핑을…….”

덕분에 이재관 시장은 ID 그룹이 세종시에 뭔가 큰 투자를 할지도 모른다는 김칫국까지 시원하게 마신 상태였다.

“아, 죄송한데 제가 이곳을 찾은 이유는 시티OS에서 대기질 데이터 오류가 나온다는 보고 때문입니다. 오류 먼저 확인하고 브리핑은 나중에 하기로 하지요.”

유재원의 말에 이재관 시장의 표정이 확 달라졌다.

시티OS의 오류라니?

업무에 소홀히 임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렇지만 시티OS의 오류는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그때, 이재관 시장 뒤에 시립 중이던 공무원 중 하나가 어쩔 줄 모르고 있다가 뭔가 결심을 한 얼굴로 다가와 시장에게 귓속말을 전했다.

“뭐라고! 그걸 묶어 놓으면 어떻게 하나!”

이재관 시장의 반응을 보면 대기질 데이터 오류에 대해 알고 있는 실무진이었던 모양이다.

“그, 그럼 회장님이 원하시니 바로 가 보시죠.”

이후 이재관 시장은 유재원을 시티OS 운영실로 안내했다.

시장부터 유재원까지 난데없는 방문에 시티OS 운영실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곧이어 유재원이 말했던 대기질 데이터와 대기질 측정 센서에 대한 문제가 보고되었다. 마침 오늘은 시베리아에서 찬바람이 불어와 중국발 미세먼지가 점차 걷혀 가는 중이었기에, 오류로 보이는 패턴을 바로 찾을 수 있었다.

“오류가 나는 지점을 CCTV로 띄울 수 있죠?”

“네! 물론입니다!”

유재원의 요청에 시티OS 오퍼레이터는 몇 번의 클릭만으로 전면의 스크린에 동영상 화면을 띄웠다.

그러자 세종시의 중앙부를 가로지르는 커다란 8차선 도로가 나왔고, 수많은 자동차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스마트 시티를 표방한 세종시 답게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는 대부분 전기 자동차였다. 어떻게 전기 자동차라는 걸 한눈에 알 수 있냐 하면, 번호판이 달랐기 때문이다. 파란색 바탕에 홀로그램이 들어 있으니 딱 보면 바로 구별이 된다.

그런 전기 자동차 중에 라이트닝 볼트의 마크를 단 게 70%가 넘었고 나머지는 미래와 일성의 마크를 달고 있는 차들이었다. 그리고 소수의 가솔린이나 디젤을 쓰는 외제차들이 보였다.

그러다 유재원의 눈에 확 들어온 건 폭스바겐의 디젤 엔진 승용차였다.

디젤 엔진의 폭스바겐이 지나가고 난 다음에 가장 근접한 곳의 대기질 측정 센서를 보면…….

대기질 데이터에서 오염물질 수치가 슬금슬금 오르는 게 보였다.

빙고!

오차범위 내에서 움직이는 수치였지만, 중요한 건 한 방에 범인이 나왔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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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추천과 리플, 선작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원고료 쿠폰, 후원 쿠폰도 완전 감사합니다~!!

리플이 줄어든 건,,, 플래시 뷰어가 막히면서 리플을 작성하는 게 전보다 번거로워졌기 때문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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