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903화 (903/1,007)

879회

흥망성쇠(Rise and F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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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빠르게 흘러 2012년이 되었다.

예년 같았으면 종무식도 하고 보너스 잔치도 떠들썩하게 하다가, 일주일 정도 쉬고 나서 시무식을 유재원이 직접 진행했을 거다. 그러면서 2012년에 대한 정확한 비전도 제시하는 건 덤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그런 일은 모두 생략되었다.

종무식과 시무식은 레밍턴과 최강욱 부회장이 각각 진행했고, 유재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티파니의 둘째 임신 소식이 크게 화제가 되었다.

세계 최정상급 기업인 중에서 유재원과 티파니 부부처럼 사이가 좋은 경우는 별로 없었다. 게다가 겉으로는 잘 사는 것 같아도 뒤에서는 파탄 난 상태인 부부도 많았다. 그래서 유재원과 티파니 부부도 미심쩍은 눈으로 보는 사람들도 일부 있었다.

그런데 적당한 시점에 나온 둘째 임신 소식은 그런 루머를 불식시키기에 충분했다. 물론, 팩트보다 루머를 더 신봉하는 사람들에겐 의미 없는 소식이었을 뿐이다.

록펠러 사건 이후로 음모론 신봉자들이 대폭 늘었다는 것도 특이할 만한 일이었다.

유재원이 생각하기에는 록펠러가 숨겨 놓았던 진실이 완전히 해제되었으니 음모론이 좀 줄어들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지만, 오히려 음모론이 정답이었다는 확신을 준 모양이다.

완벽하게 적중하기는커녕 50% 정도라도 일치하는 것이 얼마 없는데, 자신들이 알고 있던 음모론이 사실이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FRB와 대형 은행, 존 F 케네디 암살 사건. 그리고 그림자 정부.

더구나 사건 내부를 들여다보지는 않고 제목만으로 뉴스를 소비하게 되면 음모론에 확증적 편향을 갖게 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렇게 2012년이 되었고, 몇 개월이 더 흘러 봄이 되었다.

유재원은 ID 일렉트로닉스 대전 공장에서 주 4일을 보내고 나머지는 서울에 올라와 가족과 보내는 삶을 반복했다.

실험실과 집.

매주 똑같은 패턴이 몇 번이고 반복되었다. 그래도 단 하루도 의미 없이 낭비되는 일은 없었다. 시간이 지날 때마다 실험실에서는 다이아몬드 반도체 제조를 위한 이론과 실증이 차곡차곡 완성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세상 사람들은 유재원이 뉴스 전면에서 실종되는 걸 거의 느끼진 못했다.

록펠러 특검 3개가 돌아가면서 특종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물론 특검 3개의 지분이 모두 공평한 건 아니었다. 뉴스가 제일 적은 건 클라크 록펠러의 수사였다.

인터폴에 수배령이 떨어졌고, 프랑스에 범죄인 인도 요청이 들어갔다. 그러면서 클라크 록펠러의 영장에 올라간 범죄 사실들이 뉴스로 보도되었다.

유재원에 대한 살인 교사, 각종 횡령과 배임, 그리고 여러 건의 살인 사건에 가담한 정황이 판사가 발부한 체포 영장에 담겨 있었다.

프랑스에서도 송환 절차를 진행 중에 있었다. 하지만 유럽 특유의 느릿한 행정 처리로 인해서 아주 느긋한 속도로 이뤄졌다. 심지어 구속도 되지 않은 상태였고, 클라크 록펠러는 단 한 번도 카메라 앞에 서지 않았다.

그저 변호사들이 분주히 법원에 다니면서 송환 일정을 최대한 연기하는 지연 작전을 펼치고 있었을 뿐이었다.

반면 은행 지분 조사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은행에 긴급 지원된 공적 자금의 사용처 조사 그리고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 암살 사건 조사는 빠르게 급물살을 탔다.

은행 지분 조사에서 의심스러운 페이퍼 컴퍼니가 여럿 등장했고, 페이퍼 컴퍼니는 또 여러 곳에 지분이 돌아가면서 서로 얽히고설킨 지배 구조를 이뤘다.

대다수의 수사는 여기에서 수사가 난항을 겪고, 페이퍼 컴퍼니가 만들어진 나라의 협조가 구해지지 않으면서 미적지근하게 끝나고 마는 게 대부분이다.

그렇지만 이번엔 달랐다.

절대 밝혀질 수 없는 페이퍼 컴퍼니에 대한 비밀 정보들이 모두 드러나 있었고,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쥐도 새도 모르게 흘렀을 자금의 흐름도 일목요연하게 정리가 되었다.

그 끝에는 자금이 모이는 거대한 계좌가 있었고, 은행을 살리기 위해 긴급 지원된 자금 중 상당 부분이 그곳으로 흘러갔다는 것도 완벽히 드러났다.

그러면 어떠한 힘이 공적 자금을 사적 소유로 바꿔 놓을 수 있을까.

은행 지분 전수 검사를 통해서 숨겨졌던 큰손도 모습을 드러냈다.

부자들의 프라이빗한 재산을 관리하는 트러스트와 자그마한 지역 은행들 그리고 사모펀드 등등 흩어져 있던 지분이 페이퍼 컴퍼니나 자그마한 기업들 혹은 하수인들에게 모였다. 그리고 이들 지분을 하나로 모으는 최종 단계의 페이퍼 컴퍼니가 있고, 여기의 지분을 JDR 파운데이션이라는 장학 재단이 소유하고 있는 것이다.

JDR 장학 재단은 록펠러 재단 산하의 하부 재단으로 뉴욕의 브롱스 지역의 중학교 고등학교 재학생 중 성적 우수자에게 장학금을 주는 재단이었다.

그러니까 JDR이 보유한 재산 목록 중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던 작은 위장 업체가 실은 미국 경제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금융자본의 지배 지분이었고, 이를 통해 클라크 록펠러가 다양한 방면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피라미드 최상층에 자리한 페이퍼 컴퍼니의 이름은 칼버트 가든 컴퍼니.

뉴욕 브롱스 지역에서 자그마한 영화관을 가지고 있었고, 브롱스 파크 근처에 몇 개의 상가를 소유하고 있었다. 이를 임대하면서 명맥을 이어가는 자그마한 회사였다. 연 매출액은 120만 달러 정도였고, 실체가 있으니 페이퍼 컴퍼니라는 말이 무색하다.

하지만 칼버트 가든 컴퍼니가 가지고 있는 은행권의 차명 지분을 다 합친다면 1천억 달러는 가뿐히 넘는다. 심지어 이 액수도 보유하고 있는 은행 주식들의 액면가였고, 현재의 시가로 환산한다면 8천억 달러였다.

더 무서운 사실은 이처럼 비슷한 방식으로 쌓아 올린 금융 피라미드가 4개는 더 있었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피라미드 중에 가장 규모가 작은 게 칼버트 가든 컴퍼니었다.

-벤저민 토들 특별검사 록펠러 가문, 금융권 독점적 지배 위치 확인.

-이를 증명할 다수의 증거 확보. 조만간 정식 기소할 것.

-록펠러 재단에 대한 셔먼 반독점법 가시화.

벤저민 토들 검사의 별명인 성난 황소답게, 오로지 앞만 보고 치고 달렸다.

유재원이 받은 정보팀의 보고로는 벤저민 특별검사의 스마트폰에 렉이 걸릴 만큼 전화와 메시지가 쏟아졌다고 한다.

당연하게도 압력과 회유의 전화였다.

로스쿨 동창부터 선배 검사들처럼 평소 어느 정도 친분이 있는 사람부터, 거물급 정치인들까지 벤저민 검사와 자그마한 인연이라도 있으면 이를 활용해 어떻게 해서든 선처나 회유의 말을 전하려는 시도였다.

벤저민 검사는 황소답게 이러한 압력은 모두 무시하고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렇지만 진짜 큰 사건은 JFK였다.

더구나 이해도의 차이에서는 3개의 특검 중에 제일 용이했다.

그도 그럴 것이 벤저민 특검이 맡은 은행권 수사의 디테일은 너무나 복잡했다.

인공지능 골드가 엑사플롭스 단위의 연산력을 투입해서야 얽히고설킨 지분의 관계망을 완성할 수 있었다. 게다가 이러한 독점적 금융자본으로 록펠러가 얼마나 불법적인 짓들을 저질렀는지 체감하기도 힘들었다.

그나마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북미의 중산층을 박살 내 버린 사태였기에, 모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사안이었다.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 암살 수사에서 스모킹 건 발견.

-마이크로카세트테이프에 담긴 30분 분량의 녹음 파일과 비밀 장부.

JFK 관련 속보가 뜰 때마다 북미는 물론이고 전 세계에 속보가 떴다.

-일명 ‘그림자 정부’ 클럽의 멤버 록펠러 주니어 2세 주도로 기획되고 실행 확인.

-그림자 정부 클럽 멤버에 셰브롱의 프레더릭 테일러 2세 참여, 암살 사건에 관여 정황 확인.

그리고 특검의 재조사에서 프레더릭 테일러 2세의 관여도 확인되었다.

증거를 특검에 넘기기 전, 유재원은 프레더릭이 관여한 부분은 얼마든지 빼고 전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림자 정부 클럽에 대해 정밀하게 수사를 하다 보면 결국 나오게 될 일이었다.

오히려 스모킹 건을 훼손한 것에 대해 시비가 붙을 수도 있고, 조작된 증거로 인해서 사건을 주도한 록펠러에 법의 심판이 내려지지 못할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증거를 넘기기 직전까지 많은 생각이 있었고, 티파니나 장모님과도 장시간 통화를 하면서 많은 이야기도 했다.

결국 지금 보는 것처럼 수집된 증거에 어떠한 인위적 조치 없이 그대로 포장되어 특검에게 전해졌다.

심지어 마이크로카세트테이프 가장 마지막 부분에 있었던 유재원에게 남기는 말도 자르지 않았다.

-셰브롱 리사 베리 CEO와 티파니 유 이사회의장 불미스러운 일에 전대 이사장 개입에 깊은 사과.

중간 수사 발표에 맞춰 티파니와 리사 베리 CEO의 사과도 있었다.

단순한 사과로만 끝이 아니라, 어떻게 해서 JFK 암살 사건의 스모킹 건이 이제야 세상에 나오게 되었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프레더릭의 임종 이후 각자에게 전해진 유언이 있었고, 거기에 담겨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최대한 빨리 공개하려고 했는데, 익명의 해커가 더 빨랐다는 이야기도 보탰다.

-셰브롱 대변인, 익명(Anonymous)의 해커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다.

이쯤 되면 유재원이 익명의 해커가 아니냐는 말은 공공연하게 돌 정도였다. 하지만 ID 그룹의 공식 답변은 늘 노코멘트였고, 유재원은 대전 실험실에 말뚝을 박고 있었기에 직접 물어볼 수도 없었다.

-영구히 소실될 뻔한 JFK 스모킹 건이 확보될 수 있었던 건 프레더릭 테일러 2세의 조치 덕.

-주범은 사망했지만, 공범들의 생존 확인. 직접 조사 후 법과 원칙에 따라 처분할 것.

더욱이 JFK 암살 사건의 스모킹 건은 프레더릭이 만든 것이라는 게 특검을 통해 밝혀지면서 포커스는 익명의 정체보다 프레더릭과 암살 사건 자체로 향했다.

그와 함께 미국 대통령의 경호를 담당하는 시크릿 서비스에 대한 성토와 정밀 검증이 시작되었다.

JFK 사건의 주범은 록펠러지만, 돈 몇 푼에 방아쇠를 당긴 건 시크릿 서비스의 대원이었으니 말이다.

더욱이 미국 역사에서 수차례 있었던 대통령 암살 사건은 시크릿 서비스의 경호가 완벽하지 못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심지어 최근 있었던 정밀 조사 중에 현직 시크릿 서비스 대원 중 의심스러운 돈거래가 있는 사례를 몇 건 발견하기도 했다.

존 매케인 대통령은 해당 대원들을 원대에 복귀시키고 경호 수준을 상향했다. 그러면서 JFK 사건이 마무리된 후의 시크릿 서비스에 대한 전반적인 혁신을 예고했다.

4월이 되었을 때는 구체적인 결과가 나왔다.

-JFK 수사, 데이비드 록펠러 외 13명 기소.

-록펠러 재단, 금융 독점적 지위 확인. 미 법무부, 셔면 반독점법으로 기소. 범죄 수익 환수법도 적용키로.

-프랑스, 클라크 록펠러, 미국으로 송환 절차 시작.

2011년의 겨울부터 2012년 초를 뜨겁게 달구며 북미 사람들은 물론 전 세계 사람들의 관심을 빨아들이던 특검 3개가 마무리 수순에 이르렀다.

JFK 암살 사건 재조사는 데이비드 록펠러를 비롯해 공범들을 1급 살인죄로 기소했다. 노환으로 인해 호흡기가 아니면 제대로 호흡이 불가능한 데이비드 록펠러였지만, 법적 처벌을 피할 수는 없었다.

미국 사람들 역시 과하다는 말은 전혀 하지 않았다.

언론에서조차 마찬가지다. 그도 그럴 것이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미국인이 존경하는 대통령 순위에서 늘 최상단에 위치해 있는 지도자였다. 그런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로 서거했을 때 미국 전체가 슬퍼했다.

그런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암살 전모가 드러나자 록펠러 가문은 악의 축이 되었다. 뉴욕의 록펠러 빌딩은 언제나 시위대로 가득했고, 경찰과 시위대 본부의 피나는 노력이 아니었으면 돌과 화염병이 10번은 날아들었을 것이다.

실제로 마초들이 많은 남부 지역의 록펠러 재단 사무실은 여러 번 털리고 불탔다. 그런 일은 이제 뉴스거리도 되지 않을 정도였다.

여기에 록펠러 재단을 향한 셔먼 반독점법이 발동되었다.

물론 법무부가 반독점법을 발동한다고 해도, 최종 결정은 법원에서 이뤄지는 것이었다. 록펠러 쪽에서도 항소를 했으니 최종심까지 올라가야 결판이 난다.

프랑스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던 클라르 록펠러도 미국으로 보내지기 시작했다.

미국 시민들의 들끓는 분노와 물 샐 틈 없이 수집된 완벽한 증거, 존 매케인 대통령은 물론이고 상하원까지도 끝장을 보겠다는 의지가 충만했다.

무엇보다 유재원은 실험실과 집을 오가면서도 미국의 일은 사소한 기사 하나 놓치지 않을 만큼 세밀히 모니터링 중이었다.

그야말로 록펠러 가문의 파멸이 이제 멀지 않았다.

“그 대신, 내 존재감이 많이 쪼그라들었어.”

유재원은 대중의 관심을 영리하게 이용할 줄 아는 사람이지, 대중의 관심에 취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작년 겨울부터 관심이 끊기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인터넷이나 매스컴의 지면에서 본인의 이름은 나오지도 않게 되자 조금 섭섭했다.

이런 게 SNS에 빠진 관심이 고픈 사람들의 마음이었나 보다.

그렇지만,

-다이아몬드를 이용한 차세대 반도체 제작 기술 연구와 실증.

작년 인천 국제공항에서 당당히 선언했던 다이아몬드 반도체 연구에 대한 첫 결실이 드디어 완성되었다.

물론 이제껏 유재원이 그랬던 것처럼, 다이아몬드 반도체의 가능성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실제 작동하는 실물도 완성한 상태다.

논문에는 유재원의 이름이 제일 먼저 나왔지만, 기술을 완성하는 데 곁에서 열심히 도와준 분들의 이름도 빼놓지 않고 모두 넣었다.

덕분에 10명이 넘는 사람들의 이름이 모두 실리게 되었고, 논문의 분량도 이제껏 유재원이 냈던 것들보다 제일 두꺼웠다.

-검토 결과, 그 어떤 오류도 감지되지 않았습니다.

곧이어 인공지능 골드의 인공적인 메시지가 컴퓨터에 떴다.

단순한 문법 검사는 물론이고, 논문에 쓰인 데이터까지도 통합적으로 검토하니, 에러가 없다는 보고였다.

유재원은 본인과 실험실 식구들의 실력을 믿었지만, 그래도 혹시 몰라서 꼼꼼히 검증을 했다.

“좋아.”

마지막 관문도 넘었으니 이제 거리낄 것도 없다.

유재원은 바로 논문을 학회지에 투고했다. 선택을 받은 곳은 미국과학진흥협회(AAS)에서 발간하는 종합과학저널 사이언스였다.

유재원이 이메일닷컴의 전송 버튼을 누르고서 만 하루가 지났을까.

사이언스의 검증위원들은 그들이 선보일 수 있는 가장 빠른 속도로 한국행 비행기 티켓을 끊었고, 짐을 싸서 태평양을 건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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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추천과 리플, 선작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원고료 쿠폰, 후원 쿠폰도 완전 감사합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다들 휴일 즐겁고 건강히 보내세요!

그럼, 다음주 월요일에 다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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