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902화 (902/1,007)

878회

흥망성쇠(Rise and F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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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자기도 아빠 다 됐구나?”

눈썰미 좋은 티파니도 한눈에 유재원이 자신의 변화를 눈치챘다는 걸 알았다.

“2개월이야?”

“아니, 3개월이야.”

티파니의 말에 유재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임신 3개월이라면 9월 말쯤이다. 둘째는 미국에서의 마지막 밤이었거나, 한국에서의 첫날 밤이었던 모양이다.

“딸이지?”

“후후, 비밀!”

티파니는 유재원의 애가 타는 모습을 보고 싶었던 모양인지 비밀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내부 고발자가 바로 옆에 있었다.

“공주님이야! 공주님!”

아빠가 왔다면서 집 안을 방방 뛰던 혜성이가 다시 유재원에게 달려오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우와!"

혜성이의 폭로에 유재원은 티파니를 안고 기쁨에 빙글빙글 돌았다. 다음은 혜성이 차례였다.

“혜성도 소원 성취했네?”

“응! 아빠 최고!”

“아까는 엄마가 최고라면서?”

“응! 엄마가 최고!”

내일이 본인 생일인 것보다 여동생이 생긴다는 사실에 혜성이는 잔뜩 신이 나 있었다.

“미국에서 그 사건 소식을 들었을 때, 얼마나 깜짝 놀랐는지 모른단다.”

“무사히 돌아왔으니 됐다.”

부모님도 유재원에게 한 마디씩 보탰다.

“대신 응징은 확실히 해라. 다시는 널 우습게 보지 못하게 말이다.”

특히 아버지는 유재원이 록펠러를 상대로 펼친 포위망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듯, 당부의 말씀도 하셨다.

“물론이죠.”

유재원도 끝장을 볼 생각이었다.

심지어 미국의 합법적인 단죄가 만족스럽지 않다면, 실행할 대안까지 생각해 놓은 상태였다. 그쪽 집안 대대로 총알 하나로 역사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본인들의 역사 역시 총알 하나로 바뀔 수 있다는 걸 보여줄 작정이다.

물론 유재원은 개인적인 대안을 실행하는 것보다는 미국의 합법적인 단죄가 떨어지는 걸 훨씬 선호했다.

유재원이 말하는 합법적 단죄라는 건 돈과 권력이 전부인 사람에게서 그걸 빼앗는 것이었다.

미국의 사법 시스템이 정상 가동된다는 가정하에 충분히 이를 수행할 수 있었다. 금융자본의 독점은 셔먼 반독점법으로 철퇴를 때리고, 그동안 얻은 수익이나 금융자본 매각으로 생기는 돈은 범죄 수익 회수법으로 죄다 환수하면 된다.

실현만 된다면 범죄 수익 환수법으로 거둬들인 금액 중 역대 최고의 신기록을 찍을 것이다. 여기에 FRB의 지분 30%는 덤이다.

범죄 수익 환수법이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건 살인자가 쓴 책의 인세 따위였다. 그러니 록펠러의 재산을 환수한다면 그야말로 세계 신기록을 쓸 것이다.

보수적인 존 매케인 대통령이 과연 이걸 승인하느냐는 문제지만, 유재원은 가능하다고 봤다. 내년 재선도 걸려 있고, 워낙 거금이었기에 미국의 역사를 새롭게 쓸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미국이란 나라가 지고 있는 빚의 크기는 22조 달러였다. 눈 딱 감고 록펠러 가문의 재산을 몰수하면 이 빚을 죄다 탕감해 버릴 수도 있다.

물론 100% 환수를 한다는 가정이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유재원의 히트작인 진짜 시리즈의 1편에서 확실한 실체로 밝혀낸 것만 해도 엄청난 분량이었으니 말이다.

그걸로도 모자란다면 환수 작업을 담당할 미국 국세청에 특별한 기술을 제공할 수도 있었다.

하여튼, 유재원의 선택지는 무척이나 많았고 무얼 선택하더라도 록펠러에게는 치명타라는 건 확실하다.

“배고프지? 밥 차려 놓았다.”

유재원은 오랜만에 온 가족과 함께 오붓한 식사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살아 있기에 누릴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다음 날에는 혜성이의 4번째 생일을 성대히 치르느라 하루를 다 썼고, 다다음 날인 23일이 되어서야 유재원은 원래의 스케줄을 진행할 수 있었다.

바로 대전행이었다.

정치권은 물론이고 온갖 미디어에서 제발 좀 만나자는 전화가 쏟아졌지만, 이미 작정을 한 유재원에게 다른 일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최 부회장과 함께 ID 일렉트로닉스 대전 공장에 내려온 유재원은 실험실을 점검했다.

“와우! 완벽한데요? 고생하셨겠어요.”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최 부회장이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는 듯 말했다. 하지만 유재원이 요구한 장비를 모두 빠짐없이 실험실 안으로 가져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것도 여유 시간은 딱 하루하고도 반나절뿐이었는데 말이다.

더욱이 ID 일렉트로닉스 대전 공장의 실험실은 말이 실험실이지 실제로는 어지간한 반도체 공장의 1개 생산 라인의 규모였다.

노광기 한 대 가격이 수천억 원이나 하니, 어지간한 업체는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다. 반면 자금력에 있어 절대 지지 않을 ID 그룹이었기에 생산 라인과 똑같은 스펙의 노광기를 실험실에다 가져다 놓을 수 있었다.

심지어 생산 공정에 투입되는 각종 화학 물질을 빠르게 교체하면서 시험할 수 있는 특수한 배관 작업도 이뤄져 있었다. 그렇기에 실험실 라인을 만드는 비용은 일반 생산 라인을 만드는 것보다 몇 배는 비쌌다.

그런 실험실을 유재원은 다이아몬드 반도체 생산을 위해 싹 갈아 엎어 버린 것이었다.

“게다가 업체에서도 적극적으로 도와주었습니다.”

“아, 그래요? 그러면 시간을 내서 사장님들에게 고맙다고 해야겠네요.”

여기에는 최 부회장의 노력도 있었지만, 협력 업체의 적극적인 도움도 있었다는 설명이다.

그도 그럴 것이 유재원이 만들 다이아몬드 반도체는 그야말로 궁극의 반도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1나노미터 이하 0.x 단위의 미세공정도 가능하게 하는 차세대 공정이었고, 이론적으로는 초전도 반도체도 가능하다. 다이아몬드 자체는 부도체였고 첨가되는 +a에서 따라 반도체도 되고, 심지어는 초전도체도 된다.

그렇기에 배선망은 초전도체로 도핑된 다이아몬드를 쓰고, 트렌지스터를 구성할 반도체는 붕소 도핑된 다이아몬드를 쓰면 최고의 반도체가 만들어진다.

물론 초전도 반도체는 유재원에게도 먼 이야기지만, 그래도 2017년 전에는 완성할 계획이다. 야심 차게 시작한 양자 슈퍼컴퓨터 개발 사업인 퀀텀 프로젝트의 하드웨어 요건이 바로 초전도체였기 때문이다.

퀀텀 프로젝트는 여기에 추가로 0.1나노미터 이하의 미세공정이 있다. 양자 역학의 법칙이 일어나는 특이점이 바로 0.1나노미터 이하였기 때문이다.

다이아몬드 반도체는 두 가지 요구 조건을 모두 달성할 수 있는 기술이다. 물론 하드웨어가 완성되었다고 해도, 여기서 구동될 강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건 또 별개의 문제였다. 하지만 유재원에게는 이미 한 번 다녀간 길이었다.

심지어 인공지능 골드를 통해 강인공지능으로의 진화를 준비 중이었다.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기술적 특이점을 넘어선 시대에 돌입할 수 있는 것이다.

협력 업체들은 이러한 속사정을 모르겠지만, 적어도 다이아몬드 반도체에 담긴 잠재력은 충분히 짐작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다이아몬드 반도체 양산의 표준 장비에 들기 위해서 열성으로 협력한 거 아니겠는가.

덕분에 장비는 세팅이 끝났는데, 아직 인력이 모두 도착하지 못하는 사태가 일어났다.

유재원의 스카우트 제안을 거절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신변을 정리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던 탓이었다.

당분간은 인력이 모자란 상태에서 작업을 해야 할 것 같다.

마음 같아선 지금 당장 시작해 보고 싶었지만, 장비가 제 성능을 확실히 발휘하는지부터 검증을 해야 한다.

그렇기에 유재원이라도 기기의 시험 가동과 검증 확인이 끝나기 전까지는 실험실 장비를 작동시킬 수 없었다.

유재원은 눈요기만 실컷 하고는 실험실 한편에 마련된 사무실로 자리를 옮겨 최 부회장으로부터 업무 보고를 이어서 받았다.

“개성 공단 스마트 병원의 개원도 순조롭습니다. 내년 1월부터는 진료를 볼 수 있을 겁니다.”

최 부회장이 맡고 있는 최대의 현안은 개성 공단과 개성시에 만들어지는 스마트 병원이었다. 이는 단순한 복지 사업이 아니라, ID 그룹의 새로운 먹거리인 스마트 의료 분야 진출의 초석이었다.

최 부회장도 이를 잘 알고 있기에 수많은 업무를 보면서도 최우선적으로 챙기는 사안이었다.

“그건 가설 건물로 지으니 속도가 빠른 모양이군요. 개성의 스마트 종합병원은요?”

개성 공단 병원은 개성 공단 입주 기업과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병원이고, 진짜 완벽한 스마트 병원은 개성시에 지어지는 스마트 종합병원이다.

“네, 개성시의 스마트 종합병원도 빠릅니다. 북한 당국의 적극적인 지원도 있고, 북한의 의료진도 매우 의욕적이라서 빠르게 준비 중입니다.”

“북한 사람들은 인공지능과 로봇에 대한 거부감은 없나요?”

“물론입니다. 처음엔 미심쩍게 보기도 했지만, 실력을 보면 인정할 수밖에요.”

인공지능이 진단하고 이족 보행 로봇이 환자 돌봄부터 단순 의료 행위까지도 수행하는 스마트 병원이었다.

‘지금 이게 가능해?’ 하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로봇의 움직임은 자연스러웠다. 게다가 북한의 의료 기술은 아직도 한국의 90년대 초의 낙후된 수준이었다.

이것도 유전 대박이 터지고 나서 의약품과 의료기기의 보급이 시작된 덕에 올라온 수준이었고, 전에는 훨씬 더 심각한 수준이었다.

그래서일까?

어떻게 보면 무근본이라서 스마트 의료 시스템의 보급이 원활한 것인지도 모른다. 구식 의료 시스템조차 없기에 스마트 의료 시스템을 바로 도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마치 아프리카에서 광케이블이 깔리는 건 건너뛰고 무선 인터넷이 빠르게 보급되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한국은요?”

“음, 조만간 공청회가 열릴 예정입니다.”

“인공지능 진단을 시작한 게 몇 년 전이지 않나요? 성과도 작년에 충분히 증명했고요.”

“의료인들의 집단 반발이 상당합니다. 지금 여론도를 보면 공청회의 파행을 우려할 정도로 말입니다.”

반면 한국은 기존의 의료 시스템이 워낙 탄탄하고, 의료인들이 강력한 힘을 갖추고 있어서 도입 속도가 느리다.

유재원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다. 쉬는 날 없이 일하는 의사와 간호사들, 간병인들이 참 많은데도 인공지능과 로봇의 도입을 결사반대하고 있으니 말이다.

반면 사법부에서는 의외로 인공지능 어시스트 기능을 잘 써먹고 있었다. 특히 일선 검사들의 과로를 줄이는 데 탁월한 효과를 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일선 검사들에게 하루에 배당되는 사건의 양은 수레로 2, 3개 분량인데, 인공지능 어시스트를 받으면 빠르게 검토할 수 있었다.

처음엔 못 미더워 했던 검사나 수사관들도 인공지능 어시스트의 문서 요약 능력과 분석 능력에는 더는 딴지를 걸지 못할 정도였다. 사건을 신고한 원고 측에서도 반응이 좋았다. 일단 사건 접수를 하면 몇 달은 기다려야 했는데, 지금은 늦어도 일주일이면 처리가 되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아직까지 인공지능 어시스트가 문서를 오독해서 엉뚱한 수사를 하거나, 판결의 방향이 바뀌는 일도 없었다.

“뭐, 싫다는데 억지로 밀어붙일 필요가 있나요. 일단 개성 스마트 병원이 운영되고, 미국에서도 대규모로 인공지능 진단이 시작되면 바뀔 수밖에 없을 거예요.”

“저도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유재원의 말에 최 부회장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이미 변화는 시작되었다. 게다가 기존 의료 시스템이 있으면서도 신기술 도입에 적극적인 나라가 있으니 미국이었다.

인공지능 진단의 허가는 이제 입법 절차만 남겨 놓았다. 지금은 록펠러 사건 때문에 미국 의회가 난리통이지만, 그 난리통 속에서도 인공지능 관련한 입법 과제들은 차근차근 수행되고 있었다.

입법 과정이 끝나면 많은 수의 병원이 인공지능 진단을 도입을 할 예정이었다.

정확성도 정확성인데 속도도 빨랐다. 덕분에 예산과 인력이 항상 부족한 병원에 큰 보탬이 될 거라고 보았다.

로봇의 도입도 마찬가지였다.

비록 북한에 밀리긴 했지만,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로봇들이 환자들의 간병을 돕는 건 조만간 시행될 예정이었다. 실제로 올해 블랙프라이데이 세일의 메인 아이템으로 나온 아틀라스 로봇의 상위 매수자들을 보면 병원과 요양원이 상위권에 있었다.

인건비가 비싼 미국은 간병 비용도 상상을 초월했다. 로봇으로 저렴하게 서비스를 해 줄 수 있다면 환자에게도 좋고, 병원이나 요양원에서도 좋은 일이었다.

“다음은 백호펀드 관련 사안들입니다. 북한이 발주한 차세대 고속 철도 사업에서 함흥에서 길주까지의 188km 구간을 대호건설에서 수주했습니다.”

“잘 됐군요.”

대호라는 아련한 이름이 오랜만에 등장했다.

백호펀드로 묶인 회사에는 과거의 익숙한 이름들이 많았다. 회생 절차를 거쳐서 백호펀드를 졸업한 업체도 있는 반면, 대호건설처럼 백호펀드에 아직도 남아 있는 회사들도 있었다. 오죽하면 대호건설 사람들은 본인들을 ID 그룹의 자회사라고 여기고 있을 정도였다.

언젠간 제대로 정리를 해야 할 사안이었다.

참고로 북한의 고속 철도 사업은 남북 철도 연결 사업의 연장이었다. 동해선과 서해선을 타고 올라가서 동해선은 시베리아 고속 철도와 연결되고, 서해선은 중국의 고속 철도망과 연결될 예정이었다.

비행기보단 느리지만, 배보다는 빠르다. 게다가 화물 열차의 물동량은 현대에도 준수한 수준이었으니, 대한민국에는 경제적 이점이 매우 큰 사업이었다.

이후 유재원은 최 부회장과 저녁까지 함께 먹은 다음, 실험실로 복귀했다.

며칠 후.

ID 일렉트로닉스 반도체 사업부의 실험실이 유재원의 리드로 본격 가동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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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추천과 리플, 선작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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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력을 봤는데, 오늘이 24일 크리스마스 이브네요!

저는 이번에도 예전과 같이 솔로 신세지만,, 이번 만큼은 괜찮습니다!

올해 크리스마스는 집에서 가족과 함께 집에 있는 게 정답이기 때문이죠.

저도 크리스마스는 가족과 함께 보낼 계획입니다.

즉, 이번주 연재는 목요일까지라고 공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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