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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시각.
“1조 2천억 달러?”
스터디 그룹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스마트폰에 알람으로 뜬 기사를 보며 살짝 놀라는 이는 전도훈이었다.
두 달 전만 해도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아르바이트에 늘 피곤에 절어 있던 전도훈은 단 두 달 만에 완벽히 달라졌다.
라이프 리워드 덕분이었다.
매달 꾸준히 Z코인이 입금된다는 건 너무나도 든든한 일이었다. 게다가 첫 달 입금된 Z코인은 62개였는데, 이번에 입금된 건 69개였다.
첫 달 대비해서 Z코인이 7개나 더 들어왔다. 게다가 Z코인의 시세도 올랐다. 1 Z코인에 2만9천 원의 시세를 형성하고 있기에, 전도훈은 Z코인을 다 팔아 200만1천 원을 얻었다.
저번 달에는 161만 원이었으니, 리워드의 액수가 39만 원이나 올랐다.
아르바이트로 월수입을 올리는 건 그저 몸이 축나도록 일을 많이 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연말에 있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최저임금을 올리면 수익이 올라간다. 하지만 그 액수는 시간당 300원 정도 인상되는 수준에 불과했다.
라이프 리워드는 차원이 달랐다.
수혜자만 접속할 수 있는 라이프리워드닷컴에 접속해 익명 처리된 게시판을 보니 본인처럼 리워드 크기가 증가한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더욱이 Z코인의 시세도 오르고 있었다.
한 달 만에 500만 원에서 1천만 원을 찍었던 전설의 암호화폐 비트코인만큼은 아니었지만, Z코인을 매수하는 이들도 꾸준히 늘어났다.
덕분에 시세가 3천 원이나 더 올랐다. 전도훈이 팔았을 때는 2만9천원이었고, 지금은 3만원 벽을 넘느냐 마느냐를 두고 1원 단위의 치열한 싸움이 펼쳐지는 중이다.
전설을 써 내려갔던 비트코인과 비교하면 겨우 3천 원? 소리가 절로 나온다. 하지만 3천 원이라고 무시할 수 없었다.
시중에 풀린 Z코인은 대략 10억 단위를 넘었고, 얌전히 누군가의 지갑에 저장되어 있는 것들까지 다 합친 발행량은 22억 개에 근접했다. 비트코인이 2천만 개쯤 되었으니 100배다.
그러니 3천 원은 비트코인으로 치면 30만 원 상승에 비견될 수 있다.
“아, 그렇게 계산해도 비트코인 시세 폭발에는 모자는구나. 진짜 비트코인은 세상이 미쳐돌아갔던 판이네.”
비트코인이 1천만 원일 때를 가늠해 보던 전도훈이 현재 비트코인 시세를 확인하고는 웃었다.
1BT/22,390KW.
그러니까 1비트코인에 한국 돈 22,390원. Z코인보다 저렴한 가격이었다. 게다가 거래량을 따지면 죽은 거나 다름이 없었다.
하여튼, 라이프 리워드 덕에 전도훈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더구나 리워드로 나온 Z코인을 허겁지겁 생활비로 쓰기에만 바빴는데, 인센티브가 더 붙었다는 건,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7 Z코인의 현재 시세인 19만6천 원은 편의점에서 4일은 더 일해야 받을 수 있는 돈이었으니 말이다.
이러한 라이프 리워드 덕에 전도훈의 일상도 완전히 달라졌다.
그중에서도 편의점 아르바이트 대신 스터디 그룹에 다니게 된 것이 가장 큰 변화다. 고시원에서도 이사를 했다.
라이프 리워드에 문의를 해 보니 앞으로 몇 년간은 계속 주어질 것이라는 답변에 과감히 사는 곳을 고시원에서 학교 근처의 원룸으로 바꾸었다.
당연하게도 인생에 반전의 포인트를 만들어 준 유재원에 대한 지지는 하늘을 뚫을 듯 높았다. 지금 보는 기사에서는 개인 혼자서 어마어마한 재산을 쌓아서 문제가 되었다는 식의 보도가 쏟아졌지만, 하나도 공감되지 않았다.
전도훈에겐 기사 말미에 적힌 한 사람에게 이만한 부가 집중될 때 발생할 부작용들의 리스트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개인 혼자서라니. 본인 능력이지. 하여간 인터넷 기자들이란.”
혀를 차는 전도훈은 기사의 상단에 있는 비추 버튼을 탭했다.
“그냥 유 회장 재산이 10배쯤 늘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라이프 리워드도 10배는 늘 텐데. 아, 10배가 아니라 2, 3배만 되었으면 좋겠다.”
10배쯤 많아져서 본인에게 주어지는 라이프 리워드도 늘어나면 좋겠다는 게 솔직한 속마음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서 있으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어지는 게 사람이다.
전도훈도 마찬가지였다. Z코인 덕에 고시원비 걱정도 사라졌고, 덤으로 풍족한 대학 생활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욕심이라는 건 알지만 상상은 자유 아니겠는가.
“하?”
-[유머] 유재원의 진정한 정체 대공개!
이번에는 평소 즐겨 가던 유머대학원이란 사이트의 최상단에 걸린 게시물이 눈에 들어왔다. 정체 공개라니.
손이 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헛, 참.”
게시물을 확인하자 실소가 터져 나온 전도훈이었다.
여러 개의 움직이는 짤방으로 구성된 게시물이었다. 유재원의 이제까지의 일대기 중 중요한 장면을 담은 움짤들에 간단한 코멘트가 담겨 있었다. MS와의 재판에서 최종 판결로 승소를 했을 때부터, 인공지능 골드를 발표하는 장면이나 아틀라스 로봇이 후쿠시마에서 활약을 하는 장면도 담겨 있었다.
그런데 짤방 하나하나 붙어 있는 설명만 봐도 유머 그 자체였다.
MS와의 승소 장면에 달린 설명은 ‘위원회의 힘으로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예측했던 MS와의 소송에서 승리’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게시물에서 주장하는 유재원의 정체는 ‘그림자 정부가 유전자 조작으로 만든 아바타’였기 때문이다.
그림자 정부는 아주 오래전부터 미국서 유행 중인 음모론 중 하나였다. 대통령이나 행정부와는 별개로 대중에겐 베일에 가려진 소수의 사람이 위원회라는 걸 만들어서 그림자처럼 온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이 본격적으로 전면에 나서기 위해서 유전자 조작을 통해 만든 아바타가 유재원이라는 것이었다.
“유전자 조작이랑 아바타랑 대체 무슨 상관이야?”
상식적인 전도훈에게 비상식적인 음모론은 솔깃하긴커녕 화만 돋구었다.
그렇지만 유머사이트 웃긴대학원에 뜬금없이 이런 식의 게시물이 올라온 건 아니었다. 게시물의 출처는 북미 최대의 커뮤니티 사이트인 2CH.com이었고, 한창 뜨거운 인기를 자랑하고 잇었기 때문이다.
현재 2CH.com에서는 유재원의 청문회 출석을 두고 온갖 말들이 나오고 있었고,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졌다. 의회에 대한 비판도 있었고, 동의도 있었다. 그렇지만 가장 많은 클릭수를 자랑하는 건 음모론이었다.
음모론에는 다양한 카테고리가 있었는데, 엊그제 나온 ‘유재원 재산 1조2천억 달러’라는 뉴스를 자양분 삼아서 미친 듯 성장했다. 이러한 음모론들 중에 그림자 정부의 아바타라는 식의 음모론이 가장 큰 추천을 받았다.
이렇게 음모론의 주인공으로 놓지 않으면 이해가 되지 않을 만큼 유재원의 성장은 비정상적이었다는 뜻이기도 했다.
“에휴, 자기 머리로 이해가 되지 않으면 다 음모론이구만.”
사실 전도훈도 공부를 할 때면 유재원이 사람이 아닐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전도훈의 전공은 인공지능 학과였고, 수업에서 주로 다루는 건 유재원의 논문 그리고 그로부터 파생된 각종 기계학습 알고리즘과 응용이었다.
쏟아져 나오는 파생 알고리즘을 보고 있지만, 가장 이해하기 쉽고 성능이 확실한 건 한참 전에 발표된 인공지능 골드의 알고리즘이었다.
“쩝.”
아직 공부가 부족해서 이렇게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지만, 음모론은 그냥 웃기는 일이었다.
다음 날, 아침.
아직 워싱턴 DC의 임시 아지트에 남아 있는 유재원은 아침 9시에 임원 회의를 소집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침부터 시작한 청문회는 밤늦게까지 이뤄졌다. 법적으로 최대한 잡아 둘 수 있는 한도까지 억지로 청문회를 이끌고 간 것이다.
지치고 지치게 만들면 멘탈이 깨져서 막말이라도 나올 줄 알았나 보다. 하지만 유재원보다 먼저 떨어져 나간 쪽은 상원의원들이었다.
정치 경력이 길고, 각종 청문회를 많이 이끌어 보았다고 해도, 젊은 유재원을 상대하는 데엔 아무런 플러스 요소도 되지 못했다.
멘탈만 해도 유재원은 산전수전 다 겪은 탓에, 의원들의 매서운 공격에도 상처를 받는 일은 없었다.
의외인 것은 유재원을 향한 공격의 강도는 공화당보다는 민주당에서 훨씬 강력했다는 점이었다.
유재원과 미국 민주당의 밀월 관계는 16년이었다.
무척이나 긴밀한 사이였다고 생각했는데, 혼자만의 착각이었을까?
확인해 본 바로는 아직 파국은 아니었다. 미국은 명확한 당론이 없는 한은 의원들의 개별 플레이 성향이 강했다. 일부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 의원들 몇몇은 독자적인 행동을 벌일 이유가 충분했다.
실리콘 밸리는 민주당의 텃밭이었고, 머릿수로만 따지면 반ID 그룹 세력의 숫자가 월등했으니, 이들의 표를 의식해서 강하게 나올 여지는 충분하다.
더구나 민주당 의원의 위기감은 장난이 아니었다. 내년에 대선이 있는데, 후보 경선을 열심히 해도 불이 붙지 않았다. 힐러리로는 안 된다는 걸 확인했기에 버락 오바마라는 새 얼굴을 띄우고 있었지만, 존 매케인의 재선은 거의 확실시 되고 있었다.
여기에 베일에 가려져 있던 큰손인 엑손모빌의 우즈 회장도 움직였다. 그리고 우즈 회장의 뒤에는 록펠러 집안이 있다.
“청문회에서 보아하니, 셔먼 액트 발동까지도 사실로 전제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애초부터 결론이 나 있던 청문회였어요.”
-한판 거하게 해 보자는 거군요.
-이미 대비는 했지만, 직접 들으니 기분은 좋지 않습니다.
레밍턴과 최강욱이 유재원의 말에 분개했다.
청문회 출석 통보를 받았을 때부터 짐작은 했지만, 유재원이 쐐기를 박자 임원 회의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양산 계획을 좀 수정할까요?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마크 사장의 목소리에는 미안함이 깔려 있었다. 이번 일이 다 본인 잘못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아뇨. 최선의 공격이 수비라는 말은 이제 너무나 많이 쓰여서 구태스럽지만, 그래도 지금 우리에게 가장 확실한 대응책이죠.”
셔먼 액트가 발동되는 건 법원에 의해서다.
페르난도 의장의 의결이나, 국회에서의 결정이 아니라 연방대법원에서 판결이 나와야 북미 전역에서 효력이 생긴다.
위원회의 돌아가는 분위기를 보니 보나마나 법원까지 올라갈 것 같긴 한데, 연방대법원에서 셔먼 액트 발동에 대한 재판이 있기까지는 시간적인 여유가 충분했다.
“우리가 진짜 마음먹고 달리면 어떤 제품들을 쏟아낼 수 있는지 확실히 보여줍시다.”
-예, 회장님!
유재원의 말에 임원들이 한목소리로 답했다.
회의에서 어떠한 결정에 대해 반론이 없다는 건, 다른 의미로 위험한 징조였다. 누군가의 의견으로만 의사 결정이 이뤄진다면, 모두의 의견을 청취한다는 회의 자체의 의미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번만큼은 다르다.
레밍턴부터 마크 사장까지. 유재원이 청문회에 불려 나갔다는 사실에 모두가 불쾌해했다. 게다가 애초부터 결론이 나 있었다는 점에 대해서도 분노했다.
“일단 블랙 프라이데이부터 시작합니다.”
블랙 프라이데이가 나오자 P마켓의 오디다이어 사장이 움찔했다.
미국서 시작했지만 이제는 전 세계적인 쇼핑 행사가 된 블랙 프라이데이였다. 그만큼 참여하는 기업들도 많아서 인터넷 쇼핑몰은 물론 시골의 조그마한 마트에서도 블랙 프라이데이 행사를 할 정도였다.
그렇지만 원조인 P마켓은 여전히 압도적인 차이를 보여주었다. 그만큼 P마켓 입장에서는 한참 전부터 블랙 프라이데이 행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P마켓 오디다이어 사장은 유재원의 질문이 본인에게 떨어질 줄 알고 긴장했지만, 정작 유재원의 입에서 호출된 건 다른 사람이었다.
“음, 마크 사장님!”
-예, 회장님!
“로봇들이 내년부터 양산되는 거 확실하죠?”
-물론입니다!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첫 번째 대량 생산 공장은 매우 빠른 속도로 완공 중이었다. 단층짜리 건물이었고, 생산 라인에 들일 자동화 로봇도 이미 대부분 설치되었다. 관건은 주요 부품의 공급이었다. 특수 알루미늄 합금과 고성능 모터, 센서 등등은 외부의 협력 업체로부터 공급을 받는다.
현재 보스터 다이나믹스는 최적의 부품 공급망을 만드는 데 심혈을 기울이는 단계였다. 그렇다고 해서 생산 스케줄에 차질이 있는 건 아니었다.
유재원의 물음에 물론이라고 답할 수 있을 만큼, 매우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그러면 이번 블랙 프라이데이의 주인공으로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로봇을 세웁시다. 블랙 프라이데이의 명성에 맞게 파격적인 혜택을 덤으로 주면서요. 다만 배송은 내년부터 시작된다고 하고요.”
-문제없습니다!
겨우 2주의 시간만 남았지만, P마켓 오디다이어 사장은 갑작스러운 제안에도 자신감 넘치게 말했다. P마켓의 입장에서는 이벤트 페이지 하나 더 만드는 건 일도 아니었다. 배송과 A/S도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몫이니 어려울 것 하나 없다.
이어서 유재원은 다양한 신제품 발표 일정을 점검했다. 기술의 폭주가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줄 작정이었다.
AMD의 신형 CPU와 DDR4 메모리, 대용량 SSD 등등. 컴퓨터의 중요한 부품들이 다루어졌다. 덤으로 자체적인 그래픽 카드 코어가 필요하다는 제안에 최근 급속도로 시장 점유율을 빼앗기고 있는 ATI의 인수도 도마에 올랐다.
이뿐만이 아니라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할 차세대 가전제품 설계도 이야기되었다.
그렇게 긴급 임원 회의를 마친 유재원은 본인의 방으로 올라가 혼자가 되었다. 하지만 유재원의 작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엊그제 나왔던 유재원의 개인 재산이 1조 2천억 달러를 넘었다는 포브스의 기사는 청문회 자체에도 좋지 않은 영향력을 주었다.
그걸 유재원은 잊지 않고 있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그런 식으로 루머를 퍼트린다면, 유재원이라고 막나가지 못할 이유가 없다.
생각을 정리한 유재원은 아주 빠른 속도로 문서를 작성해 나갔다. 중이었다.
문서의 제목은 ‘진짜 그림자 정부를 알려주마! 제1편-록펠러’였다.
유재원의 차원이 다른 문서 작성 능력에 ID 클라우드 시스템 깊숙한 곳에 자리한 고급 정보들, 그리고 먼 미래에 밝혀졌던 비밀 문서들의 내용이 더해지자, 음모론의 단골이면서도 철두철미하게 숨겨지고 있던 록펠러 집안의 내력이 모두 담겼다.
특히 반독점법이후 머리카락 하나 보이지 않게 철저히 숨겨진 록펠러 가문의 주요 재산들이 기재되었다. 리스트만 있다면 음모론으로 치부할 것이기에, 이를 증명할 증거들도 남았다.
물론 모든 리스트에 증거를 담을 수는 없었고, 주요 재산 목록에만 했다. 엑손모빌도 증거가 첨부된 재산 리스트에 당당히 존재했다. 그렇지만 순위는 10개 중 6위에 불과했다.
한 시간 정도의 귀한 시간을 들여 문서 작성을 마친 유재원은 다시 한번 처음부터 읽어 보면서, 기억의 저장소에 담긴 팩트들과 체크했다.
완벽하다는 걸 확인한 유재원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업로드 버튼을 꾹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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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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