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890화 (890/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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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북미에서는 자율주행 차량 1천 대가 번잡한 도심부터 광활한 사막까지 누비고 있습니다.”

라이트닝 볼트의 완전 자율주행 연구 차량을 말하는 것이었다.

엄청난 경력의 드라이버가 차량에 탑승한 상태지만, 어지간한 문제가 생기지 않는 한은 자율주행 인공지능이 주행 시작부터 주차까지 다 하고 있다.

매일 300km 이상을 주행했고, 그 기간은 벌써 2년이나 되었으니 누적 주행 거리만 해도 2억1천만km에 이른다.

이 엄청난 거리를 달리는 동안 라이트닝 볼트의 자동주행 인공지능이 일으킨 사고는 경이적이게도 0건이었다.

그러면 완전 무사고냐? 그런 건 아니다.

온갖 변수가 쏟아지는 도로에서 아무리 방어 운전을 잘해도, 남들이 일으킨 사고에 휘말릴 수 있다. 라이트닝 볼트의 완전 자율주행 차량이 연루된 가장 유명한 사고는 렉서스 급발진 사고였다.

사고도 사고였지만, 사고 이후의 수습이 더 문제였던 사건이었다.

도요타에서는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대응을 했고, 유재원이 급발진의 원인을 규명하면서 도요타 리콜 스캔들로 비화되었다.

그 사건으로 인해 도요타는 세계 최고의 자동차 회사에서 2류 자동차 회사로 강등될 만큼 엄청난 후폭풍이 일어났다.

그런 엄청난 사건 말고도, 다양한 사고에 휘말린 케이스가 100건이 넘는다. 운전 매너가 비교적 좋은 북미였지만, 불가피하게 휘말리는 경우가 많았다.

“라이트닝 볼트의 완전 자율주행 자동차가 사고에 연루될 경우 두 가지 대응책이 실행됩니다.”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 선탑한 드라이버가 책임을 진다. 물적인 피해는 보험으로 처리하는 것이었다.

유재원의 말에 소위원회실에 자리한 10명의 의원들 중 상당수에게 물음표가 떴다.

최첨단을 선도하는 ID 그룹의 수장의 입에서 나온 말치고는 너무나 평탄했던 대응책이었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이 이뤄져도 전 세계의 제도와 법률은 과거의 것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 게 보통일 겁니다. 일부 조항들은 기술의 발달에 따라 개정이 이뤄진다고 해도, 그 모든 게 한꺼번에 바뀌진 않죠. 그러면 해결책은 기술이 현재 상황에 맞게 적응을 하는 겁니다. 그것이 법적 책임자와 보험이죠.”

로봇의 행위에 책임을 질 책임자를 두는 것.

그것이 유재원의 대응책이었다. 그렇다고 자율주행 기능을 쓰는 모든 운전자에게 책임을 전가한다면 자율주행이라는 기능이 무색해진다.

자기가 일으키지도 않은 사고를 책임지는 게 겁나서 쓰겠냐는 것이다. 그러니 인명 사고에 책임을 지는 건 지역별로 자율주행 인공지능 관제실을 두고, 거기의 책임자가 법적 책임을 지는 것이었다.

언뜻 들으면 무척이나 위험할 자리 같지만, 현재 테스트 중인 완전 자율주행 인공지능이 일으킨 인명 사고는 0건이다. 법적 책임을 지더라도 그 정도는 경미할 거라는 게 유재원의 계산이었다.

그러면 이 일을 할 사람은 많을까?

당연히 지원자는 엄청나게 많다. 단적으로 이보다 훨씬 위험한 성매매까지도 하는 룸살롱의 바지사장도 시켜 주면 하겠다는 사람이 많았다.

“같은 원리로 로봇 파견 서비스를 이용하는 업체의 책임자가 로봇의 법적 책임자가 된다면, 현행법으로도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습니다.”

물론 가장 좋은 건 미국이든 한국이든 국회에서 좋은 법률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렇지만 입법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이해 충돌이 나타날 확률이 100%다. 이해 충돌이 격하게 이뤄지면 아예 입법이 되지 않을 수도 있고, 애써 만들어진 법률은 엉터리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반면 유재원의 방식은 한국이나 미국에서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또한, 책임자를 둠으로써 일자리 창출도 된다.

그렇다고 아무나 인공지능이나 로봇의 법률 책임자가 될 수는 없고, 해당 분야의 전문 지식이 필요하다는 조건을 걸 생각이다.

자율주행 자동차의 책임자라면 교통 관제에 대한 전문 지식을 요구할 것이고, 의료 서비스에 투입되는 로봇의 책임자라면 의사 면허가 필수다. 사법부라면, 판사부터 변호사까지 다양한 자격증이 필수다.

반면 재산상 피해는 보험으로 해결할 수 있다.

지금의 보험사들이 인공지능이나 로봇 보험을 내지 않겠다고 한다면, 아예 유재원이 직접 보험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북미의 주택 시장을 떠받치고 있는 금융기업이 ID TSL인데, 모기지 상품뿐만이 아니라 보험 상품을 만들어도 문제는 없다.

“음. 답변 잘 들었습니다.”

유재원의 답변에 리처드 모즈 의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완전 만족한 표정은 아니었다. 그가 유재원에게 듣고 싶었던 대답은 ‘완벽하다’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자격을 갖춘 사람을 인공지능과 로봇의 법률 대리인으로 쓴다는 대답은 그가 기대했던 답과는 핀트가 맞지 않았다. 그렇다고 유재원이 제시한 방법이 엉터리도 아니었다. 심지어 어지간한 사람들은 다들 납득할 만한 조치였다.

유재원의 방안이 실제로 이뤄진다면, 4차 산업혁명이 완성된 후에도 어느 정도의 일자리는 유지될 것처럼 보였으니 말이다.

당연하지만 유재원도 ‘완벽하다’고 말하고 싶었다.

문제는 여기 의원들이나 실리콘 밸리의 경쟁사들이 경이롭다고 하는 인공지능 골드의 지금 지능 수준도 유재원에겐 아직 모자라 보였다는 것이었다.

유재원이 바라는 완벽이란 기술적 특이점을 넘어선 강 인공지능이었다.

강 인공지능이 만들어내는 기술은 너무도 뛰어나서 사람이 이해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인공지능과 사람 사이의 소통을 위해 기계 심리 모듈까지 갖춘 인공지능 정도가 되어야 ‘완벽’이라는 단어가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유재원이었다.

“유 회장의 말씀은 잘 들었고, 내용도 좋습니다. 그래서 더 우려가 됩니다. 현재 유재원 회장의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업체가 얼마나 됩니까? 지금도 허덕이고 있는데, 앞으로는 그 격차가 더 벌어질 겁니다. 우리는 경쟁이 사라진 후에 어떻게 되는지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습니다. 독점을 이뤄내면 하나같이 가격을 인상시켰지요. 알코아, 스탠더드오일, AT&T의 사례에서 단 하나의 예외도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유재원은 다음 질의권을 얻어 발언을 이어 가는 민주당 쪽 상원의원의 말에 동의할 수 없었다.

“제가 미덥지 않다면 ID 그룹의 역사를 보시면 됩니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인공지능 골드와 같은 서비스의 가격은 예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습니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와 ID 오피스 그리고 다양한 전문가용 소프트웨어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었다.

핵심은 역시 컴퓨터 운영체제였다.

2년마다 새로운 버전을 발표하고 있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는 PC부터 대기업의 엔터프라이즈용 시스템과 클라우드 시스템용까지 다양한 에디션을 출시 중이었다.

게이밍 에디션은 여전히 무료로 출시된다. 기업용 엔터프라이즈 버전도 120달러부터 시작했다. CPU 숫자만큼 라이선스 가격이 올라갔지만, 이는 다른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보다 저렴한 가격이었다.

“심지어 인공지능 골드는 따로 사용료를 받지 않고 있습니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이제 인공지능 골드를 사용하는 게 일상이었다. 매일 인공지능 골드에 접속하는 사용자들의 숫자만 10억 후반대에 이르렀다.

오히려 사용자들 중 상당수는 인공지능 골드를 통한 영리 활동을 하는 중이었다. 사용자의 전문 지식을 학습한 개인의 인공지능 비서는 ID톡의 타일에 친구로 등록할 수 있고, 이를 사용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부수익을 얻을 수 있다.

김변&박변이니, 제니의 스트릿 패션이니, 지리산 약초꾼 등등. 먼저 자리를 잡은 선구자들은 알아서 돈을 벌어다주는 ID톡 타일 친구 덕에 직장인 평균을 한참 넘어선 수익을 올리는 중이었다.

그렇다고 유재원이 그저 호구라서 인공지능 골드를 무료로 제공하는 건 아니었다. 거기엔 애드센스라는 강력한 광고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었다.

인공지능 골드에 소소한 점심 메뉴 추천을 부탁할 때부터 애드센스는 작동된다. 쇼핑이나 의료 서비스, 법률 서비스 등등의 질문이 들어올 때 역시 마찬가지다.

물론 무조건 최상단에 뜨는 식은 아니었고, 강제하지도 않았다. 사용자의 취향을 바탕으로 애드센스 광고 데이터베이스를 검토해 우선순위를 만들고 그에 맞춰 추천을 했다.

강제로 뜨는 팝업식 광고보다는 노출 빈도가 낮아도, 노출 시 구매로 이어지는 적중률은 매우 높았다.

덕분에 애드센스의 수입만으로 인공지능 골드라는 엄청난 신기술을 전 세계 사용자들에게 무료로 제공할 수 있었다.

이뿐만이 아니라 P마켓과 같이 전자 상거래에서 지배적인 지휘에 있는 서비스라도 고객에게 하나라도 더 퍼주기 위해 열심이었다.

2주 후에 있는 올해 블랙 프라이데이도 역대 최대 규모로 준비되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공정한 경쟁은 중요합니다.”

“네, 저도 동감입니다. 그렇기에 ID 그룹은 그 어떤 실리콘 밸리의 기업들보다 활발하게 신기술에 대한 논문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골드의 핵심인 기계학습 알고리즘도 공개된 지 오래입니다.”

유재원이 비밀주의 타파를 위해 공개했던 기계학습 알고리즘은 회귀 전에는 절대 공개되지 않았을 황금 코드였다.

어중간한 성능의 기계학습 알고리즘은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바로 나올 정도였지만, 꾸준한 심화 학습으로 고도의 지능을 형성할 만큼 우수한 알고리즘은 절대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 수준이 바로 기업의 경쟁력이었으니 말이다.

“솔직히 지금 저의 심정은 매우 참담합니다.”

“무슨 뜻입니까?”

“아직도 인공지능 골드와 그나마 경쟁할 수 있는 상대가 시리 하나뿐이라는 사실이 의원님이 말하는 경쟁이란 것은 허상임을 말해 주고 있으니까요.”

“뭐, 뭐요!”

“인공지능의 지능 수치는 심화 학습용 클라우드 시스템에 대한 투자 금액과 비례합니다. 단지 투입 투자금 대비 기대할 수 있는 지능 수치는 로그 함수 그래프에 수렴하지만요.”

인공지능의 지적 능력을 평가하는 방법이 있다.

사람이 하는 IQ 검사와 비슷한 테스트였는데, 인공지능에게 풀이를 맡기는 것이었다. 이 테스트에서 인공지능 골드는 103점이 나온다. 시리의 경우에는 91점이었고, 다른 빅스니 알렉스니 하는 다른 인공지능들은 80점 초중반이었다.

이렇게 점수가 분포된 이유는 높은 점수일수록 1점 올리는 데 드는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었다.

10점에서 20점으로 올리는 건 개인용 PC에 CPU를 하나 더 추가하거나 텐서코어가 가속되는 그래픽 카드 하나를 더 장착하면 끝이었다. 그런데 80점에서 90점으로 올라가는 건 CPU가 100만 개쯤 집적된 데이터를 추가해야 할 정도다.

90점에서 100점을 가려면?

100만 개짜리 초대형 데이터 센터를 100개쯤 증설하면 된다. 신경망이 고도화될수록 지능이 올라가는 기계학습 알고리즘이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실리콘 밸리의 천재들은 보다 효율적인 기계학습 알고리즘을 만들겠다고 밤잠을 설치며 도전 중이다.

유재원이 보았을 땐 배부른 소리였다.

성능을 추가한 만큼 지능이 올라가는 것 자체가 대단히 우수하다는 증거였다. 과거에는 시스템의 규모를 확대해도 지능이 나아지지 않는 알고리즘이 엄청났으니 말이다.

더구나 애플이나 다른 업체들이 돈이 없는 것도 아니다.

주주 배당 대신 한 방 모아서 크게 투자를 하면 되는데,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망설이고 있었다. 그러면서 유재원의 ID 그룹이 조각나길 바라는 것은 지탄을 받아야 할 일 아니겠는가.

몇 시간 후.

청문회 초반엔 신선한 질의가 이어졌지만, 역시나 청문회는 청문회였다.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는 질문과 답변이 나왔고, 지루한 시간이 이어졌다.

“그러니까 여유가 좀 있는 유 회장이 잠깐 숨을 고를 수도 있는 거 아닙니까!”

그러다가 셔먼 액트 운운하던 로버트 의원의 포커페이스가 깨지더니, 그가 말도 안 되는 생떼를 쓰기 시작했다.

유재원의 답변들은 너무나도 논리적이었고, 충분히 가능성도 있었기에 꼬리잡기도 할 수 없었던 탓이다.

“오! 의원님 말씀을 따르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요.”

“그러면 제 말에 따라주겠다는…….”

“이 지구에 IT 기업이 미국에만 있다면 말이죠. 시장이 선도하는 미국과 달리 유럽과 러시아 그리고 중국은 국가가 선도해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골드와 아틀라스가 그 능력을 입증한 덕에 국가 단위의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겁니다. 특히 중국의 투자는 저도 경악스러울 정도입니다. 중국 공산당의 신념을 가진 인공지능이 먼저 기술적 특이점을 달성할 경우에 대해서도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네요.”

“헙!”

첫 마디만 듣고 유재원이 본인의 의견을 들어준다고 반색했던 로버트 의원은 얼굴이 살짝 달아올랐다.

처음엔 자신을 놀렸다는 생각에 화가 치밀었지만, 뒤이어 나온 공산당 신념을 가진 인공지능이란 소리에 찬물을 확 뒤집어쓴 느낌이었다.

매카시즘 때문은 아니다.

길었던 소련과의 냉전에서 최종 승리한 미국이다. 레드 콤플렉스는 진작에 벗어던졌다. 대신 미국의 새로운 적으로 부상한 건 중국이었다.

그런 중국이 4차 산업혁명에 성공하는 그림은 쉽게 그려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유재원의 경고가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상업과학통신위원회 소속 의원으로서 중국의 무시무시한 IT 발전 속도는 꾸준히 보고 받고 있었던 일이었다.

“더욱이 저는 이때까지 나름대로 페이스 조절을 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저는 타 업체들보다 딱 한발만 앞서가고 있고, 제가 검증한 길을 미국 그리고 전 세계가 따라올 수 있도록 관련 기술도 열심히 공개하고 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배려를 이미 시행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이보세요, 유 회장! 그 증인석 자리는 진실만을 말해야 하는 자리입니다.”

“아, 믿지 못하시겠다고요? 그럼, 앞으로 제가 등장하는 뉴스를 잘 봐주시기 바랍니다. 지금 분위기를 보아하니 외력에 의한 제동이 걸리기 전에 최대한 달려 놔야 할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으니 말입니다.”

이번 발언은 약간 즉흥적이었다.

하지만 이번 청문회를 보니 가만히 있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직감이 들었다. 실리콘 밸리의 반ID 그룹 세력 그리고 엑손 모빌의 뒤에 숨어 있는 큰손에게 유재원은 진정한 기술의 폭주가 무엇인지 보여주겠다는 결심이 섰다.

아!

그전에. 할 일도 있다.

자신을 이 짜증나는 자리에 서게 만든 이들에 대한 강력한 응징, 그것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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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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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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