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864화 (864/1,007)

840회

2차 기술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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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 정 변입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당선 축하합니다.”

스마트폰에서 전해지는 정병우 당선자의 목소리에는 물기가 가득했다.

텔레비전에 정병우 통일국민당 후보 당선이라는 문구가 뜬 지 몇 분 지나지 않아서 정병우로부터 먼저 전화가 걸려 온 것이었다.

당선자가 되었으면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볼만도 한데, 정병우는 김&정 법무법인 시절처럼 ‘정 변’이라고 스스로 지칭했다.

-정말, 제가……. 김&정에 들어갈 때만 해도, 대통령은 그냥 하시는 말씀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이뤄질 줄은 추호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감동스럽기는 유재원도 마찬가지였다.

그때 유재원이 김&정에 정병우를 데려온 건, 삐뚤어진 상태로 자유롭게 풀어 놓으면 사회에 큰 해악을 끼칠 인물이었던 탓이 컸다. 본인이 통제할 수 있는 김&정에 꽂아 넣고, 검사들에게 정의로운 일을 해도 대박이 터질 수 있다는 것도 보여주려는 목적이었다.

그런데 김&정 법무법인에서의 인권 변호사 일이 정병우에게도 잘 맞았던 모양인지, 쑥쑥 커 나갔다. 급기야 사회적으로 커다란 파장을 일으킨 사건들을 약자의 편에서 도맡아 승소를 이끌어냈다.

국회의원 배지를 달 수 있었던 것도, 정병우 본인의 존재감이 제법 큰 역할을 했다. 유재원이 밀어주는 정치인이란 타이틀은 플러스 요인이지만, 유재원을 싫어하는 세력에겐 커다란 마이너스 요소였으니 말이다.

국회의원이 되고 나서도 정병우의 행보가 마냥 순탄한 건 아니었다.

유재원 때문에 손해를 봤던 언론인들이나 기업들, 그리고 보수 정치 세력이 한마음으로 정병우를 깎아 내리는 데 열심이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통일국민당이 본인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전재준의 트롤 짓도 상당한 스트레스였다.

전재준이 그나마 피파협회장에 당선되면서 피파 본부가 있는 스위스 취리히로 떠난 덕에 집안싸움은 사라졌지만, 그래도 정쟁이 늘 끊이지 않는 여의도에서 존재감을 발휘하며 대통령까지 된 건 대단한 일이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후보에서 당선자가 된 정병우지만, 유재원을 대하는 태도는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앞으로 대한민국을 제대로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는 유재원의 도움이 필수적이었으니 말이다.

국가 예산의 편성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에서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는 소문 중 하나가 ID 인베스트먼트가 정산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따라 국가 예산의 기조가 달라진다는 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ID 그룹의 계열사들은 다른 IT 기업들과 달리 자리하고 있는 국가에 세금을 성실히 납부한다.

그렇기에 법인세 항목을 보면 한국부터 미국, 유럽까지 나눠서 납부하는 실정인데, ID 인베스트먼트만은 달랐다.

ID 인베스트먼트도 전 세계에 지부가 있지만, 각 지부에서 나오는 수익금에 대한 법인세는 모두 대한민국에 내고 있었다. 또한, ID 인베스트먼트에서 배당을 실시하게 되면 유재원이 내는 소득세도 대폭 증가하게 된다.

이를테면 이번 동일본 대지진에서 일본에 선물 옵션을 투자해 벌어들인 액수만 해도 한국 돈으로 5조 원이 넘는다.

이제껏 ID 인베스트먼트가 처리했던 방식으로 깔끔하게 결산한다면 대한민국이 앉은 자리에서 거둘 수 있는 세금은 1조 원이 훌쩍 넘었다.

엄청난 규모지만, 이제껏 ID 인베스트먼트가 터트린 역대 대박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었다.

“그건, 제가 할 말이었습니다.”

유재원도 정병우에 대한 기대가 컸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둘은 몇 분 정도 더 통화하고서, 취임식 때 보자는 말로 통화를 마무리 지었다.

며칠 후.

“회장님, 이동하실 시간입니다.”

오늘 유재원은 김대석 비서실장과 함께 움직였다.

보통의 스케줄이라면 서재로 가서 전문 개발자처럼 프로그래밍에 집중했을 텐데, 오늘은 외부에 일정이 있었다.

김대석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거기에는 이미 경호팀도 출발이 대기된 상태였고, 유재원이 탈 자동차도 세팅되어 있었다. 라이트닝 볼트의 대형 SUV인 불칸이었다.

기본 5인승, 최대 8인승까지 커스텀할 수 있는 2세대 불칸인데, 유재원의 전용차는 단 4인승이었다. 운전석과 조수석은 그대로 두고, 2열과 3열을 통짜로 합쳐 비행기 일등석 좌석을 2개 설치한 특별 주문이었다.

처음에는 라이트닝 볼트의 볼트 사장이 유재원 단 한 사람을 위해 만든 커스텀 버전이었다. 판매를 하겠다는 생각은 조금도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유재원이 타고 다니는 차라고 해서 관심이 폭발했고, 똑같은 옵션을 원하는 고객들이 많았다.

지금은 특별 옵션으로 주문을 받고 있었다.

일명 회장님 에디션이라는데, 주문이 밀려서 내년까지도 기다려야 할 만큼 인기라고 한다.

물론 회장님 에디션 말고도 라이트닝 볼트사 전체가 아직도 주문이 밀린 상태였다.

일단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제일 큰 플러스 요소는 전고체 배터리가 완성되면서 전기 자동차의 단점들이 상당 부분 해소되었다는 점이다.

기존 배터리는 추운 곳에서의 성능 저하가 심각했다. 무더운 곳에서는 발열이 문제였다. 반면 전고체 배터리는 온도 문제에서 완벽히 해결되었다. 게다가 표준 배터리팩 규격을 따르면서도 주행거리가 대폭 늘어난 것도 장점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라 라이트닝 볼트만의 자율주행 기술과 기존 자동차 업체들은 흉내내지 못할 각종 스마트 기능에 홀딱 빠진 사람들이 무척이나 많았다.

또한, 예전엔 조금 문제였던 듬성듬성했던 배터리 교환소의 숫자도 크게 늘어나면서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도 전기 자동차를 모는 게 수월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전기차의 선호도에 기름을 부은 건 도요타의 급발진 사고로 인한 리콜 스캔들이었다.

급발진은 비단 도요타만의 문제가 아니라, 웬만한 자동차 업체들 모두에게서 보고되는 일반적인 문제였기 때문이다. 심지어 미래 자동차에서도 문제가 발견되었다. 게다가 급발진 문제가 아니더라도 자잘한 문제들은 계속 터져 나왔다.

특히 미래 자동차는 엔진 결함이 보고되어 대규모 리콜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도요타의 몰락으로 반사 이익을 얻기 시작한 미래 자동차였는데, 품질 문제로 리콜 사태가 터지면서 찬물이 확 뿌려졌다.

반면 라이트닝 볼트는 유럽 진출도 성공하면서 여전히 없어서 못 파는 자동차라는 지위를 유지 중이었다.

“오늘은 저걸 타죠.”

유재원은 불칸 대신, 뒤쪽에 있던 자동차를 선택했다. 라이트닝 볼트의 2세대 슈퍼카 슈퍼소닉이었다.

오늘 자리가 자리이니만큼, 평소와는 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본인이 이룬 성과도 과시하면서 말이다.

슈퍼소닉이면 이것들을 간단히 할 수 있다.

유재원의 선택에 준비되었던 불칸은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그렇게 자리가 생겨나자 경호원 중 운전 특기를 받은 이가 바로 슈퍼소닉을 꺼내려고 했지만, 유재원이 손을 들어 막았다. 대신 본인의 스마트폰에서 전기자동차 앱을 실행했다. 그러자 페이스 키 인증이 자동으로 이뤄지면서 스마트 키가 화면에 떴다.

거기서 소환이라는 글자가 담긴 버튼을 눌렀다.

버튼을 누르자 삑 하는 소리가 나며 슈퍼소닉이 깨어났고, 적당한 속도로 주차된 자리에서 빠져나와 유재원 앞에 섰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매끄럽게 작동되는 소환 기능이었다. 지금이야 집안 주차장에서 이뤄진 소환이지만, 마트나 호텔 등등 멀리 떨어진 주차장에 주차된 상태에서도 얼마든지 부르는 게 가능했다.

딱 하나 제약이 있다면, 자율주행이 허가된 지역이냐 아니냐였다.

샌프란시스코는 오래전부터 전기자동차에 호의적인 주였고, 라이트닝 볼트의 역사와도 함께 하는 지역이었다. 비록 제주도, 세종시에 비해 자율주행 허가가 늦게 나오긴 했지만, 세계에서 3번째로 완전 자율주행 허가가 나온 미국의 도시였다.

그렇기에 유재원은 슈퍼소닉의 운전석에 앉았다. 김대석 비서실장은 조수석이었다.

“ID 테크놀로지 본사로 가자.”

-실리콘 밸리 남쪽, 코요테 시티에 자리한 본사 말씀이십니까?

“응!”

-네, 입력되었습니다. 안전벨트를 완전히 착용하시면 출발하겠습니다.

자동차에 대고 말하는 걸 어색하게 느끼는 사람도 있다지만, 유재원은 아니었다. 아주 자연스럽게 목적지를 말했고, 슈퍼소닉은 찰떡처럼 알아들었다. 안전벨트까지 잘 착용했는지 체크를 해 줄 정도로 영리하기도 했다.

어떤 부류들은 마초적 감성이 폭발해서 안전벨트 착용을 등한시하지만, 유재원은 아니었다. 본인 목숨 귀한 줄은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바로 안전벨트도 착용했다. 김대석은 조수석에 앉을 때부터 착용한 상태였다.

그렇게 모든 출발 준비가 끝나자 슈퍼소닉이 출발 신호와 함께 부드럽게 가속을 시작했다. 특이한 점은 경호원들의 불칸 자동차와 슈퍼소닉이 연동이 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그렇기에 경호 차량에 무전이나 신호를 보낼 필요 없이 슈퍼소닉의 지시에 따라 포메이션 드라이빙이 가능했다.

같은 시각.

-불가능에 대한 도전, 퀀텀 프로젝트!

ID 테크놀로지에서 언론사들에게 퀀텀 프로젝트에 대한 보도자료들이 일괄 배포되었다. 유재원이 오늘 ID 테크놀로지에서 치러야 할 스케줄이 바로 퀀텀 프로젝트의 발대식이었다.

엘런 사장에게 전송했던 스카우트 리스트의 영입 성공률은 100%.

당연한 이야기지만, 유재원이 마지막에 첨부한 양자 슈퍼컴퓨터의 핵심 문서를 보고 가만히 있을 양자 컴퓨터 연구자들은 아무도 없었다.

퀀텀 프로젝트의 발대식은 화려했다.

이미 취재진들이 ID 테크놀로지의 로비와 행사가 치러지는 대회의실에 모여 있었고, 이제 한 팀이 된 박사님들은 귀빈들이 대기할 수 있는 특별한 대기실에 미리 도착한 상태였다. 그 와중에 유재원이 자율 운전으로 움직이는 슈퍼소닉을 타고 도착했다.

시작부터 화려하기 그지없었다.

인터넷 미디어들은 그런 유재원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기사를 만들어 보냈다.

요즘 언론 매체가 인터넷 시대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누구보다 빠르고 정확한 기사를 만들어 네티즌들의 클릭을 몰아받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한 번 호기심이 충족된 네티즌들은 비슷한 기사는 클릭하지 않으니, 속도의 경쟁은 훨씬 치열해진 상태였다.

-양자 컴퓨터라니!

-슈퍼컴퓨터로 1만 년 걸릴 일을 1초에? 이 정도 성능이면 프리셀 풀옵션 가능?

-겨우 프리셀? 지뢰찾기 풀옵션도 가능이다!

네티즌들도 환호했다.

온갖 창의적인 리플들이 수두룩하게 올라왔다. 그러나 모든 리플이 유재원에게 우호적인 건 아니었다.

-그런데 말이야. 유 회장은 일만 너무 많이 벌여 놓은 거 같은데?

-완전 동감.

-예전엔 차세대 번역기며 인공지능 골드며, 껌뻑 죽을 신제품이 쏟아졌는데 최근에는 뭐 시작만 한다 하고, 뭐 나온 게 없음.

-동의. 엑스박스3랑 안드로이드 Z0에 크게 실망했음. 가격만 오르고 뭔가 업그레이드했다는 체감은 이전 세대만 못함.

-아이티에서 뇌파 모니터링한다는 건 어떻게 됐나 몰라. 아무 소식 없는 거 보니 망한 거 아니냐?

슈퍼소닉에서 내려 행사장까지 올라가는 길.

유재원은 인공지능 골드의 자동 스크랩 기능을 통해 해당 리플들을 모두 읽었다. 특히 눈에 크게 들어온 건 비판적인 리플들이었다.

일을 많이 벌여 놓고는 아직 그럴듯한 결과물이 나온 건 없다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충분한 이유는 있었다. 하나같이 커다란 사업들이라 단기에 뭔가 완성도 있는 물건이 뚝딱 나오는 건 무리였다.

바둑 도전에 성공한 인공지능 골드의 전문영역 도전도 그랬다. 진단의학 분야와 사법부 업무지원에서는 유재원도 답답함이 느껴질 만큼 학습 속도가 느렸다.

오늘부터 시작되는 퀀텀 프로젝트도 대중에게 그럴듯한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최소한 3년 이상의 시간은 걸릴 거로 예상되었다. 그것도 유재원이 전폭적으로 참여했을 때의 이야기였다.

그렇지만 걱정할 건 없다.

답답한 항목도 있지만 일부 프로젝트 중 상당수가 결과물이 조만간 내놓을 예정이었다.

대표적인 아이템으 인터페이스 기술에 혁명을 가져올 뇌파 인터페이스였다. 여기에 신종플루 백신 이후로 잠잠했던 ID 바이오로직스에서도 성과들이 보고되기 시작했다.

이밖에도 공개만 되면 껌뻑 놀랄 아이템들이 출격 준비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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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추천과 리플, 선작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원고료 쿠폰, 후원 쿠폰도 완전 감사합니다~!

주말이네요!

즐겁고 재미있게 보내시고, 건강도 잘 챙기세요!

그럼, 월요일에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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