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8회
2차 기술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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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차 기술가속
다음 날.
-영웅의 귀환!
-아틀라스 Mk3의 놀라운 활약상.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차원이 다른 로봇들.
미국과 한국 그리고 전 세계 주요 나라의 공중파에서 특집 프로그램이 동시에 나왔다. 자막이나 화면 한쪽 구석에 붙어 있는 타이틀에서 볼 수 있듯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 수습 작전을 마치고 시애틀로 귀환하는 아틀라스 팀의 입국 장면이었다.
아틀라스 Mk3 로봇과 함께 현장에서 아틀라스의 운영을 담당했던 파일럿과 마크 박사가 미 공군의 특별기 편으로 착륙 중인 모습이 비춰지고 있다.
그렇지만 아틀라스 팀의 입국 행사에서 최대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존재는 따로 있었다.
-미군 의장대와 함께 존 매케인 대통령도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존 매케인 대통령이다.
영웅을 잘 챙기는 게 미국의 특기였다. 미국 어린이들의 미래 직업 순위에서 소방관이 높은 순위에 항상 올려져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아틀라스 팀은 영웅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아틀라스 Mk3라는 이족 보행 로봇도 대단했지만, 팀원들이 이를 현장에서 조작해 일본 땅과 태평양을 방사능에 오염될 위기에서 구해냈다.
더욱이 아틀라스 팀의 파견이 실질적으로는 유재원의 지시에 의해 처음부터 끝까지 이뤄진 것이지만, 형식적으로는 일본의 총리가 미국에 도움을 요청했고, 미국은 일본이란 동맹국과 태평양에 닥친 방사능 위기를 위해 최고의 해결책을 마련한 것이었다.
최종적으로는 존 매케인 대통령이 직접 나선 일이었기에, 이렇게 성대한 귀환식에 주인공으로 등장할 수 있었다.
-아틀라스 팀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곧이어 활주로를 지나 행사장에 도달한 미공군의 수송기에서 뒤쪽 문이 열리면서 아틀라스 팀이 모습을 드러냈다.
때 빼고 광을 낸 아틀라스 Mk3 로봇을 필두로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마크 박사와 파일럿들이 나타났다.
그 모습에 영웅의 귀환을 보려고 모인 공항의 사람들이 떠들썩해졌다. 그에 맞춰 의장대로부터 웅장한 음악까지 나왔다.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창립자이자 아틀라스의 아버지인 마크 레이버트 박사입니다.
중계 중인 방송은 마크 박사부터 파일럿까지 팀원들을 한 명씩 소개하면서 흥을 돋우었다.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였다.
비록 유재원은 시끄러워지는 게 싫어서 저 자리에 함께 서자는 제안을 거절했지만, 기분은 좋았다. 마스터플랜에 있던 동일본 대지진 대비 계획보다 더 좋은 결과가 만들어졌으니 말이다.
다만 마크 레이버트 박사를 비롯한 파일럿과 아틀라스 로봇이 수송기에서 내려서는 모습은 조금 특이했다.
마크 박사와 파일럿들 뒤로 아틀라스 Mk3 로봇이 내리는데, 멀쩡히 걷는 건 2기뿐이었고, 나머지 2기는 커다란 관에 들려서 움직이고 있었다.
-반응로 내부에서 작업을 했던 아틀라스 로봇 2기는 심각한 방사능 오염에 결국 봉인 처리되어 운반 중이라고 합니다.
“아니, 중요한 건 대충 넘어가네.”
“엥? 중요한 거요?”
계속 방송을 보고 있던 유재원이 결국 한마디 보탰다. 그러자 유재원 바로 옆자리에 앉아서 함께 텔레비전을 보던 혜성이가 되물었다. 뭘 알고 물어보는 게 아니라, 그냥 아빠가 하는 말을 따라 하는 것이었다.
“그래. 현지에서 제염 처리를 충분히 하고 봉인했거든.”
“헤엥? 제염 처리는 뭔데요?”
“방사능에 오염된 걸 제거하는 거지. 원자로 내부는 그야말로 최악이었거든. 그런데 아무리 제염 처리를 해도 잔존 방사능 수치가 높아서 저렇게 납관에 봉인해야 했어.”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연료봉 추락 사고로 인한 방사능 누출은 아주 심각한 단계였다. 그나마 외부로 유출된 방사능의 양은 적었고, 원자로도 곧 봉인되면서 추가 누출은 막았다. 대신 원자로 내부는 그야말로 방사능 파티였다.
외부 방사능 수치가 한때 12기가베크렐까지 올라서 큰 문제였지만, 원자로 내부는 4,900테라베크렐이었다.
이 정도 수치면 반도체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수치였다.
그렇기에 원자로 내부에 투입될 아틀라스 Mk3 로봇은 방사능 오염 환경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추가적인 개조 작업이 들어갔다.
가장 중요한 CPU와 메모리칩을 비롯한 중요한 칩들을 486시절의 구식으로 바꾸는 게 급선무였다. 7나노미터 공정으로 만들어진 칩들은 미세한 회로도만큼 방사선에 취약했다. 반대로 회로도 제작 공정이 굵을수록 방사선에 대한 저항이 강했다.
비슷한 환경이 우주였는데, 우주선이나 우주정거장에 쓰이는 반도체들은 386, 혹은 486과 같은 구식을 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틀라스 Mk3의 CPU와 메모리 반도체는 486보다 더 구식인 386과 90년대 초반에 만든 16메가바이트짜리 메모리를 장착했다.
이뿐만이 아니라 아틀라스 로봇의 스켈레톤 프레임에 쫄쫄이 같은 두꺼운 타이즈를 입혔는데, 방사능 차단에 효과적인 흑연과 납을 대폭 함유하고 있는 특수 타이즈였다. 덕분에 아주 검게 보이는데, 이 상태로 끝이 아니라 특수 합금으로 만들어진 전신 갑옷을 입혔다.
디자인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고 있는 아이언맨의 강철 슈트를 연상하게 하는 전신 갑옷이었는데, 갑옷 제작비만 해도 수억 원이 들었다. 전신 갑옷의 재질은 탄소 그리고 붕소가 혼합된 폴리에틸렌인데, 하얀색의 특수 도료로 코팅이 되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하얀색의 메인 컬러에 검은색 톤이 들어간 듯 세련된 모습이었는데, 심미적인 요소뿐만이 아니라 방사능 차폐에 특화된 디자인이었다.
이렇게 철저히 대비했지만,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원자로 내부에서 얼마나 오래 작동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그렇기에 한 번에 2기를 투입하고, 예비로 한 세트를 더 가져가기로 해서 총 4기가 준비된 것이었다.
결과는 이미 확인했듯 한 기로 충분했다. 그렇지만 언제 사고가 날지 모르니 백업용 기체 하나를 더 투입했다.
그렇기에 관짝처럼 보이는 밀폐용 캐리어에 담긴 로봇은 이렇게 2기가 된 것이다.
“아틀라스가 죽었어요?”
유재원의 설명에 혜성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되물었다.
“전혀. 로봇은 죽지 않아. 단지 잠들 뿐이지. 새 몸을 받으면 멀쩡하게 깨어날 거야. 그리고 훨씬 더 강력해지는 거지.”
“우와!”
개인용 인공지능 비서 골드처럼 학습 데이터만 옮겨지면 사용자의 경험을 그대로 옮겨 놓을 수 있었다. 다만 아틀라스 Mk3에 있는 학습 데이터는 그야말로 DVD 한 장 용량도 되지 않는다. 시스템의 성능을 90년대 초반 수준으로 다운그레이드 시킨 탓에 가용할 수 있는 데이터도 에센스만 담아 놓았기 때문이다.
광케이블을 통한 유선으로 조종도 사실은 자율 기동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필수 불가결한 일이었다.
더욱이 원자로 내부에 들어갔던 두 로봇은 고농도 방사능 환경에서 축적된 귀중한 활동 데이터를 추출하고 나면 완전히 폐기될 예정이었다.
후쿠시마 현지에서 제염 작업을 충분히 했다고는 해도, 잔류 방사능 수치는 상당히 높았기에 재활용은 불가능했다.
그렇기에 기술 유출이 되지 않는 수준까지 파쇄를 한 다음 납으로 잘 봉인해서 고농도 방사능 폐기장 깊숙한 곳에 들어가게 될 예정이다.
그렇지만 혜성이에게 말한 대로 데이터는 그대로 복사되어 이관될 것이기에, 유재원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니었다.
“아틀라스가 깨어나는 거, 나도 보고 싶어요!”
“그래, 마크 박사님이 한가해지면 보러 가자. 대신 엄마한테 허락을 받아야겠지.”
우와아!
유재원의 말에 혜성이는 의자에서 펄쩍 내려와 만세를 불렀다. 그리곤 엄마라고 크게 외치며 서재 밖으로 달려 나갔다.
아빠가 유재원이다 보니 혜성이도 컴퓨터와 로봇에 껌뻑 죽었다.
띵!
-마스터, 비트코인 트레이닝 봇으로부터 메시지입니다.
-터치다운!
“오!”
혜성이가 엄마를 찾아 서재를 나간 직후, 마침 더 기분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터치다운.
그것은 비트코인 트레이닝 봇의 목표 가격인 1비트코인에 20달러 선에 도달했다는 메시지였다.
비트맥스에 접속해 보니 난리가 난 상태였다.
20달러가 붕괴되자 매물이 쏟아져 나왔다. 19달러 후반대부터 중반까지 한 틱당 수만 개, 많게는 수십만 개의 비트코인이 매도 잔량으로 쌓여 있었다. 반면 매수세는 완전히 죽어서 거래가 체결되더라도 몇십 개 단위 정도에 불과했다.
혹시나 하고 사 보는 건데, 더는 오르지 못할 거라고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였다.
“잔고를 볼까?”
유재원은 트레이닝 봇 프로그램을 실행하고서 잔고 확인 버튼을 눌렀다.
비트코인 잔량 - 2,744,980개
원래 유재원이 보유하고 있던 비트코인의 총 수량은 5,722,160.468295개였다. 거기서 이제 274만 개가 남았으니, 297만 개를 팔아 치웠다는 이야기였다.
1만 달러 선을 무너뜨릴 때는 몇만 개의 비트코인으로 충분했지만, 천 단위, 백 단위를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백만 단위의 매도를 퍼부어야 했다는 이야기였다.
거래 기록을 보니 그야말로 어떻게든 시세를 끌어올리겠다는 세력과의 전투 흔적이 수도 없이 남아 있었다.
특히 세계 대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100만 개가 넘는 비트코인이 동원된 기록도 2번이나 있었다.
2천 달러 선을 무너뜨릴 때, 600달러 선을 무너뜨릴 때였다.
그 가격이 뭔가 특별한 건가 살펴보니, 주식 차트에서 많이 사용하는 이동 평균선 최하단에 맞는 가격이었다. 그러니까 그 가격을 눌림목 삼아서 반등을 할 거라고 예상을 했다는 것인데, 트레이닝 봇에 그런 설정이 있을 리가 만무하다.
거침없이 매도 물량을 터트리며 내리꽂아 버렸다.
“비트코인에 무슨 차트를 보고 투자를 해.”
차트 따위는 유재원에겐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보유하고 있는 비트코인을 팔기만 한 건 아니었다. 설정한 가격보다 더 폭락했을 경우에는 매수 주문도 알아서 낸다.
-16달러대 도달, 낙폭 과대로 판단되어 10만 개 매수 주문을 넣겠습니다.
지금처럼 20달러 선이 무너지자 투매 물량이 쏟아져 나오면서 시세는 쭉 흘러내렸다. 그렇게 16달러대에 접어들자 알아서 매수 주문을 내는 트레이닝 봇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보유하고 있는 비트코인의 양만큼 시장을 좌우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이었다. 무작정 팔기만 해서는 그 영향력을 유지할 수가 없다. 유재원이 설정한 가격보다 과도한 폭락이 이뤄지면 이렇게 매수 주문을 넣어서 물량을 회복했다.
“현금은 얼마나 있지?”
팔고 사기를 반복하면서 비트코인 시세를 폭락시키는 트레이닝 봇이지만, 전체적으로는 297만 개의 비트코인이 완전히 팔렸다.
현금 잔량 - 10,289,134,080달러.
“호오.”
돈에 초연해진 유재원이지만, 11자리 숫자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대충 102억 8,900만 달러였으니 한화로는 대략 12조 원 정도 되는 돈이었다.
비트코인 투자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그렇게도 원하는 대박이 여기 있었고, 그들이 폭락장에서 흘린 피눈물이 여기에 고여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이 돈도 사실은 많은 게 아니었다.
297만 개나 되는 비트코인을 팔아 치웠는데, 겨우 102억 달러라면 완전 헐값이니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비트코인 시세가 최고점이었던 1만 달러 대에서 시세를 폭락시키지 않고 점진적으로 297억 달러를 받아낼 수도 있었다. 아니면 회귀 전 과거의 역사적 최고점인 25,000달러 선에서 팔았다면 그 두 배는 벌었다.
그렇지만 유재원은 시세를 박살내면서 대량 매도했기에 102억 달러에서 마무리가 된 것이었다.
알트코인이야 말할 가치도 없었다. 유재원이 D.E.M이라는 익명으로 만든 에테리움은 한때 알트코인의 대장이었지만, 지금은 비트맥스와 같은 대형 거래소를 제외하고는 거래가 거의 끊긴 상태였다.
비트맥스에서도 현재는 1에테리움에 100사토시 정도로 폭락한 상태다. 한국 원화로 환산하면 2원이다.
비트코인 시세가 붕괴하면서, 비트코인의 가치에 기대고 있던 알트코인은 그야말로 무의미한 데이터 찌꺼기로 전락한 것이다. 참고로 유재원이 사용한 D.E.M이라는 닉네임은 타임지가 지어준 별명인 기계신(Deus Ex Machina)의 앞글자를 딴 단어였다.
덕분에 혹시나 하고 유재원이 에테리움을 만들었다고 의심하는 사람들이 조금 있었지만, 에테리움의 소스 코드는 물론이고, 에테리움 블록체인이나 DEM의 홈페이지에서도 그 어떤 연관성을 찾아낼 수는 없었기에 의심은 의심으로 끝났다.
문제는 출금이다.
“반이라도 찾으면 다행이겠네.”
암호화폐 거래소는 사기업이었다. 얼마든지 마음대로 폐업할 수 있었다. 심지어 일부 거래소는 투기꾼들이 만든 거래소도 많았다. 투자자들 보호? 은행이라면 예금자 보호 장치가 있지만, 거래소는 무법 지대였다.
계좌가 동결된 건 양반이고, 아예 하루아침에 사라진 거래소도 제법 있었다. 계좌가 동결이든 사라진 거래소든, 돈을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은 다르지 않았다.
비트코인 트레이닝 봇에 등록된 계좌나 거래소 지갑 중에 이렇게 사라진 비율이 20%가 넘었다.
그나마 제일 큰 덩치를 자랑하는 비트맥스의 계정들은 대부분 살아 있었다. 다만 유재원은 이 돈을 본인을 위해 쓰고 싶지 않았다.
꿈자리가 사나워질 것 같았으니 말이다.
실제로 중국의 비트코인 투자자들이 모인 커뮤니티를 보면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비단 인터넷에서만 그런 게 아니라, 중국의 실물 경제에도 엄청난 부담을 주기 시작했다.
겁도 없이 비트코인에 투자했던 가정이 파탄 나는 건 기본이었다. 지방 은행들의 천문학적인 부실 대출이 밝혀졌고, 멀쩡한 기업인데 은행 계좌에 돈이 없어 도산하는 일이 속출했다.
지방 정부 차원에서는 수습 불가능한 사태였다. 중국이 속성으로 배웠던 자본주의의 온갖 문제들이 이때다 하고 죄다 쏟아지는 것 같았다.
결국, 중앙 정부와 공산당 수뇌부가 나설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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