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4회
초격차 차세대 슈퍼컴퓨터, 퀀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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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소 다로 총리가 이렇게나 무능할 줄 몰랐다!
-유재원 회장과 비교하면 비교할수록 부끄럽고, 너무나 분하다.
-아소 다로 총리 지지율 급락. 20% 선 붕괴.
동일본 대지진이 터지고서 3일이 지났을 때. 아소 다로 총리와 내각에 대한 일본의 여론은 급속도로 악화되었다.
기사에 실린 인터뷰 내용 그대로 동일본 대지진은 매뉴얼의 일본이라는 게 허상이었다는 것이 완전히 드러났다.
또한, 아소 다로 총리가 완전 멘탈 붕괴 상태로 대지진 발생 후 12시간이나 지나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고, 거기서도 엉망인 모습을 보여줬던 이유도 밝혀지면서 비난의 강도는 더욱 커졌다.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원자로 내부의 연료봉 추락과 방사능 누출 사고의 전모가 유튜브를 통해 알려진 것이다. 더욱이 그 사고의 원인이 아소 다로 총리와 도쿄 전력의 다급한 재가동 명령 때문이었다는 게 충격이었다.
도호쿠 지역 지방신문 기자와 요시다 마사오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소장과의 인터뷰 기사는 지방지였음에도 단숨에 일본 최고 열독률을 자랑하는 기사가 되었을 정도로 집중조명되었고, 인용도 끊이지 않았다.
아소 다로 총리가 이틀 전 지진을 본진이라 착각하지 않았더라면!
몇 년 전부터 일관된 예측을 했던 유재원의 말을 무시하지 않았더라면!
보여주기용 쇼를 위해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재가동을 재촉하지 않았더라면!
이번과 같은 최악의 상황은 오지 않았을 것임을 일본 사람 모두가 인식했다. 그러면서 아소 다로 총리의 무능이 시리즈로 보도되었다.
대지진 예측은 무시했다더라도, 일단 발생했으니 자동으로 구성되었어야 할 재난 컨트롤 타워가 12시간이나 지나서야 만들어졌다는 것이나, 아소 방조제라 이름 붙여진 쓰나미 차단 시설이 대부분 제 기능을 못 했다는 것도 지적되었다.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아소 방조제는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진 최악의 케이스였고, 다른 지역에서는 무너지지 않았더라도 방조제의 높이가 부족해서 쓰나미를 차단하지 못했다.
오히려 지방 자치 단체가 지은 일부 방조제가 이번 쓰나미를 막아내면서 재조명되었다.
신리쿠의 이와테현 촌장이 고집으로 지어 올린 15.5m짜리 방조제였다. 지금은 고인이 된 와무리 유키에 촌장의 고집으로 15.5m의 높이가 결정되었는데, 당시에는 엄청난 논란이었다. 마을 발전에 쓰여야 할 예산이 방조제 건설에 죄다 투입되어야 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이번 동일본 대지진으로 촌장의 고집이 선견지명으로 평가가 완전히 반전되었다. 반대로 수년 전부터 예고된 대지진을 깔끔히 무시하고, 본인과 그를 따르는 건설업자들의 주머니만 채워준 아소 다로에 대한 일본인들의 분노는 하늘 끝까지 올랐다.
이뿐만이 아니라 아소 다로를 총리로 내세웠던 일본 자민당에 대한 지지율도 파탄이 나고 있었다. 이렇게 무능한 자를 총리로 만들 만큼 자민당의 능력도 최악이라는 의미였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분노만으로는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원자로 내부에 추락한 연료봉에서 고농도 방사능이 유출되었고, 감속제 컨트롤 장치가 고장 나서 원자로 내부의 온도가 상승 중이라는 건 현재 진행형이었으니 말이다.
그나마 쇼트 상태의 외부 전원 장치가 복구되면서 냉각수 주입 장치가 가동되었고, 해수가 아닌 민물도 공급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원자로 내부에 투입된 해수로 인해서 소금 결정이 큼지막하게 만들어진 상태라 냉각수 투입이 원활하지 못했다.
다급한 상황에서 시간을 벌어줬던 해수였지만, 이제는 문제가 된 것이다.
소금 결정을 깨뜨려 냉각수 투입을 원활하게 하고, 추락한 연료봉을 크레인에 연결해 원자로에서 꺼내는 것이 최대 관건이었다.
그렇지만 이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장치는 전무했다.
추락한 연료봉의 형태가 도저히 크레인 원격 작업으로는 들어 올려지기 힘든 상태였던 탓이다.
체르노빌처럼 바이오 로봇이라도 구해서 원자로 내부에 투입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말이 나왔지만 쉽지 않은 일이었다.
온도도 문제였고, 고농도의 방사능도 문제였다.
외부에서만 12기가베크렐이 측정될 정도였다. 방사능 노출 원점인 원자로 내부에서는 10페타베크렐이 넘는 수준으로 측정되고 있었으니 말이다.
아무리 보호복을 잘 갖춰 입고 들어가더라도 10초도 견디지 못하고 즉사하는 수준이었다. 아무것도 못하고 시간만 흐를 경우 원자로 폭발이나 멜트다운이 일어날 수 도 있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최대한 긍정적으로 사고가 수습되더라도 도쿄 전력의 경영진 전체에 대한 고소가 이뤄질 것은 당연했고, 이번 사고를 초래한 아소 다로 총리에 대한 불신임과 함께 의회가 해산되고 긴급 총선이 실시되는 것 역시 시간문제였다.
비슷한 시각.
-이제 우리 차례로군요.
“아틀라스의 준비 상태는요?”
-최상이죠! 이런 말을 하면 윤리적으로는 문제겠지만, 우리는 오늘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유재원의 말에 스마트폰 영상 통화로 연결된 마크 레이버트 박사가 씨익 웃으며 답했다.
마크 박사가 이렇게나 흥분한 모습은 아주 오랜만에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말하고 있는 것은 바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 수습에 마크 레이버트 박사가 필생의 역작으로 만든 아틀라스라는 이족 보행 로봇의 투입을 권하기로 최종 결정했기 때문이었다.
마크 박사는 보스턴 다이나믹스라는 미래형 로봇을 만드는 회사를 창업하고서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고, 최종적으로는 ID 그룹에 지분을 넘기면서 온전한 투자를 받게 되었다.
이후로 예산 걱정 없이 로봇 개발에 열중할 수 있었고, 이러한 연구의 결과 중 하나가 몇 년 전 인공지능 골드의 바둑 도전에서 선보인 로봇 팔이었다.
별다른 이름도 없이 로봇 팔로 불렸지만, 성능은 엄청났다. 바둑돌을 집고 놓는 건 기본이고, 계가에서 수많은 바둑돌을 사람처럼 빠르게 움직이는 것도 가능했다.
이다음에도 4족 보행 애완 로봇인 진돌이의 업그레이드 작업이라던가, 로봇 청소기 따위를 만들어냈지만, 마크 박사가 가장 애지중지하는 건 2족 보행 로봇이었다.
아틀라스라는 이름까지 붙여준 로봇이다.
개발 역사도 제일 오래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틀라스만 따져 본다면 보스턴 다이나믹스가 성립되기 이전인 8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연구였다. 이후 MIT에서 나와 보스턴 다이나믹스를 창업했고, ID 그룹에 편입된 지금까지도 아틀라스의 개발을 지속하고 있었다.
현재 아틀라스는 유튜브에 공개된 초기형에서 그야말로 환골탈태를 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성인 남성의 크기에 다양한 파크루 기술을 펼칠 수 있는 든든한 두 다리가 있고, 인공지능 골드의 바둑 도전에서 선보였던 로봇 팔보다 더 발전된 팔을 장착하고 있었다. 정교한 관절과 견고한 손바닥 그리고 손가락 다섯 개를 사람처럼 움직일 수 있다.
“예, 그러면 유튜브에 아틀라스 최신형 모델의 퍼포먼스 영상을 공개하세요. 저는 지금 바로 도쿄 전력과 일본 정부에 제안서를 보내겠습니다.”
-예! 회장님!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된 아이처럼 신나하는 마크 박사였다.
아틀라스 자체로는 아직도 마크 박사가 원하는 수준까지는 도달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로봇 업계 전체를 놓고 보았을 때 아틀라스는 경쟁자가 없을 만큼 초격차를 달성한 상태였다.
평생의 역작이라 할 수 있는 아틀라스를 동일본 대지진이라는 극적인 위기 상황에서 공개할 수 있게 되었는데, 흥분하지 않는 게 이상했다.
띵!
몇 초 후 알람 소리가 났다.
유재원의 구독 채널에 등록된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유튜브에 새로운 동영상이 올라왔다는 신호였다.
제목은 아틀라스의 새로운 퍼포먼스라고 단순했지만, 담겨 있는 내용은 범상치 않았다. 시작부터 달리기를 했고, 작은 상자부터 허들까지 다양한 장애물을 뛰어넘었다. 심지어 기계체조 선수처럼 점프와 회전 등의 복합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회장님, 그런데 말입니다. 혹시나 해서 말인데…….
“네? 말씀하세요.”
-일본에서 우리의 제안을 기꺼이 받을까요? 조금 전 뉴스를 보면 원전에 대해서 매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던데.
조심스럽게 물어보는 마크 박사의 우려였다.
충분히 일리가 있는 우려였다. 아소 다로 총리와 도쿄 전력의 합작으로 빚어진 대참사였지만, 본인들의 책임은 최대한 회피하려는 수작이었다.
오죽하면 유재원이 드론을 띄워 후쿠시마 원전 가까이 접근시킨 건 불법이라고 지적하는 기사들이 쏟아져 나올 정도였다. 그렇게 띄워진 드론이 아니었다면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사고가 이렇게나 해외 토픽으로 뜨지 않았을 거고, 평소처럼 조용히 처리할 수 있었을 거라는 이야기다.
그러면서 아소 다로 총리는 사고 수습은 일본의 자체적인 힘으로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하면서, 근거 없는 자신감을 보였다. 그와 함께 비밀을 누설한 요시다 마사오 소장을 향해서 비밀을 누설했다며 크게 화를 냈다는 풍문이었다.
도쿄 전력의 경우 요시다 소장의 징계를 추진하다가 기자들에게 들켜서 큰 비난을 사기도 했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아틀라스 투입을 제안한다고 해도 호의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 같다는 게 마크 박사의 생각이었다.
“그럼요. 박사님은 그저 아틀라스가 원자로 내부에서 임무를 잘 수행할 수 있을지만 생각하시면 됩니다.”
유재원은 마크 박사에게 장담했다.
아소 다로 총리나 도쿄 전력이 싫다고 거부해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도록 만들 수 있는 힘은 차고 넘쳤다.
이번 동일본 대지진의 일로 유재원에 대한 지지도는 압도적이었다.
일본의 아소 다로 총리 그리고 그와 함께 이익을 공유하고 있는 세력들이 유재원을 향해 온갖 흠집 내기를 시도하고 있었음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을 정도였다.
여기에 유재원은 필요하다면 외부의 힘도 얼마든지 가져다 쓸 작정이었다.
이를테면 존 매케인 대통령이 있다.
존 매케인 대통령은 작년 말부터 일본에 매우 실망 중이었다. 바로 미중 분쟁에서 일본이 애매한 판단을 하고 있던 탓이다.
미국의 스텔스 전투기 데이터를 중국이 탈취한 것부터 시작한 중국과의 마찰은 이제 불균등한 무역과 시장 개방까지 확대되었다.
중국이 매년 천문학적인 흑자를 미국 상대로 거두고 있던 것도 존 매케인 대통령에겐 고깝게 보이지 않았다. 물론 중국의 무역 흑자는 청나라 채권 상환을 통해 미국에 상당 부분 돌아왔고, 덕분에 미국은 대규모 투자를 통해 경기를 부양할 수 있었다.
문제는 청나라 채권 상환도 이제는 조금 있으면 끝이었다.
게다가 중국은 WTO에 가입해 놓고도 자국 시장 개방에 가장 비협조적인 국가였다. 인터넷만 하더라도 중국은 정치적인 이유로 미국의 업체들을 선별해서 받았다. ID 그룹의 경우 넥스트컴부터 유튜브까지 죄다 차단이었고, 그나마 중국 내 오프라인 유통망이 있는 P마켓 차이나만 운영했다.
ID 그룹의 서비스 말고도 트위터나 페이스북 또한 중국 내 정식 서비스에 제약을 받았다.
이뿐만이 아니라 게임 역시 마찬가지였다. 중국산 게임들은 넘쳐나는데, 중국에 수출되는 게임의 숫자는 계속 줄고 있었다. 판호라는 사전 승인 정책의 적용을 고무줄처럼 늘였다 줄이면서 비관세 장벽처럼 사용한 것이다.
그나마 ID 엔터테인먼트의 게임들은 텐센트와의 협력 덕에 중국에 비교적 순조롭게 진입했지만, 다른 업체들은 그렇지 못했다.
존 매케인 대통령은 이번 기회에 중국의 고약한 버르장머리를 확실히 바꿔 놓을 작정이었다.
그렇기에 대중국 포위망에 동맹들의 합류를 부탁했는데, 동아시아에서는 일본이 제일 미적지근이었다.
대한민국만 봐도 미국과 비견될 만큼 중국과 격하게 충돌 중이었는데, 일본은 말로는 미국 편에 섰지만, 실제 행동으로는 중국과 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고깝게 보이는 일이었다.
몇 시간 후.
-도쿄 전력,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 수습에 최첨단 로봇 사용한다!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이족 보행 로봇 아틀라스, 출격 준비 완료!
-유튜브 인기 급상승 중인 아틀라스의 놀라운 퍼포먼스 영상!
유재원이 마크 박사에게 장담했던 그대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에 아틀라스를 투입하는 건 승인이 되었다.
아소 다로 총리나 도쿄 전력은 자체적인 사고 수습을 위해 나름대로 최대한의 노력을 했다. 하지만 어떠한 방법이든 무용지물인 상황이었다. 원자로 내부에 사람이 들어갈 수 없었으니, 기계를 동원해야 했다.
일본이 보유한 그 어떤 장비로도 고농도 방사능이 유출된 고온의 원자로 내부에서 원활히 움직일 수가 없었다.
일본의 전문가들이 보기에도 비슷한 결론이었다. 심지어 아틀라스의 운동 능력은 시대를 초월했다는 평가지만, 그만큼 정밀한 구조였고, 고성능의 반도체가 집적된 만큼 원자로 내부에 진입할 때 십중팔구는 고장 날 거라고 예측하는 이들이 많았다.
아소 다로 총리는 내심 압력에 굴복해 승인해 주긴 했지만, 아틀라스가 보기 좋게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있었다.
이렇게 일본은 물론이고 전 세계의 관심을 받으며 등장한 이족 보행 로봇 아틀라스는 총 4대가 특별 수송기 편으로 일본으로 이동되었다.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와 제일 가까운 공항에 착지한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마크 박사와 직원들 그리고 주인공인 아틀라스는 바로 현장으로 이동했다.
그 모습부터 실시간으로 유튜브 그리고 일본의 공중파를 통해 전 세계로 보도되었다.
재난 상황이었지만, 모든 이벤트를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건 완전히 새로운 보도 방식으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까지는 금방이었다.
그곳에서 도쿄 전력 관계자들 그리고 요시다 마사오 소장을 만난 마크 박사와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직원들은 원자로 내부 상황에 대해 설명을 들었고, 수행해야 할 작업도 전달 받았다. 이를 곧장 아틀라스에 입력하고 작전을 시작했다.
같은 시각.
세계의 네티즌들과 마찬가지로 아틀라스의 활약을 기대하고 있던 유재원은 인공지능 골드로부터 황색 경고 메시지를 받았다.
-마스터, 클라우드 시스템의 가용 자원이 5%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뭐라고?”
유재원은 깜짝 놀랐다.
동시 접속자 신기록을 세우고 있는 유튜브의 가용 자원이 5% 이하라고 하면 놀라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골드가 지칭한 것은 클라우드 시스템이었다.
클라우드 시스템은 ID 그룹의 알파와 오메가였다. 인공지능 골드부터 유튜브까지, ID 그룹의 모든 영리 활동이 클라우드 시스템을 통해 이뤄졌다. 지금 투입을 준비 중인 아틀라스도 클라우드 서버를 통해 구동되는 장치였다.
클라우드 시스템의 중요성을 잘 아는 유재원은 확장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최근에도 확장이 이뤄졌는데, 벌써 가용 자원이 5% 이하라니.
모니터에는 아틀라스가 원자로 내부로 진입을 시작했지만, 유재원의 눈에는 하나도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심각한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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