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856화 (856/1,007)
  • 832회

    초격차 차세대 슈퍼컴퓨터, 퀀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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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급 속보.

    -일본 산리쿠 연안에서 규모 9.1 대지진 발생.

    -지진 지속 시간 166초.

    -지진으로 인한 쓰나미 경보도 발생.

    -쓰나미 최대 높이 15m.

    “방송국은 다 준비하고 있었네.”

    유재원의 텔레비전에 켜져 있는 채널은 NBC였다.

    미국의 대표 공중파인 NBC는 일본에서 지진이 일어나자,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바로 긴급 속보 체제로 전환되었다.

    -아, 현장에 나가 있는 래스터 앵커와 연결되었다고 합니다.

    곧이어 화면이 전환되었고 로터 소리가 요란하게 유재원의 서재를 울렸다.

    -이곳은 불과 10분 전까지만 해도 다이라 평야와 나쓰미 강이 있던 후쿠시마의 평야였습니다. 쌀을 재배하는 논이라는 농장이 있었지만, 지금은 이렇게 쓰나미가 들어와 바다처럼 바뀌었습니다.

    -쓰나미라는 건 단순히 커다란 파도가 한 번 육지로 올라왔다가 빠지는 게 아닙니다. 해수면 전체가 절벽처럼 상승해서 육지로 밀려들어 와 지대가 낮은 곳을 바다처럼 만들어 버리는 겁니다.

    배경 지식이 없는 시청자들을 위해 쓰나미가 무엇인지도 설명하는 래스터 앵커였다.

    원래 래스터 앵커는 NBC의 주말 뉴스를 맡고 있는 사람이었는데, 이번 동일본 대지진 취재를 위해서 일본에 들어가 있던 모양이었다.

    -지금 일본은 지진의 진동이 일으킨 피해보다 쓰나미로 인한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커 나가고 있습니다. 천만다행히도 ID 그룹의 유재원 회장을 통해 사전 예고되었고, 몇 시간 전에도 긴급 대피 권고를 내린 덕에 보고된 인명 피해는 아직 없습니다.

    NBC의 카메라에는 쓰나미가 밀고 들어오면서 함께 밀려 버린 건물들과 각종 시설들이 잡혔다. 논 가운데 자그마한 도시도 있었는데 쓰나미에 완전히 잠겨 버렸다. 일부 부실하게 지어진 건물은 쓰나미에 밀려서 인근 산 중턱까지 밀려온 상태였다.

    자연이 일으킨 재앙 앞에서 인간이란 얼마나 무력한 존재인지 바로 보여질 정도였다.

    -아, 새로 들어온 소식입니다. 센다이 공항이 완전히 잠겼고,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도 침수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재가동을 위해 투입된 인력도 건물 내에 고립되었다는 속보입니다.

    래스터 앵커의 다급한 말이었다.

    유재원은 이미 본인의 모니터로 그 상황을 보고 있었는데, 현장에 나가 있던 취재진은 이제야 소식을 들었던 모양이다.

    드론을 통해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로 물이 쏟아져 들어오는 모습을 생생히 본 유재원은 걱정이 절도 되었다.

    발전소의 규모가 있어서 완전히 다 잠기진 않았지만, 원전 시설에 바닷물이 침범하는 장면은 너무나 우려스러웠다. 특히 바닷물이 들어가자 외부 시설의 전원이 하나둘씩 픽픽 나가는 모습은 재난 영화의 오프닝 같았다.

    그렇지만 천만다행인 건, 재가동을 위해 투입된 기술자들이 지진 경보에 모두가 도망가지는 않았다는 점이었다.

    유재원이 가까이 띄운 드론에는 외부에서 작업하던 작업자들은 대피했지만, 원자로 관제실에 있던 사람들이 나오는 건 잡히지 않았다.

    “이번엔 과거와 좀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해도 되겠지?”

    일단 후쿠시마 원전은 가동 정지 중이었으니, 회귀 전과 같이 냉각 시스템의 전원이 나가 버리는 최악에도 원자로 폭발까진 가지 않을 거라는 느낌이 왔다.

    유재원은 곧이어 다른 채널이 어떤지 알아보기 위해 리모컨을 들어 채널 변경을 눌렀다.

    미국의 공중파와 뉴스 케이블 채널 모두 동일본 대지진에 대한 긴급 속보가 나오고 있었다. 세계 채널로 넘어가서 영국이나 유럽, 대한민국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더욱이 이번 재앙은 래스터 앵커의 말처럼 유재원 본인이 한참 전에 예고한 것이라서 그런지 방송국이 전하는 화면의 퀄리티가 차원을 달리했다.

    과거에는 일본의 방송국 화면을 그대로 인용해서 보도했던 반면에, 지금은 NBC처럼 헬기를 띄운 곳도 있었고 드론을 띄운 곳도 있었다.

    미리 취재팀을 파견해서 방송용 화면을 찍었고, 이를 위성으로 전송해서 받았으니 방송국마다 다 다른 화면이었다.

    띵!

    한참 채널을 바꿔 가면서 상황을 살펴보고 있는데, 알람이 울렸다. 스마트폰은 아니었다. 유재원의 컴퓨터에서 울린 소리였다.

    알람과 함께 띄워진 메시지를 읽은 유재원은 얼굴이 조금 굳었다.

    3.

    단순한 숫자 3이었다.

    유재원은 숫자의 의미를 알고 있었기에 얼굴이 절로 굳어졌다. 그것은 바로 쓰나미에 휩쓸린 사람들을 의미했다.

    결국 쓰나미로 인한 희생자들이 나오고야 말았다.

    참고로 희생자의 파악은 그야말로 입체적으로 이뤄졌다.

    일단 제일 먼저 파악하는 건 미리 띄워진 드론과 CCTV로 수집되는 영상을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것이었다.

    꾸준히 학습하고 있고, 지금도 학습 중인 인공지능 골드의 영상 해석 능력이었다. 현재 수준도 이미 사람의 인식 능력에 전혀 뒤지지 않았다.

    특히 지금처럼 혼란스러운 와중에 특정한 오브젝트만 포착해내는 능력은 사람의 수준을 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높은 하늘에서 먹이를 찾아내는 독수리와 같이 매서운 능력으로 쓰나미에 휩쓸린 사람들을 찾아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인공지능 골드가 아직은 기술적 특이점을 넘기지 못한 건 분명한 사실이었다. 영상 분석만으로는 오류가 생길 가능성이 크기에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

    스마트폰의 침수 감지기였다.

    안드로이드가 먼저 방수 기능을 선보였고, 애플이 뒤를 따랐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방수 기능은 스마트폰의 기본이었다. 그렇지만 익스트림한 상황에서도 방수를 보증하는 건 아니었고, IP67, IP68 정도 등급의 보장이었다. 그 이상에서 침수가 되면 이는 전적으로 소비자 과실이었다.

    이를 판정하기 위한 기능이 침수 감지기였다.

    쓰나미에 휩쓸려 바닷물에 노출된 스마트폰도 바로 감지해서 숫자를 카운팅하도록 되어 있었다. 이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뿐만이 아니라 애플의 아이폰 역시 마찬가지 기능을 제공하기로 했다.

    유재원이 먼저 제안했고, 애플도 바로 수락했다.

    사람을 구하는 일이라서 애플이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게다가 애플로 복귀한 잡스는 유재원에 대한 호감이 있었기에 기꺼이 수락했다.

    덕분에 쓰나미 피해 구역 내에서 바닷물로 인한 침수가 된 스마트폰은 바로 안드로이드나 애플의 서버에 위치 정보가 전송되도록 했다.

    이러한 정보들을 다 종합해서 쓰나미 피해자들을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기능이 완성된 것이었다.

    24!

    숫자는 빠르게 올라갔다.

    몇 초 전엔 3이었는데 벌써 24였다.

    그러고도 모자라 숫자는 계속 올라와서 100을 넘겼다.

    그나마 다행은 회귀 전이었다면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19,691명이나 나오고, 실종은 2,568명이나 나오는 대참사가 벌어졌을 거라는 사실이었다. 내일이 되어 봐야 전체적인 윤곽이 나올 테지만, 회귀 전과 같은 수준의 인명 피해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단순한 예고와 경고 때문이 아니라, 피해를 최소화할 직접적인 조치도 이미 실행 중이었다.

    텔레비전의 채널을 NBC로 돌린 유재원에게 마침 관련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오, 구조용 헬기들이 들어옵니다!

    -헬기 하단부에 사람을 실을 수 있는 커다란 바스켓이 달려 있군요!

    -어? 그런데 헬기의 동체에 익숙한 로고가 찍혀 있군요. 안드로이드 로봇입니다. 일본의 소방청이나 일본 정부가 준비한 헬기가 아닌 모양입니다.

    정답이다.

    유재원은 오늘 단 하루를 위해서 대형 헬기를 무려 100대를 넘게 임대했다. 거기에 구조용 바스켓을 달았는데, 한 번에 최대 8명을 태울 수 있는 숫자였다.

    동일본 대지진에서 제일 큰 인명 피해를 내는 것이 쓰나미였다.

    쓰나미에 휩쓸린다는 건 곧 죽음을 의미했다. 그렇기에 바닷물이 빠르게 들어와 고립된 사람들을 쓰나미에 휩쓸리기 전에 안전지대로 옮기는 게 관건이었다.

    -안드로이드 마크를 단 헬기들이 옥상이나 자동차 위에 고립된 사람들을 구조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유재원 회장은 철저히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게 여기서 드러나는군요!

    NBC의 래스터 앵커가 목소리를 높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쓰나미 경보로 건물의 옥상으로 대피했던 사람들의 숫자가 제법 많았던 것이다. 웬만한 쓰나미면 그냥 옥상에 올라가는 것으로 충분했을 테지만, 이번에 일어난 건 10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역대급 규모의 쓰나미였다.

    일부 낮은 건물에 올랐던 사람들은 그 위로 밀어닥친 쓰나미에 휩쓸려 버리기도 했다. 그걸 그대로 보고만 있어야 했는데, 구조용으로 개조된 헬기들이 몰려오면서 완전히 해소되었다.

    구조 헬기의 파일럿이나 동승한 구조 도우미 모두 최선을 다해 사람들을 구조했다. 그냥 옥상에 있는 사람들만 구조하는 게 아니라, 쓰나미에 휩쓸려 내려가는 사람들까지도 건져 올릴 만큼 적극적이었다.

    -드론도 있습니다!

    -드론에 커다란 구명 튜브를 장착하고 있다가 핀포인트로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도대체 어디서 드론을 조종하고 있는 걸까요?

    -아! 방금 들어온 소식인데, 이 드론들은 모두 ID 하이테크의 인공지능이 제어하고 있다고 합니다. 자율적으로 움직이면서 대피하지 못한 사람들을 찾아 구명 튜브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구조 헬기 역시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쓰나미 수몰 지역에 띄워진 드론과 CCTV가 촬영하는 영상 전체를 실시간으로 분석해서 쓰나미에 휩쓸린 사람을 포착하는 방식이라고 합니다.

    -놀랍습니다. 마치 오늘 이 자리가 ID 그룹의 첨단기술의 시연장이 된 것 같군요.

    걸프 전쟁에서 인류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다국적군이 보여준 현대전으로 전쟁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는 걸 인지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이미 예고된 재앙이라면, 충분한 대비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을 전 세계가 인식하게 되었다.

    다만 동일본 대지진을 제일 열심히 대비한 주체가 아소 다로 내각이나 일본 정부가 아니라 유재원의 ID 그룹이었다는 게 놀라울 뿐이다.

    그렇지만 유재원에겐 특별한 일도 아니었다.

    아소 다로 내각에 대한 유재원의 기대감은 0점이었기 때문이다.

    방조제가 지어질 때부터 줄곧 모니터링을 하면서 문제점은 수도 없이 보고되었으니 말이다.

    일단 건설하기 전부터 정밀도 높은 시뮬레이션을 돌려서 피해가 제일 클 곳을 대비하는 게 첫 번째고, 건설에 착수하면 튼튼하고 꼼꼼하게 지어 올리는 게 다음이다.

    아소 다로 내각은 이 기본적인 두 가지를 모두 지키지 않았다.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앞에 지은 방조제는 높이도 틀렸고, 그나마 완성된 것도 중간에 무너져 버리지 않았던가.

    띵!

    -ID톡의 일본 트래픽이 폭증 중입니다. 어제보다 742% 증가했습니다.

    -일본인을 위한 특별 타일 장착 숫자도 500만을 돌파했습니다.

    ID톡 관련 알람이 연달아 들어왔다.

    인터넷 메신저의 표준인 ID톡이었다. 애플용 ID톡도 있었기에 종류에 상관없이 기본으로 이용하는 메신저 앱이라고 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보다 애플의 보급률이 훨씬 높은 나라가 일본이었지만, 아이폰을 사서 ID톡을 까는 건 누구도 빼먹지 않는 일이었다.

    재난 상황에서 가족과 친구들의 안전을 확인하는 일은 그야말로 기본 중 기본이었다. 예전이라면 음성 통화를 썼겠지만, 지금은 ID톡이 음성 통화를 능가했다.

    이러한 일이 있을 줄 알고서 미리미리 서버 용량과 중계기를 확보한 유재원이었기에, 이용자들은 조금의 버벅거림도 없이 사용할 수 있었다. 게다가 일본 전용 특별 타일을 ID톡의 기본 타일에 추가하면 일본 사용자들의 통신 요금 면제와 메시지 처리에서 우선권을 받을 수 있었다.

    해당 기능은 ID 그룹의 일본 쪽 파트너인 소프트뱅크와의 협력으로 이뤄진 것이었는데, 효과는 지금 보는 바와 같이 아주 좋았다.

    아쉬운 건 예전이었다면 영식이가 호들갑을 동반하면서 해 줬을 상황 보고를 지금은 인공지능의 중성적 목소리가 대신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건강한 대한민국 남자라면 피할 수 없는 병역 때문이었다. 훈련소 소집 날짜를 최대한 미루는 것도 한계가 온 게 작년 가을이었다. 미국 시민권도 생각해 봤던 영식이지만, 유재원의 권유로 군대에 다녀오기로 최종 결정했다.

    본인의 특기를 그대로 살려 육군본부에서 정보 처리 시스템 관련한 보직을 수행 중이었고, 내년 겨울 전역 예정이다.

    그렇게 군대에 간 영식이가 했던 보직은 3개로 나뉘어져 수행 중이었는데, 유재원에게 중요 정보를 전달하는 건 인공지능 골드가 담당 중이었다.

    워낙 민감한 정보를 다루는 자리이다 보니, 믿고 맡길 사람이 없었던 탓이다.

    “이제 좀, 안정화된 건가?”

    샌프란시스코에 새벽이 찾아올 때까지도 깨어 있던 유재원은 굳었던 표정을 풀었다.

    쓰나미가 막 올라 올 때까지만 해도 빠르게 올라가던 실종자 숫자는 400대 중반까지 올랐다가 멈춰섰다. 드론과 CCTV를 통해 포착되는 실종자도 0이 된 지 오래다.

    헬리콥터의 긴급 구조를 요청하는 숫자도 뚝 끊겼다.

    1차적으로는 일본에 해가 지면서 드론과 CCTV의 감지 능력이 크게 저하된 탓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유재원이 판단하기에 제일 큰 이유는 육지 깊숙한 곳까지 밀려왔던 쓰나미의 피해가 끝났기 때문이었다.

    규모 7 정도 되는 여진이 몇 차례 오긴 했지만, 역시 해저에서 일어난 것이라 피해 규모가 커지는 일은 없었다.“매뉴얼의 일본이라 했으니 내일부터는 일본 정부 차원에서 복구 작업이 시작될 수 있겠지?”

    유재원은 본인이 이 정도 했으면, 이제부터는 일본 정부의 행정력으로 나머지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이는 유재원의 오판이었다.

    아소 다로 내각의 무능함은 유재원의 상상을 초월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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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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