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855화 (855/1,007)
  • 831회

    초격차 차세대 슈퍼컴퓨터, 퀀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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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급 속보!

    -미야기현 먼바다 해상에서 지진 발생, 오후 2시 46분 18초.

    -P파 육지에 도착. 2시 46분 50초.

    -강한 흔들림에 주의.

    지진 경보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는 건 이틀 전의 전진으로 확실히 인증이 된 일본이었다. 덕분에 이번 규모 9.1의 대지진에서도 경보 시스템은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지진이 발생하자 일본의 공중파 방송에서는 바로 지진 속보 자막이 떴고, 주의를 요했다. 그런데 일본에 있는 거의 모든 사람들은 지진 경보와는 상관없이 거대한 지진을 몸으로 느꼈다.

    와드드.

    지진이 발생한 진앙으로부터 제법 먼 거리에 있는 도쿄의 사람들 모두가 땅이 크게 흔들리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띵!

    -안드로이드 시스템 긴급 해일 경보.

    -최대 높이 13m 이상. 해일 도착까지 앞으로 -3분 30초.

    동시에 동일본 쪽 해안에 있던 사람들 중에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동시에 해일 경보를 받았다.

    일본의 지진 시스템과는 별도였고, GPS를 기반해서 해일 위험 지역에 있는 사람들에게만 특정해서 보내진 위험 경고였다.

    유재원이 유튜브 라이브 스트리밍을 할 때만 해도 시큰둥했던 사람들은 거대한 지진이 일어났다는 걸 몸으로 체감한 뒤에야 완전히 사색이 되었다.

    지진에 익숙한 일본 사람들도 이번 지진은 이전의 지진들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걸 확실히 인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경고를 받은 이들은 제정신을 차리고 바로 몸을 돌려 해안가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일본에서 안드로이드 사용자는 소수였기에 무슨 영문인지 몰라 멀뚱히 그 모습을 바라보는 사람들도 상당수였다.

    띵띵!

    다행히도 그렇게 멀뚱히 있던 사람들도 해일 경고를 받았다.

    이번에는 넥스트컴이나 이메일닷컴, ID톡과 같은 ID 그룹이 서비스하는 앱을 설치한 사람들에게 보내지는 메시지였다.

    안드로이드는 쓰지 않더라도, 넥스트컴이나 이메일닷컴, ID톡은 누구나 필수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앱이었다. 아이폰이라도 해당 앱은 제공되고 있었기에 해일 경고는 스마트폰 사용자 모두에게 전해질 수 있었다.

    유재원이 일부러 시간의 차이를 둔 건 아니었다.

    다만 안드로이드 시스템은 즉각 제어할 수 있는 반면, 타 기종들은 몇 가지 절차를 거쳐야 했기에 발송이 좀 느렸다.

    다행히 지진이 발생하고서 해일이 해안가를 덮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 차이는 제법 컸다. 그렇기에 최대한 빨리 대피를 한다면 이 시간에 해안에 있더라도 살아날 수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먹고 살기 위해 해안가의 일터로 향한 이들과 안전불감증, 호기심, 만용과 같은 본인의 선택으로 위험지역에 왔던 이들 모두 예외 없이 다급하게 위험 지대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이제라도 움직이니 다행이네.”

    이와테현 해안가에 띄운 드론이 전송하는 영상을 서재에서 실시간으로 보는 유재원에게도 그 모습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유튜브 라이브 스트리밍 시청자 숫자가 10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그와 함께 지진 경보 체계로 전환된 유재원의 유튜브 채널 시청자 숫자가 역대급 기록을 수립했다.

    과거에도 라이브 시청자 숫자가 100만을 넘긴 적은 몇 번 있었다.

    그런데 그 경우에는 IDDC와 같은 커다란 행사를 중계할 때였다. 개인적인 방송으로 라이브를 진행했을 때 100만을 넘긴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게다가 라이브 스트리밍에 접속하는 사람들은 100만을 찍은 다음에도 계속 늘어나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대지진이 터진 일본의 상황을 가장 생생히 보여주고 있는 방송은 일본의 지진 경보 체계나 일본으로 출장 나간 타국의 취재진이 아니라 유재원의 유튜브 라이브 방송이었기 때문이다.

    안전지대에 설치된 독립형 CCTV는 지진으로 인해 격하게 흔들리는 건물을 잡아냈다. 심지어 공해상에 띄워진 배에서 날린 드론으로 잡아낸 쓰나미가 서서히 일어나고 있는 장면까지도 라이브로 찍고 있었다.

    회귀 전 동일본 대지진의 전개 양상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한 유재원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라 회귀를 약속 받고 마스터플랜을 짤 때, 동일본 대지진에 대한 대비도 완벽하게 설계했다.

    이웃 나라의 거대한 재난이었지만, 이를 최대한 바람직하게 이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모색했고, 그러한 모색의 결과 중 하나가 지금 일본은 물론 전 세계를 대상으로 방송 중인 라이브 스트리밍이었다.

    유재원의 경우 유튜브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방송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받고 있었다.

    공해상으로 띄워진 드론은 수십 기였다.

    이 중에서 제일 극적인 장면이 나오는 드론 영상을 유튜브 라이브에 띄우고 있었지만, 해상 촬영만 하는 드론 영상은 모두 유재원에게로 전송되었다.

    “아직 공해상인데도 쓰나미 높이가 2미터를 넘었네.”

    드론에 장착된 센서 중에는 심도 센서도 있었다.

    이를 통해 진앙으로부터 터져 나온 에너지가 쓰나미를 일으키는 장면을 고스란히 찍어낼 수 있었다.

    수심이 깊은 곳에서 파도는 크게 일지 않았지만, 육지에 가까워지면서 점점 크게 솟는 모습은 마치, 바다에서 검은 벽이 올라오는 것처럼 보였다.

    일본의 근해에 쌓여 있던 퇴적물과 오염 물질이 쓰나미로 인해 끌어 올려진 것이다. 이로 인해 투명했던 바닷물은 삽시간에 검게 변했다.

    쓰나미가 가까워지면서 점점 많은 바닷물이 해안으로 역류되었다.

    이와테현의 항구는 그로 인해 벌어지는 양상을 실시간으로 보여주었다. 항구 때문에 쓰나미 차단 벽을 설치할 수 없었다. 대신 파도를 막는 방조제가 든든히 설치되어 있었는데, 해안으로 밀려드는 파도는 순식간에 방조제를 집어삼켰다.

    항구 안쪽에는 고깃배들이 잡아온 물고기를 경매에 붙이는 넓은 장소가 있었는데, 순식간에 바닷물이 들어왔다.

    사시사철 경매를 치르기 위해 지붕을 올렸는데, 지붕을 올리기 위해 만들어진 3m짜리 콘크리트 기둥이 바닷물에 다 잠기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1분도 걸리지 않았다.

    심지어 쓰나미의 본류가 아직 육지에 닿지 않았음에도, 먼저 밀려온 바닷물에 항구가 잠기는 건 순식간이었다.

    “골드, 인명 피해가 감지된 거 있어?”

    -현재 시점까지 감지된 인명 피해는 0건입니다.

    골드의 대답은 즉각적이었다.

    일본 대지진을 대비하여 수십 대의 드론, 수백 개의 CCTV가 4G 데이터 통신망 그리고 유선 광케이블을 통해 골드와 연결되어 있었다. 무선과 유선 모두 ID 그룹과 긴밀하게 연계된 소프트뱅크의 기간망을 통해 인터넷 백본망과 위성 인터넷으로 이중 연결된 상태다.

    큰 지진이 와서 유선망이 무너지더라도, 무선망을 통해 즉각 스위칭이 되어 안정적인 연결을 보장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수백 개의 영상을 일시에 모니터링하는 이미지 해석기는 피해의 규모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게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지 해석 모듈만 해도 15년을 넘게 학습한 상태였다.

    그 어떤 장면이라도 바로 화면에 잡히면 모든 이미지를 알아볼 수 있었다. 이는 곧 클라우스 서버와 연계되어 놀라운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낸다. 피해의 규모를 산출하는 건 물론이고, 마음만 먹는다면 화면에 잡히는 사람의 정보도 포착해낼 수 있다.

    그 사람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면 훨씬 쉽다. 그렇기에 중국은 이것을 가지고 사람을 통제하려는 텐허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유재원은 반대로 사람을 구하기 위해 시스템을 사용했다.

    어떠한 도구든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의 의지에 따라 효과가 크게 달라진다는 걸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아직 인명 피해는 없다는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지진에 대한 경고를 지속적으로 해 온 덕에 미리 조심하는 사람도 많았고, 해안가에 있더라도 해일 경보를 바로 때려준 덕에 피할 시간이 있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유재원이 독자적으로 구축한 모니터링 망에 잡히지 않은 곳에서 사고가 발생하고 있을지도 몰랐고, 쓰나미 본류가 아직 상륙하지 않은 전조 단계에서의 집계이니 안심할 상황은 아니었다.

    -60초 후, 쓰나미 본류가 이와테현에 상륙합니다. 후쿠시마현에는 108초 후 상륙 예정입니다.

    유재원이 긴장감을 다시 세울 때, 마침 인공지능 골드의 경고 메시지가 이어졌다.

    그와 함께 유재원의 모니터 중앙 부분에 쓰나미를 추적하는 드론의 실시간 영상이 크게 띄워졌다.

    이 장면은 곧장 유튜브 라이브 스트리밍에도 그대로 전해졌다.

    이제는 200만에 가까운 시청자들이 몰린 유재원의 라이브 스트리밍에는 그 많은 숫자만큼이나 채팅창이 폭발 중이었다. 그 많은 사람을 하나의 채팅창에 몰아넣는 건 현재의 기술로는 불가능한 일이라서, 접속하는 순서에 따라 채널을 따로 분리한 상태였다.

    각 채널의 최대 수용 인원은 5천 명 정도였으니, 400개 정도의 채널이 생성된 상태였다. 채널마다 채팅이 가득 올라오고 있었는데, 쓰나미 본류가 제일 큰 화면에 띄워지는 순간 채팅이 뚝 그쳤다.

    “집채만 하다는 말이 뭔지 알겠다.”

    아니, 유재원의 눈에만 집채 정도로 보이는 것이지, 웬만한 사람들의 눈에는 5층짜리 빌라보다 더 커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처음 포착했을 때 2m였던 쓰나미의 본류는 해안에 들어오자 13m로 엄청나게 솟아올랐다.

    시뮬레이터가 예측했던 바로 그 높이였다. 심지어 일부 지점에서는 15m를 넘었다는 데이터가 올라오기도 했다.

    “자기 예측이 맞아서 다행인데, 피해가 너무 클 것 같아.”

    유재원이 모니터에 집중하고 있을 그때, 옆에 있던 티파니에게서 우려 가득한 말이 나왔다.

    일본은 오후 2시 40분이었지만, 샌프란시스코는 저녁 10시 40분이었다. 평소라면 침대에 함께 누워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도란도란 이야기하거나, 부부의 세계를 탐구하고 있었을 시간이다.

    그렇지만 오늘은 특별한 날이었기에, 티파니도 이렇게 서재로 와서 유재원 옆에 자리를 잡고 있었던 것이다.

    유재원이 유튜브 라이브를 할 때도 카메라 뒤에서 조용히 직관 중이었던 티파니는, 라이브 방송이 드론과 CCTV로 전환되자 유재원의 옆자리를 떡하니 차지했다. 혜성이는 꿈나라로 여행을 갔기에 아주 오랜만에 둘만의 시간이 나왔다.

    하지만 오붓한 이야기를 나눌 분위기는 아니었다.

    “아소 방조제가 이걸 막아낼 수 있을까?”

    아소 방조제란 아소 다로 총리가 쓰나미 대비를 위해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해 만든 거대한 콘크리트 차단막이었다.

    동일본 전체를 감싸는 건 아니었고, 인구 밀집 지역이라든가 공장이나 논밭이 있는 곳에 세워진 구조물이다.

    원래는 이보다 훨씬 긴 이름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냥 아소 방조제로 통칭되고 있다. 게다가 이 별명으로 해외에 보도도 많이 되어서 티파니의 귀에까지 들렸을 정도였다.

    “글쎄. 그러면 좋겠지만, 워낙 말이 많았던 물건이라서 말이야. 뭐, 이제는 직접 성능을 확인할 때지.”

    그렇게 답한 유재원은 컴퓨터를 조작해서 후쿠시마 지역에 띄워진 드론의 영상을 메인에 띄웠다.

    콰르르릉.

    이번엔 현장의 사운드까지도 전해졌다.

    검게 변한 바다가 사정없이 육지로 올라오면서 모든 걸 집어삼키고 파괴했다. 선명한 화질에 사운드가 더해지니 현장의 상황이 생생히 느껴질 정도였다. 특히 사운드 시스템의 경우 유재원만 할 수 있는 커스텀이 이뤄진 서재였다.

    덕분에 현장감이 그야말로 최상이었다. 게다가 지금은 영화도 아니고 지구 반대편에서 실시간으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니 남다를 수밖에 없다.

    “아소 방조제는?”

    후쿠시마 원전 바로 위는 비행 금지 구역이라 드론이 뜰 수 없었다. 대신 1km쯤 떨어진 곳에 띄워진 상태였는데, 원전의 상태를 확인하는 건 문제없었다. 그런데 아무리 카메라를 돌리고 줌 인을 해 봐도 아소 방조제는 보이지 않았다.

    이유는 바로 파악되었다.

    “이미 잠긴 모양인데?”

    드론이 포착한 후쿠시마 원전 앞의 해수면 높이는 평소보다 14미터나 높았다.

    원래는 5.5m의 방조제가 있었고, 아소 방조제라는 이름으로 보강 공사가 이뤄져서 6.5미터를 더 높였던, 그러니까 12미터짜리 아소 방조제가 있었다는 이야기다.

    100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쓰나미도 막아낸다고 자랑했지만, 이번에 14미터짜리 쓰나미가 오면서 아소 방조제를 완전히 집어삼킨 것이다.

    드론이 전송하는 영상은 수신과 동시에 저장도 되었기에, 유재원은 플레이 시간을 과거로 돌렸다.

    그러자 검은 쓰나미가 12m짜리 아소 방조제를 집어삼키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검은 파도가 넘실거리면서 급속도로 해수면이 상승했고, 그 높이가 10m쯤 이르렀을 때, 새롭게 쌓아 올린 부분에 균열이 가더니 와르르 무너졌다. 그곳으로 검은 바닷물이 쏟아져 들어왔고 순식간에 집어삼켰다.

    후쿠시마에 닥친 쓰나미의 높이가 14m이니 그냥 버티고 있어도 다 잠겨 버렸을 테지만, 적어도 작업자들이 대피할 시간을 좀 더 벌어줬을 것이다. 하지만 바닷물이 다 차기도 전에 먼저 붕괴하면서 아소 방조제 전체가 빠르게 붕괴했다.

    그렇게 아소 방조제를 넘은 쓰나미는 곧장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원자로를 강타했다.

    동일본 대지진에 대해 일찌감치 경고해 주었음에도, 결과는 회귀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게 너무 실망스러웠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원자로 가동은 정지 상태였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틀 전 아소 다로 총리가 재가동 명령을 내리면서 작업자가 투입된 상황이었기에 방심은 금물이었다.

    “골드, 드론을 후쿠시마 원전으로 더 가까이 접근시켜줘.”

    -예, 마스터. 드론을 이동하겠습니다.

    유재원은 일본 정부나 도쿄전력은 믿을 수 없다는 판단으로 드론을 과감히 접근시켰다. 당연하게도 이 모습은 유재원의 유튜브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해 생중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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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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