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854화 (854/1,007)

830회

초격차 차세대 슈퍼컴퓨터, 퀀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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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예측 시스템, 이번에도 빗나갔나?

-규모 9.1의 대지진 대신 7.3의 해저 지진 발생.

-규모 7.3도 대단한 강진. 다만 머나먼 해저에서 발생해 피해 줄어.

-3연패 중인 지진 예측 시스템, 보완 필요.

-아소 다로 일본 총리, 신주 일본은 불침이다!

일본에서 불과 이틀 만에 쏟아진 어마어마한 말폭탄들이었다.

하나같이 지진 예측 시스템이 빗나간 것에 대해 무척이나 고소해하면서, 규모 7.3의 강진을 별 피해 없이 막아낸 일본을 자랑스러워하는 걸 숨기지 않았다.

특히나 언제나 격한 말로 문제를 만들어냈던 아소 다로 일본 총리가 하이라이트를 찍었다.

신주 일본과 불침이라는 단어는 특히 민감한 단어였다.

신주라는 건 신이 타는 배라는 것인데, 신은 일본의 덴노를 의미했다. 그와 함께 일본이라는 나라가 거대한 섬을 영토로 하고 있는데, 이를 배로 묘사했다. 발로 딛을 수 있는 커다란 땅을 배라고 하니 침몰하지 않는다는 것도 일단은 사실이다.

문제는 이러한 문장은 2차 세계대전 때 일본제국의 프로파간다로 많이 쓰였다는 것이다. 독일과의 동맹으로 전범인 나라인 일본에서 그때 당시의 프로파간다를 그대로 쓴다는 것 자체가 논란이었다.

그렇지만 아소 다로 총리의 말에 공감하는 일본인도 많았다.

잃어버린 10년이 잃어버린 20년으로 연장되면서 일본은 초장기 불황에 시달리는 중이었다. 게다가 이웃 나라인 대한민국과 극명히 비교되는 처지인지라 자존심까지도 무너졌다.

대한민국의 경우 IMF 외환위기를 극복한 이후 IT 혁명을 통해 매년 3, 4%가 넘는 견고한 성장세를 보였고, IT 분야에서 세계 1등 제품을 쏟아내면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냈으니 말이다.

-유재원 회장, 언론사 취재에 무대응.

-3월 11일 대지진 예측 변함없어.

유재원 이름 석 자만 붙으면 다른 기사들보다 클릭 수가 배가 되었기에, 유재원이 취재에 응하지 않았음에도 그 자체로 기사들이 쏟아졌다.

매스컴에서 유재원의 이름을 붙인 기사들을 워낙 많이 쏟아낸 탓에 지금은 겨우 100% 증가 정도에 그쳤지만, 몇 년 전만 해도 그 차이는 훨씬 컸다.

하도 가져다 쓰니 약발이 떨어지고 있었는데, 이번엔 달랐다.

사안이 사안인지라 호기심이 든 네티즌들은 클릭을 망설이지 않았다. 게다가 매스컴에서도 팩트체커에 적응이 좀 됐는지, 사실만 나열하면서도 클릭을 유도할 만한 기사 제목을 뽑아내고 있었다.

“설레발은 필패라는 거 모르나.”

일본의 모습은 아직 결과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로또에 당첨된 사람과 다를 바가 없이 굴었다.

극히 일부에서는 유재원 말대로 11일까지는 기다려 보자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현직 일본 총리는 문제아 아소 다로였다.

규모 7.3의 해저 지진이 터진 다음 날, 이제 지진은 없다는 것처럼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는 대규모의 인력이 투입되어 재가동 준비에 착수했다.

-도쿄 전력, 후쿠시마 원전 3월 말에 재가동 가능!

급기야 이틀을 못 참고 후쿠시마 원전 재가동 작업을 시작했다.

“참 나, 체르노빌 잘 보고도 이러는구만.”

체르노빌은 최종 내부 시사회의 반응 그대로 공개되자마자 타임플렉스의 최대 문제작 겸, 히트작이 되었다.

-체르노빌에 대해 드라마를 만들 거라면, 미리 말 좀 해 주지 그랬나?

오죽하면 푸틴으로부터 전화가 먼저 왔을 정도다.

드라마 속에서 소련 시절의 막장스러운 모습이 다량 나오는지라 그걸 보고 뭐라 타박하려나 싶었는데, 다행히 그건 아니었다.

체르노빌의 주제는 원전 사고의 참혹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 볼 수 있지만, 좀 더 들여다보면 인간에 대한 찬가를 느낄 수 있었다.

바이오 로봇이라 스스로를 지칭하고 고농축 방사능이 널린 곳으로 들어가 제염 작업을 하는 노동자들이나 멜트다운을 막기 위해 방사능 노출을 감수하고 땅굴을 파는 광부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숭고했다.

체르노빌 드라마가 단순히 자극적이기만 했다면 푸틴도 좋게 반응하지 않았을 텐데, 희생의 모습이 제대로 담겨 있었기에 반전이 나온 것이었다.

일본에서도 체르노빌은 큰 화제였다.

HBO 케이블은 일본에도 있었고, 이를 통해 라이브로 방송되었다. 그리고서 곧장 타임플렉스에 업로드되었는데 세계 최정상급의 클릭 숫자를 기록했다.

아무래도 핵폭탄을 두 번이나 맞은 유일한 나라가 일본이다 보니 방사능 사고에 대한 관심도 높았던 모양이다.

이러한 체르노빌 드라마의 인기 덕에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던 도쿄 전력의 후쿠시마 원전의 가동 정지도 이뤄질 수 있었다.

원전 마피아의 방해도 그때만큼은 무력했다.

원전 마피아라는 건 원자력 발전소와의 이익을 공유하는 모든 세력을 아우르는 말이었다. 원전 기술 개발부터 원자력 발전소의 운영과 유지 보수에 참여하는 이들을 통칭하는 말이었다. 이들은 원전이 꾸준히 가동되어야 돈도 벌고 존속도 이어질 수 있었다.

그렇기에 원전이 폐쇄되는 걸 가장 경계했다.

이런 원전 마피아들은 대지진이 오더라도 내진 설계가 철저한 원전은 끄떡없을 거라고 약을 팔고 다녔다.

일본의 원전 관련 조직에서도 큰 힘을 발휘했기에 후쿠시마 원전의 가동 정지는 쉽지 않은 일이었는데, 체르노빌이 세계적으로 히트하면서 가동 정지에 힘이 실린 것이었다.

이렇게 어렵사리 이뤄진 일이었는데, 9일에 생겨난 규모 7.3의 해저 지진을 보고 착각해 버린 아소 다로 총리는 대형 사고를 쳤다.

이틀이라는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그럼 시작해 볼까.”

서재를 돌아보며 준비 상태를 확인한 유재원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비트코인 작업을 시작할 때와는 다른 표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유재원이 하려는 것은 유튜브 라이브 방송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유재원이 가진 SNS 중에서 가장 많은 구독자를 가진 건 톡톡이었다. 아주 쉽고 간편하게 짧은 글과 사진을 공유할 수 있기도 했지만, 제일 먼저 시작한 SNS라서 팔로워도 많았던 것이다.

반면 유튜브는 지금도 성장 중인 동영상 SNS 플랫폼이었다.

프로듀스 마이 슈퍼스타로 확 뜬 유튜브였고, 2010년에 열린 시즌2도 성황리에 끝났다.

시즌2의 우승자는 4인조 밴드 원디렉션.

원래대로라면 더 X 팩터라는 영국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데뷔를 했어야 할 밴드였다. 그런데 프로듀스 마이 슈퍼스타가 워낙 성공한 덕에 원디렉션의 멤버들은 더 X 팩터에 지원하지 않고 프로듀스 마이 슈퍼스타로 발걸음을 옮겼다.

프로듀스 마이 슈퍼스타가 등장하기 전까지, 미국의 오디션 프로그램은 보통 가창력 좋은 솔로 가수가 자작곡을 기타 쳐서 우승하는 게 기본이었다.

그런데 프로듀스 마이 슈퍼스타는 2번 연속 4인조 밴드가 우승했다.

2년 뒤에 열릴 3시즌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그때도 밴드가 우승한다면 프로듀스 마이 슈퍼스타의 전통으로 확정될 것 같다.

하여튼 유튜브는 프로듀스 마이 슈퍼스타 시즌2의 성공으로 한 차원 더 높이 도약했다. 단순 팔로워 숫자는 톡톡이 우위였지만, 실제 서비스를 사용하는 시간은 유튜브가 아득히 추월해 버린 게 그 증거다.

또한, 라이브 방송 편의를 위한 유튜브 스튜디오 버전 앱을 따로 출시했는데, 덕분에 대기업 유튜버를 꿈꾸며 라이브 스트리밍에 뛰어드는 이들의 숫자도 훨씬 많아졌다.

-유하!

-유 회장님 하이!

방송을 켜자마자 구독자들이 바로 접속했고, 채팅창에도 사람들이 쏟아내는 인사말이 가득해졌다.

-얼마만의 라이브냐!

-요즘 라이브 방송 너무 뜸한 거 아닙니까!

-야야, 유 회장님이 너희처럼 한가한 분이냐?

-유 회장님이 최근 방송이나 SNS가 뜸했다는 건 뭔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뭔가를 만들고 있었다는 의미다.

-아냐, 혜성이랑 노는 데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있던 거야.

감 좋은 누군가들은 유재원의 최근 일상에 대해 바로 알아맞혔다. 맨 마지막에 올라온 것까지도 사실이었다.

유재원은 날카로운 채팅들에 움찔했다는 건 표내지 않고 평소의 말투로 입을 열었다.

“다들 안녕하셨어요? 오늘 방송을 켠 이유는 최근 일본의 상황이 너무나 우려스러워 견딜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맞아!

-대지진 예고를 해저 지진으로 퉁 치고 넘어가려는 거, 어이가 없을 지경.

-정신 승리도 상황 봐 가면서 해야 하는데 말이야.

-완전 동의! 11일이 다 넘어가지도 않았는데, 정신승리 중이라니.

유재원의 인사말이 끝나기 무섭게 채팅이 우르르 올라왔다.

일본에 대한 성토가 줄을 잇고 있었다. 상당수는 아이디 옆에 kr 아이콘이 붙은 사람들이지만, 미국이나 유럽, 그리고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아이콘도 상당수 보였다.

바로 이웃한 나라라서 일본을 잘 아는 한국 사람들만이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의 눈에도 지금 일본의 조치들이 비상식적으로 보인다는 의미로 충분히 해석할 수 있다.

“네, 대지진에 대한 대비를 잘해 놓고 마지막에 와서 풀어지는 게 너무 어이가 없을 지경입니다. 특히 한 나라를 책임지고 있는 총리대신이 제일 먼저 앞장서고 있는 게 너무 우려스럽습니다.”

-근데, 오늘 진짜 대지진 오는 거임?

“네, 옵니다. 그렇기에 지금 이 라이브 방송을 통해 확실히 말씀드립니다. 이와테현, 미야기현, 후쿠시마현, 아바라키현, 치바현과 같이 일본 동해안과 접한 지역의 해안가에 계신 분들은 최대한 내륙 쪽으로, 아니면 해수면으로부터 최소 15m는 높은 곳으로 대피하시기 바랍니다. 시뮬레이션 결과 최소 10미터 이상의 쓰나미가 닥칠 것이라 나왔거든요.”

그러면서 유재원은 준비된 자료 화면을 띄웠다.

지진 예측 시뮬레이터의 결과로 발생한 지진 데이터를 그대로 지구 시뮬레이터에 넣고 돌렸을 때의 파급력을 그래픽화한 것이었다.

평소 바다의 모습은 옅은 하늘색으로, 육지는 녹색으로 단순화되었는데 지진이 발생하면서 일으키는 쓰나미는 에너지량에 따라 노란색에서 붉은색으로 점점 강해지도록 설정되었다.

규모 9.1의 지진이 터지자 노란색의 파문이 동일본에서 생성되었고, 일본의 동해안에 점점 가까워질수록 급격히 달아오르면서 붉은색이 짙어졌다.

해안과 최초 접촉했을 때는 피처럼 붉은색이었고, 거기에 마우스를 가져다 대자 1335라는 수치가 나타났다. 해당 수치의 단위는 cm였으니, 13.3미터짜리 쓰나미가 몰려들었다는 이야기였다.

“지금 보시는 그래픽은 잠시 후 현실이 될 겁니다. 지금 해안가에 있다거나, 해안가 도시에 머물고 있는 분들은 최대한 대피하시고,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재가동 작업도 중단하길 강력히 권고합니다.”

-우와, 태평양 전체가 노래졌어!

-일본 동해안은 핏빛이네.

-아소 방조제가 버틸 수 있으려나 몰라. 최근 올라온 사진 보니 완전 부실이더만.

-이게 진짜라는 보장이 있습니까?

유재원의 시뮬레이션 공개에 경악을 금치 못하는 구독자들이었다. 심지어 누군가는 유재원의 말에 의심을 하기도 했다.

그 채팅 하나에 유재원은 빠직하고 열이 올라왔지만, 초인적인 정신력으로 참았다.

“장담합니다. 옵니다. 그러니 한순간의 감정에 휩싸여 비이성적인 행동은 삼가하시고, 지금이라도 위험을 피하시길 바랍니다.”

띵띵!

-유재원 회장, 유튜브로 대지진 예고 확신.

-쓰나미 시뮬레이션 결과까지도 공개.

세상 참 빠르다.

유재원의 유튜브를 보고서 바로 기사를 써 올리는 매스컴이 있었고, 이것이 곧장 유재원의 모니터링에 걸려 알람으로 떴다. 슬쩍 고개를 돌려 보니, 두 개의 기사 모두 팩트뉴스의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기사였다.

매스컴의 이름을 확인하자 살짝 머쓱해지는 유재원이지만, 표정 관리는 놓치지 않았다.

“지진 상황을 대비해서 이 유튜브 채널은 계속 생방송으로 유지하겠습니다.”

그렇다고 유재원이 하루 종일 떠들고 있겠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곧장 화면이 변환되었는데, 그것은 동일본의 이와테현과 후쿠시마현 등의 쓰나미 피해 예상 지역의 현장 모습을 라이브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고정형 CCTV도 있고, 드론으로 띄워 놓은 카메라도 있었다.

과거에는 지진 예고 시스템의 결과가 맞는지 확인하겠다고 직접 나섰던 유튜버들이 있었고, 그들 덕에 유튜버도 떴다. 지금 동일본 대지진 역시 마찬가지였다. 매스컴도 진을 치고 있었지만, 유튜버들도 일본의 동해안 쪽으로 많이 몰려들었다.

유재원도 나름 준비했다.

대신 위험 지역에 사람을 파견하진 않고, 카메라를 설치하거나 드론을 띄우는 식으로 대비했다.

“그리고 ID톡의 일본 특별 타일을 오픈했습니다. 재난 상황에서 지인들과의 빠른 연락이 필요한 분들을 위해 만든 서비스인 만큼, 데이터 패킷 이용료까지도 완전 무료입니다.”

ID톡의 원활한 통신을 위해서 임시 중계기도 대량 구비해 놓았다는 말은 굳이 하지 않았다.

이 밖에도 유재원이 준비한 것들은 수도 없이 많았는데 이재민들의 식량과 임시 거주 시설 등을 준비했다.

일본이라서 특별 대우하는 건 아니었고, 재난 상황에서 가장 든든한 존재로 ID 그룹이 인식되도록 하기 위해 마련한 조치였다.

행정력이 잘 정비된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조치들이 큰 효과를 보기 힘들어서 후진국에 집중되는 일이 많았지만, 이번엔 예외였다.

아소 다로가 최근 보여주는 행보는 그야말로 최악이었으니 말이다.

“지진은 무슨.”

유재원의 예상 그대로, 아소 다로 총리는 느긋하게 점심을 먹고 총리 관저로 돌아와 업무를 다시 시작했다.

업무의 시작과 함께 유재원의 특별 유튜브 라이브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그러고서 나온 반응이 ‘지진은 무슨’이라는 반응이었다.

이틀 전 그 지진으로 유재원의 지진 예보는 빗나갔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그래도 대비를 하는 모습이라도 좀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하지 않겠느냐는 보좌진의 의견은 간단히 거부했다.

그렇게 집무를 보기 시작한 지 30분쯤 흘렀을까.

그르릉 하는 소리와 함께 총리 관저 전체가 흔들렸다.

지진이었다.

일본 사람들은 지진에 만성적이 되었다. 그렇기에 평소에 자주 오는 약한 지진이 어떤 식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건물 전체가 흔들리는 것이 이전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야말로 지축이 흔들렸다는 느낌이라고 할까.

진짜 10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하는 규모 9.1의 대지진이 사실이었단 말인가. 생각이 거기까지 이어진 아소 다로 총리의 얼굴은 대번에 흙빛으로 바뀌었고 팔다리가 달달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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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추천과 리플, 선작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원고료 쿠폰, 후원 쿠폰도 완전 감사합니다~!

주말이네요!

환절기에 감기 조심하시면서 주말 즐겁게 보내세요~!

그럼, 월요일에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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