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853화 (853/1,007)

829회

초격차 차세대 슈퍼컴퓨터, 퀀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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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인 3월 8일. 저녁 6시.

비트코인 시세가 폭락을 시작한 지 대략 24시간이 지났을 때. 매크로 작업 중이던 인공지능 골드가 새로운 메시지를 냈다.

-1천 달러 선이 붕괴했습니다.

하루 전만 해도 비트코인의 가격은 1만 달러를 넘었다.

그에 따라 전 세계 커뮤니티가 터질듯 들썩였고, 비트코인 지분이 큰 중국 같은 경우에는 오프라인에서도 반응이 있었을 정도였다. 하지만 축제의 기분을 만끽하는 건 잠깐이었고, 유재원이 촉발한 대규모 매도가 펼쳐지면서 축제가 장례식으로 바뀌는 건 순식간이었다.

비트코인 초기에 투자한 사람들이라면 지금도 비트코인 잔고는 빨간색으로 수익을 기록하겠지만, 그런 사람들은 극소수였다.

비트코인이 열풍이라는 소문을 듣고 뒤늦게 참여한 사람들의 평균 매입 단가는 2천 달러 이상이었다.

똘똘이처럼 9천500달러에 들어오는 간 큰 용자도 있었지만, 상당 수는 5천 달러에 들어왔던 이들이 많았다. 이들 중 매도 시점을 놓친 상당 수는 지금 -80%라는 상상도 못할 성적표를 받아야 했다.

-이거 단체로 몰래카메라 찍는 건가?

-아냐아냐, 비트맥스가 해킹당한 거지? 그렇지?

오죽하면 커뮤니티에 최다 추천을 받은 글들은 비트코인 투자자들의 비현실적인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그렇지만 극히 일부는 현실 파악을 했던 사람이 있었다. 중국 비트코인 투자자의 최대 큰 손인 왕첸밍 용당그룹 회장이었다.

잔뼈가 굵었던 왕첸밍 회장이었지만, 폭락장에서 예외는 없다. 그의 암호화폐 계좌도 손해를 의미하는 파란색으로 바뀐 지 오래였다.

비트코인만 보유하고 있는 거라면 그나마 손실구간은 아니었다. 거대한 이익은 다 날아가버리긴 했지만, 그래도 수익은 있었다. 비트코인은 워낙 저가에 진입한 덕이었다.

문제는 알트코인이었다. 비트코인을 통해 거래되는 알트코인은 비트코인이 상승할 때는 이익의 규모가 배가 되었다. 알트코인들 자체적인 상승분에 비트코인 상승분까지 곱해지니 레버리지 효과가 나왔다.

이러한 레버리지 효과는 상승뿐만이 아니라 하락할 때도 적용된다는 걸 3월 7일 이전에는 그 누구도 생각하지 않았다.

왕첸밍 회장의 암호화폐 잔고에서 알트코인의 폭락은 무시무시했다.

비트코인이 1/10토막이면 알트코인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 가치가 1/10 토막이 나는 것이었다. 그런데 비트코인이 떨어지는데, 알트코인이 그 자리에 그대로 있을 수가 있을까? 당연히 알트코인의 하락세는 더 심했다.

비트코인 캐시 같은 알트코인의 경우에는 하루 전 시세의 1/40로 떨어졌고, 가장 낙폭이 큰 알트코인인 NXT의 경우엔 1/100이라는 어마어마한 손실이 터졌다.

중국은 난리가 났다.

그도 그럴 것이 본인 돈만 투자해서 날린 사람도 상당수지만, 친구들과 이웃에게도 비트코인을 권해서 투자하게 한 사람이 한가득이었다. 심지어는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서 암호화폐를 했던 사람도 상당수였다.

최악의 사례는 바로 사채업자들에게서 돈을 빌린 것이었다. 비트코인이 잘 된다고 하고, 너도나도 투자를 하면서 엄청난 수익률을 자랑하자 눈이 돌아간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든 돈을 끌어모아 비트코인을 했다.

그렇게 투자한 비트코인이 하루아침에 1/10 토막이 났다. 그러고도 모자라 아직도 하락은 지속 중이었다.

유재원이 목표로 하는 1비트코인에 20달러 이하의 시세가 된다면, 알트코인은 전멸이다. 지금도 알트코인의 매수세가 없어서 던지는 족족 떨어지고 있었다. 이렇게 되면 비트코인의 최소 단위인 1사토시까지 떨어지는 건 기정사실이었다.

감 좋은 왕첸밍 회장은 파국의 끝이 보였다.

그렇기에 남아 있는 재산을 들고 야반도주를 감행했다.

개인적인 손실도 손실이지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본인 말을 듣고 비트코인에 투자했던 친구들, 지인들 그리고 중국 공산당의 높으신 분들이 쏟아낼 분노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까딱 잘못하면 시진핑 주석 집권 초기에 부패 혐의가 걸린 이들을 죄다 사형시킨 것처럼, 왕첸밍도 그렇게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터진 것이었다.

더욱 놀랄 일은 왕첸밍처럼 하루아침에 사라져 버린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세계 최대의 인구 숫자를 자랑하는 중국이었고, 그 인구수에 비례해서 부자들도 많았다. 그리고 이들은 대부분 비트코인에 솔깃해서 투자를 했고, 폭삭 망해 버렸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알트코인의 자산 총액은 대략 3천억 달러가 넘었다. 거품이 대부분이었지만, 그런 거품을 만들어내는 데 중국 사람들의 역할이 90% 이상이었다.

왕첸밍처럼 엄청난 부자라면 비트코인 투자 실패에도 야반도주를 감행할 만큼의 자산은 남았지만, 그러지 못한 사람들이 절대 다수였다.

중국 경제의 허리를 받치고 있던 중산층이 붕괴했다는 말과도 같았다. 특히 광둥성과 인근의 지역은 비트코인 열기가 한 차원 더 높았기에 피해의 정도는 더욱 심각했다.

당장은 비트코인 대폭락 자체에 대한 보도와 분석이 이어지고 있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비트코인에 투자했던 사람들의 몰락이 부르는 후폭풍이 이어질 것이다.

물론 비트코인의 폭락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었다.

-비트코인, 500달러대 붕괴.

다음 날인 3월 9일이 되자, 1비트코인에 500달러 선도 무너졌다.

주식을 비롯한 각종 투자 상품에서 차트를 보며 온갖 분석을 하는 이들을 차트 장인이라고 하는데, 이들이 최후의 저지선이라고 분석한 곳이 600달러 선이었다.

비트코인의 시세가 600달러를 돌파하면서 대중화되었고, 막대한 투자금이 들어오면서 상승을 이끌었는데 이제는 그 초기 투자자들도 손실을 보기 시작하는 구간에 들어선 것이었다.

여기까지 오는데, 유재원은 보유한 물량 전체 560만 개 중 100만 개 정도만 소모되었다. 100만 개 코인을 순매도하는 것으로 비트코인은 물론 알트코인까지도 일시에 붕괴해 버렸으니, 암호화폐 시장에 끼어든 거품이 얼마나 거대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당연하게도 매도를 친 유재원의 거래소 지갑들에는 현금이 가득 쌓였다.

수십만 개로 파편화되어 나뉜 상태이지만, 이 지갑들을 다 더해 보면 100억 달러는 가뿐히 넘어갔다.

하지만 출금은 또 별개의 이야기였다.

비트맥스를 포함해 거의 모든 암호화폐 거래소에는 하루에 출금 가능한 액수를 한정해 놓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출금 때 노출되는 계좌를 통해 추적이 들어올 가능성이 매우 컸다.

유재원은 돈이 부족한 사람이 아니었기에, 거래소 지갑에 쌓여 있는 돈을 한곳으로 모을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 돈을 포기할 마음은 조금도 없었다.

100억 달러가 넘는 현금이었고, 암호화폐를 팔아서 만들어진 자금이기에 그야말로 어떻게 써도 상관없는 완벽히 세탁된 자금이었다.

출금에 제약이 있다는 점 하나만 빼면 일반 은행에 예치된 현금보다 훨씬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이었기에 용도는 무궁무진했다.

단지 지금은 그저 암호화폐 붕괴를 위해 최선을 다할 따름이었고, 전리품인 현금의 사용 방안은 나중에 따져 보기로 했다.

띵!

거래소 지갑들의 현금 통계를 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알람이 울렸다. ID톡이었다.

슬쩍 스마트폰을 확인한 유재원은 바로 연결 버튼을 눌렀다. 사랑스러운 아들 혜성이가 음성 대화를 요청하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아빠, 아빠! 맘마 먹을 시간이야~!

연결 버튼을 딱 누르자마자 혜성이의 밝은 목소리가 큼지막이 터졌다.

3살 남자아이가 다 그렇듯, 잠을 자기 직전까지 활기찬 모습 그대로를 담고 있었다.

“벌써?”

혜성이의 말에 시계를 보니 저녁 7시를 막 넘기고 있었다.

유재원네 가족들이 함께 모여 저녁을 먹는 시간이 7시였으니, 조금 늦은 것이었다.

-혜성아, 아빠한테는 높임말을 써야지.

-네! 엄마! 아빠 맘마 먹을 시간이야요!

‘요’자만 붙이면 다 높임말이 되는 줄 아는 혜성이었다.

“알았어. 지금 내려가.”

엉터리 높임말이어도 마냥 귀엽게만 보이는 유재원이었다. 컴퓨터를 정리한 유재원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식구들이 있을 아래층의 식당으로 이동했다.

띵!

-긴급 지진 경보 발생.

한창 저녁을 먹는 와중인데, 인공지능 골드의 인공적인 목소리가 식탁을 울렸다.

긴급 시에는 사용자의 허락을 받지 않아도 이렇게 인공지능 골드의 메시지가 스피커를 통해 울렸다.

“지진? 골드, 자세히 말해 봐.”

-일본 산리쿠 해역에 규모 7.3의 강진 발생했습니다.

“아, 일본이구나.”

샌프란시스코도 은근히 지진이 많이 나는 지역이었다. 일명 불의 고리라 하는 환태평양 조산대에 딱 겹쳐지는 지역이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샌프란시스코가 일본만큼 빈번한 지역은 아니었다. 진짜 샌프란시스코에 지진이 났다면 인공지능 골드의 알림보다 유재원과 티파니가 먼저 진동을 느끼고 있었을 테니 말이다.

“응? 자기가 예측했던 날보다 이틀이나 빨리 왔네. 규모도 예상치보다 1.8이나 더 낮고.”

본인의 스마트폰을 꺼내 일본의 지진 정보를 확인한 티파니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녀의 말처럼 유재원의 지진 예측기가 예고한 동일본 대지진은 3월 11일이었고, 지진의 규모도 9.1로 역대급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보다 이틀이나 먼저 지진이 났고, 규모도 7.3으로 작았다.

도심 한가운데서 7.3짜리 지진이 터졌다면 일본이라도 무사하지 못했을 테지만, 동일본의 산리쿠 해역 깊은 곳에서 터진 것이기에 건물들이 좀 흔들리는 것 말고는 딱히 피해도 없었다.

“골드, 일본의 NHK 실시간 방송을 메인 TV로 틀어줘.”

-네, 거실 TV로 NHK 실시간 방송을 재생하겠습니다.

유재원은 티파니에게 먼저 답하기 전에 일본의 방송 상황부터 모니터링했다.

-지진 경보 방송입니다.

-산리쿠 해역에서의 규모 7.3의 지진으로 인한 해일 경보를 발효합니다. 예상 해일의 높이는 1.1미터. 이와테현, 센다이현의 해안 지역에 있는 분들은 바로 해안가에서 나와주시고, 침수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태생부터 지진에 시달리고 있는 일본이었기에 지진 발생 시 위기 경보 보도는 완전 자동화가 되었다.

NHK는 바로 정규 방송이 중지되었고, 지진 보도 방송으로 전환되었다.

그렇지만 아나운서의 말투에서는 다급함이 하나도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내륙에서의 피해는 건물들이 좀 흔들리고 마는 정도였기 때문이다.

이와테와 센다이에 해일 경보가 울리긴 했지만, 실제 해안에 들어오는 바닷물의 양도 평소와 크게 다르진 않았다.

대신 일본의 반응은 이번 지진이 유재원이 예측한 그 대지진이 맞느냐는 것으로 집중되었다.

지진 경보 방송은 잠시 후, 아나운서와 지진 전문가의 대담 방송으로 전환되었다.

그 짧은 시간에 지진 관련 대담 방송이 만들어지는 건, 일본이 얼마나 지진이 빈번한 나라인지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그러면 조금 전 발생한 규모 7.3의 해저 지진은 ID 그룹의 지질 예측 시스템이 예고했던 지진이라 볼 수 있을까요?

이들의 화제는 자연스럽게 유재원이 예보했던 대지진으로 쏠렸으니 말이다.

-음, 그럴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아나운서의 말에 몇 초간 고민하던 전문가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지진 예측 시스템이라는 건 정말 놀라운 예보 장치였습니다. 그렇지만 작년에 두 번이나 예보가 되지 않은 규모 7 이상의 지진이 있었지요. 완벽하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번에는 예측한 시일보다 이틀이나 빨리 오긴 했습니다만, 규모 7 이상의 지진이니 반쯤은 맞았다고 해도 무리는 아니지요.

-그렇지만 유재원 회장의 지진 예측 시스템은 규모 9.1이라는 대지진을 예고했는데요, 이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완벽한 시스템이라는 건 없는 겁니다. 이 정도 오차 정도는 충분히 상식적이라 할 수 있지요. 아니, 현재 인류의 기술 수준으로 이렇게 며칠 차이의 오차로 지진을 예보한다는 건 기적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쇼헤이 교수님, 대지진 대비를 위해 몇 년간 큰돈을 들이지 않았습니까? 이렇게 된다면 손해인 거 아닌가요?

-그렇긴 하죠. 하지만 지진의 대비라는 건 해도 해도 모자란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나운서와 전문가 교수의 대담은 유재원을 직접 타박하진 않았다. 대신 이들의 대담은 일상적 규모의 지진을 대지진으로 잘못 예보한 것에 대한 책임을 유재원에게 묻고 있는 것이었다.

심지어 과격한 언사가 특기인 일본의 아소 다로 총리는 이보다 한발 더 나갔다.

-지진이 있긴 했지만, 일본이 충분히 견딜 수 있는 평시 수준이었다.

-이를 대지진으로 예보한 탓에, 일본은 국민에게 돌아가야 할 예산을 과도한 지진 대비로 낭비했다. 또한, 해일 대비를 위해 후쿠시마 원전의 가동을 중지하면서 에너지 수급에도 문제가 생겼다.

-이에 대해 유재원 회장은 도의적인 책임감을 충분히 느껴야 한다. 또한, 후쿠시마 원전도 당장 재가동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야이, 아우, 이 답답한 사람들.”

유재원은 억눌린 감정들을 이때라며 풀어내는 일본의 총리와 전문가들, 방송국 사람들에 분통을 터트렸다.

특히 체르노빌과 같은 드라마가 전 세계적으로 큰 화제가 되고서야 겨우 가동 중단에 들어갔던 후쿠시마 원전의 재가동을 즉각 명령한 것은 그야말로 멍청한 짓이었다.

정지된 원전을 이틀 만에 재가동시키는 건 불가능한 일이지만, 그래도 무슨 사고를 칠지는 아무도 모른다.

유재원은 대응할 가치를 느끼지 못했다.

7.3의 해저 지진은 진짜가 오기 전의 전조에 불과했다. 딱 이틀만 더 있으면 본진이 닥치고, 그날이 오면 완전히 달라질 테니 말이다.

외부와의 연락을 모두 거절한 유재원은 딱 이틀만 참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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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추천과 리플, 선작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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