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5회
대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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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현재가 5천 달러 돌파!
12월 20일.
혜성이의 3번째 생일이 딱 하루 남았을 때, 비트코인의 시세가 5천 달러를 돌파했다.“새해가 오기 전에 기어코 5천을 찍는구나.”
회귀 전 비트코인의 시세가 폭발했을 때, 2만 달러도 찍었다는 건 알고 있던 유재원이었다. 그렇지만 그때는 구경만 했던 시세였다. 비트코인의 시세가 꿈틀거릴 때 멋모르고 올라탔고, 엄청난 요동을 견디지 못하고 손해만 보면서 털어냈던 게 회귀 전의 유재원이었다.
지금은 무려 578만 개의 비트코인을 가진 가장 큰손인 상태였다.
채굴로만 모은 게 500만 개였고, 나머지 78만 개는 8월부터 비트코인 시세를 폭발시키기 위해 매수하면서 더 늘어난 물량이었다.
그렇다고 비싸게만 구매한 건 아니었다.
가장 많은 물량은 600달러 선 아래에서 매수한 것이었고, 시세가 3천 달러를 돌파하고부터는 매수하지 않았다.
“그러면 이게 다 얼마지?”
현재 시세로 578만 개를 계산하면 289억 달러다.
한국 돈으로 30조 원이다. 이 정도면 세계 최고의 부자인 유재원이라도 무시할 수 없는 액수였다.
그렇지만 289억 달러가 아깝다고 비트코인 시세 붕괴를 철회할 마음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애초에 5천 달러라는 높은 가격으로 578만 개의 비트코인을 모두 처분해서 289억 달러를 현금으로 손에 쥐는 건 유재원이라도 불가능했다.
유재원은 그저 D데이로 점찍은 비트코인이 1만 달러를 찍는 날이 이제 머지않았다는 것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과연 비트코인 판에 들어온 사람들이 578만 개의 핵폭탄 매도 물량을 받아낼 수 있을까? 핵폭탄 물량이 쏟아지고 나서도 비트코인 거래소는 멀쩡히 돌아갈 수 있을까?
여러모로 궁금해지는 그날이었다.
반면 이러한 유재원의 계획을 모르는 비트코인 투자자들이 두고두고 놀려먹는 코인이 있었으니, Z코인이었다.
2CH.com에서도 흥하고 있는 스레드를 접속해 보면 비트코인 관련 글이 넘쳐나고 있었다. 암호화폐 스레드가 아님에도 비트코인이란 단어가 여기저기서 보일 만큼, 미국도 암호화폐 광풍이 불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 관련 글 중에 Z코인과 관련한 이야기도 상당했다. 그리고 대부분의 이야기가 대동소이한 내용을 품고 있었다.
-Z코인은 언제 뜨는 거냐!
-아직도 2천 원대를 벗어나지 못하는 Z코인.
-Z코인 타셨다고요? 또 속으셨네요!
원래 시세가 500원 정도였으니 4개월 만에 4배가 오른 Z코인이었다. 하지만 로켓 달고 대기권을 돌파해 버린 비트코인에 비하면 Z코인의 4배 상승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Z코인도 암호화폐라고, 잔뜩 구매했던 사람들은 또 속냐는 말을 들을 만큼 놀림의 대상이 되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는 Z코인의 알고리즘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 것에서 오는 무지였다.
일단 Z코인은 채굴되는 양의 한계가 없다. 필요하다면 100억 개, 1조 개도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유재원 마음대로 발행량을 조절할 수 없었다.
채굴의 주체는 Z+ 컴파일러 인공지능이었으니 말이다.
암호화폐 시세가 폭발했던 8월에는 일부 업자들이 Z코인도 비트코인과 같은 것으로 인지하고, 대규모 채굴을 하려고 시도했지만, 지금은 다들 손을 털고 나갔다. Z코인을 돌릴 시간에 비트코인이나 에테리움을 캐는 게 훨씬 이득이라는 걸 파악했기 때문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Z코인의 발행량은 Z+ 컴파일러 인공지능이 실시간으로 결정했다. 수요가 많아지면 발행량을 늘리고, 수요가 줄면 발행량을 줄였다.
화폐 본연의 목적인 교환 가치가 유지되기 위해 유재원이 이렇게 설계한 것이다. 500원에서 2천 원으로 뛰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비트코인처럼 시세가 대기권을 돌파하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이었다. 덕분에 누군가의 추천으로 Z코인에 거금을 투자했던 이들은 또 속았느냐는 놀림을 받는 게 당연해졌다.
“D데이가 되면 누가 운이 좋았던 사람인지 알게 되겠지.”
아직은 먼 미래의 이야기였다.
게다가 비트코인이라고 해서 위기가 없던 건 아니었다.
-중국, 암호화폐 거래소 접속 차단.
-비트코인 전자지갑 차단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이뤄질 것.
중국은 예고했던 것처럼 암호화폐 거래에 대해 황금방패 블랙리스트 등재라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단순한 차단이 아닌, 황금방패 블랙리스트에 올렸다는 건 비트맥스 같은 암호화폐 대표 거래소만 막는 게 아니라 암호화폐 거래 자체를 막겠다는 뜻이었다. 심지어 미래에 생겨날 거래소도 황금방패의 모니터링 프로그램에 걸리는 즉시 차단되었다.
암호화폐 시장에서 중국의 비중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거대했다.
그렇기에 중국 정부의 차단 조치가 발표되기 하루 전부터 비트코인을 필두로 수많은 알트코인이 폭락했다.
분명 중국 정부의 정식 발표 전에 미리 언질을 받은 고위층들이 들고 있던 암호화폐를 내다 팔았기 때문에 생긴 현상일 것이다.
그때 비트코인의 시세는 1코인당 4천 달러 중반이었다가 3천 달러 초반까지 급격히 떨어져 내렸다. 이대로 3천 달러도 붕괴하는 거 아니냐며, 전 세계 비트코인 커뮤니티가 난리가 났을 정도다.
그렇지만 12월 8일에 차단 조치가 이뤄지자, 비트코인은 마법처럼 반등했다. 그리고 그 기세로 20일인 지금 기어코 5천 달러를 찍어 버린 것이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이번 반등에는 유재원이 8월 때처럼 직접 돈을 풀어 시세를 끌어올리는 개입이 없었다는 점이었다.
호가 하나당, 수백 수천 비트코인이 쌓여 있는 매도벽을 다 받아내는 건 물론이고, 더 치고 올라가 버렸다.
-역시 유재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 사이트에서는 유재원에 대한 칭송이 드높았다.
특히 중국인들이 집중적으로 모이는 비트코인 커뮤니티에서는 유재원은 신이나 다름이 없는 취급이었다.
-PC든 모바일이든 이번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겨울 패치는 꼭 받아서 설치해라!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게시글에서 알 수 있듯, 비밀은 안드로이드 겨울 패치였다.
VPN 그리고 HTTPS2.
안드로이드 겨울 패치에서 가장 막판에 추가된 두 가지 기능은 황금방패로 비트코인 거래가 차단된 중국인들에게 하늘에서 내려온 구명줄과도 같았다.
이제 기본적으로 VPN 기능이 내장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였다.
물론 공짜는 아니다. VPN의 기본적인 운영 방침은 부분 유료화였다.
무료로 제공되는 VPN 트래픽 용량은 매달 기본 2GB가 충전되는 식이고, 쓰지 않고 모은다고 해서 누적되는 건 아니다.
기본 제공되는 2GB를 다 소모하면 추가로 구매할 수 있게 했다. 또한, 반응 속도와 전송 대역폭이 높은 프리미엄 상품도 있다. 용량은 한 계정이 동시에 공유하는 만큼, 모바일과 PC를 동시에 사용하는 이용자는 남은 용량을 잘 살펴보면서 써야 한다.
그렇지만 2GB의 기본 제공 용량으로도 해외 웹서핑은 물론이고 비트코인 거래도 충분히 가능했다.
더욱이 안드로이드의 기본 탑재 VPN은 가상망 서버의 위치를 사용자가 마음대로 정할 수 있었고, 가상망 주소는 HTTPS2를 지원하면서 암호화되기에 황금방패의 검열을 우회할 수 있었다.
게다가 비트맥스를 비롯한 암호화폐 거래 사이트들도 HTTPS2 규격을 빠르게 지원했다.
그들도 사이트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부류가 중국인이라는 걸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중국 당국은 안드로이드사와 유재원에게 분노했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때문에 중국이 난리라는 건 이제 전 세계가 알고 있을 만큼 심각했다. 이를 막기 위해 중국인들의 분노를 감수하고 강력한 조치를 취했는데, 이를 무력화하는 패치라니.
-중국, 안드로이드사에 VPN 서버 데이터 요청.
-VPN과 HTTPS2 삭제한 중국 전용 안드로이드 겨울 패치 요구.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말도 안 되는 요청을 했다.
이에 대해 유재원은 중국만 특별히 적용되는 패치를 제작하는 건 어렵다는 식으로 거절했다. 애초에 중국을 겨냥해 만든 회심의 패치인데, VPN과 HTTPS2를 뺀다는 건 말도 되지 않았다.
깔끔하게 거절당한 중국은 두고 보자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직접적인 말이 아니더라도, 풍겨오는 분위기만으로 유재원에 대한 적대감이 상당히 상승했다는 건 체감할 수 있었다.
P마켓 차이나에 특별 세무 조사가 떨어졌고, P마켓 차이나의 스마트 물류창고에 대해 화재 점검이 빈번히 이뤄졌으니 말이다.
대한민국과 중국, 미국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지는 뉴스였지만, 이미 각오하고 있던 유재원에겐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었다.
“와, 광활하군요.”
유재원은 한국에 입국한지 이틀만에 서울로 스케줄을 나왔다. 정확히는 여의도의 드림 스타디움 공사 현장 방문이었다.
“예, 직접 와서 보면 숫자로는 전해지지 않았던 감동스러운 뭔가가 있습니다.”
유재원 바로 곁에서 최강욱 부회장이 말을 보탰다.
맞는 말이었다. 33만㎡이란 숫자를 서류로만 보았을 때엔 그다지 큰 감흥이 없었다. 그런데 직접 와서 보니 확실히 마음을 뻥 뚫어주는 느낌이다.
세계 주요 도시 중에 인구 밀도로 최상위권인 서울이었는데, 서울 한복판에 탁 트인 허허벌판이 만들어졌으니 말이다.
“가장 압권은 국회의사당 철거 때였습니다.”
최강욱 부회장의 말처럼 원래는 우뚝 자리하고 있어야 할 국회의사당도 깔끔하게 치워졌다.
여의도 국회의사당은 10월 중반쯤, 폭파 공법으로 불과 10초 만에 해체되었는데, 그 모습을 유재원은 보고서에 첨부된 영상 파일로 보았을 뿐이다.
파편과 먼지가 날리지 않도록 국회의사당을 둘러싸는 차단막을 올린 다음 무너뜨렸다. 그래서 구경하러 나온 사람들은 국회의사당이 무너지는 모습 대신 먼지만 펑펑 솟아오르는 것만 보았다. 방송으로 보도된 화면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렇지만 한국 사람들은 국회의사당이 무너지는 장면을 그렇게나 좋아했다. 유재원의 개입으로 크게 달라진 한국의 정치판이었지만,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그렇게까지 극적인 반전이 일어나진 않았다.
더욱이 일부 국회의원들은 여전히 부패했고, 각종 이권에도 개입하며 문제를 만들었다. 게다가 내년 대선을 치르기 위한 이합집산이 이뤄지는 과정이었기에 특히나 더 혼탁해진 상태였다.
국회의사당이 폭파될 때 그렇게나 박수가 많았다.
인터넷에서는 아예 밈으로 자리를 잡았다. 국회의사당 폭파 해체는 유튜브에도 생중계 되었는데, 폭음과 함께 무너지는 장면에서 채팅이 폭발했다.
그렇게 먼지로 사라진 국회의사당이었고, 뒤이어 부속 건물들도 빠르게 해체되었다. 그러면서 지하에 있던 비밀 통로나 대규모 대피 시설이 드러나 뉴스를 타기도 했다. 그렇지만 흑석동의 대한일보 사주의 저택을 철거했을 때처럼 보물들이 쏟아져 나오진 않았다.
깔끔하게 밀어버린 여의도는 터 파기 공사가 한창이었다. 올겨울에 기초 공사를 끝내고 나서 봄이 되면 바로 드림 스타디움을 비롯한 부속 건물 공사가 전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이었다. 덤으로 드림 스타디움을 중심에 놓은 여의도 개발 계획도 기존보다 확대되었다.
연초만 해도 계획은 드림 스타디움을 중심으로 거대한 레저 시설과 공원을 지어 올리는 것이었는데, 여기에 방송 촬영을 위한 스튜디오가 여럿 들어오기로 했다.
여의도 하면 국회의사당이 상징이었지만, 그에 못지않은 게 공영 방송인 KBS가 자리하고 있는 곳이었기에, 방송 관련한 업체들도 여럿 존재했다.
지금은 상암 DMC에 밀리는 처지였는데, 여의도의 대규모 재개발과 함께 방송 촬영 스튜디오도 만들어서 ID 미디어그룹의 역량을 강화하기로 했다.
다만 드림 스타디움을 대표로 발표된 여의도 개발 계획은 약간의 문제를 동반하고 있었다.
“교통 문제는 어떻게 되고 있나요?”
교통 문제였다.
서울의 교통대란은 지금껏 누구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였다. 여의도를 관통하는 마포대교나 5호선, 9호선의 여의도역은 하루 평균 9만 명이 사용하는 혼잡역이었다. 여기에 드림 스튜디오가 들어서고 대규모 공연이 펼쳐진다면, 어마어마한 혼잡이 벌어질 것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다.
“새로운 지하철 노선과 신규 교각 건설 두 가지 방안으로 이야기가 되고 있습니다.”
두 가지 모두 대규모 토목 공사가 필요한 사업이었다. 덕분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가 차원에서 ID 그룹에 특혜를 준다며 입에 거품을 무는 국회의원들이 있었고, 여기에 동조하는 여론도 제법 되었다.
“네, 혹시나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 말씀해 주세요.”
최강욱 부회장의 능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을 만큼 탁월했다. 그렇지만 내년 초에 있는 대선이란 이벤트 때문에 어떤 변수가 튀어나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혹시나 문제가 생기면 유재원은 본인의 주머니를 열어서라도 교통 문제를 해결할 작정이었다.
이후로, 여의도를 10분 정도 더 둘러본 유재원은 다음 스케줄을 위해 이동했다.
그곳은 ID 글로벌헤드쿼터 빌딩에 자리한 극장이었다. 여기서 치를 스케줄은 타임플렉스 오리지널 시리즈 사업의 일환으로 최근 완성된 드라마의 세계 최초 시사회였다.
유재원이 시사회에 참가할 만큼 특별한 드라마의 제목은 체르노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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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추천과 리플, 선작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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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한글날이네요.
세종대왕 님께서 한글을 만들어주신 것도 모자라 황금연휴까지도 만들어주셨네요. 여러 모로 감사한 마음입니다!
건강 조심히 연휴 잘 보내시고, 월요일에 다시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