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3회
대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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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1월 중순이다.
이맘때가 되면 한 해가 겨우 1달 남짓 남았다는 쓸쓸한 느낌을 다들 받게 된다. 그렇지만 언제나 할 일 많은 유재원에게 쓸쓸한 느낌은 잠깐뿐이었다.
추수감사절부터 시작해 크리스마스까지 쉴 틈 없이 달리는 연말 행사가 있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그 하이라이트로 프로듀스 마이 슈퍼스타 2010이 있었다.
일단 시작은 추수감사절 시즌이었다.
추수감사절이라고 하면 미국에서는 가족들이 다 모여 칠면조를 먹는 게 기본이었고, 이를 겨냥한 전통의 세일 행사들이 가득했다. 지금은 유재원이 시작한 블랙 프라이데이 행사가 제일 큰 집중 조명을 받았다.
트렌드가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그만큼 블랙 프라이데이 행사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건 물론이고, 추수감사절 말고는 별 볼 일 없던 11월을 전 세계 사람들이 가장 기다리는 날로 만들어 버릴 정도였다.
블랙 프라이데이는 전용 물류창고와 물류 시스템을 구축한 P마켓이기에 가능한 행사였다.
1년 장사 중에 손익 분기를 넘기는 시점이 11월이었고, 그날 이후로는 반값 이하의 헐값으로 팔아도 이익이 된다. 게다가 내년 장사를 준비하기 위해 창고를 비워야 할 경우도 많았으니 폭탄 할인으로 모조리 팔아 버리는 것이 블랙 프라이데이의 메커니즘이었다.
물류 시스템이 이전보다 훨씬 고도화된 P마켓은 1년 장사의 손익 분기점을 11월에서 10월 초로 끌어올렸다.
박리다매가 기본인 인터넷 쇼핑몰이지만, 이익을 남길 만한 분야는 많고 많았으니까.
이번에도 블랙 프라이데이의 이름에 먹칠하지 않을 신제품을 잔뜩 준비했다. 최신 뉴에그 PC와 i웍스 노트북은 물론이고 라이트닝 볼트의 전기자동차까지도 블랙 프라이데이 행사의 상품으로 등록되었으니 말이다.
재고가 없어서 못 파는 게 라이트닝 볼트의 전기자동차다. 그러면 지금은 인기가 떨어져서 재고가 쌓이기 시작했느냐?
당연히 아니다.
사람들의 관심이 2세대 전기자동차로 옮겨간 것뿐이다. 그 와중에 1세대 생산 라인에서 만들어진 수량이 조금 있었고, 이것이 이번 블랙 프라이데이 행사의 상품으로 등록된 것이다.
세일 비율은 50%!
4인승 엔트리 모델인 뉴로가 단돈 1만 달러가 된다. 여기에 친환경 전기자동차를 구매하면 각 주정부에서 주는 보조금이 있는데, 보조금이 가장 적은 주라도 최소 5천 달러는 지원된다.
그러니까 실질적으로는 단돈 5천 달러면 번듯한 전기자동차를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덕분에 P마켓의 이용자들은 블랙 프라이데이 행사 페이지 최상단에 라이트닝 볼트가 찍혀 있는 걸 보고는 믿지 못했다.
이후 몇 번이나 확인한 이용자들은 비록 1세대이긴 하지만 진짜 뉴로 전기자동차가 맞다는 걸 확인하고는 전의를 불태웠다.
물량도 1천 대가 넘었다.
여기에 슈퍼카 클래스의 슈퍼패스트도 3대가 있고, 대형 SUV인 불칸도 50대가 풀릴 예정이었다.
이번 블랙 프라이데이 행사의 주인공은 라이트닝 볼트의 전기자동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P마켓 이용자들은 이건 내 거라고 찜을 해 놓고 D데이인 26일 0시 0분이 되기만을 기다렸다.
당연하게도 되팔이 업자도 미리 풀린 할인 예고 페이지를 보며 열을 올렸다. 구매만 성공하면 몇 배의 소득을 올릴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P마켓의 매크로 차단 시스템과 되팔이 방지 시스템은 아주 훌륭했다. 게다가 이번 라이트닝 볼트 전기자동차 판매에는 최첨단의 기법이 적용될 예정이었다.
“스마트 찬스 말고 더 그럴듯한 이름은 없나?”
중요한 건 업자들의 매크로를 성공적으로 방어하고 자동차가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느냐일 것이다.
그래도 스마트 찬스라는 애매한 이름은 뭔가 좀 아쉬웠다.
계란처럼 보여서 에그 PC고, 새롭게 디자인했다고 뉴에그 PC라고 명명한 것처럼 언제나 직관적인 네이밍을 하던 유재원이었고, 스마트 찬스 역시 이와 같은 방식으로 나온 이름이었다.
되팔이 업자 말고, 꼭 제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구매 우선권을 주는 것!
그것이 스마트 찬스다.
찬스를 얻기 위해서 이용자들이 해야 할 것은 개인정보 제공 동의 버튼을 한 번 누르는 것으로 끝이었다.
그러면 이용자의 라이프 패턴이 P마켓으로 전달되면서 수치화가 이뤄진다. 이러한 수치화에는 거주지부터 활동 반경이나 이동 수단의 종류와 소유하고 있는 차량 목록 등등의 다양한 개인정보들이 필요한데, 이용자가 일일이 입력할 필요도 없다.
평소에 스마트폰을 잘 지니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이러한 정보들이 자동으로 습득되어 정리되니 말이다.
오히려 이용자가 멋대로 정보를 입력하지 않고, 인공지능 개인 비서의 정리된 데이터를 전달 받는 것이 스마트 찬스의 공평함을 훨씬 높여주는 핵심 기술이었다.
스마트폰에 탑재된 인공지능 개인 비서는 주관이나 감정 따위에 흔들리지 않고, 오로지 팩트만 수집해 정리하는 게 특징이었으니 말이다.
개인정보 제공을 감수하고 스마트 찬스에 응모하고, 데이터를 제공받은 P마켓의 인공지능은 수집된 개인정보를 통해 가장 자동차가 필요한 이들을 선별한다. 선별된 이들에게는 구매 버튼을 누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그렇다고 먼저 통보되는 건 아니기에, 누가 최고 점수를 받았는지는 모른다. 그렇지만 되팔이 업자들은 걸러지고, 필요한 이들에게 저렴한 전기자동차가 돌아간다는 건 확실하다.
한 판 크게 노린 되팔이 업자들 입장에서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냥 팔면 되는 거지,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올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블랙 프라이데이 행사는 P마켓의 이름값을 높이기 위해 기획된 이벤트였다. 되팔이가 아니라 진짜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해져서 여러 가지 긍정적인 입소문들을 만들어내는 게 P마켓이나 라이트닝 볼트에 훨씬 도움이 되는 일이었다.
-스마트 찬스, ID 그룹의 개인정보 수집을 위한 새로운 도구.
스마트 찬스는 라이트닝 볼트의 전기자동차처럼 이번 블랙 프라이데이 행사의 메인 아이템들을 설명하는 페이지를 공개할 때, 같이 공개되었다.
덕분에 이와 같은 비판적인 기사도 뜰 수 있었다. 하지만 인터넷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다 보면 스마트 찬스에 대해 부정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되팔이들에게 당한 사람들이 워낙 많다 보니, 사소한(?) 개인정보를 넘기고 구매 우선권을 받는 게 훨씬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었다.
띵!
유재원이 블랙 프라이데이 행사를 직접 챙기면서 만전을 기하고 있을 때. 스마트폰의 알람이 울렸다.
-마스터, 에테리움이 15% 폭등 중입니다.
“현재 시세는?”
-1 에테리움에 0.18 비트코인입니다.
에테리움의 폭등 알람이었다.
D.E.M이라는 정체불명의 단체에서 만든 차세대 암호화폐인 에테리움은 10월 초에 DEM닷컴이라는 사이트를 통해 공개되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알트코인의 대세가 되어 가고 있는 중이었다.
알트코인이란 비트코인을 기준으로 거래되는 아류 암호화폐를 통칭했다.
비트코인의 시세가 폭등하자 에테리움 말고도 미플과 라이트스피드코인과 아이다, 비트코인 골드 같은 이름의 아류 암호화폐들이 쏟아져 나왔다.
아니, 쏟아져 나왔다고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좀 있다. 미플과 같은 암호화폐는 비트코인이 출시된 지 몇 달 지나지 않아서 등장한 대안 암호화폐였으니까.
다만 발표된 후에도 별다른 반응이 없어서 이대로 사장되나 싶었는데, 비트코인 시세가 폭등하면서 재조명되었다.
그렇지만 알트코인 중에서 제일 핫한 건 방금 인공지능 골드가 말한 에테리움이었다.
1 에테리움에 0.18 비트코인.
현재 비트코인의 시세가 1천 달러를 찍기 직전이었다. 그러니 1 에테리움의 가치는 미국 달러로 180달러에 이를 만큼 엄청난 것이었다.
“누가 만든 건데. 이 정도는 해야지.”
유재원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그럴 것이 세상에 존재감을 드러낸 게 불과 한 달 남짓밖에 되지 않은 신참 알트코인인 에테리움이 단숨에 대장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의 뒤를 바싹 따르게 된 이유는 탁월한 설계와 마케팅 덕이었다.
에테리움의 성능은 비트코인의 몇백 배에 달한다.
일단 거래 수단으로서 제일 중요한 트랜잭션 처리 능력이 초당 5천 건은 훌쩍 상회할 만큼 강력했다.
비트코인의 경우 코인을 구매하고서 거래소 지갑이 아닌 본인이 생성한 개인 지갑으로 코인을 옮기기 위해서는 며칠을 기다려야 할 정도다. 급행 수수료를 감수하면 시간을 앞당길 수 있긴 했는데, 그래도 몇 시간은 기다려야 했다.
반면 에테리움은 구매 즉시 옮길 수 있었다. 몇십 초는 기다려야 하긴 하는데, 비트코인처럼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 일은 없다. 게다가 에테리움 블록체인의 참여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트랜잭션 성능도 비례해서 올라간다.
보안성도 우수해서 거래하는 사람들의 익명성도 확실히 보장되었다. 익명은 물론 주고받는 코인의 개수도 숨길 수 있었다.
이러한 것들이 가능한 이유가 바로 에테리움의 설계자가 유재원이었기에 가능했다.
회귀 전 암호화폐의 끝을 보았던 유재원이었기에 빈틈없이 완벽한 암호화폐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성능만 좋은 게 아니라 마케팅 능력도 좋았다.
-암호화폐의 신성 에테리움 상륙!
-프리 릴리즈 기간 동안 에테리움 블록체인망 가입하면, 1코인 무료 증정!
-채굴 퍼포먼스 100% 강화 부스트까지!
지갑만 만들어도 1 에테리움이 증정된다.
이는 유동성 확보를 위해 만든 정책이었다. 비트코인을 포함해서 모든 알트코인들은 누군가가 전기세를 낭비해 가면서 열심히 채굴을 해야 코인을 얻을 수 있었다.
그렇게 찔끔찔끔 얻는 코인으로는 폭발 중인 암호화폐 시장의 큰손이 원하는 물량을 채울 수가 없었다.
천장을 뚫고서 매일 새로운 기록을 써 내려가는 비트코인도 하루 거래되는 전체 물량은 100만 개 정도에 불과했다.
심지어 100만 개도 하나하나가 완전히 새로운 코인이 아니라 실제 수량은 10만 개 정도로 거래소 내의 시스템상에서 매도자와 매수자가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거래 중이었다.
심지어 1천 달러 선으로 오면서 실거래되는 물량은 더 줄고 있었다.
채굴업자들이 비트코인을 채굴이 끝나자마자 바로 파는 게 아니라, 일부는 본인 지갑에 저장해 놓고 일부만 내놓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반면 에테리움은 가입하자마자 1코인이 그냥 들어온다.
아이피 그리고 PC가 한 세트로 묶여서 생성되는 특수한 식별자를 기준으로 1코인이 나오는 것이다. 그렇기에 아이피를 바꾼다고 새로운 코인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컴퓨터를 바꾼다고 코인이 중복 지급되진 않는다.
일반 PC로는 한 달 내내 채굴을 해야 얻을 수 있는 비트코인의 1코인을 가입하자마자 얻을 수 있다는 건 큰 이점이었다. 게다가 채굴 퍼포먼스 100% 강화 부스트 이벤트까지 동시에 진행되면서, 채굴의 효율도 뛰어났다.
덕분에 시작부터 풍부한 유동성이 생겨났다.
세계 최대 비트코인 거래소였던 비트맥스도 에테리움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는 것처럼 보이자 바로 거래 종목으로 편입했다.
비트코인으로 대박이 터졌던 비트맥스였지만 위기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시세가 폭발하고 나서부터 우후죽순 암호화폐 거래소가 생겨났고, 더 빠른 속도와 더 저렴한 수수료를 무기로 비트맥스의 고객들을 나눠 갖기 시작했다.
이를 포착한 유재원은 에테리움이 제대로 돌아가는 것을 확인하자, 비트맥스에 딜을 걸었다. 에테리움을 상장시키면 수수료로 에테리움 5만 개를 주겠는 제안이었다. 딜은 곧장 받아들여졌고 비트맥스에서는 에테리움도 거래되기 시작했다.
대형 거래소에 입점되자마자 에테리움의 시세도 폭발했고, 그 결과 지금처럼 1 에테리움이 0.18 비트코인에 달할 만큼 엄청난 폭등 중이었다.
처음 진입했을 때만 해도 2000 사토시(0.00000001 비트코인)에서 시작했는데, 불과 한 달 만에 9,000배 뛰는 엄청난 폭등을 선보였다.
“미쳐 돌아가는 판이군.”
유재원은 비트맥스가 제공하는 에테리움 실시간 차트를 보자마자 미쳤다는 소리밖에 나오지 않았다.
알트코인을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은 유재원이었고, 실행도 거침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 보여지는 결과는 기대했던 것 이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24시간, 연중무휴로 돌아가는 게 암호화폐 거래소였다. 여기에 변동 폭의 제한도 없다. 현재 암호화폐가 돌아가는 모양새는 돈을 들이붓는 대로 올랐고, 물량이 쏟아져 나오면 잠깐 출렁이다가 다시 올랐다.
에테리움의 경우 하루 변동 폭이 ±35%를 찍은 날도 있었으니, 그야말로 도박판이나 다름이 없다.
-중국에 불어오는 비트코인 광풍,
-비트코인 구매 위해 늘어선 긴 줄.
-대리 구매 사이트 90% 이상이 사기!
물론 제일 먼저 비트코인 판에 몸을 담근 중국은 그야말로 광풍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중국 정부, 비트코인 열풍에 우려. 극단적 조치도 마련 가능.
10월까지만 해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중국 재정부가 ‘극단적 조치’ 운운하면서 시동을 걸었다.
그렇지만 이미 늦었다.
전체 암호화폐 거래소 시장의 규모는 이미 수백억 달러 규모로 불어나 있었고, 이 중에 중국인의 비중이 90% 이상이었다.
중국발 비트코인 광풍에 한국이나 미국, 유럽에서도 비트코인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긴 했다. 특히 한 방 크게 먹는 걸 좋아하는 한국의 경우 주식관련 커뮤니티에서 암호화폐를 언급하는 횟수가 큰폭으로 증가 중이었다.
“그래도 아직 모자라.”
심지어 유재원은 중국을 휘몰아치는 암호화폐 광풍에도 아직 부족하다고 느꼈다. 더욱이 중국 당국이 개입하는 속도는 유재원의 예상보다 빨랐다. 청나라 채권 상환이라는 국가적 과제가 있는 중국은 외화유출에 너무도 민감해 했고, 최근 비트코인으로 빠져나가는 달러의 규모는 무시하지 못할 정도였다.
그렇기에 유재원은 에테리움과 함께 중국의 아픈 곳을 찔러줄 새로운 무기도 준비해야 했다.
VPN, 그리고 HTTPS2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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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추천과 리플, 선작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원고료 쿠폰, 후원 쿠폰도 완전 감사합니다~!
중국사람들도 제약없이 인터넷을 쓸 수 있게 되면,,, 지금보다 나아지겠죠?
현실을 직시하게 되면 대책없이 비대해진 자아나 쓸데없이 강하기만 한 자존심이 조금이나마 치료가 될 거 같은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