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846화 (846/1,007)
  • 822회

    대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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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되었다.

    가을이 되자 확실히 피부를 스치는 바람에서 차가운 기운이 느껴질 정도다. 그렇지만 북반구 국가들 중에 딱 하나, 중국만큼은 여름과 같은 열기가 식지 않았다.

    “중국 사람들이 도박을 좋아한다는 건 알았지만, 이건 좀 심하다.”

    유재원은 혀를 내둘렀다.

    물론 비트코인 이야기였다.

    정확히는 8월부터 시작한 비트코인의 시세 폭등이었다.

    유재원은 비트코인의 시세 폭등을 위해 물과 거름, 심지어 바람도 아낌없이 불어주는 최고의 농부였다.

    거대한 매도 물량이 나타났을 땐, 돈을 퍼부으며 매도벽을 순식간에 소멸시키는 것이 시작이었다. 거래량이 떨어질 때는 반대로 비트코인을 공급하면서 풍부한 유동성이 있는 것처럼 연출했다.

    그와 함께 중국의 인터넷 포털과 커뮤니티에 알음알음 비트코인의 이야기를 퍼트렸다.

    황금방패라는 중국의 인터넷 검열 시스템은 늘상 가동되고 있었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비트코인은 검열의 대상이 아니었다.

    황금방패가 가장 신경 쓰는 건 신장 웨이우얼 자치구에 대한 폭로였고, 다음이 한국과 미국의 소식이었으니 말이다.

    현재 중국에서의 비트코인 열풍을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는 건, 비트코인의 시세였다.

    1 비트코인에 600달러.

    중국 부자들의 시세 폭등이 있기 전에는 1 비트코인에 9달러쯤 했으니 불과 두 달 만에 66배나 오른 것이었다.

    “음. 내가 장작을 너무 많이 넣은 건가?”

    두 달 만에 66배나 오르는 투자 상품이 있다고 한다면, 누구나 눈이 돌아갈 것이다.

    시세 폭등의 단초를 제공한 유재원이었으니 당연히 양심에 일말의 가책이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전적으로 유재원 책임은 아니다.

    유재원이 비트코인 시세 폭등을 위해 대규모 매수에 들어갔던 건 맞지만, 그때 비트코인의 시세는 20달러 극초반이었고, 매물로 나온 물량도 많아 봐야 몇 만 개 수준이었다.

    그러니까 눈이 번쩍 뜨일 만큼 엄청난 불기둥을 세웠던 그날, 유재원이 풀었던 돈은 100만 달러 정도에 불과했다.

    그날 이후로 비트코인은 알아서 잘 컸다.

    매수 주문이 강하게 들어왔는데, 비트코인 매물이 없어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던 걸 보는 날이 더 많았다. 그럴 때마다 유재원은 먼저 매입한 물량을 풀면서 유동성을 공급해줘야 했다.

    팔자는 사람이 많으면 시세가 떨어지는 게 주식 시장의 상식이지만, 코인판은 조금 달랐기 때문이다.

    매도 가격을 올려서 파는 것도 시세를 올리는 좋은 방법이었다.

    덕분에 유재원은 큰 시세 차익을 보았다.

    심지어 100만 달러를 풀어 샀던 물량으로도 모자라서, 오래전에 채굴해 놓았던 물량도 조금 풀어야 했을 정도다.

    그러다가 매도 물량이 좀 나온다 싶으면 이렇게 시세 차익을 본 돈으로 그 물량을 받아줬다.

    그렇게 몇 번 하니 지금은 이제 유재원이 개입할 필요도 없이 엄청난 자금들이 쏟아져 들어와서 1 비트코인에 600달러라는 어마어마한 시세를 만들어냈다.

    쏟아져 나오는 비트코인의 물량도 대단했다.

    중국이 먼저 비트코인을 꺼내기 전까지만 해도 유재원은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신경을 끄고 있었다.

    그런데 시세가 폭등하자 숨어 있던 채굴 업자들이 모두 쏟아져 나오면서 물량을 공급했다.

    유재원이 보따리를 푼 것 말고도, 비트맥스에 업자들이 올린 물량만 거의 200만 개에 가까웠다.

    현재 시점을 기준으로 비트코인 블록체인을 통해 등록된 전체 물량은 800만 개였는데, 이 중에 500만 개를 유재원 혼자서 보유하고 있었다. 나머지가 300만 개인데 이 중에 200만 개가 유통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200만 개의 물량이 하나의 거래소에서 운영되는 건 아니다.

    현재 제일 큰 거래소로 등극한 곳은 비트맥스였다. 이곳에서만 100만 개 가까운 비트코인이 사고팔렸다. 인공지능 골드의 레이더에 제일 먼저 포착되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비트맥스는 순식간에 비트코인 거래소의 대장이 되었다.

    나머지는 비트파이넥스니 비트차이나니 하는 중소 규모의 거래소들이 우후죽순 난립하면서 열을 올리고 있다.

    “아직 부족하지.”

    600달러를 기준으로 ±30 달러 정도의 변동 폭을 보이며 횡보 중인 비트코인 분봉 차트를 보고 있던 유재원의 말이었다.

    겨우 두 달 만에 66배를 퍼 올린 유재원이 할 말은 아니었다.

    이 정도면 투자가 아니라 투기나 도박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재원은 배가 고프다는 얼굴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비트코인이 절정기이던 시절 시세는 1 비트코인에 2만 달러가 넘었다는 걸 직접 겪어 보았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광풍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당시 1 비트코인에 2만 달러가 넘게 된 건 거의 3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쉬지 않고 상승하면서 이뤄낸 일이었다.

    정확히 따져 보자면 300달러 후반쯤 하던 시세가 3,000달러 중반까지 오는 데 2년 6개월이 걸렸다. 나머지 6개월 만에 3,000달러 하던 시세가 2만 달러까지 솟아오른 것이었다. 이후에 다시 폭락을 거듭하면서 쭉 미끄러지지만, 그래도 암호화폐의 대장인 비트코인은 1만 달러대를 유지하면서 저력을 보였다.

    지금은 회귀 전보다 7년은 더 빠르게 폭등 중이었다.

    만약 회귀 전 비트코인 차트가 자연스러운 결과물이 아닌,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만들었던 작품이었다면 지금 그 사람은 멘탈이 쿠크다스처럼 바사삭 부서져 버렸을 것이다.

    유재원마저도 중국의 변화로 인해 비트코인이 각광을 받을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으니 말이다. 게다가 시세가 이렇게나 빠르게 폭등할 것 역시 예상 밖이었다.

    그렇지만 유재원은 이것이 부족하다는 생각이었다.

    하루 거래 대금이 10억 달러다.

    한화로 1조 원이 넘는 커다란 돈이지만, 중국의 경제에 치명타를 입힐 정도는 아니었다. 그저 광둥성을 비롯한 중국 남부의 부자들 순위에 변동이 생기는 정도였다.

    그만큼 중국 경제의 규모는 대단했다.

    청나라 채권 상환이라는 개줄도 걸려 있었고, 개혁개방의 속도가 회귀 전과 달리 매우 늦은 데다, 해외 자본들의 중국 진출도 과거만큼 적극적이지 않았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현재 2010년 중국의 경제 규모는 유재원이 알던 회귀 전보다 작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나라였다.

    유재원이 당장 보유하고 있던 물량을 풀어서 비트코인의 시세를 바닥까지 수직 낙하시킨다고 해도 피해는 국지적이었다.

    “거품의 규모가 지금보다 최소한 100배는 커져야 하겠는데.”

    중국의 유동성과 외화 보유고에 유의미한 타격을 주고, 지방 경제를 초토화하려면, 암호화폐에 물린 사람들이 지금보다 100배는 많아져야 한다는 결론이었다.

    이는 비트코인 하나만으로 부족했다.

    비트코인은 태생부터가 암호화폐로서의 기능이 부족했다.

    유재원이 지적했던 트랜잭션 처리 능력 부족과 채굴 난이도 때문이었다.

    트랜잭션 능력 부족 때문에 거래소 계좌에서 본인만 아는 개인 지갑으로 옮길 때 최장 3일은 기다려야 했다. 그나마 급행료를 따로 내면 더 빠르게 승인이 나긴 했지만,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었다.

    게다가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공급량도 문제였다.

    채굴 업자들이 열심히 컴퓨터를 돌리고 있었고, 머리가 좋은 누군가는 채굴 전용 커스텀 ASIC칩을 만들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했다.

    유재원이 나서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지만 본인이 보유한 500만 개를 풀 수는 없었다. 이는 비트코인 시세가 정점에 올랐을 때 대량매도해서 거품을 꺼트릴 핵폭탄이기 때문이다.

    답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

    알트코인이다.

    알트코인이란 비트코인의 아류로서, 비트코인과 비슷한 원리로 구현되는 암호화폐였다. 그러면 Z 코인도 알트코인이냐 하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알트코인 개념 중 중요한 것이 비트코인과의 교환이었다. 그러니까 알트코인을 거래할 때 비트코인을 화폐처럼 사용하는 게 기본이라는 점이다.

    유재원의 Z 코인은 다양한 화폐로 변환 가능했지만, 비트코인으로 교환하는 건 지원하지 않았다.

    Z 코인에 거품이 끼는 건 달갑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거래소 차원에서 Z 코인을 받아서 비트코인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곳이 있어도, 비트코인을 통한 Z 코인 거래가 크게 활성화되진 않았다.

    “음, 이더리움 비슷한 걸 만들어 볼까?”

    ID 그룹의 1년 농사에서 제일 중요한 추수감사절 시즌을 준비해야 하는 유재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추수감사절 타이밍과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는 대부분 맞물려 일어나고, 여기서 발생되는 매출은 1년 전체 중에서 최고치였다.

    최신형 안드로이드 Z0 스마트폰부터 엑스박스3, ID 엔터테인먼트의 신작 게임들과 영화들.

    그야말로 폭풍처럼 몰아치는 한 달이었다. 여기에 유재원은 아이티를 거점으로 이뤄지고 있는 뇌파 인터페이스의 완성도를 올려야 하는 임무도 있었다.

    여기에 매사추세츠 종합병원과 하버드 의학 대학을 통해 진행 중인 인공지능 골드의 진단의학 학습과 사법 분야, 행정 분야 등등 다양한 전문 분야 기계학습의 진척도를 확인하고 피드백을 줘야 하는 작업도 산적하고 있었다.

    특히 뇌파 인터페이스 같은 경우는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

    다리를 움직이는 뇌파에서 구체적인 패턴이 확인되었던 것이다. 일어서고, 앉는 기본 동작부터 걷기와 뛰기도 어느 정도 파악되었다.

    다리를 움직이는 일은 신체의 균형 잡기가 전제된 상태에서 가능한 것이라 훨씬 더 깊은 관찰이 필요하기에 곧장 스마트 의족에 적용되진 못한다. 그래도 쓰러질 일 없는 앉은 자세에서 다리만 움직이는 건 가능했다.

    그야말로 큰 진전이었다.

    진단의학에서도 인공지능 골드의 적중률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었다.

    환자에게 직접 질문을 하고 증세를 들으며 병을 판별하는 문진법부터 엑스레이와 CT, MRI 등의 첨단 영상을 분석하는 영상진단의학 분야에서도 놀라운 성과를 거두고 있었다.

    시티OS로 도시의 운영과 행정이 통합된 세종시의 인공지능 역시 실시간으로 학습하면서 진화 중이다.

    여기서 약간씩 모자라는 2%의 미비점을 보완한다면 전문 분야 진출도 초읽기에 들어가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기술적 특이점이 슬슬 보일 정도다.

    그렇지만 지금의 현안은 중국과의 무역 전쟁이었다.

    미국이 가세하면서 한국에 몰렸던 중국의 압박이 조금 풀려 숨통이 트였긴 했지만, 주 전쟁이 한국과 중국의 관세 전쟁이라는 건 분명한 사실이었다.

    이미 관세 인상에 대한 부작용도 드러나고 있었다.

    한국의 경우 농산물 물가가 눈에 띄게 폭등 중이었다.

    특히나 한국은 조만간 김장철인데 고춧가루의 가격이 2배가 뛰었다. 마늘과 파, 배추 같은 채소의 가격도 뛰는 중이었다.

    집에서 직접 김치를 담가 먹는 사람들은 모두 국산을 원재료로 쓰니 중국산 농산물 가격 인상은 상관없다고 여겼지만 실상은 많이 달랐다.

    중국산 김치는 전국 식당에서 가장 많이 사서 쓰는 품목이었다.

    10kg에 1~2만 원하는 파격적인 가격을 맞출 수 있는 건 중국산뿐이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간편하기도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하지만 올해에는 중국산 김치에 부여되는 관세가 인상되면서 값이 배로 뛰었다.

    올라간 가격을 그대로 주고 사는 식당도 있지만, 직접 김치를 담그겠다는 식당도 크게 늘어났다. 이러한 풍선효과로 국내산 김장 재료의 가격이 중국 농산물 관세 인상률 비슷하게 올라 버린 것이다.

    반면 중국의 경우에는 가전과 반도체, 최신 스마트폰과 컴퓨터의 수급에 문제가 생겼다.

    안드로이드 Z0만 봐도 미국서 발매된 가격은 899달러였지만, 중국에서는 1,400달러였다. ID 그룹이 가져가는 마진은 그대로인데, 관세가 45%로 인상되면서 최종 소비자 가격이 1,400달러가 된 것이었다.

    심지어 중국으로 들어오는 물량마저도 이런저런 이유를 대면서 통관을 지연시켰다.

    이러한 피해는 고스란히 중국의 사용자들에게 돌아갔다. 비싼 가격은 물론이고, 수량마저 적어서 원하는 모델을 제때 얻을 수 있었던 사람은 소수였다.

    심지어 되팔이까지 붙으면서 안 그래도 비싼 가격이 더 비싸졌다.

    최악은 극단적인 성향의 시위대였다.

    멀쩡히 주차되어 있던 라이트닝 볼트의 전기차들 여러 대가 불매 운동 시위대의 손에 걸려 파괴되었다. 지금까지 누적된 숫자만 20대가 넘는다.

    과격한 시위대에 의해 화형식을 당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도 수도 없이 많았다. 대부분 구형 모델이지만, 시위대가 오는 줄도 모르고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쓰고 있다가 빼앗겨 박살나는 경우도 여러 차례 있었다.

    이런 모습이 고스란히 찍혀 유튜브에 올라왔고, 하나같이 높은 조회 수를 자랑하면서 토픽이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유튜브는 프로듀스 마이 슈퍼스타 2010의 막바지 예선전이 치러지고 있어서 접속자 숫자가 평소보다 30%는 많았는데, 유입된 사용자들이 중국발 과격 영상을 그대로 보게 된 것이다.

    그야말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무역 전쟁이지만, 아직 뚜렷한 승패는 보이지 않았다. 원래 무역 전쟁이라는 건 실제 전쟁과 달리 지지부진하게 흘러가는 게 보통이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알트코인이 필요한 거지.”

    머릿속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따져 보았던 유재원은 바로 Z+ 개발 툴을 열어서 프로그래밍을 시작했다.

    유재원의 입장에서는 비트코인 비슷한 알트코인을 만들어 유통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

    비트코인도 애초에 정체를 숨기고서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가명을 쓰는 개발자가 혼자서 공개한 암호화폐였다.

    유재원에겐 비트코인과 교환되는 알트코인들을 만들어 암호화폐의 거품을 키우는 건 일도 아니었다. 더욱이 유재원은 암호화폐 거품을 더욱 키울 무기로 알트코인 하나만 준비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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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후기]

    추천과 리플, 선작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원고료 쿠폰, 후원 쿠폰도 완전 감사합니다~!!

    추석 연휴 잘 보내셨나요?

    저도 푹 쉬면서 잘 보냈습니다. 그런데 같은 동네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나와서 깜짝 놀랐네요. 그나마 마스크 착용도 잘했고 동선이 겹치지 않아서 다행이었지만, 연휴 막판에 식겁했습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니 독자님도 건강 잘 챙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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