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843화 (843/1,007)
  • 819회

    대지진

    =============================

    -유 회장, 중국과 한판 하는 중에 부담을 줘서 유감일세. 그렇지만 이번 일은 절대 묵과할 수 없는 사안이라는 걸 이해해 주게. 위챗이 서버 단계에서 해 놓았던 수작질은 유 회장이 상상하고 있던 것 이상일세.

    위챗에 대한 행정 명령이 떨어지기 10분 전, 한 통의 전화가 IDDC를 끝내고 쉬고 있던 유재원에게 걸려왔다.

    존 매케인 대통령의 전화였다.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대통령이 개인에게 직접 전화를 거는 건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것도 국가 정책을 펼치기 전에 먼저 전화를 걸어 설명해 주는 건 더더욱 드문 일이었다.

    유재원의 위상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그러니까 스마트폰에 설치되는 위챗의 클라이언트 앱에는 취약점 정도만 있다면, 메신저 서버 단계에서는 엄청난 위법들이 가득하다는 설명이었다. 이를 통해 중국 정보부는 미국의 중요 조직들에 휴민트를 대거 확보할 수 있었고, 그로 인해 벌어진 일이 보잉같은 군수산업체들의 중요 데이터 유출이었다.

    “예, 충분히 이해합니다.”

    유재원은 바로 대답했다.

    이번 존 매케인 대통령의 결정은 유재원에게 부담이 되기는커녕 아주 좋은 타이밍에 본인에게 힘을 실어주는 효과였으니 말이다.

    다만 유재원은 위챗의 메신저 서버가 어떻게 문제가 된다는 것인지는 물어보지 않았다. 중국에 있는 위챗 메신저 서버의 작동 상태나, 사용자 데이터의 관리 형태를 알아야 나올 수 있는 발언이었다.

    이것들을 어떻게 파악했는지 구체적으로 물어보기 시작하면 존 매케인 대통령도 곤란해할 게 분명했다.

    -갑작스럽게 말했는데도 이해해 줘서 고맙네. 앞으로 비슷한 일이 있을 때, 좀 더 일찍 알려주도록 하겠네.

    “네, 그러면 더 감사하지요. 저희도 일단은 먼저 알아야 효과적인 조치를 할 수 있으니까요.”

    -맞는 말일세. 음, 그러면 아예 IT 분야의 국가 안보를 다루는 조직에 민간도 참여하는 게 어떻겠는가?

    존 매케인 대통령은 이번 일로 심히 분노했던 모양이다.

    민간의 일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건 별로 반기지 않는 성향의 사람들이 모인 조직이 공화당이었다.

    존 매케인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었는데, 민간의 참여를 확대하자고 먼저 말할 정도면 위챗을 매개로 각종 기밀 자료의 유출 사고의 규모가 꽤나 심각한 모양이었다.

    “제가 알기로는 그런 조직은 이미 있는데요. 우리 ID 그룹도 참여하고 있고요.”

    -IT 거버넌스 협의회 말인가? 문제는 그 협의회의 결정은 권고 사안일 뿐이지 않나. 좀 더 강력한 결정기구를 말하는 것일세.

    “음, 그건 생각 좀 해 봐야 할 문제네요.”

    유재원은 한발 물러섰다.

    미국의 도움이 좋긴 좋지만, 이 이상은 부담스러웠다. 존 매케인 정부가 부시나 트럼프처럼 갑자기 폭주할 것 같진 않지만, 어떤 나라의 정부라도 적당히 거리를 두는 게 유재원에겐 가장 좋았다.

    -당장 답해 달라는 건 아닐세.

    “네, 그럼 검토해 보고 정식으로 문서를 보내드릴게요.”

    -알겠네. 다음에는 좋은 소식을 가지고 이야기했으면 좋겠군.

    그렇게 존 매케인 대통령과의 전화를 마친 유재원은 문뜩 ID톡의 상태가 궁금해졌다.

    아무리 좋은 보안 시스템을 갖춰도 사용하는 사람에게 보안 의식이 없으면 무용지물인 건, PC나 스마트폰이나 동일했다.

    위챗이 중국 사람들이 사용하는 전용 메신저라면 ID톡은 전 세계인이 사용하는 전 지구적인 메신저였다.

    더욱이 ID톡의 활용성은 이제 상업적인 영역까지도 확대되었는데, 사람들은 전문 지식 학습을 시작한 인공지능 골드를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활용 중이었다.

    물론 불법적인 일은 학습하지 않는 골드였으니, 해킹 따위를 배울 일은 없지만 그래도 사용자들은 어떻게 해서든 꼼수를 찾았다.

    유재원이 ID톡을 위챗처럼 악용하기로 했다면, 위챗보다 훨씬 심각한 일이 벌어지고도 남았을 거다. 하지만 유재원은 이제까지 단 한 번도 다른 사람들의 ID톡 메시지를 들여다본 적이 없었다.

    그렇지만 혹시 모를 일이었다.

    법적인 절차에 따라 수색 영장이 나오면 용의자의 ID톡 데이터를 제공하기로 했으니 말이다. 이런 과정에서 ID톡 운영진 중에 혹시나 딴 맘 먹는 사람이 있었을지도 모르는 것 아니겠는가.

    생각이 거기까지 이어진 유재원은 곧장 ID톡 서버에 관리자로 접속했다. 그와 함께 ID톡 메신저 데이터가 외부로 전달된 데이터들의 로그 파일을 검증하기 시작했다.

    “아차! 위챗 차단 명령부터 수행해야지.”

    물론 본격적으로 일을 하기 전에 존 매케인 대통령의 부탁도 잊지 않고 전달했다.

    ID 테크놀로지의 ID톡 사업부 그리고 웹스토어 사업부에 위챗 차단에 대한 행정 명령을 전달했고, 유재원의 서명이 들어간 차단 명령서도 함께 동봉했다.

    유재원이 그룹 전산시스템에서 전자문서에 서명하고 발송 버튼을 누른 지, 10분도 지나지 않아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위챗을 설치했던 이들은 큼지막한 팝업 메시지를 볼 수 있었다.

    띵!

    -연방 집행 명령 2010-21호에 따라 3일 후인 2010년 8월 11일부터 위챗 메신저의 모든 활동이 정지됩니다.

    전 세계 사용자 모두에게 적용되는 건 아니었다.

    미국 대통령의 행정 명령은 미국 안에서만 적용되니 말이다. 그래도 미국 내에서 팝업 메시지를 받았던 사람들의 숫자는 수백만에 달했다. 미국에 있는 중국계는 대부분 위챗만 사용했던 탓이었다.

    여기서 정지된다고 한 건, 단순히 앱스토어에서 위챗을 내려받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뿐만이 아니었다. 이미 위챗을 설치한 스마트폰 사용자들 역시 위챗을 더는 실행할 수 없다는 걸 의미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설치되는 모든 앱들은 일종의 인증서를 담고 있었다. 앱스토어에 앱을 등록할 때 발행되는 인증서인데, 일반 사용자가 딱히 신경 쓸 물건은 아니다.

    대신 인증서에는 앱과 개발자 혹은 소프트웨어 회사의 ID 같은 정보가 담겨 있어서, 수익금 정산을 비롯해 앱스토어 데이터 열람에 쓰인다.

    앱스토어에서도 이걸 바탕으로 앱들을 관리하는데, 이번처럼 긴급 행정 명령으로 특정 앱의 사용이 금지되었을 경우, 해당 앱의 인증서를 블락시키는 것으로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다.

    인증서가 블락된 앱은 사용자의 스마트폰에서도 실행할 수 없다.

    미국 안드로이드 판에서 완전히 퇴출이었다.

    행정 명령이 취소된다든가 법원에서 위헌이라고 판정이 나오면 해제되겠지만, 위챗의 위법이 워낙 명백했기에 취소될 일은 없어 보였다.

    다만 미국의 사용자들이 위챗에 전자화폐를 결재해 놓았다든가, 중요한 메시지를 받아야 한다든가 하는 일이 있을 수도 있다고 해서 3일의 유예 기간을 준 것이었다.

    애플사 역시 존 매케인 대통령의 행정 명령에 따라 애플의 앱스토어에 있는 위챗을 닫았다. 그야말로 속전속결이었다.

    다음 날.

    -텐센트, 위챗 취약점 인정하지만, 차단까지 될 일은 아니다.

    -연방 법원에 당장 행정 명령 처분 취소 소송 제기할 것.

    텐센트의 대응은 예상 범위 그대로였다. 현실적으로도 텐센트가 할 수 있는 저항은 항변과 소송 정도가 최선이었다.

    무엇보다 텐센트는 위챗을 포기할 수 없었다.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는 텐센트에서 위챗이 차지하는 지분은 상당했다. 게임과 전자상거래, e북과 동영상 콘텐츠 사업에 모두 위챗이 쓰였으니 말이다.

    미국에서도 서서히 반응이 오고 있었는데, 단칼에 차단되었으니 텐센트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회사 한 가운데 폭탄이 터진것이나 다름이 없다.

    다만 중국 공산당과 적극 협력해서 미국 방산업체에 근무하는 사람들의 리스트를 정리해 제공한 건 명백히 선을 넘은 것이었다.

    더욱이 보잉이나 록히드 마틴에서 빼돌려진 자료들은 중국이 진행 중인 자체 개발 전투기 사업인 FC-31 프로젝트에 쓰인 게 분명하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었다.

    존 매케인 대통령은 위챗 정도만 차단하는 것으로 끝이 아니라, 중국에 대한 추가적인 조치를 시행할 수 밖에 없었다.

    참고로 FC-31은 중국의 선양 항공기 제작공사가 진행하는 5세대 주력 전투기였다. 만약 전력화가 진행되어 양산된다면 J-31이라는 제식 명칭이 부여될 예정이었다.

    스텔스 성능까지도 보유하여 중국판 F-22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실제 미국 정보조직이 파악한 프로토타입의 성능은 F-35의 마이너 카피였다.

    레이더와 무장, 스텔스 성능까지도 모두 열악했다.

    그렇지만 절대 무시할 수 없는 게, 전투기를 자체적으로 만들어내는 나라들은 전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것이었다.

    더욱이 기술의 발달이란 짝퉁을 만들면서 노하우를 쌓고, 이를 바탕으로 혁신을 이뤄내면 쓸 만한 물건이 탄생하기 마련이다.

    한국이 전자제품에서 세계 최고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루트를 탄 것이었다. 중국이라고 무시했다가는 큰코다칠 확률이 100%다. 이번에 보잉과 록히드마틴 등에서 유출된 데이터들은 FC-31의 전력화에 긴요하게 쓰일 게 분명했다. 미국도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위챗 차단이라는 초강수를 둔 것이었다.

    물론, 실제 데이터를 빼돌린 자들에 대해서도 적극 행동을 취하고 있었다.

    간도 크게 중요 데이터를 빼돌린 후에도 회사에 출근했던 사람은 바로 체포했고, 도망간 이들 역시 국제 공조를 통해 추적 중이었다.

    제일 까다로운 것은 이미 중국으로 들어가 버린 사람이었는데, 중국에 신병을 넘기라고 요구를 정식으로 발송했다.

    그러면서 이번 일에 관련된 기업과 개인의 계좌를 동결했다.

    심지어 해당 기업이 거래하던 은행의 의심스러운 계좌까지도 함께 정지시켰다. 이러한 전격적인 조치에 직격당한 은행이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이었다.

    긴 이름 대신 BDA라는 단어로 불리는 은행이었는데, 데이터를 빼돌린 작자들에게 거액의 자금이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을 통해 전달된 증거가 쏟아졌다.

    마카오도 따지고 보면 중국에 속한 지역이었다.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다가 중국에 반환되어 특별행정구역으로 선포된 지역으로, 중국 본토와 같은 사회주의가 적용되지 않는 지역이라고 해도 중국의 일부였다.

    그런 마카오의 은행 계좌를 동결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수백 개의 의심 계좌까지 동결할 수 있는 건, 그만큼 미국 국무부의 힘이 막강하다는 의미였다.

    중국은 크게 반발했다.

    그렇지만 반발의 강도는 한국을 향할 때와는 크게 달랐다. 한중 무역 전쟁이 진행되는 중에 미국까지 상대하는 건 부담이었다. 대신 미국이 아닌 ID 그룹을 향한 반격은 하나둘씩 준비되었다.

    유재원이 중국에 각을 세우는 이상, 확실하게 밟아야 제2의 유재원이 나오는 일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 비상시국 대책 회의에서 나온 시진핑과 중국 공산당 수뇌부의 일치된 결과였다.

    반면 중국의 극우적 네티즌들, 일명 홍객들은 훨씬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미국의 위챗 차단 조치에 격하게 항의하는 것은 물론, 항의의 표시로 미국 정부 기관의 인터넷 사이트와 넥스트컴과 같은 대표 포털 사이트에 대규모 해킹 공격을 시도했다.

    며칠 후.

    “이야, 얘네들은 상식이라는 게 없네.”

    유재원은 모니터에 뜬 전자지도를 보고 어이없어했다.

    42인치 4K OLED 모니터가 유재원의 서재에 설치된 건 8월의 첫째 주말이었다.

    ID 디스플레이는 내년 양산을 앞둔 OLED 생산 라인이 서서히 물량을 내놓고 있는데, 아직 수율은 들쭉날쭉이었다. 그렇지만 어쩌다가 이렇게 42인치나 되는 대형 OLED가 불량 화소도 없이 깨끗하게 나올 때가 있었다.

    그런 양품 중에서도 S급만 골라서 대형 TV나 모니터로 만들어져서 ID 하이테크로 보내졌고, 그중에서도 SSS급은 이렇게 유재원의 서재까지 들어올 수 있었다.

    신상 모니터에 떠 있는 것은 ID 클라우드 서버의 상태였다. 전 세계는 모두 녹색이지만, 북미 지역만 주황색도 있었고, 붉어진 곳도 있었다.

    공격을 받고 있는 서버들이 있다는 이야기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 정부 기관 중 상당수는 자체 서버 대신 ID 클라우드 서버를 임대해 사용 중이었는데, 대규모의 해킹 공격이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그 와중에 붉게 표시된 곳은 미국 백악관 홈페이지였는데, DDOS 공격이 집중되면서 접속이 조금 불편해졌다.

    말 그대로 페이지에 접속해 완전 로딩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01초에서 1, 2초 정도 늘어나서 불편해졌다는 것이지, 서비스가 먹통이 된다는 건 아니었다.

    보나마나 홍객이라는 중국의 철없는 네티즌 녀석들이 벌이는 짓이다.

    인구 대국 중국답게 스스로 홍객이라 자칭하는 사람들도 많았고, 홍객 중에는 제법 실력 좋은 해킹 능력을 가진 녀석들도 있었는데, 이번에 때를 맞춰 백악관 홈페이지를 공격하고 있었다. 물론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중국 전체의 컴퓨팅 파워를 다 끌어와도 ID 클라우드 서버의 컴퓨팅 파워가 몇백 배는 강력했으니 말이다.

    무엇보다 미국이 중국에 위챗 차단부터 은행 계정 동결 등의 초강경책을 쏟아낸 이유가 바로 해킹 때문이었다. 그런데 대놓고 해킹 시도라니. 미국 행정부가 대륙의 기상에 움찔하기는커녕 더 화만 돋우는 일이었다.

    “이 시국에 백악관 홈페이지의 사이버 공격이라니.”

    유재원이 모니터를 보며 혀를 차고 있을 때.

    띵!

    경쾌한 알람 소리와 함께 인공지능 골드의 알람 메시지가 나왔다.

    -마스터, 비트코인의 시세가 가파른 상승을 감지했습니다.

    비트코인?

    “뭐? 비트코인 시세가 오르고 있다고?”

    유재원은 바로 비트코인 거래 사이트에 접속해서 시세 그래프를 띄웠다. 인공지능 골드의 보고처럼 평탄하게 흘러가던 비트코인 시세 그래프는 우주를 향해 쏘아 올려진 로켓처럼 직각으로 치솟고 있었다.

    =============================

    [작품후기]

    추천과 리플, 선작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원고료 쿠폰, 후원 쿠폰도 완전 감사합니다~!

    주말이네요! 게다가 다음 주면, 한가위~!

    즐겁게 보내시고, 월요일에 봐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