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839화 (839/1,007)

815회

대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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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지진

-100억 달러 받고 200억 더?

-중국과의 관세 치킨게임, 그 끝은 파멸뿐!

중국과의 관세 전쟁은 과거 미중 무역 분쟁에서의 흐름과 비슷하게 흘러갔다.

차이가 조금 있다면 그때는 미국이 대중국 관세를 올리면 중국이 따라 올리는 식이었는데, 지금은 중국이 선제공격을 하면 한국이 뒤를 따르는 식이었다.

대신 한국과 중국의 증시는 서로 반응이 달랐다.

전체적인 주가의 하락은 한국이 중국보다 훨씬 심했다.

관세 전쟁이 시작되고 나서 중국은 대략 -7% 정도가 내렸다면 한국은 중국의 4배 이상 떨어졌다.

-몇 주 사이 -30%나 내려앉은 코스피.

정확하게는 고점으로부터 30.1%가 떨어졌다.

코스피 지수의 전고점은 3,400포인트였는데, 불과 몇 주 만에 힘없이 흘러내리더니 2,200포인트까지 내려왔다.

이 정도면 미국에서 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터졌을 때와 맞먹는 폭락이었다. 더욱이 그때는 미국의 위기에서 비롯된 일이었고 전 세계 증시가 영향을 받았다면, 지금은 한국만 제일 크게 얻어맞고 있는 것이었다.

그야말로 개인 개미 투자자들은 곡소리가 나올 정도다.

투자기관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투자은행이나 증권과 같은 기관은 각자의 펀드를 운영 중이었는데, 주식 시장이 닫히지 않는 한은 계속 운영해야 했으니 말이다. 그나마 펀드는 갑작스러운 폭락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해 두고 있는 게 보통이었기에 심각한 손실을 입은 펀드는 극소수였다.

만에 하나 우려되는 건 펀드런이라는 투자자들의 펀드 환매 요청이 쏟아지는 것이었다. 준비금이 바닥나면 펀드 자체를 청산해야 할 수도 있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무역전쟁 장기화될 경우 제2의 IMF 사태 올 수도!

유재원이 보았을 때는 어처구니 없는 IMF 운운하는 기사였다. 중국과 무역이 단절된다고 해도 국제통화인 달러가 부족할 일은 없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한국 사람에게는 IMF 사태는 일종의 트라우마처럼 각인된 공포였다.

인공지능 골드의 팩트체커로 분석해보면 곧장 거짓이라고 뜨는 기사였지만, 혹시나 하고 하나둘씩 펀드를 빼기 시작해서 대규모의 펀드런이 발생한다면 IMF때와 같은 증시 대폭락이 이뤄질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나마 다행히도 재테크 지능지수가 크게 오른 한국 사람들은 오히려 폭락이 이뤄지자 펀드 투자 비중을 확대하거나, 과대 낙폭인 주식을 직접 매수하기도 했다. ID 인베스트먼트 한국 지부나 백호펀드 역시 기준치 이하의 저가로 내려온 주식들은 매수하기도 했다.

덕분에 더 크게 떨어졌을지 모를 한국의 주식 시장은 얼마 전부터는 횡보 중이었다. 다만 외국 투자자들은 지속적으로 주식을 내다 팔고 있었기에, 기관과 개미 투자자들의 총알이 다 떨어지면 다시 하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반면 중국의 주식 시장은 겨우 -7% 정도 떨어지고 끝이었다.

중국에 투자하는 사람들이나 투자자들 모두 중국처럼 거대한 나라가 한국과의 무역 분쟁에서 큰 피해는 입지 않을 거라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상응 조치만이 해답이었을까?

-기업들 줄도산 전에 대화로 풀어야 한다!

-기획 특집, 각 당의 경선 후보들의 의견을 묻는다.

이 점을 파고든 한국의 보수 언론들은 중국과의 강대강 대결 국면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면서 타협을 주장했다.

중국과의 타협이라는 건 무조건적인 항복밖에 없었지만, 마치 매스컴만 보면 청와대의 독단적인 선택으로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온 것처럼 보였다.

여기서 언론 말만 믿고 중국에 무역 협상을 먼저 요청했다가는 훨씬 더 큰 양보를 하는 선택뿐이었다.

중국이 슬며시 타협책이라고 내놓은 건 한중 자유 무역 협정이니 말이다.

물론 자유 무역 협정에도 개방 속도와 개방 범위를 서비스와 상품에 따라 각자 나누어서 할 수 있었다. 당연히 한쪽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협정이 맺어질 수 있는데, 백기 항복을 하고서 맺는 자유 무역 협정은 그야말로 중국에게만 유리하게 체결될 가능성이 100%다.

“타협이라니요. 그건 단 1초도 생각할 가치가 없는 일입니다.”

오랜만에 만난 정병우 의원이 목소리를 높였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유재원도 고개를 끄덕이며 이에 동의했다.

TG의 이용권 회장처럼 유재원을 만나고 팔자가 180도 달라진 사람이 정병우였다.

회귀 전에는 권력의 화신으로서 국정농단 게이트의 한 축을 담당했던 문제아였다. 유재원도 90년대 초 정병우와 처음 접했을 때, 회귀 전의 기억이 너무도 선명해서 그다지 좋은 인상은 없었다.

그런 정병우가 유재원과 함께 일을 하고부터 인생의 노선이 완전히 달라졌다.

검사 일을 그만두고서 김&정 법무법인의 공동 대표가 되었고, 사회적 약자를 위한 법률 지원을 전폭적으로 전담했다.

물론 김&정 법무법인이 ID 파운데이션의 자회사로서 한국 법무법인 역사상 최고 연봉을 자랑하는 보상책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지만 정병우는 김&정 법무법인을 이끌면서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사람에겐 한 톨도 없을 것 같았던 정의감도 보여주었고, 검사 시절 잠깐 보였던 날카로운 분석력으로 반전의 결과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최근에는 통일국민당의 대표가 되어서 민주당과의 협치를 안정적으로 이끌어 가고 있었고, 이번 통일국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도 일찌감치 승리를 확보한 상태였다.

그야말로 내년 대선을 향해 순항 중이었다.

이쯤 되면 정병우 본인 스스로 대세가 몰려온다고 느끼고 자만할 수도 있었지만, 유재원과 마주 보고 있는 정병우의 눈빛은 그야말로 깨끗했다.

본인 스스로 이 자리에 오기까지 유재원의 보이지 않는 지원이 있었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유재원은 혹시나 정병우가 딴생각을 먹었나 확인도 하고, 한중 관세 전쟁에 대한 견해도 물어보기 위해 만났던 것인데, 정병우의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었다.

“음, 다만 언론의 생리를 잘 아는 제가 조언을 좀 드리고 싶은데요.”

“물론입니다.”

“후보님이 제일 먼저 그러한 견해를 드러내실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씹기 좋은 먹잇감을 만들어내려는 함정이니까요.”

“아, 그렇습니까? 하긴, 요즘 중앙신문이 좀 많이 공격적이라 느껴지긴 했습니다.”

대한일보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난 지도 벌써 10년이 넘었다.

보수 언론의 중심으로 각종 프레임 설정과 이슈 전점으로 여론을 이끌던 대한일보의 부재는 상당했는데, 그 빈자리를 두고 동아신문과 중앙신문이 겨루었던 게 몇 년 전의 일이었다.

최근 그 싸움의 결과가 나왔다고 봐도 되는데, 보수 세력의 중심으로 떠오른 것이 중앙신문이었다.

일성그룹의 명예회장에 등극한 최현희와의 혼맥으로 연결된 중앙신문은 2000년대부터 공격적인 투자를 했고, 동시에 논조도 지극히 오른쪽에 치우치기 시작했다.

대선 후보들의 대중 관세 전쟁에 대한 견해를 핑계로 사상 검증을 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곳도 중앙신문이었다.

그렇다고 유재원이 겨우 중앙신문 따위를 무서워해서 정병우에게 이런 식으로 조언을 준 건 아니었다.

“지금은 제가 어그로를 잘 끌고 있으니, 후보님은 중도층 공략에 집중해 주시면 됩니다.”

오히려 유재원이 생각하는 변수는 바로 한국 내의 여론 동향이었다.

전병헌 할아버지의 대선을 두 번이나 도우면서 실패와 성공을 모두 맛보았던 유재원이었다.

여론이라는 건 흐름을 타는 것이지 억지로 바꿀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한 값진 기회이기도 했다.

지금은 인공지능 골드를 비롯해, 여러 가지 여론 분석 도구 덕에 당시보다 더 정확하게 민심도 파악할 수 있다.

유재원의 영향력도 전명헌의 두 번째 대선 도전 때보다 훨씬 커진 상황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내년 대선에서 어떤 판이 만들어질지는 유재원도 선뜻 말하기가 어렵다.

아무래도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고 있자면 중국과의 관세 전쟁은 내년 대선에까지도 영향을 미칠 게 분명했다.

무엇보다 중국과의 무역 분쟁은 단순히 서로의 수입 관세 인상을 받는 선에서 끝나지 않을 확률이 매우 높았다.

그런 상황에서 이미 피해를 보는 이들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중국을 상대로 엄청난 수출을 하면서 돈을 긁어모으던 중소기업들의 피해가 크다.

한국이 중국의 전자제품 관세 인상에 따른 대응 조치로 중국산 농산물 수입 관세를 인상하자, 중국은 관세 인상의 적용 범위를 한국산 공산품 전반으로 확대했다.

이와 함께 중국의 네티즌들도 반한 감정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7월 중순쯤에는 한국 네티즌 사이에서 사이버 전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커다란 충돌이 일어나기도 했다.

영화와 음악도 예외는 아니었다.

중국에서 잘나갔던 한국의 연예인들이 중국의 텔레비전에서 빠르게 사라졌고, 한국의 예능 프로그램을 수입해 방영하거나, 중국 버전으로 바꾸어 방송되던 프로그램도 방영이 미뤄지거나 계약이 파기되기도 했다.

관세 전쟁이 전방위적인 대결 국면으로 전선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중국의 행정부나 공산당 수뇌부가 한국 연예인들을 쫓아내자는 식으로 구체적인 명령을 내린 건 아니었다. 일단 겉으로는 중국 인민들의 자발적인 운동인 것처럼 보이긴 했다.

그렇지만 오늘까지의 전개 양상을 보면 최고위층의 누군가가 지시를 내린 것처럼 일사불란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건 한국인의 상용 비자 발급 제한 조치였다. 중국서 돈을 벌고자 하는 사람들은 무조건 상용 비자를 신청해야 하는데, 발급 제한 조치가 적용되면서 원천 차단된 것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산 제품 불매 운동도 벌어지기 시작했다.

불매 운동을 펼치는 중국 네티즌들이 제일 먼저 타깃으로 잡은 물건은 유재원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었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야말로 중국에서 가장 히트한 한국산 상품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은 중국인이 스마트폰을 구매하려고 할 때,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선망의 대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고급스럽게 쌓아 올린 이미지도 이미지지만, 안드로이드 스마트폰만큼 평등한 제품이 또 없었다.

중국도 자동차나 아파트 같은 것들은 비싸서 못 사는 사람들이 태반이다. 그렇지만 스마트폰이라면 어느 정도의 수입만 있다면 조금 무리해서 살 수 있었다.

그러면서 어마어마한 부자가 쓰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나, 평범한 사람의 손에 쥐어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나 성능의 차이는 없었다. 최고의 부자들도 안드로이드 S9였고, 1년 치 용돈을 모아 스마트폰을 손에 쥔 대학생도 안드로이드 S9을 선택할 수 있었다.

오죽하면 유재원 본인 역시 지금 안주머니에 있는 스마트폰은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직접 구매한 안드로이드 S9였다.

물론 특별한 물건을 찾아보자면 ID 하이테크 같은 연구소는 2, 3년 뒤에 나올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프로토타입들을 만들고 있긴 하다. 하지만 이런 물건들은 아무리 천금을 줘도 가질 수 없었다. 유재원 본인도 이제는 보안을 위해서 프로토타입을 연구소 밖으로 가지고 나오는 일은 하지 않는다.

덕분에 중국에서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게 일반인이 즐길 수 있는 현실적인 사치였다.

이렇게 중국의 13억 인구가 대놓고 소비하기 시작하면 엄청난 일이 일어난다.

중국에서 스마트폰 대중화가 있기 전까지의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규모는 연간 1억 대 수준이었다.

그런데 중국에서 스마트폰을 너도나도 구매하기 시작하자 3억 대로 폭증했고, 지금은 4억 대를 넘보고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여기에 제2의 인구 대국 인도가 깨어난다면 스마트폰 시장은 연간 10억 대도 우습게 팔릴 테지만, 아직은 중국이 제일 큰 시장이었다.

이러한 사실은 중국의 수뇌부도 잘 알고 있었다.

심지어 중국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대규모로 팔아주는 만큼, ID 그룹이나 유재원에게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생각까지도 했다.

그런 상황에서 유재원의 청와대 방문 이후, 한국 정부의 대중국 정책이 강경해졌다는 걸 중국도 인지하게 되었다.

그 시점에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불매 운동이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 대대적으로 일어났다. 그렇기에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불매 운동은 단순한 네티즌들의 운동이 아니라 공산당 차원에서 수행되고 있는 작업이라고 볼 수 있는 여지가 충분했다.

“저야 그저 감사할 따름인데, 회장님은 괜찮으시겠습니까?”

정병우 의원의 목소리에는 진심으로 유재원을 걱정하는 마음이 가득이었다. 오죽하면 정병우도 유재원이 중국에 찍혔다고는 걸 느낄 정도로 말이다.

“그럼요. 저 유재원입니다.”

웬만해서는 나 이런 사람이라고 말하지 않는 유재원이지만, 지금 상황에서 이보다 더 든든한 대답은 없다.

네티즌들의 불매 운동 정도로는 끄떡도 없다.

만에 하나 중국의 불매 운동이 유의미한 성과를 내서 ID 그룹에 타격을 줘도, 그 정도 매출 감소쯤은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는 일이었다.

돈 벌 구석은 앞으로도 무궁무진했으니 말이다.

무엇보다 유재원은 해서 중국에게 맞고만 있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다음 날.

-ID 그룹, 화웨이 스마트폰 특허 침해로 미국 법원에 고소. EU와 중국에도 조만간 고소장 접수!

-미국 FBI, 위챗 메신저 취약점 이용한 기밀 자료 탈취 확인.

-보잉과 록히드마틴, 레이시온 등, 국가 핵심 방위 산업체 다수 피해.

-존 매케인 대통령 격노, 위챗 사용 금지 명령 심각하게 고려 중.

넥스트컴 뉴스 페이지는 물론, 전 세계 미디어들은 몇 분 차이로 터져 나오는 긴급 속보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유재원의 공세는 이제부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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