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1회
용쟁호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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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원은 물론 이곳에 있는 사람들 모두 한국에서 목에 힘주고 다녀도 뭐라고 할 사람은 아무도 없는 이들이었다. 각자의 자리에서 최고라는 타이틀은 하나쯤 가지고 있는 기업을 거느린 사람들이었으니 말이다.
또한, 대한민국의 상류층 사회에서 긴밀하게 이어진 인맥과 혼맥의 관계 덕에 경제적 영향력은 물론이고, 정치적 영향력도 다들 한가락 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렇지만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은 이러한 경제 세력의 힘을 가볍게 초월할 정도였다.
유재원의 조언에도 여러 방면에서 탈권위적인 행보를 포기하지 않았던 노 대통령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권력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더욱이 과거와 달리 통일국민당이 등장했고 한나라당이 몰락한 정치 지형은 노 대통령의 행보에 플러스가 되었으면 됐지, 마이너스는 절대 아니었다. 게다가 공수처와 같은 검찰에 대한 견제 장치는 대통령의 영향력을 한층 강화시켰다.
단적으로 오늘 경제인과의 대화라는 청와대 행사에 초청한 이들은 재계 순위 TOP 20에 속하는 기업 집단의 수장들이었는데, 실제 사람 수는 16명이었다.
노환으로 와병 중인 로토 그룹을 뺀 나머지 3명은 갖가지 죄목으로 교도소에 있어 참석하고 싶어도 참석을 할 수 없는 것이다.
예전에는 재벌 총수가 3명이나 동시에 감옥에 가 있는 모습은 상상하기 힘들었다. 일성의 최현희나 최재영이 각자 몇 개월씩 구속된 적은 있었지만, 구치소 정도에서 몇 개월 있다가 풀려나는 게 일반적이었다.
진짜로 형이 집행되어 교도소에 들어가 몇 년씩 썩는 일은 거의 드문 일이었다. 수백, 수천억씩 회삿돈을 횡령해도 누군가 대신 죄를 뒤집어쓴다든가, 아니면 1심에서 징역 3년, 2심에서는 집행유예 5년으로 감형되고, 대법원 확정 선고가 떨어지는 게 일반적이었으니 말이다.
이제는 사라진 3‧5법칙이었다.
가장 최근 감옥에 간 대한화약그룹, 일명 대화그룹의 회장은 3년 전 아들이 술집에서 맞고 돌아오자 경호원들을 이끌고 술집으로 쳐들어가 보복 폭행을 했다. 그리고 이걸로 부족하다 느꼈는지 근처 청계산으로 끌고 가서 다시 한 번 폭행했다.
심지어 폭행을 당한 술집 종업원은 강남경찰서에 신고했는데, 신고를 받았던 강남경찰서의 경찰들은 회장님을 위해 사건을 축소하는 것으로 모자라 은폐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도 드러났다.
최종적으로 징역 5년이 떨어지면서 대화의 회장님은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회장님의 뒤를 봐주며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노력했던 강남경찰서의 경찰들도 징역 3년이었다.
유재원의 머릿속에 저장된 뉴스 라이브러리에는 집행유예로 끝났던 사건이었는데, 검찰과 법원이 제 기능을 톡톡히 하면서 재벌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판결이 완성된 것이었다.
대화그룹에서는 회장님의 구속을 막기 위해 정치권과 청와대에 선을 대면서 최선을 다했지만, 돌아온 건 엄중 경고뿐이었다.
다른 두 회장의 경우에는 재벌들의 단골 범죄인 비자금 조성 그리고 주가 조작으로 징역형을 받으면서 이 자리에 참석할 수 없게 되었다.
-대통령님, 입장하십니다.
의전비서관의 말과 함께 노 대통령이 등장했고, 유재원을 비롯한 이들 모두가 일어나 대통령을 맞이했다.
행사가 시작되었다.
몇 시간 후.
유재원의 이번 청와대 스케줄의 목적은 경제인과의 대화라는 행사가 모두 끝난 뒤에 성사될 수 있었다.
유재원이나 노 대통령이나 독대를 했다는 것이 알려지면 괜히 껄끄러워지는 일만 생겨난다. 그렇기에 독대라는 말이 나오지 않으면서도 조용하게 대화할 수 있는 자리를 자연스럽게 만들었다.
청와대 뒤뜰에 차려진 만찬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노 대통령과 나란히 걷는 10여 분간의 시간이었다.
만찬이 공식 행사의 끝이었기에 다른 회장님들은 먼저 돌아갔고, 유재원은 맨 뒤에 남아 노 대통령과 함께 걸으며 가볍게 나누는 대화였다.
그렇지만 그 10여 분의 시간이 앞서 몇 시간의 행사보다 유재원에겐 중요했다.
“먼저 공사다망한 유 회장님을 급히 한국으로 오시게 해서 미안한 마음이 있다는 걸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몇 발자국 옮기자마자 노 대통령이 먼저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왜 중국산 농산물에 대한 검역을 강화할 수밖에 없었는지 설명했고, 중국이 예상치 못한 수준으로 강하게 나온 것에 대해 솔직하게 설명했다. 불량 농산물을 수출하려고 한 중국의 마늘 농가와 이를 헐값에 수입해 농산물 시장을 교란한 유통업자 사이의 문제인데, 중국이 국가 차원에서 발끈하고 나선 건 청와대도 당황스러운 상황이었던 모양이다.
더욱이 중국의 명분 없는 보복 조치가 ID 그룹을 정조준하고 있다는 건, 청와대에서도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전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초일류라고 자부할 수 있는 기업이 ID 그룹이었다. 그와 함께 한국 사람들 모두가 ID 그룹을 국산 기업이라고 인식하고 있었고, 매우 우호적이었다.
“괜찮습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신 것이고, 비정상적인 반응을 하는 건 누가 보더라도 중국 측이니까요. 대통령님께서 마음 쓰실 필요는 없습니다.”
유재원의 대답에 노 대통령의 얼굴에 안도감이 떠올랐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힘이 나는군요.”
“무엇보다 이번 일로 우리의 조치가 후퇴한다면 중국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불합리한 조치들은 더더욱 많아질 것이고, 지금보다 훨씬 큰 비용을 지불하게 될 것이라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음, 의외로군요.”
노 대통령은 진심으로 놀란 표정이었다.
유재원이 급하게 한국에 들어오는 모습은 누가 보더라도 중국의 조치 때문이라는 게 명백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유재원이 정부에 요구할 건 피해 보상이나 중국의 보복 조치를 풀기 위해 중국의 요구를 들어줘야 한다고 말할지도 모른다는 예측도 있었다.
그런 예상을 180도 뒤집는 말이 지금 유재원의 입에서 나왔다.
“우리와 중국의 분쟁은 시간문제였을 뿐입니다.”
“시간문제?”
“네. 미국과 중국의 충돌은 이미 현재진행형이지요. 선공은 미국이었고 성공적이지만, 그걸로 중국을 완전히 주저앉히는 건 불가능합니다.”
“911과 청나라 채권이로군요.”
상황이 상황인 만큼 유재원은 두루뭉술하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노 대통령은 두루뭉술한 말도 찰떡처럼 알아들었다.
청나라 채권 상환이라는 거대한 짐을 짊어지고도 중국은 무서운 속도로 경제가 성장하고 있었다.
성장한 경제력만큼 중국은 외부로의 힘을 투사했다.
남중국해의 분쟁이야 전부터 크게 터지고 있었고, 신장웨이우얼 자치구의 위구르족 탄압이라든가, 티베트의 탄압 역시 세계의 비난을 사고 있음에도 묵묵히 수행하고 있었다.
한반도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었다.
고구려사를 중국의 역사에 편입시키는 동북 공정도 한참 진행 중인 사업이었다.
깐마늘 파동이 터지기 전만 해도 유재원은 이번에도 과연 사드 사태가 일어날지 확신할 수는 없었다. 미국의 대통령들 이름이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지고 있는 만큼, 사드의 배치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유재원은 깐마늘 파동을 확인하고는 확신하게 되었다.
사드가 배치가 되었든, 되지 않았든 상관없이 지금 중국의 행보를 보았을 때, 어떤 트집을 잡아서 ‘한한령’이 내려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사실을 말이다.
“미국이 버거운 중국에게 우리는 손쉬운 상대로 보였을 겁니다. 대통령님께서 말씀하셨던 동아시아 균형자가 되기 위해서도 우리는 예전과 달라졌다는 걸 보여줘야 합니다.”
“그 말씀은 유 회장님도 정부의 이번 정책을 지지하신다고 봐도 되는 겁니까?”
“네. 물론이죠. 한국이 동아시아의 균형자로 떠오른다면, 우리 ID 그룹의 이익도 그만큼 확대될 게 분명하니까요. 더욱이 중국의 비중은 앞으로 훨씬 커질 텐데, 그때보다는 지금 상대하는 게 훨씬 승산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유재원의 말에 노 대통령의 표정이 확실히 풀렸다.
중국의 조치로 가장 큰 손해를 보게 될 ID 그룹이었는데, 유재원이 노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하니 제일 큰 고비를 넘긴 것이나 다름이 없다.
“국정을 이끌다 보면 늘 유 회장님께 고마운 마음이 있습니다. 당장 7월에 완공식을 하는 행정수도만 해도 유 회장님의 도움이 없이는 불가능했을 역사였지요.”
이어진 노 대통령의 감사의 말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함축적이었다.
행정수도 세종시의 완성은 전명헌의 개헌부터 시작해서 통일국민당과 민주당의 연정을 통한 법률 입법으로 법적 근거가 완성되었다.
과거의 이름뿐인 행정수도가 아니라, 서울에 자리하고 있던 청와대와 국회 그리고 대법원은 물론이고 다수의 공기업 본사까지도 이전되는 진정한 수도 이전이었다. 서울이라는 이름이 너무나 강력한 탓에 행정수도 이전이라는 말을 전과 같이 쓰고는 있지만, 세종시의 위상은 이전과 차원이 달랐다.
이러한 조치가 가능한 건 여당인 민주당과 통일국민당의 완벽한 연정 덕이었다.
행정수도 이전은 기득권의 강력한 반발은 물론이고, 서울에 살고 있던 지지자들도 한때 등을 돌릴 만한 일이었다. 그걸 모두 감수하고 완벽한 입법 작업을 수행한 통일국민당이었다.
덕분에 한때는 거의 소멸하다시피 하던 정통 보수정당의 지지율이 크게 올랐다.
보수적인 성향의 사람들은 거대 권력 기관과 공기업 본사들의 세종시 이전을 막아내지 못하는 것을 민주당과 통일국민당에 맞설 정통 보수 세력의 소멸에서 찾았다. 그렇기에 제대로 된 보수정당이 있어야 한다고 의견이 모아졌고, 분열된 보수세력을 단일 세력으로 재편성해야 한다는 것으로 구체화되었다.
그로 인해서 한나라당 그리고 신한국당 등으로 나뉘어졌던 보수세력은 통합신당을 만들어 내년 대선을 대비한다는 쪽으로 흐르는 중이었다.
신당의 이름은 한창 공모 중이었는데, 유재원은 개인적으로 새누리당이 확실하다고 보고 있었다.
실제 보수신당 이름 공모에 새누리당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고, 대구에 본거지를 둔 개신교 분파가 대거 가입 중이라는 것도 안종철 팀장의 1급 기밀 리포트를 통해 사실로 판명되었으니 말이다.
유재원이 행정수도 세종시를 위해 했던 것은 이러한 정치적 요소뿐만이 아니라 기술 투자도 상당했다.
스마트 시티라는 타이틀이 부끄럽지 않을 만큼 자본과 기술을 투자했다. 물론 일방적으로 퍼주는 것이 아니라, 투자한 만큼 ID 그룹이 얻는 것도 많았다.
대표적인 것이 도시 전체를 온라인 상태로 관제할 수 있는 시티OS가 ID 테크놀로지의 기술로 완성되었다.
도시에서 매일 생성되는 다양한 유형의 데이터를 각종 센서를 통해 수집하고, 이를 통해 자산과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일련의 프로세서를 현실에서 완성했다.
다만 독점과 같은 쓸데없는 논쟁을 피하기 위해 시티OS의 기반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가 아니었다. 현시점에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 리눅스였다. 정확하게는 ID 그룹의 자회사인 민트초코의 리눅스 배포판이었다.
그게 그거 아닌가 싶지만,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와 달리 소스코드가 100% 공개되는 리눅스였다. 민트초코 배포판 역시 모든 소스코드는 공개되어 있고, 누구나 이를 받아서 살펴보는 건 물론, 사용자가 원하는 형태로 바꿀 수도 있다.
더욱이 다양한 센서를 통해 시티OS로 수집되는 빅데이터는 민감한 개인 식별 데이터를 제외하면 필요에 따라 누구나 접속할 수 있는 데이터 댐에 저장된다.
비영리 단체는 물론이고 대박을 위한 개인 사업을 위해서라고 해도 데이터 댐에 저장된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적 지원에 ID 그룹의 큰 투자가 있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무작정 퍼주는 건 아니었다.
그만큼 얻어내는 것도 있었으니, 그중 하나가 세종시의 내연기관 자동차 금지 정책이었다.
무슨 말인고 하니, 세종시에서는 휘발유나 디젤 자동차의 운행이 불가하다는 이야기였다. 화물차는 대안이 없어서 예외지만, 15인승 이하의 자동차는 오로지 전기 자동차만 운행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전기자동차 없으면 서러워서 살겠느냐는 말이 절로 나오는 상황이지만, 전기자동차를 구매하려는 사람들에게 기종에 따라 최소 1천만 원에서 최대 3천만 원에 이르는 강력한 보조금을 지원하는 정책도 있었고, 배터리 충전이나 교체에 사용할 수 있는 무료 쿠폰도 뿌리는 중이었다.
이러한 전기자동차 정책은 시티OS의 빅데이터와 결합하여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내는데, 완전자율주행 기능이 활성화되는 유일한 도시라는 것이었다.
라이트닝 볼트의 완전자율주행 인공지능에 시티OS의 관제 능력이 더해지면서 활성화되는 기능이었다. 세종시에 깔리는 모든 도로는 고해상도 CCTV가 24시간 활성화되어 있었고, 이를 통해 도로의 상황을 조기에 전달받아서 완벽한 자율주행이 가능해졌다.
심지어 샌프란시스코나 제주도에서도 일부 지역에서만 지원되는 소환 기능은 물론이고, 운전자가 없이 자동차 혼자서 돌아다니는 자율주행 택시도 영업 준비를 마쳤다.
다만, 예외가 있다면 이미 자동차를 가지고 있던 이들이었다.
기존의 자동차를 팔고 전기 자동차로 기종변경을 강요하는 것은 문제였고, 자원 낭비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이들의 자동차는 유로6에 준하는 깐깐한 배기가스 기준을 적용해 운행을 허가하기로 했다.
그야말로 혁신 그 자체지만, 세종시에 적용된 스마트 시티 기능 중에는 이것도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클라우드 서비스와 사물인터넷, 생체 인증 기술과 RFID 네트워크 등의 신기술도 듬뿍 적용되었다.
이러한 세종시의 스마트 시티 모델에 관심을 갖는 나라들도 많았다. 특히 아랍 에미리트의 빈 살만 왕자의 관심이 지대해서 세종시 개막식 직전에 방한하여 도시도 둘러보고 개막식에도 참가할 것이라는 소식이 뜨기도 했다.
만약 빈 살만 왕자가 세종시 스마트 시티 모델에 합격점을 낸다면, 아랍 에미리트의 스마트 시티 사업을 한국이 수주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사막 한가운데 신도시를 만드는 것인 만큼, 사업의 규모도 수조 원이 거뜬히 넘는 대공사였다. 게다가 아랍 에미리트 외에도 스마트 시티를 원하는 나라들은 수도 없이 많았다.
ID 그룹뿐만이 아니라 스마트 시티 완성을 위해 참여한 수많은 한국 기업 전체에도 엄청난 기회였다.
노 대통령의 말에는 ID 그룹의 세종시 지원에 대한 고마움도 듬뿍 담겨 있었던 것이다.
“이번에도 유 회장님의 말씀 덕에 큰 힘을 얻었습니다.”
여기에 유재원이 직접 와서 최근 가장 큰 이슈로 떠오른 중국의 전자제품 보복 관세에 대해서도 확실하게 말해 주니, 노 대통령의 부담감 대신 해볼만 하다는 확신이 생겼다.
“뭘요. 저도 가만히 있을 생각은 없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할 수 있는 조치를 적극 수행할 생각입니다.”
중국도 WTO 가입국인 만큼, WTO의 기조인 자유무역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었다. 이번처럼 아무런 명분도 없이 전자제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WTO에 제소할 수 있는 사안이다.
또한, 중국의 보복 조치가 더욱 확대된다고 해도, 한국 역시나 새롭게 꺼낼 수 있는 카드가 있었다.
북한 그리고 미국이었다.
김정남이라는 새로운 지도자가 등극한 북한은 한때 혼란이었지만, 유전에서 터져 나오는 검은 황금의 힘으로 혼란을 빠르게 잠재웠다. 게다가 매우 개방적인 생각을 가진 김정남은 한국과의 관계에서도 훨씬 적극적이었다.
중국이 보복 조치를 확대한다면, 한국 역시 북한을 지렛대로 삼아 중국을 압박할 수 있었다.
이걸로 부족하다면 미국의 힘을 가져다 쓰면 그만이다. 유재원이 활동의 중심에 미국이 있었던 건, 미국이 세계 최고의 시장이기도 했지만 세계 유일의 슈퍼파워 국가이기도 했다.
미국 내에 상당한 영향력이 있는 유재원이었으니, 미국의 힘을 빌리겠다는 뜻은 결코 허세가 아니었다.
다음 날.
유재원과의 짧은 독대를 통해 자신감을 얻은 노 대통령은 중국산 농산물에 대한 검역 강화 조치를 철회하기는커녕 더욱 강화했다. 그러자 그동안 잠잠했던 중국산 수입품에서 온갖 문제들이 하나둘 발견되기 시작했다.
-중국산 김치에서 기생충 발견!
-중국산 플라스틱 식기에서 멜라닌 초과 검출!
-중국산 고춧가루에 색소와 철가루가!
한국 정부의 공식 입장은 아직 없었다. 그렇지만 쏟아지는 기사들 만으로도 타협과 강경대응 중 무얼 선택했는지 바로 알 수 있을 정도다.
이렇게 되자 당황한 건 중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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