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7회
용쟁호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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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상징인 스티브 잡스는 몇 년 전 유재원과 만남 이후 세상에서 사라진 듯했다.
한 번 애플에서 쫓겨났다가 다시금 복귀한 이후로, 단 하루도 쉬지 않았던 강철과 같은 사람이었다. 오죽하면 매일같이 출근하는 잡스 때문에 애플의 직원들은 출근 시간에는 초긴장이었다.
잡스의 괴팍한 성격은 출근 중에도 그대로 발현되는데, 같이 엘리베이터를 탄 직원들 혹은 같이 걷는 직원이 보이면 곧장 질문을 툭툭 던지는 것도 그중 하나다.
질문의 수준은 천차만별이었다.
쉬운 질문일 때도 있었고, 엄청나게 어려운 질문일 때도 있었다. 하여튼 질문에 대한 답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해고야 소리가 바로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짜로 해고가 되었다.
노동 분야에 유연성이 넘쳐나는 미국이다 보니 정규직이라도 해고가 엄청나게 간편했는데, 여기에 괴팍한 잡스의 성격이 더해지면서 출근하자마자 짐을 싸야 하는 일을 맞닥뜨리는 불상사가 벌어졌다.
그런데 유재원과의 만남이 있은 후, 어느 순간부터 잡스가 애플 본사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최근에는 아예 소식까지 뜸했었다.
아무래도 췌장암 치료를 위해 맡고 있던 모든 직들을 내려놓고 집중했던 모양이다. 부고 소식 대신 복귀 소식이 들려온 걸 보니 치료가 잘 된 모양이다.
그렇다고 안심할 단계는 아니었다.
정보팀에서도 그냥 복귀 소식만 들은 것이지, 완치되었다는 말은 전혀 없었다. 게다가 잡스가 원래 눈을 감았던 날짜는 내년 10월 5일이었다.
유재원은 전화라도 해 볼까 싶어 스마트폰을 다시 들었지만, 끝내 전화번호가 입력되진 않았다. 그렇게까지 친한 사이는 아니었다는 자각 때문이다. 게다가 몇 년 동안 전화가 없다가 지금 바로 전화를 걸면 너무 어색할 것 같았다.
WWDC에서 신제품을 발표할 거라고 했으니, 행사가 끝난 다음에 전화하는 게 제일 자연스러운 것 같았다.
“잡스의 신제품이라니. 잘 나오려나?”
잡스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자 유재원의 머리는 자연스럽게 WWDC에서 출시될 애플의 신제품으로 옮겨졌다.
과연 안드로이드 시리즈와 경쟁이 될 만큼 잘 만들어졌는지 궁금했다.
기대감은 낮았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인공지능 골드가 결합해 일으키는 시너지 효과들로 혁신에 혁신을 거듭하고 있는 ID 테크놀로지였고, 애플은 이 뒤를 따라오는 것도 힘들 지경이었으니 말이다.
인공지능 분야에서도 지능지수를 따지면 골드는 시리와 비교가 되지 않았다. 음성 인식부터 자연어 처리, 진짜 비서의 지원과 같은 각종 실무의 처리 등등.
너무 사람 같아서 인공지능 골드에 감정을 이입하는 사람들이 수도 없이 많을 정도였다. 오죽하면 세상에서 제일 많은 프로포즈를 받았다는 공식 기록이 있는 덕에 기네스북에 오르기까지 했다.
오랜만에 애플에 복귀한 잡스가 예전처럼 놀라운 제품을 낼 수 있을까?
유재원은 올해의 WWDC를 꼭 시청해야겠다고 마음먹으면서 스마트폰의 스케줄러에 해당 항목을 입력했다. 아쉬운 점은 WWDC는 매년 6월에 열리는 행사였기에 아직은 2달이나 더 기다려야 한다는 점이었다.
시간은 상대적이다.
지루한 사람에겐 느리게 흘렀고, 1분 1초가 급한 사람에겐 너무나 모자랄 만큼 빠르게 흐른다.
유재원과 ID 그룹은 당연히 후자였다.
체감 상으로는 잡고 있던 프로젝트 중에 제대로 끝낸 게 없는데 벌써 6월이이야 하는 느낌이었다.
물론, 이건 유재원 개인의 감상이었고, 실무를 보는 ID 그룹은 매일같이 엄청난 일들을 처리했다.
유재원이 그간 벌여 놓은 일이 많아서 그것들을 처리하는 것만 해도 큰일이었다. 단적으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간판을 달고 시작된 아이티의 뇌파 모니터링 데이터 수집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되어 매일 수십 테라바이트 용량의 데이터를 전송했다.
이를 서버에 업로드하고, 기계학습을 통해 노이즈는 걸러내고 신체의 조절과 관련된 뇌파만 뽑아내도록 하는 것도 일이었다.
타임워너 넥스트컴에서도 매주 신작 영화를 출시했고, 각종 TV 프로그램도 쏟아졌다. 이와 함께 ID 미디어그룹에 속한 방송국들이 내놓는 드라마 역시 차곡차곡 쌓였다.
이러한 콘텐츠는 즉각 타임플렉스에 업로드되어 시청자들을 찾았다.
짧은 영상, 혹은 아마추어 영상이 유튜브라면, 깔끔하게 정제된 프로그램들이 타임플렉스였다.
여기에 타임플렉스가 올해부터 시작한 자체 콘텐츠 확보 사업을 통해 완성된 오리지널 시리즈도 업로드되었다.
이뿐만이 아니라 여러 계열사에서는 매일 새로운 기획들이 올라왔고, 이 중에 승인을 받은 기획서들이 실행되어 소비자들을 찾았다.
작게는 인터넷 서비스의 신종 서비스였고, 조금 크다 싶으면 신형 보르도 TV와 클라세 드럼 세탁기 같은 가전제품의 신형 모델이 출시되었다.
여름이 성수기인지라 신제품 출시가 이어지고 있는데, 역시나 뭐니 뭐니 해도 사람들이 가장 기대하는 건 2010년형 스마트폰이었다.
작년에 시리즈 S가 화려한 피날레를 했고, 2010년부터는 새로운 시리즈가 시작될 거라고 예고를 했기 때문이다.
그 시작이 될 2010년형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무척이나 많았다. 안드로이드사에서 시장 조사를 해 보면 2010년에 스마트폰을 새로 구입하거나, 기존의 사용 중인 스마트폰을 바꾸겠단 사람들이 기존 사용자의 50%가 넘었다.
10년도 전부터 신제품 출시 전 했던 시장 조사였는데, 여기서 50%가 넘긴 건 처음이었다. 아무래도 3, 4년씩 이전 버전의 스마트폰을 사용하던 사람들도 2010년이 되었으니 기기를 업그레이드하겠다고 마음을 먹은 모양이다.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최신형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은 진작에 설계를 끝내고 양산 중이었다.
한층 강력해진 AP, 용량이 다시 한 번 증가하면서 충전 속도도 확연히 개선된 2세대 전고체 배터리에 디스플레이 모듈도 확 바뀌었다.
그야말로 환골탈태!
지금 시점에서는 ID 일렉트로닉스의 스마트폰 라인에서 열심히 조립 중이었고, 모바일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역시 새로운 하드웨어에 맞게 튜닝 중이었다.
마지막으로 ID 인베스트먼트에서는 2000년대 말부터 상장 지수 펀드(ETF)라는 상품을 출시했는데, 시장의 반응이 아주 좋았다.
ETF라는 건 1993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SPDR ETF가 처음 출시된 것을 효시로 보는데, 이후 많은 나라에서 효과가 입증되었고, 한국에서도 2002년에 시작되었다.
ETF를 쉽게 설명하자면 다양한 상품에 투자하는 각종 펀드를 주식화하여 증권 시장에 상장한 상품이었다. ETF를 구매하면 투자 수익률에 따라 배당을 받을 수 있고, 배당이 생기는 만큼 ETF의 가격 상승도 노릴 수 있다.
더욱이 펀드에 가입하려고 하면 투자은행에 방문한다든가, 투자은행의 앱을 받아서 설치를 하고 상품에 가입해야 하며, 환전 절차도 복잡한데 ETF는 주식 투자를 하는 것처럼 간단했다.
투자회사 입장에서도 펀드를 직접 판매하는 것보다 ETF를 상장시켜 얻을 수 있는 이점들이 상당했다.
이미 많은 투자회사들이 ETF를 출시한 상태였기에 ID 인베스트먼트의 ETF 상품 출시는 많이 늦은 편이었다. 하지만 ID 인베스트먼트가 쌓아 올린 신뢰도에 특색이 있는 ETF 상품 덕에 판매는 순조로웠다.
특색이란 바로 신기술 관련 ETF였다.
유재원이라는 규격 외 존재 덕에 다른 투자회사들보다 신기술의 진면목을 바로 알아볼 수 있는 눈을 갖춘 ID 인베스트먼트였다. 덕분에 신기술 관련 ETF를 출시해서 전량을 팔아 치우는 데 성공했다.
다만 일부 월스트리트에서는 여전히 ID 인베스트먼트를 띠거운 눈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있었고, 이들은 ID 인베스트먼트가 출시한 ETF에도 딴죽이었다.
최신 기술 ETF를 구성하고 있는 포트폴리오가 CPU와 GPU, 인공지능, 전고체 배터리, 바이오 의학이었는데, 이게 다 ID 그룹 자회사 아니냐는 난이었다. 그러면서 현시점에서 실리콘 밸리에 가장 뜨고 있는 기술인 고속진단기술이 전무하다는 걸 예로 들었다.
-ID 인베스트먼트 첨단기술 ETF, 사실은 ID 그룹 자회사 투자 펀드?
끝에 물음표를 달아 놓긴 했지만, 경제신문에 올라간 리포트가 말하고자 하는 건 첨단기술 ETF라고 하고는 ID 그룹 자회사에만 투자하는 거 아니냐는 말이기도 했다.
-실리콘 밸리에 뜨는 마법 같은 진단 기술, 테라노스!
그러면서 예로 든 것이 테라노스였다.
특히 피 한 방울로 여러 가지의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이 유행 중이었는데, 그중에서도 테라노스가 엄청난 각광을 받고 있었다.
엘리자베스 홈즈라는 젊은 여성이 창업한 테라노스는 한 방울의 피로 200가지의 질병을 검사할 수 있는 에디슨 키트라는 걸 만들어서 어마어마한 투자자를 끌어모으고 있었다.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들은 물론이고, 대형 투자회사들도 투자금을 출자할 정도였으니 가히 폭발적이었다.
특히 미국처럼 의료비가 비싼 나라에서 피 한 방울로 그 많은 질병을 검사할 수 있다면, 정말 성공할 수밖에 없는 장사였다.
물론 테라노스가 진짜라면 말이다.
유재원이라도 피 한 방울로 200가지나 되는 질병을 바로 검사할 수 있는 장비를 만드는 건 불가능했다. 딱 보면 사기라는 게 티가 나는데, 어쩜 그리 잘 속아 넘어가는지 모르겠다.
엘리자베스 홈즈의 사기가 탄로 날 때는 멀지 않았으니, 그때가 되었을 때 실컷 비웃어 주면 그만이다.
더욱이 ID 인베스트먼트의 투자자들은 첨단기술 ETF를 매수하고서 벌써 한 번의 배당을 받았기에 불만은 전혀 없었다. 게다가 ID 인베스트먼트 첨단기술 EFT의 진정한 강점은 보스턴 다이나믹스나 ID 바이오로직스 같은 비상장 계열사들에 대한 지분 투자도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들 계열사들이 상장한다면 대박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었다.
이러한 특징을 숨김없이 공개하고 있었기에 어설픈 전문가들의 딴죽에 흔들리는 투자자들은 극히 적었다.
이처럼 쾌속 순항 중인 유재원의 사업들이지만, 모두 다 좋은 일만 있었던 건 아니었다. 몇 가지 삐걱거리는 일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지진 예측 알고리즘의 예측 실패였다.
-4월 5일. 멕시코 바하칼리포르니아주에서 규모 7.2 지진 예측 실패.
-중국 칭하이성 진도 7.1 지진 발생!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두 번이었다.
멕시코와 중국 칭하이성 지진 모두 지진 예측 알고리즘에서 경고는 뜨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멕시코와 중국의 지진 모두 인명 피해는 극히 적었다는 점이었다. 멕시코는 칠레보다 나라의 사정이 좋았다. 정부의 시스템도 잘 구축이 되었고, 평소 지진이 잦은 곳이라서 건물을 지을 때도 지진에 견딜 수 있도록 지었다.
덕분에 강진이 일어났지만 인명 피해의 규모는 제일 적었다. 멕시코에 진출해 있는 ID 그룹의 사업장 피해도 거의 없었다.
멕시코에는 플래그십 스토어와 라이트닝 볼트의 전시장, ID 일렉트로닉스의 작은 공장들이 있었는데, 공장 피해는 전무했다. 다만 통유리가 인테리어 소품으로 많이 쓰인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진열장이 쓰러지면서 물건이 좀 파손되는 피해가 생겼다. 그렇지만 이 정도 피해는 플래그십 스토어 지점 차원에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규모였다.
더욱이 지진 피해 복구 예산이 즉시 편성되어 전송되었기에, 지진 피해 복구가 빨랐다.
반면 중국 칭하이성 위수현에 일어난 지진은 사망자가 500명 가까이 나오면서 피해가 컸다. 낡은 건물이나 부실하게 지은 건물이 붕괴되면서 멕시코와는 차원이 다른 피해가 일어났다.
지진이란 재해의 특징이다. 예측할 수 있다면 피해는 크게 줄일 수 있지만, 대비 없는 곳에 불시에 찾아온 지진은 그야말로 최악의 재앙이었다.
-지진 예측 알고리즘, 과연 완벽한 것인가?
멕시코에 이어 중국에서도 지진이 났을 때, 여러 나라들에서 지진 예측 알고리즘의 신용도에 대해 의심을 시작했다.
특히 일본의 반응이 대단했다.
-아소 다로 총리. 지진 예측 알고리즘에 대한 신뢰도 떨어져.
-동일본 대지진 대비 사업은 신뢰도에 상관 없이 계속 진행할 예정.
-내년도 대지진 발생 없다면 ID 그룹에 책임 물을 것.
사상 초유의 규모 9에 달하는 대지진 예고로 전전긍긍하던 일본은, 지진 예측 알고리즘이 빗나가자 안도의 한숨과 함께 불타올랐다. 유재원에 대한 비난도 점차 뜨겁게 끓어올랐고 아소 다로 총리는 그러한 민심을 타고 또 입을 멋대로 놀렸다.
ID 그룹에 책임을 묻겠다니?
총리부터 국민까지 단체로 김칫국 잔뜩 마시고 있는 모양인데, 내년 3월이 되면 누가 맞는지 확실히 결판이 날 것이다.
게다가 지진 예측 알고리즘을 돌리고 있는 유재원과 ID 테크놀로지에도 변명의 여지는 있었다. 불의 고리 지역 한정이라고 해도 그 범위는 상당히 넓었고, 하프와 수라도 자원 탐사에 쓰이면서 예측 가능한 범위가 크게 줄었다.
지진 예측 알고리즘이 제대로 된 수식이 아니라, 단순히 유재원의 미래 지식을 바탕으로 한 단순 스크립트였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테지만, 이건 진짜였다. 그렇기에 충분한 데이터와 연산력이 있다면 좋은 결과가 나오지만, 그렇지 못하면 지금처럼 구멍이 생기는 것이었다.
다행히 하프와 수라 같은 시설이 대거 건설되고 있으니, 이번과 같은 공백이 생기는 일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유재원 앞에 낀 먹구름이 또 있었다.
띵!
잡스의 복귀가 예고된 애플의 WWDC의 시작이 하루 남았던, 6월 5일.
유재원의 ID톡에 긴급 메시지가 떴다.
-긴급속보! 중국 상무부, 한국산 전자제품에 보복 관세 50% 부과 결정.
-깐마늘 반품 파동, 일파만파!
-보복 관세 실제 집행되면 ID 일렉트로닉스와 금성전자에 큰 타격!
정보팀의 보고보다 중국의 공산당 기관지인 환구시보에서 먼저 보도된 소식이었다. 유재원은 메시지를 보자마자 가족들과 오붓했던 저녁 식사를 뒤로 하고 급하게 서재로 자리를 옮겨야 했다.
그룹 전산망에 접속해보니 이미 난리였다.
“대국이라면서 하는 짓은 소인배 같군.”
모니터에 시시각각 업데이트 되는 보고서들을 보며 유재원은 욕이 나오는 걸 참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일의 시작은 중국의 잘못이 명백했기 때문이다.
사건의 시작은 작년 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미 FTA 체결로 가장 큰 수혜를 받는 건 유재원의 ID 그룹이었다. 반면 농산물 시장 완전 개방이 예고된 한국 농민들은 FTA로 피해가 예정되어 있었다.
이러한 한국 농민들의 구제 대책으로 유재원이 만든 게 고부가가치 농작물 보급과 P마켓을 통한 농산물 직거래 카테고리 개설, P마켓 물류 시스템에 신선 식품 유통망 신설 등이 있었다.
대책들은 한미 FTA 발효와 함께 시행되었는데, 소비자들의 반응이 매우 좋았다. 그도 그럴 것이 90년대 말부터 시작된 웰빙 열풍은 IMF 외환위기에 잠깐 수그러지긴 했지만 IMF를 성공리에 졸업하면서 다시금 웰빙 열풍이 일어났고, 유기농과 신선 식품에 대한 수요가 상당한 상태였다.
그런 와중에 P마켓을 통해 신선한 농산물이 바로 유통되면서 소비자들은 PC와 스마트폰으로 앉은 자리에서 바로 주문할 수 있었다.
특히 유기농 농산물은 일반 제품보다 몇 배는 비싸도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수요를 공급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였다.
그러자 여기에서 나쁜 마음을 먹은 업자들이 중국산 저가 농산물을 들여와 유기농으로 속여 팔기 시작했다. 간단한 보따리상을 해도 몇 배가 남는 장사였으니 말이다.
그게 제대로 걸린 게 마늘 품목이었다.
깐마늘에서 국산과 중국산의 가격 차이는 최소 3배 이상이었으니 말이다. 유기농 마크가 찍히면 10배까지도 벌어졌다.
한국의 관세청은 바로 중국산 깐마늘을 걸러냈다. 명분은 한국에 충분했다. 한국과 중국 사이에 맺은 수입량 쿼터를 한참이나 넘어섰고, 중국산 깐마늘에서 비위생의 상징인 대장균이 검출되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중국은 기다렸다는 듯, 한국산 전자제품에 보복 관세를 때린 것이다.
심지어 중국은 텐허 슈퍼컴퓨터 납품 건으로 생긴 ID 그룹과 중국 측의 연락선을 통해서 보복 관세로 전자제품을 선택한 것에 대해 너그러운 이해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참 나, 날 뭐로 본 거지?”
그러니까 텐허 슈퍼컴퓨터 사업을 ID 그룹에 준 것까지도 중국의 깐마늘 보복 조치의 사전 정지작업이었던 모양이다. 가장 크게 반발할 ID 그룹에 미리 선금을 치러서 반발을 최소화하고, 한국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그림으로 말이다.
텐허 슈퍼컴퓨터나 깐마늘 파동이나 뒷이야기를 다 알고 있는 유재원에겐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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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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