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6회
전지전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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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시각!
“첫빠는 역시 인공지능입니다!”
-흐흐, 당연히 인공지능일 줄 알고 담아 놨지!
-인공지능 골드가 바둑 싹쓸이 하고도 가만히 있던 호구들이 있을까?
-이미 오를 대로 올라서 재미가 없네.
“자자, 제가 전에 언급했던 그대로죠? 인공지능! ID 일렉트로닉스가 대장이고 데이터 저장과 가공에 관련된 주식들도 있었죠? 네패스, 우리기술, 코너 네트워크, 에이디칩스. 지금이라도 들어가면 조금 재미는 볼 수 있을 겁니다. 대장은 장투하시고 나머지 잡주는 단타로 치고 나오세요!”
-OK! 똘똘이 믿고 ID 일렉트로닉스 한 장 담가 본다!
-한 장? 천만 원?
-한 장이 언제 천만 원임? 1억은 되어야 한 장이지.
-위에 둘 허세충이네. 똘똘이 방송에서 뭔 1억을 찾아? ID 일렉트로닉스 주식 1장 샀다는 말 아니냐.
“회원님들 싸우지 마시고, 돈이나 법시다! 그리고 ID 일렉트로닉스 1주 무시하시는 분이 있는데, 이건 우리나라 주식의 끝판왕입니다. 지금 매수하셔서 자식들에게 물려주세요. 지금이야 20만 원 후반대지만, 몇 년만 지나면 100, 200 갑니다.”
-100? 200?
-똘똘이 너 ID 일렉트로닉스 시총 안 봄? 지금 현재 시총이 520조 원임! 1주당 100만 원 찍으면 시총이 2천조짜리 기업임. 우리나라 경제 규모에서 이게 말이 되는 소리임?
-이야, 너 산수 잘한다.
누군가가 똘똘이의 정곡을 찔렀다.
나름 일리 있는 주장이었지만, 본인 주장에 대한 단단한 근거도 있는 똘똘이였다.
“2천조 원이 문젭니까? 인공지능 패권을 가지고 있는 기업인데. 지금 인공지능 골드로 할 수 있는 것들 보세요. 솔직히 골드보다 분석 능력 떨어지는 사람들 많잖아요. 그런 인공지능이 이제 전문 영역에도 도입되는 겁니다. 이건 산업혁명의 뒤를 잇는 새로운 혁명이라고요. 거기에 ID 일렉트로닉스가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죠. 사실 200도 보수적으로 잡은 거예요. 저는 10년 내에 500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깔끔한 정장 차림으로 마이크를 잡고 열심히 입을 놀리는 남자는 유튜브의 주식시황 전문 ‘똘똘이’였다.
똘똘이라는 건 당연히 유튜브의 닉네임이었고, 본명은 정태춘이다.
올해 40대에 접어든 정태춘은 한국 최고의 학벌이라는 서울대 상대를 졸업하고, 일성증권에 입사해서 펀드 매니저를 하며 상당한 성과를 이뤄내기도 했다.
그러다가 몇 년 전 호기심에 슬쩍 시작했던 유튜브 주식 방송이 생각지도 못한 대박을 터트리면서 인생의 진로가 확 바뀌었다.
원래대로라면 일성증권에서 바늘구멍을 통과해야만 달 수 있는 임원이 되기 위해 발버둥을 치며 인생을 태우고 있었을 게 분명했지만, 지금은 전업 유튜버로서 그야말로 편안한 삶을 살고 있었다.
라이브 시청자들만 1만 명 이상, 구독자 100만이라는 일정 수준에 다다른 지금은, 하루 4시간 방송만으로도 일성증권에서 펀드 매니저를 할 때보다 10배나 많은 정산금을 받고 있었다.
정태춘, 유튜브 채널명 똘똘이의 스마트 주식매매의 주요 주제는 시황분석과 각종 개드립의 향연이 펼쳐지는 기상천외 단타 매매였다. 실제 본인의 돈을 이용한 실전 투자지만, 대부분 깡통을 차면서 끝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정교한 분석을 통한 예측이 아니라, 차트에 대고 기영이 머리카락을 그린다거나, 동전을 던진다거나, 아무거나 매수하고서는 목탁을 두드리며 떡상하기를 기원하는 식이었으니 말이다.
그야말로 엉터리였지만, 시청자들이 보기엔 재미있으면 그만이라는 마인드였다. 게다가 주식 거래 중에 푸는 썰이라거나, 각종 주식 매매 상식은 그가 일성증권에 있으면서 체득했던 진짜 노하우였기에 재미도 있고 유익함도 있었다.
덕분에 다른 증권 관련 방송들 속에서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구독자들이 빠르게 늘어나는 중이었다.
오늘의 경우 평소 하던 방송과 달리 특정 이벤트를 중계하며 이를 바탕으로 하는 썰을 풀었다.
바로 ID 그룹의 시무식 겸, 유재원의 비전 발표회였다.
대부분의 회사들도 오늘 시무식을 하지만, ID 그룹처럼 집중 조명을 받진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일반적인 시무식이란 올 한 해도 열심히 하자며 사장과 임원들이 두루뭉술한 말들을 하는 게 보통이었지만, ID 그룹은 그야말로 명확한 비전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오! 우리기술 난다, 날아!
지금만 봐도 똘똘이 정태춘이 찍은 종목들의 주가들이 3, 4%씩 뛰고 있었다.
-야야, 똘똘이 방송 처음 보냐? 오버하지 마라.
-게다가 유재원 회장이 비전 선포식 할 때마다 관련 주식들은 다 상한가 찍고 그랬다고. 3%는 오른 것도 아니지.
-ID 일렉트로닉스, 오늘 30만 원 찍겠는데?
채팅창에서 보는 것처럼 라이브 시청자들의 반응도 매우 좋았다.
재미있는 건, 비전 선포식에 언급된 이슈와 관련이 있는 종목들뿐만이 아니라 웬만한 주식들도 다들 붉게 달아올랐다는 점이다.
특히 중국 관련 주식들의 폭등세는 그야말로 무서울 지경이었다.
오랜 잠에서 깨어난 중국은 매년 8% 이상의 고도 성장 중이다. 베이징과 상하이, 광동과 같은 해안 도시가 빠르게 성장하고, 그 주변으로 개발의 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상하이에 마천루가 하나씩 들어서고 있었고, 아파트 단지는 수도 없이 만들어졌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각종 인프라가 필요했고, 아직 자국 산업이 부족한 중국은 이를 해외로부터 수입했다.
한국은 중국의 급속성장에 제일 큰 덕을 보고 있는 나라였다.
더욱이 중국에서 가짜 분유와 가짜 계란 등의 식품 파동이 터질 때마다 한국산 식품의 수입량도 폭증했다.
2000년대 초반 인터넷 관련 기업들에 묻지 마 투자가 이어졌다면, 지금은 ID 그룹 테마와 중국 테마가 위세를 떨치는 중이었다.
그만큼 한국의 경제 상황이 그야말로 활황이었다.
“모두 조용! 유 회장님 말씀하십니다!”
똘똘이는 떠들썩해지는 채팅창을 보고 다시 한마디 했다.
-조용해!
-다들 입 다물고 화면이나 봐!
-입이 아니라 손가락이겠지.
그 유튜버, 그 구독자였다. 절대 지지 않으려는 사람들끼리 서로 조용히 하라는 채팅으로 채팅창의 스크롤은 끊이지 않았다.
다행히도 스트리밍 동영상 속 유재원의 말이 시작되자 언제 떠들었냐는 듯 바로 조용해졌다.
=3년 전 저는 전리층 탐사를 통해 두만강과 압록강 유전을 발견했었습니다.
“유전 발견! 아, 지금 북한을 보면 유전의 막강함을 알 수 있습니다. 완전히 노났죠. 덕분에 미래그룹도 대박 터졌고, 우리나라 건설기업들도 북한에서 공사들 여럿 수주하면서 건설주 폭등이고요. 아!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는데 우리 구독자님들 북한 유전보고 미래그룹에 투자한다고 미래자동차그룹 주식을 사진 마세요. 둘이 완전히 갈라서서 서로 다른 회사니까.”
-조용히 하라면서 본인이 제일 떠드네.
-대북주 산다면서 미래자동차그룹 사는 멍청이가 있다고?
-있음! 요즘 묻지 마 투자 어마어마함.
=그와 함께 쓰촨성 대지진과 2011년 동일본해 지진을 예고하기도 했습니다. 지하자원 탐사를 하면서 얻어진 부가 수익이었지요.
“지진?”
=이후로 많은 문의가 들어왔지만, 제대로 답변을 못 해 드려 죄송합니다. 특히 지진에 많이 시달리는 나라들의 실망이 크다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일본은 빼고 말이죠. 도쿄전력은 진짜 무슨 배짱일까요.”
-맞아마자!
“우리 구독자님은 지금도 일본 주식까지 하는 호구들 없죠?”
-있어도 없다고 하겠지.
-화낙이나 산요는 예외로 쳐주라.
-그건 인정.
신일본투자은행이 ID 그룹의 소유라는 것은 똘똘이 스마트 주식매매를 구독하고 있는 이들도 알 만큼 비밀이 아니었다.
“하여튼, 전리층 탐사에 눈 돌아간 업체들 많았죠. 특히 석유 메이저들이 열심히 따라 해 보려고 여기저기 다 들쑤셨지만, 엑손모빌 빼고는 별다른 성과는 없었고요.”
정태춘은 똘똘이라는 닉네임답게 대지진 예측이라는 유재원의 말을 듣고 바로 관련 내용을 떠들었다.
실제로 유재원이 러시아의 SURA 프로젝트를 이용해 한반도에서 유전을 탐사해내는 것에 성공한 것을 본 많은 나라와 기업들은 이를 따라 하려고 했다.
덕분에 폐기 직전에 놓였던 SURA 프로젝트에 거대한 후원금이 들어왔고, 임대 의뢰도 이어졌다. 그와 함께 미국의 전리층 탐사 시설인 HAARP도 재가동이 되었다. 미국답게 SURA 프로젝트보다 훨씬 거대한 규모를 자랑했고, 이는 당연히 미국 당국과 엑손모빌과 같은 미국 국적의 석유 메이저 업체의 몫이었다.
동시에 유럽에서도 전리층을 이용한 지질 탐사를 위해서 대규모 고주파 발생 안테나 설치와 데이터 수집 시스템 구축을 위한 투자에 돌입했다.
이후 사방팔방에 전자파를 쏘아대며 지구 전역을 훑기 시작했고, 그에 따라 수집된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 돌입했다.
그렇지만 3년이 더 지난 지금까지도 유의미한 성과를 발표하는 국가나 기업은 없었다. 그나마 엑손모빌이 남미에서 새로운 유전 하나를 찾아내는 데 그쳤다. 그것도 완전히 새로운 건 아니었고, 유력한 후보 중의 한 곳이 전리층 탐사 데이터 분석 결과와 겹쳐지면서 얻은 결과물이었다.
전리층 탐사의 성과로 보기엔 애매하지만, 그렇다고 뭔가 실마리가 잡혔으니 프로젝트를 중단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유전 탐사 성공이나 지하자원 탐사에 성공했다고 말씀드리고 싶지만, 그런 종류의 발표는 아닙니다.
“설마 지진 예측?”
=최근 지질 데이터 분석에서 지진 예측 결괏값이 2개나 나왔습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지질 탐사 알고리즘이 예측할 수 있는 지진의 종류에 대해서 보다 명확한 규정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구독자 여러분, 만약 유 회장이 발표하는 지진 예측 장소가 한국이다 하면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지금 들고 계신 주식 다 내다 파세요! 당장 지진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해도, 우리나라 주식이 너무 많이 오른 상태거든요. 지진 핑계로 차익 실현 물량이 쏟아져 나올 게 100%입니다. 떨어지는 칼날 잡지 마시고, 바닥 확인 후에 다시 들어가세요.”
정태춘의 속사포 같은 멘트였다.
-팔아? 다 팔라는 말이야?
-우리나라가 아니면?
-글쎄, 주요 자원 수출국이면 원자재 매수해!
채팅창이 다시금 시끌벅적해졌다.
그러는 사이 스트리밍 동영상 속 유재원은 본론을 시작했다.
=지질 데이터 분석 알고리즘이 파악할 수 있는 지진은 규모 7 이상의 대지진만 가능하다는 겁니다. 즉, 이번에 예측된 대지진은 최소 규모 7 이상인 강진이라는 말이지요.
-그러니까 어디냐고?
=두 곳 모두 지진이 터지는 D데이까지 그리 많은 시간이 남아 있지 않은 만큼, 최대한 빠른 안전조치가 필요할 것입니다. 가장 급한 곳은 아이티입니다. 지질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1월 13일 규모 7.0의 강진이 발생할 확률이 97.5%에 이릅니다.
“아이티?”
정태춘은 바로 넥스트컴의 세계 지도 페이지를 열어서 아이티를 검색했다.
이름만 들어보면 어디 남태평양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미국의 남쪽 바다인 멕시코만 오른쪽에 자리한 케이맨 제도의 나라였다. 자메이카와 도미니카공화국 사이에 있는 나라였다.
=다른 한 곳은 칠레이고 진원은 마우레 주로, 규모 8.8의 강진입니다. 예상 날짜는 2월 27일입니다. 이번 예측에 대한 자세한 리포트와 분석 데이터는 넥스트컴 기상 페이지에 지금 즉시 다운로드할 수 있습니다.
“어휴! 다행히 우리나라로부터는 한참 떨어진 곳이네요!”
이마에 땀방울이 맺힐 정도로 긴장하던 똘똘이 정태춘은 대지진 예고의 위치가 아이티와 칠레라는 태평양 반대편에 있는 나라라고 하자 한시름 놨다는 표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정태춘은 유튜브 라이브를 할 때만 재미로 깡통도 차고, 차트에 이상한 그림을 그려가면서 예측을 했다. 실제로는 일성증권에서 받은 퇴직금은 물론 유튜브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 중 50% 이상을 주식에 투자하는 중이었다.
서울 부동산 투자가 불패라고는 해도, 부동산 가격의 상승보다 주식 시장의 성장이 훨씬 빠르고 급진적이었으니 말이다.
만에 하나 대지진 예상 지점이 한국과 가까웠다면 바로 털어 버릴 생각이었는데, 한참 먼 곳이니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다만 두 나라 모두 최빈국들이라 너무 안타까웠다. 대지진이 닥친다면 복구가 힘들 텐데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ID 그룹은 앞으로도 꾸준히 환태평양 불의 고리 일대의 지질 데이터 분석을 통한 지진 예측을 수행할 것이고, 이번처럼 결과가 나오는 즉시 통보해 드리겠습니다.
지진에 대한 예측 시스템을 완성하겠다는 것으로 유재원의 발표회는 마무리되었다.
똘똘이 정태춘도 마무리 멘트에 돌입했다.
“역시 올해도 알찬 ID 그룹의 비전 발표였네요. 다들 대응 잘하셨죠? 그나저나 아이티와 칠레가 걱정이네요. 아! 그러고 보니 일본 대지진도 내년이로군요. 유재원 회장이 도쿄전력에 지진을 대비할 제안을 넣은 거로 알고 있는데요. 음……. 아직까지 뭔가 이야기가 없는 것을 보면 거절이었나 봅니다. 과연 아이티와 칠레에서 지진이 터진 다음에도 계속 배짱을 부릴 수 있는지 지켜봅시다.”
정태춘의 말투에서는 유재원에 대한 신뢰감이 100%였다.
유재원이 투자한 곳을 뒤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수익률을 올렸던 정태춘이었으니 말이다.
동시에 정태춘의 마음 속에 아이티와 칠레에 대지진이 화끈하게 터져서 일본의 똥줄이 활활 타오르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원초적인 욕망이 떠올랐다. 그런 속마음이 그대로 입으로 튀어나오려고 했지만, 다년간 다져진 유튜버로서의 경력이 노란 경고등을 띄우며 입을 막아줬다.
가뜩이나 ID 그룹 인터넷 서비스와 게임들 공통으로 적용되는 커뮤니티 가이드가 2.0으로 강화되면서 대형 유튜버와 SNS 유저들, 게이머들 사이에 대격변이 일어나고 있는데, 거기에 휩쓸리면 곤란하니 말이다.
더구나 일본이 걸린 외통수를 확인하는 데 오래 기다릴 것도 없었다. 오늘 예고된 아이티 대지진은 겨우 9일 남았을 뿐이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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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추천과 리플, 선작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원고료 쿠폰, 후원 쿠폰도 완전 감사합니다~!
초대형 태풍이 올라오고 있다고 합니다.
오늘부터 내일까지 한반도가 다 태풍영향권이네요. 다들 태풍대비 잘 하셔서 피해없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