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819화 (819/1,007)

795회

전지전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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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파 인식 스마트 의수. 그것이 보스턴 다이나믹스가 도전할 과제입니다.”

전자식 의수는 지금도 출시된 게 있다.

남아 있는 팔이나 다리 부분의 미세한 근육의 움직임을 읽어서 의수의 관절을 제어하는 방식이다. 의수를 자연스럽게 움직이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했고, 그렇게 노하우를 익힌다고 해도 상실된 신체를 완벽하게 대체하지 못했다.

반면 유재원이 말한 뇌파 인식 스마트 의수라는 물건은 뇌파를 직접 읽어 원래의 신체처럼 움직이는 의수였다.

‘그게 가능합니까?’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레이버트 교수가 작년 말쯤 유재원의 구상을 처음 들었을 때, 즉각적으로 튀어나온 반문이었다.

‘가능합니다.’

그에 대한 유재원의 답이었다.

가능하다. 심지어 21세기 중반쯤에는 스마트 의수가 뇌에 직접 피드백을 주는 기능까지 생겨났다. 무슨 말인고 하니 의수로 무언가를 만진다면 의수가 느끼는 촉감이 곧바로 뇌에 전달된다는 이야기다.

실제 손이라면 감각 세포들이 어떤 물체를 만지자마자 촉감부터 온도까지 즉각 뇌에 알려준다. 이와 마찬가지로 의수가 접촉하는 물체의 데이터를 즉각 뇌로 보내서 실제 손과 거의 동일한 감각을 재연해 주는 것이다.

현시점에서는 천하의 유재원이라도 만들어내기 불가능했다.

이 정도면 의수 정도가 아니라 사이버웨어라고 불러야 할 정도다. 실제로 사이버웨어의 퍼포먼스가 오지리널 신체보다 우월했다. 의수나 의족은 물론이고, 사이버웨어 인공 안구만 봐도 원래의 눈보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났다.

뇌파와 연동되어 즉각 반응하는 옵티컬 줌부터, 증강현실 기능이 더해지면서 수많은 정보들이 표시되기까지 했다. 가상현실 게임 인터페이스를 그대로 현실에서 사용할 수 있을 정도였다. 얼굴만 봐도 그 사람 머리 위에 이름이 뜨는 것이다.

그렇기에 사이버웨어를 이식받은 사람들이 올림픽이나 각종 프로 스포츠에 참가하는 것을 두고 큰 논란이 일어났을 정도다.

결과는 유재원도 모른다.

어떤 식으로든 결론은 나온 거 같지만, 그걸 확인하기 전에 죽음이 찾아왔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대충 짐작을 해 보면 결국 순수한 신체를 가진 사람들과 사이버웨어를 갖춘 사람들 사이는 분리가 된 것 같다.

보급형 모델이라도 엄청난 가격을 자랑하는 사이버웨어는 장착하는 것만으로도 특권이었으니 말이다.

사이버펑크를 다룬 콘텐츠들을 보면 사이버웨어를 한 사람들을 순수 인류가 차별을 하는 게 클리세처럼 굳어졌다. 그렇지만 회귀 전 유재원이 직접 경험한 현실은 오히려 반대였다.

사이버웨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특권층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돈이 없는 집들은 관짝처럼 거대한 캡슐에 들어가야만 가상현실로 다이브할 수 있지만, 최신 사이버웨어는 조금 두툼한 고글의 형태였으니 말이다. 사이버다이브 기능이 있는 고글을 착용하는 것으로 끝이었다.

심지어 가상현실의 전투력과 같은 싱크로율은 고글이 거대 캡슐보다 더 높았다.

이러한 기술 격차는 곧 부와 정보의 격차로도 이어졌다.

이러한 차이는 곧 극단적인 계급 간 차이로 뿌리를 내렸다.

가상세계로의 접속 수단이 사이버글래스냐 거대한 캡슐이냐의 차이는 곧 가상세계에서의 퍼포먼스의 차이로 나타났으니 말이다.

좀 더 깊이 들어가 보면 사이버웨어와 가상현실의 바탕이 되는 양자컴퓨터 기술과 특이점을 넘어선 인공지능의 보유 숫자는 그 나라의 국력이었다.

21세기 중반의 선진국들을 보면 유토피아 같지만, 나머지 나라들은 속이 썩어 있는 사이버펑크 디스토피아 세계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당연히 유재원이 그리는 21세기는 그때의 선진국 국민들이 누리던 라이프 스타일을 최대한 많은 이들에게 제공하는 것이었다.

물론 공짜로 제공한다는 건 아니다.

지금 ID 그룹의 제품들이 보여주는 것처럼 적당한 가격에 탁월한 성능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이러한 전략은 이미 효과가 입증되었다.

현시점에서 ID 그룹의 로고를 달고 출시하는 제품 중에 염가의 제품은 별로 없다.

치킨레이스의 여파가 아직 남아 있는 메모리 반도체 정도만 헐값에 제품을 내놓고 있는 중이다. 그런 메모리 반도체를 제외하고는 ID 그룹의 제품들은 경쟁사보다 비쌌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만 해도 애플보다는 100달러쯤 더 줘야 했다.

그렇지만 한국이나 미국에서의 판매량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 월등히 많았다.

두 나라의 소득 수준으로 보았을 때, 100달러 정도의 차이는 큰 부담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 제공하는 기능들은 100달러의 가치 그 이상이었다.

뇌파 인식 스마트 의수, 의족도 처음에는 비싸다는 말이 좀 나오겠지만, 제품이 제공하는 효용은 그 이상일 거라고 자부할 수 있다.

다만 하드웨어적으로는 완성이 된 상태지만, 뇌파를 읽어내 의수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는 아직 백지 상태였다.

“음, 인공지능 골드의 최대 강점이 무엇일까요? 그것은 무질서처럼 보이는 곳에서 규칙을 찾아내는 것에 있습니다. 지금은 뇌파에서 신체를 움직이는 신호만 포착하는 건 불가능해 보이지만, 인공지능 골드는 가능합니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제가 가능하다는 걸 보여드리죠.”

만약 그 일을 레이버트 박사에게 하라고 했으면 불가능이라고 했을 테지만, 유재원이라면 다르다!

현시점에서 ID 그룹이 달성한 기술적 성취를 분석해 본 결과 뇌파 인식 스마트 의수는 1년 내에 만들어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고, 그렇기에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단기 비전으로 결정한 것이었다.

“보스턴 다이나믹스가 성공한다면, 이는 세상을 바꿀 거대한 기술적 성취가 될 겁니다.”

뇌파 인식은 다양한 분야에도 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과의 시너지 효과도 좋다. 정확성과 간소화가 문제이긴 하지만, 스마트폰에 채용될 수 있을 만큼 간소해진다면 키보드와 마우스 그리고 터치 인터페이스는 구식이로 전락한다.

그저 스마트폰을 잡고서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문자를 작성하는 건 물론이고, 인터넷 서핑과 각종 앱을 다룰 수 있게 된다.

소형화, 정확성, 단가 등등.

뇌파 인터페이스의 스마트폰 탑재를 가로막는 난제들이 상당했지만, 일단 기술이 완성되면 이것들은 시간문제였다.

무엇보다 유재원 본인이 개발에 직접 참여해서 최대한 이른 시간에 완성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는 게 최대 강점이었다.

유재원의 발언은 계속되었다.

“오늘의 발표가 이렇게 끝난 다면 인문계 전문가분들의 실망이 크겠지요? 당연히 인문 분야에서도 인공지능 골드를 활용할 사업들은 준비했습니다!”

인공지능 골드의 능력이 이공 계통에서만 드러나느냐?

그건 절대 아니다.

오히려 인공지능 골드는 인문 분야에서 크게 활약 중이었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통해 사용자와 자연스럽게 대화를 한다는 것 자체가 인문학적인 성취를 바탕에 두고 있었다.

차세대 번역 서비스 역시 마찬가지다.

프로듀스 마이 슈퍼스타의 성공 요소 중 하나는 참가자들 사이에서 터지는 다양한 케미 덕이었다.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사용자끼리 자연스럽게 의사소통이 될 수 있었던 건 차세대 번역 서비스 덕이었다.

그때는 살짝 치트키를 써서, 프로듀스 마이 슈퍼스타의 참가자만을 위해 추가 연산력을 할당하여 번역 능력을 극대화시키긴 했다.

1년이 더 지난 지금은 기본 번역 능력이 한층 강화되고, 클라우드 시스템도 업그레이드되면서 일반 사용자들도 프로듀스 마이 슈퍼스타 때 제공된 수준의 번역 품질을 느낄 수 있었다.

“팩트 뉴스 그리고 팩트 체커. 넥스트컴에서 선보일 차세대 뉴스 서비스입니다.”

인터넷의 역사와 함께하고 있는 대표 포털 사이트인 넥스트컴은 1등이라는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꾸준히 발전 중이었다.

한국과 미국은 물론 유럽과 아프리카까지.

넥스트컴이 1위를 하고 있는 나라들은 수도 없이 많았다. 예외라면 폐쇄적인 인터넷 정책을 쓰는 중국 정도가 전부다.

인터넷 사용자들 대부분이 일단 웹브라우저를 실행하면 넥스트컴을 띄우는 게 보통이었다. 거기에서 뉴스와 날씨를 확인하고, 각자의 취향과 취미를 공유하는 카페로 들어가든가, 게임으로 넘어가는 식이다.

넥스트컴에서 뉴스를 보는 건 이제 일상이다.

그렇기에 넥스트컴이 뉴스 페이지에 뉴스를 공급하는 언론사에 분배해 주는 기사 원고료의 액수도 날로 커져만 갔다.

한국만 해도 매달 언론사에 주는 기사 원고료의 액수가 100억 원을 훌쩍 넘었다. 매달 100억 원이니, 1년이면 1,200억 원에 이를 정도다.

물론 네티즌이 기사를 클릭할 때마다 광고비도 책정이 되는 만큼, 광고 수입이 그 이상으로 들어오는 덕에 적자는 아니었다. 하지만 기사의 품질이 문제였다.

기사 원고료의 분배 방식은 다양했다.

그렇지만 클릭하는 만큼 기사 원고료의 분배 비율도 높아지는 건 어떻게 해도 변하지 않는 사실이었다. 인터넷 광고 수익은 노출과 비례했고, 노출이 되는 만큼 분배되는 수익금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자 신문사는 물론 인터넷 전용 언론들은 클릭을 유도하는 제목과 내용으로 뉴스 페이지를 도배하기 시작했다.

기사의 질이 떨어지는 건 당연한 귀결이었다.

유재원은 이러한 흐름을 진작에 예상했기에 어뷰징을 비롯한 가짜 뉴스를 엄격하게 다스리는 규칙을 만들어 놓았다.

기사의 내용을 네티즌이 보고 좋아요와 싫어요를 누를 수 있도록 했다. 그에 따라 기사를 작성한 기자들의 신용도 수치가 누적되는 형식이었다. 그럼에도 범람하는 질 낮은 기사를 막아내는 건 무리였다.

심지어 몇 개월 전부터 슬슬 아니면 말고 식의 가짜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작년 늦가을의 화제는 뭐니뭐니 해도 인공지능 골드의 바둑 도전 성공이었다. 키워드에 인공지능 골드와 바둑이 결합되면 클릭 수가 보장이 된다는 말이었고, 그에 따라 무수한 기사들이 쏟아졌다.

그리고 클릭 상위 기사 중 상당수는 가짜였다.

-바둑 정복한 인공지능 골드, 다음 도전 종목으로 스타크래프트 선택!

스타크래프트 도전?

이미 바둑에서 승리한 만큼, 스타크래프트에 대한 도전은 수행할 이유가 없는 일이었다. 더욱이 스타크래프트의 2번째 확장팩 자유의 날개에서 대폭 향상된 AI는 세팅에 따라서 프로게이머에 준하는 수준의 퍼포먼스가 나오는 상태다.

구 버전 스타크래프트에서는 게임 좀 하는 일반인이라면 7:1 밀리 게임도 충분히 이겨낼 수 있었다. 지금은 상대 AI의 수준을 최상급인 그랜드마스터로 설정하면 1:1도 장담할 수 없었다. 자원 채취에서 컴퓨터만 추가 보너스를 주지 않아도 승부를 장담하기 힘들 정도다.

정보의 비대칭성과 마이크로 컨트롤에 따라 게임의 유불리가 크게 나타나는 게임인 만큼 연구해 보기는 좋겠지만, 비즈니스적으로는 딱히 의미 없는 일이었다.

유재원이나 ID 그룹이나 인공지능 골드의 후속 보도를 일절 하지 않으니, 언론은 인터넷에 떠도는 루머를 기정사실화가 되는 양 보도했다.

-긴급 속보! 중국의 쿵제! 인공지능 골드 상대로 승리!

언론이 친 큰 사고는 또 있었다.

쿵제라는 중국의 바둑 기사가 인공지능 골드를 상대로 승리했다는 소식이 12월 초에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다.

인공지능 골드가 졌다는 건, 앞으로 유재원이 관련 사업을 펼쳐나가는 데 큰 암초를 만났다는 의미였다.

그런데 알고 봤더니 최종형인 오메가 버전을 상대로 이긴 게 아니라, 일반인을 상대하라고 내놓은 알파 버전을 이겼다는 것이었다.

알파 버전은 바둑의 룰을 학습시키기 위해 만든 버전이었기에, 기력이 약했다. 게다가 바둑의 기풍도 사람들을 상대로 한 기보를 바탕으로 학습되어서 프로 바둑기사라면 충분히 상대해 볼만 한 버전이었다.

제대로 알아보고 썼다면 오보를 내는 불상사는 없었을 텐데, 속보 경쟁에 정신이 없는 신문사와 인터넷 매체는 속보가 뜨자마자 너도나도 기사를 베껴 썼다.

유재원이 군대에 있을 때였는데, 최강욱 부회장과 ID 그룹의 임원들이 적절히 대처를 해서 관련 기사를 정정하고, 오보를 터트린 기사들은 모두 내리게 해서 오보가 전 세계적으로 퍼져나가는 건 막았다.

퇴소 후 이걸 알고는 얼마나 화가 났는지 모른다.

그런 양심 없는 신문사에 대응하는 유재원의 방법은 바로 이거다.

“팩트 뉴스는 자발적인 참여자들의 정보 제공에 기반하여 인공지능 골드의 분석 능력을 통한 완전 자동화 기사를 작성한 후 전달하는 차세대 매체입니다.”

인공지능 골드의 인지 능력은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

영상과 소리, 텍스트 문서를 요약해낼 수 있고, 이를 종합해 리포트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인공지능 골드가 기사를 쓰는 게 불가능한 게 아니다. 심지어 차세대 번역기 기능이 더해지면 어떤 문자라고 해도 즉각적인 배포가 가능하다.

문제는 현실에서 기삿거리를 수집할 능력이 없다는 것인데, 그것은 네티즌 참여로 해결 가능하다. 팩트 뉴스의 인공지능에 바로 업로드되는 제보용 앱을 만들어 배포하고 이를 통해 신선한 자료들을 획득할 수 있다.

제보한 사람에게는 완성된 기사를 통해 발생한 수익 중 일부를 정산해 준다고 하면, 순식간에 엄청난 숫자의 정보 네트워크를 확보할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은 ID 그룹의 통 큰 개인 정보 이용에 관한 수익 정산을 맛본 상태였다.

이렇게 팩트 뉴스가 가동되면 얻을 수 있는 이점은 더 있다.

“팩트 체커도 가동되어 넥스트컴 뉴스 페이지의 구독자들에게 업로드된 기사들의 신뢰도 수치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도와줄 겁니다.”

교차 검증이다.

가짜 뉴스의 본질은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근거 없이 만들어지는 픽션이라는 점이었다. 기존의 구식 매체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정보를 습득하고 분석하는 팩트 뉴스가 가동되면 쏟아지는 가짜 뉴스들은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언론종사자들에게 있어서는 이제까지 든든했던 철밥통에 금이 가는 소리였다. 그렇지만 쓰레기 같은 기사에 질린 대다수 네티즌에겐 희소식이었다.

그야말로 모두의 기대에 완벽히 부응하는 유재원의 비전들이었다. 하지만 유재원이 작년 가을부터 열심히 만들어 놓았던 보따리는 아직 다 풀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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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추천과 리플, 선작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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