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799화 (799/1,007)

775회

충격과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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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률이 왜 이래?”

동물 실험이 한창 진행되는 중, 하루하루 지날 때마다 치솟는 신종플루의 치명률에 유재원도 당황 중이었다.

“2%가 넘어?”

원래 본인이 알고 있던 수치보다 7배나 높아진 치명률이라니.

감염자 숫자도 훨씬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었기에 전 세계 사망자가 원래보다 훨씬 이른 시간에 1천 명을 넘겨 버렸다. 미국 내 사망자도 100명이 넘어섰고, 샌디에이고뿐만이 아니라 뉴욕과 시카고, 심지어 토론토 등에서도 환자가 보고되었다.

이 정도 되면 북미 전역에 신종플루가 번졌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처음부터 내가 알던 것과 다른 변종이 유행되고 있는 건가?”

매일 업데이트되는 치명률만 보면 도저히 같은 바이러스라고 보기가 힘들었다.

훨씬 치명도가 높은 변종이 H1N1이라고 등록된 것 같았다. 불가능한 이야기도 아닌 게, 바이러스의 명명권을 가진 곳은 WHO였다.

바이러스의 단백질 형태와 RNA의 형태를 분석한 데이터를 보고 바이러스의 이름을 명명하는 법칙이 있긴 했지만, 그걸로 변종을 완전히 구분하는 건 불가능했다. 과거와 달리 처음부터 훨씬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유행하게 되면, 그게 H1N1이라는 이름이 부여되는 것도 충분히 가능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유재원이 구현한 백신 탐색 알고리즘은 무조건 과거의 H1N1에만 맞춰진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H1N1은 물론이고 어떠한 종류의 코로나 바이러스 변종도 가능했고, 메르스와 에볼라, 인간 면역 결핍 바이러스(HIV)도 디지털 데이터 형태로 완벽히 변환해 업로드한다면 분석이 가능했다. 그야말로 대부분의 바이러스에 적용할 수 있었다.

만약 과거의 H1N1에만 맞는 알고리즘이었다면, 변종으로 의심되는 지금 백신 후보 물질을 찾기는 실패였을 터다.

백신 후보 물질의 임상 실험의 성공으로 ‘후보 물질’이라는 단어를 떨궈낸다면, ID 하이테크 바이오 팀이 백신을 찾아낸 방법도 공개될 예정이다.

극도의 비밀주의는 장점보다는 단점이 많았다.

게다가 유재원은 기계학습 알고리즘을 공개하기로 마음을 먹고 논문을 발표한 다음에는, 기술적 성과를 달성할 때마다 새로운 논문을 내기로 했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다.

임상 실험을 통해 백신 후보 물질에서 ‘후보 물질’이라는 단어를 떨쳐내게 되면 조만간 ID 하이테크 바이오 팀의 이름으로 논문을 낼 예정이다.

백신 탐색 알고리즘을 이루고 있는 골든코드 자체를 공개하진 않겠지만, 인공지능을 통한 단백질 구조 분석이나 RNA 분석 방법론 정도는 얼마든지 논문으로 낼 수 있다.

과거에도 백신 탐색 알고리즘에 대한 논문이 나왔다. 그리고 거기엔 유재원도 관련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논문의 저자는 사람이 아닌 기술적 특이점을 넘어선 최초의 인공지능 골든실버였으니 말이다.

재미있는 점은, 처음엔 인공지능 전문가도 생명공학 전문가도 그 논문을 이해하지 못했다. 기술적 특이점을 넘어선 골든실버가 그야말로 본인의 실력을 100% 담아냈는데, 인류가 도달했던 지식의 경계를 뚫고 한참을 더 가 버린 논문인 탓이다.

기술적 특이점답게 사람이 이해할 수 없는 수준으로 어려운 논문이었다.

이를 그나마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영역으로 변환을 해 준 것이 바로 유재원이 만든 기계 심리 해석 모듈이었다.

버추얼 휴먼 프로젝트를 보고 큰 힌트를 얻었다.

가상의 육신도 만드는데, 가상의 인격이라고 만들지 못할까 하는 상상력이 발동되었고, 이를 현실로 이뤄냈다.

기계 심리 해석 모듈이 완성되고서 적용된 첫 프로젝트가 골든실버의 백신 탐색 알고리즘이었고, 다행히도 완벽히 인간의 지적 수준에 맞춰진 논문이 결과로 나왔다.

유재원이 2009년의 열악한(?) 컴퓨팅 환경에서도 백신 탐색 알고리즘을 구현해낼 수 있던 원동력이 여기에 있다.

과거의 흐름에서 순서만 좀 바꾸는 것이니 논문은 문제 될 게 없다.

다만 지금 걱정인 건 H1N1의 치명률과 전염성이 왜 이렇게 높냐는 것이었다.

유재원은 ID 하이테크의 바이오 팀은 물론이고 신종플루를 연구하고 있는 생명공학 연구소, 그리고 다른 기업들이 제공하는 정보를 총동원해서 원인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멕시코, 신종플루 감염자 50만 돌파.

기온이 올라가면 신종플루가 약해질 거라고 기대했던 일부 전문가의 말이 무색해질 만큼, 5월이 되자 신종플루는 더욱 기승을 부렸다.

-사망자 1만 명 이상!

신문에는 1만 명 이상이라는 두루뭉술한 단어를 썼지만, 실제로는 1만 5천 명이 넘어섰다.

치명률을 멕시코만 한정하면 세계 평균인 2%가 아닌 3%에 근접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멕시코시티 영안실에 빈 자리 없어, 처리 못 한 시신 부패 문제 심각.

신종플루에 제일 심하게 당하고 있는 나라는 멕시코였다.

그렇지만 남미의 나라들 대부분 쉬쉬하고 있을 뿐이지, 멕시코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타미플루, 부르는 게 값!

그나마 미국은 멕시코보다는 덜했다. 신종플루에 효과가 있는 타미플루가 대량 생산되기 시작하면서 재고를 크게 확보한 덕이다. 대신 타미플루의 가격이 폭등 중이었다. 타미플루의 독점권을 가진 제약사는 이번 신종플루로 역대급 이익을 창출하겠다고 잔뜩 벼르고 있었고, 주주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현재 로슈와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주가는 신종플루가 막 터진 3월과 비교해 두 배가 된 상태였다.

그렇지만 타미플루의 치료 효과는 70% 정도였다는 게 문제다. 게다가 프리미엄이 얹어진 타미플루 가격을 감당할 수 있는 미국과 유럽 등의 선진국에 먼저 공급되었고, 멕시코를 비롯한 남미와 동아시아 나라에는 공급 물량도 적었다.

-멕시코, 신종플루 백신 간절히 원한다.

-멕시코, ID 그룹제 신종플루 백신, 긴급 임상 실험 허용.

그런 멕시코가 기대는 건 ID 하이테크 바이오 팀의 백신이었다.

한국과 미국 등의 나라에서는 백신의 검증이 평소보다 빠르게 진행되긴 해도 절차를 지키는 중이었다.

동물 실험 단계를 끝내고 이제 1차 임상 실험을 위해 준비 중인 단계다. 더구나 한국은 신종플루의 초기 대응에 성공한 덕에 아직 최초 감염자가 나오진 않고 있었다. 공항과 항만을 통해 체온이 37.2도 이상인 사람은 입국을 금지하고 있었고, 공항과 항구의 출입국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던 덕이었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임상 실험을 위한 환자 확보도 불가능했다.

미국은 환자가 많았지만, 타미플루 덕에 여유가 있었다. 일반적인 상황에서의 임상 절차보다는 조금 빠르게 처리해 주는 듯싶지만, 엄청나게 빠른 속도는 아니었다.

대신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정도가 아니라, 발바닥이 타고 있는 멕시코는 당장이 급했다.

벌써 1만 명이나 죽은 상황이었고, 앞으로 이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죽을 수 있었다. 멕시코의 펠리페 칼데론 대통령은 빠른 백신 확보를 최우선으로 처리하겠다고 했다.

신종플루 백신에 도전하는 수많은 제약 회사 중에 제일 빠른 속도를 보이는 건 ID 그룹의 바이오 팀이었다.

전통의 제약 회사가 아니기에 천하의 유재원이 이름을 걸고 진행하는 사업임에도 의심의 눈초리로 보는 나라들이 많았다. 특히 유럽의 경우에는 아직 동물 임상 실험도 시작하지 못하고 있었다.

멕시코도 이 점을 잘 알고 있었지만, 찬밥 더운 밥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그렇기에 동물 실험에서 독성이나 별다른 부작용이 발견되지 않자, 바로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 실험을 승인해 주었다.

더욱이 1차 임상 실험인데도 실험의 규모를 100명으로 확대해 주었다.

원래 1차 임상 실험은 아주 극소수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정밀하게 진행하는 게 기본인데, 멕시코가 워낙 급박한 상황인지라 1차 임상 대상자를 100명으로 확대했다. 여기서 좋은 결과가 나오면 2차 임상 실험도 몇 배로 확대해 실시할 거라고 했다.

-1차 임상 실험이 내일 시작될 겁니다.

“네, 잘 부탁해요.”

스마트폰 속 잔뜩 상기된 레이몬드 박사에게 유재원은 당부의 말을 추가했다.

“그리고 멕시코 측에서 밀어붙이고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제일 중요한 건 안전 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겁니다. 절대 위험에 노출되진 마세요.”

레이몬드 박사와 연구원들은 임상 실험을 위해서 멕시코의 국립 전염병 센터로 출장을 나간 상태였다.

물론 빈손이 아닌 수천인 분의 백신과 함께였다.

백신은 한국의 셀트리온에서 양산되었다. 여기에도 우여곡절이 좀 있었다. 바이오시밀러를 만들어 봤던 셀트리온이었지만, 백신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바이오 의약품의 특성이 결과물에 대한 편차가 있다는 점이다.

즉, 생산 순번에 따라 약효가 달라진다는 뜻이다. 백신도 엄격하게 따지면 살아 있는 생물이었기에 균일한 수율을 유지하는 게 중요했다. ID 하이테크 바이오 팀의 철저한 검수로 수율 체크를 했고, 이 과정에서 기준치 이하의 품번은 죄다 폐기했다.

아예 1톤짜리 탱크 하나를 폐기한 사례도 있었다. 그야말로 꼼꼼한 품질 관리 끝에 나온 초도 생산분 중에 최고 품질을 자랑하는 분량을 들고 멕시코로 날아간 레이몬드 박사였다.

백신의 품질에 대해서는 유재원이 얼마든지 보증할 수 있었다. 다만 염려되는 건 의료진 감염이었다.

치료를 위해서는 감염된 사람들과 접촉이 불가결했고, 그렇기에 바이러스에 감염될 확률도 매우 높았기 때문이다. 백신과 함께 있으니 감염이 되면 그걸로 치료를 할 수 있어 최악까지는 가지 않겠지만, 감염되면 일단 고열로 인한 고통이 수반된다.

-물론입니다. D레벨 방호복 착용에 산소탱크도 따로 착용하고 있고, 매시간마다 안전 수칙을 체크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번거롭더라도 꼭 지켜주세요.”

다시 한 번 당부를 한 유재원은 통신을 종료했다.

“백신은 이제 됐고.”

스마트폰을 내려놓은 유재원은 다시 걸음을 옮겼다.

바이오 팀과의 협업을 위해 시애틀에 마련한 임시 거처의 거실에서 막 일어나던 찰나 레이몬드 박사에게 전화가 왔던 것이다. 원래 가려던 곳은 거실 바로 옆에 붙은 서재였다.

백신 후보가 나왔으니 임시 거처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가도 되겠지만, 아직 ID 하이테크에서의 볼일이 다 끝난 건 아니었다.

바로 전고체 배터리 프로토타입이었다.

배터리는 현재 전 세계 사람들 모두가 영위하고 있는 모바일 생태계를 받치고 있는 기술 중 하나였다.

스마트폰에 걸려 있는 제약 중 가장 치명적인 게 배터리 용량이었기 때문이다. 90년대 초에 나온 리튬이온 배터리는 거의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성능의 향상은 미미했다. 물론 90년대에 막 나온 리튬이온 배터리와 지금의 리튬이온 배터리는 제법 큰 차이가 있지만, 같은 시간 동안 발전한 CPU나 메모리 분야와 비교하면 배터리 성능 발전 수준은 미미하다는 말이 딱 맞았다.

전고체 배터리는 그렇게 90년대에 머물고 있던 배터리 기술을 단번에 2020년대 후반으로 점프 시키는 기술이었다.

답답한 충전 속도도 언제나 모자라는 충전 용량도 이제는 옛날 이야기가 될 것이다. 물론 다양하게 찍어낼 수 있는 모양 역시 강점이다. 정교한 설계를 한다면 접을 수 있는 배터리도 만들 수 있다.

바이오 팀과 함께하는 ID 그룹 차원의 새로운 전략 병기가 전고체 배터리다.

다만 아직은 프로토타입 수준이었다. 이제껏 ID 하이테크에서 만든 프로토타입이라고 하면 가성비를 맞춘 양산형보다는 좋은 물건이 나오는 게 대부분이었다. 반면 전고체 배터리는 유재원이 선을 그어 놓은 양산형의 기준에도 많이 모자라는 물건이었다.

전고체 배터리가 허구의 기술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는 정도의 물건이었기에, 손봐 줘야 할 곳이 무척이나 많았다.

앞으로도 최소 한 달 이상은 시애틀에 머물면서 프로토타입을 양산 가능한 수준까지 끌어올릴 예정이었다.

서재로 와서 컴퓨터를 켠 유재원은 ID톡에 로그인했다. 곧이어 자연스럽게 ID톡의 새로운 타일을 열어서 연동된 그룹 전산망의 문서 보관함에 접속했다.

일반 문서와 대외비 정도의 문서만 다루는 이메일과는 달리, 극비 문서도 보관할 수 있는 암호화 보관함이었다.

-전 세계 H1N1 치명률 종합분석 보고서

거기서 유재원이 꺼내 본 문서는 전고체 배터리 관련 문서가 아닌 신종플루의 치명률을 조사한 데이터가 담긴 문서였다.

전고체 배터리도 중요했지만, 그보다 더 급한 건 신종플루의 높아진 치명률이었다. 정보팀을 비롯해 유재원이 조언을 구할 수 있는 곳에서 모두 자료를 요청해 놓았다.

유재원의 요청을 거절하는 곳은 거의 없었기에 하루하루가 지날 때마다 쌓이는 데이터의 크기가 컸다.

이를 인공지능 골드가 분석 작업을 했는데, 그 결과가 지금 나온 것이었다.

“진짜, 이런 이유라고?”

문서를 열고서 긴장감 속에서 내용을 확인하던 유재원은 맥이 탁 풀렸다.

데이터가 보여주고 있는 치명률이 높아진 원인은 유재원이 예상했던 것과는 완전 달랐던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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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추천과 리플, 선작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원고료 쿠폰, 후원 쿠폰도 완전 감사합니다~!

주말입니다.

즐거워야 할 주말인데 요즘 비가 너무 와서 걱정이네요~!

지긋지긋한 코로나19도 있고요.

다들 조심하시고, 월요일에 다시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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