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5회
블루오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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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루오션
2008년 11월 15일. 저녁 8시 5분 전.
프로듀스 마이 슈퍼스타의 결승전이 열리는 날이었다. 장소는 뉴욕 카네기 홀의 아이작 스턴 오디토리엄. 카네기 홀을 상징하는 대형 콘서트 홀이었고, 좌석 수는 2,804석이었다. 과거형인 이유는 방송 장비 설치를 위해서 100석 정도를 줄여야 했던 탓이다.
카네기 홀에도 방송을 위한 설비는 있었는데, 그게 모두 구식이라서 현재의 FHD 환경에는 맞지 않았다. 게다가 프로듀스 마이 슈퍼스타는 경연이 메인이긴 해도, 본질은 쇼 엔터테인먼트였다.
화려한 조명과 카메라를 자랑하고 있었기에, 각도를 제대로 잡으려면 객석 중간에 카메라들이 들어가야 했다.
음악을 하는 사람들의 성지와 같은 카네기 홀에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이 들어가고, 좌석 세팅도 바꾸는 것에 대해 관계자들이 우려를 했다. 그렇지만 원상 복구의 약속에 대관료는 물론이고 유재원만이 할 수 있는 스케일의 기부금을 내니 불만은 쏙 들어갔다.
카네기 홀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미국의 철강 재벌이었던 앤드류 카네기의 지원으로 만들어진 음악 전용 공연장이었다.
카네기가 낸 돈은 200만 달러. 지금도 상당한 금액이지만, 카네기가 돈을 낸 때는 1800년대 말이었다. 그야말로 엄청난 규모의 지원금이었다. 그리하여 1891년 5월 5일에 개관 축하 공연으로 차이콥스키의 곡을 올리는 것으로 그 역사가 시작되었다.
이렇게 엄청난 돈으로 만들어진 카네기 홀이었지만, 시간 앞에서는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풍족했던 재정도 바닥이 나면서 결국 카네기 홀은 뉴욕시에 인수되었다.
그 말은 뉴욕시의 지원으로 카네기 홀이 운영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현재 뉴욕 시장은 공화당 소속의 마이클 블룸버그로, 이름 그대로 유재원도 아주 유용하게 사용 중인 경제 전문 미디어그룹 블룸버그의 창업자였다.
종업원 수만 1만5천에 달하는 블룸버그의 한해 매출액은 60억 달러에 이르렀다. 블룸버그 그룹의 지분 88%를 보유한 마이클 블룸버그는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재산을 보유한 슈퍼리치였다.
그렇지만 사업가답게 돈이 되지 않는 곳에는 투자를 꺼렸다. 카네기 홀에 대한 지원도 점점 약해지고 있었다. 덕분에 묵직한 후원금을 내자 프로듀스 마이 슈퍼스타의 결승전 무대로 쓸 수 있도록 허락받을 수 있었다.
티켓은 일찌감치 동이 났다.
시청자 참여 서바이벌 경연의 특징은 확고부동한 팬심이었다. 특정 참가자를 응원하는 팬들은 처음엔 모래알처럼 결속력이 없었지만, 회차가 진행될수록 조직화하였고 지금에 이르러서는 강력한 팬덤으로 뭉쳐졌다.
응원하는 참가자를 슈퍼스타로 만들어냈다는 성취감은 웬만한 프로그램에서 맛보기 힘든 성취감이었다. 게다가 참가자도 팬덤에 적극 반응을 하면서 유대감이 쌓인 덕에, 결승전 진출자인 아델의 팬덤, 이매진 드래곤스의 팬덤은 카네기 홀에서 우승의 순간을 직접 맛보고 싶어 했다.
유재원은 약속대로 티파니와 함께 결승전 무대인 카네기 홀에 입성했다. 자리는 VIP에게만 개방되는 2층 발코니 석이었다.
프로듀스 마이 슈퍼스타가 오늘의 대박을 터트릴 수 있었던 건, 온 세상을 뜨겁게 달굴 만큼 화끈하게 반응해 준 열성적인 시청자들 덕이었다. 그렇지만 경연을 하는 데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은 이들이 더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의 행보를 위해서도 친하게 지낼 사람들이 있었다.
이를테면 대중음악계의 거물이라든가, 음반 제작자들, 방송국 사람들 말이다.
프로듀스 마이 슈퍼스타라는 프로그램은 끝이 나도, 여기에 참가했던 이들은 앞으로도 계속 음악을 할 사람들이었다.
미국행 티켓을 따낸 본선 진출자 모두는 넥스트 뮤직이 앨범 제작비를 지원할 예정이지만, 앨범 제작 자체를 모두 해 줄 수는 없었다. 넥스트 뮤직은 음원을 유통하는 기업이었지, 제작사는 아니니 말이다.
이처럼 프로그램 종료 후에도 참가자들을 지원해 줄 수 있는 이들을 위한 자리로 2층 발코니 석을 따로 빼 놓았고, 거기를 나눠 준 것이다. 일반 팬덤 사이에서 아쉬운 소리가 좀 나오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그들이 응원하는 참가자에게 도움이 될 일이었기에, 다들 이해했다.
“후아. 너무 떨린다.”
티파니의 말이었다.
유재원도 마찬가지였다. 응원했던 에프엑스는 준결승에서 마침표를 찍은 탓에 긴장은 없을 것 같았는데, 카네기 홀에 깔린 얼음장 같은 분위기 때문인지 유재원도 살짝 떨렸다.
물론, 무대 뒤에서 결승전 경연을 준비하고 있는 아델이나 이매진 드래곤스만큼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아, 시작이다.”
생방송이었지만 1분의 지연도 없었다.
뉴욕 시간으로 저녁 8시가 되자 카네기 홀이 암전되었고 프로듀스 마이 슈퍼스타의 결승전을 위해 준비한 화려한 무대에 조명이 켜지면서 메인 MC가 등장했다.
-프로듀스 마이 슈퍼스타의 결승전, 시작합니다!
NBC 토크쇼의 마스터 코난 오브라이언이 시작을 선언했다.
최근 한 달 동안은 투나잇 쇼의 호스트보다는 프로듀스 마이 슈퍼스타의 본선 MC로 더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듯한 코난 오브라이언이었다. 그의 화려한 입담은 자칫 너무나 진지해질 본선 경연에서 감초처럼 활약했고, 이제는 빠지면 섭섭한 지경에 이르렀다.
결승전은 전형적이었다.
유재원이 보기에 말이다. 대신 티파니를 비롯해 카네기 홀에서 직관을 하게 된 선택받은 이들은 그야말로 정신없이 빠져 들고 있었다.
이들에게는 아메리칸 아이돌이라는 경연 장르의 시조격 프로그램이 있긴 했지만, 팬덤형으로 발전한 시청자들과 이렇게 격한 케미를 일으키면서 경연을 이끌어가는 프로그램은 처음이었다.
반면 유재원은 회귀의 경험 덕에 수없이 경험해 보았던 프로그램이었다. 텔레비전이 비록 구식 미디어이긴 했어도, 트렌드를 모니터링하는 데에는 아주 좋은 도구였다.
프로듀스 마이 슈퍼스타는 그렇게 텔레비전 모니터링 경력만 반백 년인 유재원이 경연 프로그램의 에센스만 모아서 만든 프로그램이었다.
결정적으로 아델이 우승하건, 이매진 드래곤스가 우승하건 유재원에겐 딱히 중요하지 않았다. 어차피 본선 진출자 모두 넥스트 뮤직과 전속 계약을 맺기로 합의가 되었으니 말이다.
슈퍼스타를 탄생시킨 걸로 끝이 아니라, 슈퍼스타가 팬들과 함께하면서 앨범도 발표하고 공연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다만 넥스트 뮤직에 아티스트를 관리하는 조직은 없었으니, 타임워너가 거느리고 있는 레이블에 이들을 전담할 전문 연예기획사를 꾸리기로 했다. 미국식으로 하면 레이블이다.
이름도 이미 정해졌다.
슈퍼스타 레이블이라고 말이다.
누구의 머릿속에서 나온지 바로 알 수 있는 네이밍이었지만, 이보다 직관적인 이름도 없었다. 과거 슈퍼스타라는 단어를 들으면 연상되는 이미지는 이런 식이었다.
마이클 잭슨부터 비틀즈, 마돈나, 메탈리카, 너바나, 본조비 같은 한 시대를 풍미한 위대한 레전드들이 보통이다.
지금은?
네티즌이라고 한정한다면 십중팔구는 프로듀스 마이 슈퍼스타가 떠올린다.
빈말이 아니라 넥스트컴의 메인 검색 엔진인 구글에 슈퍼스타라고 치면 프로듀스 마이 슈퍼스타 홈페이지가 제일 상단에 나타나고, 본선 진출자의 이름, 그와 관련된 사이트들이 뒤이어 올라온다.
구글의 검색 엔진은 사람들의 관심사를 정확하게 추적하도록 세팅되어 있었다. 슈퍼스타를 검색한 사람들이 과거처럼 호나우두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아델이나 이매진 드래곤스를 월등히 많이 선택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사람들의 관심이 이곳에 얼마나 몰려 있는지 가장 잘 보여주는 지표는 또 있다.
중간 광고 가격이었다.
미국은 일찌감치 공중파에도 중간 광고를 허용하고 있었다.
매스컴의 예상 그대로 중간 광고 가격이 미국 TV 광고 매출에서 가장 높았던 슈퍼볼에 비견될 수준으로 치솟아 올랐다.
30초 광고에 380만 달러.
2008 슈퍼볼 광고료 최고 액수가 290만 달러였으니, 이보다 90만 달러를 더 줘야 했다. 엄청난 프리미엄이 붙은 액수였지만, 그 값어치는 톡톡히 했다.
-프로듀스 마이 슈퍼스타의 우승자는…….
우승자의 이름이 담긴 봉인된 카드를 풀며 멘트를 이어가는 MC인 코난 오브라이언에게 집중한 카네기 홀에 자리한 사람들, 그리고 TV 혹은 스마트폰을 통해 프로그램을 보는 사람들 모두가 숨을 죽였다.
무대 양쪽에 자리한 아델과 이매진 드래곤스 팀은 그야말로 긴장도 120%로 잔뜩 굳어 있었다. 결승 경연을 펼칠 때에는 신들린 듯한 가창력이나 퍼포먼스를 보였던 이들이지만, 우승자만이 쓸 수 있는 왕관은 하나였다.
거기에 1,000만 달러의 상금도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상금이다.
-우승자는! 우승자는 60초 후에 공개됩니다!
우우우!
지금 들리는 소리처럼 우 소리가 절로 나왔지만, 60초 후에 알려드립니다는 이젠 하나의 밈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것도 매우 성공적인 밈으로 말이다.
380만 달러짜리 중간 광고는 바로 우승자 발표 직전에 나오는 광고의 가격이었다. 다만 슈퍼볼의 경우에는 10편이 넘는 광고가 붙지만, 프로듀스 마이 슈퍼스타는 단 2개였다. 너무나 많은 중간 광고는 시청자들의 긴장감을 떨어뜨릴 수 있다. 최악에는 채널을 돌려 버릴 수도 있었다.
긴장감을 유지하며 중간 광고를 넣을 수 있는 최적의 시간은 60초.
30초짜리 광고 2편이 딱이다.
투명한 살얼음이 낀 맥주병이 마음까지 상쾌하게 뚫어주는 뻥 소리를 내며 따졌다.
-밝은 황금색 맥주가 병에서 유리잔으로 쏟아졌고, 곧이어 CG처럼 멋진 배우가 나타나 시원한 목넘김을 보여주었다.
말 한 마디 없이 아이스박스에서 병 맥주를 꺼내 마시는 30초짜리의 영상은 미국 맥주의 왕! 버드와이저의 CF였다.
-커널 샌더스의 새로운 레시피, 핫크리스피 치킨!
이어서 나온 건 시작부터 요란한 KFC의 치킨 광고였다. 한국의 매운맛 치킨에 비하면 딱히 맵지도 않은 핫크리스피였지만, 미국인 평균 입맛에는 화끈한 맛이라며 빨갛고 노란 불꽃으로 가득 채운 CF였다.
맥주에 치킨!
어떤 프로그램과도 잘 맞는 최고의 음식 궁합이었다.
마치 두 회사가 짜고 합동으로 프로듀스 마이 슈퍼스타의 중간 광고를 따낸 것처럼 딱 맞았다. 게다가 이번에 나온 CF는 지금의 단 한 번을 위해 완전히 새롭게 만들어진 터라 기승전결이 딱 맞아떨어졌다.
“아, 중간 광고.”
다만 현장에 있던 이들은 60초를 그저 묵묵히 기다려야 했다. 잘 만들어진 두 CF를 보았다면 치킨에 맥주 생각이 나겠지만, 시간은 빨리 지났을 것이다. 하지만 CF를 결승전 스테이지의 메인 스크린에 띄울 수는 없으니 기다려야 했다.
그렇게 60초가 지났고, 무대 위에 코난 오브라이언이 다시 나타났다.
진짜 우승자가 담긴 봉인 카드를 들고 말이다. 이번엔 기필코 제대로 된 발표를 하겠다는 의지로 봉인을 풀어 헤쳤고, 카드에 각인된 단어들을 빠르게 읽었다.
-제1회, 프로듀스 마이 슈퍼스타의 우승자는, 이매진 드래곤스입니다!
우승자는 이매진 드래곤스였다.
롤링 인 더 딥으로 4강 준결승을 통과했던 아델은 그녀에게 남은 마지막 자작곡인 ‘썸원 라이크 유’로 결승전 무대에 섰다. 원곡을 만들던 때와 모든 게 달라진 지금이기에 가사도 많이 달라졌지만, 그 감성만큼은 제대로였다.
하지만 이매진 드래곤스가 결승전 곡으로 준비한 워리어도 그에 못지 않았다. 워리어의 가사도 그야말로 안성맞춤이었고, 일렉트로닉카와 록이 결합된 사운드의 수준도 최고였다. 무엇보다 홈 어드밴티지도 강력했다.
아델은 바다를 건너 온 영국인이었고, 이매진 드래곤스는 라스베이거스에서 올라온 록 밴드였으니 말이다.
그렇게 우승자는 이매진 드래곤스가 되었다.
-그러면 암호화 코드 공개와 함께, 결승전 투표수와 득표수도 공개합니다.
곧이어 자막으로 결승전 투표의 암호화에 사용된 키가 공개되었다. 동시에 메인 스테이지의 대형 스크린에는 4강전 때 보았던 빛의 기둥이 나타났다.
-투표앱 설치 후 결승전 투표에도 참가하신 분들이라면 누구나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체 투표 숫자는 1억 표에서 600만 개 정도 모자란 9천400만 표가 모였고, 이 중에 5천만 표 정도가 이매진 드래곤스에게 몰렸다.
이매진 드래곤스의 우승이란 말이 프로듀스 마이 슈퍼스타의 대장정이 끝났다는 걸 의미했지만, 그렇다고 축제가 끝난 건 아니었다.
전 세계를 연결하고 있는 광케이블을 타고 이매진 드래곤스의 우승 소식이 전해졌다. 프로듀스 마이 슈퍼스타로부터 이어지는 축제들은 이제부터 시작인 것이다.
끝까지 알 수 없을 만큼 치열하게 전개된 경쟁에서 생겨난 이야기들은 끝이 없을 정도였다. 심지어 4강에서 멈춰야 했던 에프엑스나 에드 시런까지도 못다한 이야기가 가득할 정도였다. 이들의 행보 하나하나는 모두가 큼지막한 이슈가 되어서 사람들의 관심을 독점했다.
이러한 관심 덕분에 축제가 이미 시작된 곳도 있었다.
그것은 본선 시작 후 잠깐 잊힌 듯했던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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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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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네요!
건강 조심히 잘 보내시고, 다음 주에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