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773화 (773/1,007)

749회

권력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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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톡이 어디가 어때서?”

유재원의 입에서는 볼맨 소리가 나왔지만, 사실만 놓고 보면 ID톡이 좀 오래된 소프트웨어인 건 맞다.

인터넷의 대중화의 역사와 함께 필수로 거론되는 몇 안 되는 프로그램이었다. WWW 웹 브라우저가 대중에게 인터넷을 쉽게 접하게 해 줬다면, ID톡은 1대1 혹은 1대 다수의 소통 수단으로서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처음에는 멀리 떨어진 그룹 임원들과의 소통을 쉽게 하기 위해서 유재원이 손수 만든 프로그램이었다. 도스 기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서부터 시작해 오늘에 이르렀고, 그사이에 수많은 기능들이 추가되었다.

화상 미팅 기능에 이어서 N페이 결제 모듈이 추가되었고, 길버트로부터 인수한 그룹 쿠폰 기능도 ID톡에 포함되어 있다. 웹사이트나 금융 거래에서 본인 인증의 수단으로 ID 톡만한 게 없다.

그렇게 프로그램의 덩치가 커졌고, 사용자도 억 단위로 거대해졌다. 올해 말이나, 내년이면 10억 단위를 넘어설 것으로 유력했다. 그렇게나 많은 사용자들이 사용하고 있음에도 ID톡이나 실행 속도나 메시지를 주고받는 속도는 느려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빨라졌다.

메이저 업데이트 때마다 최적화의 신인 유재원이 직접 챙기는 게 ID톡이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ID 톡 전용으로 떼어 놓은 클라우드 서버의 크기도 늘 여유가 있을 만큼 넉넉하게 준비해 놓았다.

전 세계 공통의 축제인 1월 1일이나, 각국의 공휴일, 2월 14일과 같은 특별한 날에는 클라우드 서버의 할당량을 더 높이 설정해서 미연의 사태에 방지했다.

그렇기에 ID톡을 쓰면 늙은이라는 식의 톡톡에 억울하다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유재원이었다. 하지만 그 톡톡을 다시 리톡하는 숫자를 보면 무시할 상황이 아니었다.

“설마, 이걸로 주가가 빠지는 건 아니겠지…….”

혹시나 해서 넥스트컴 주식 페이지에 가서 ID 테크놀로지의 주가를 보니 -3%를 찍고 있었다. 8월의 IDDC를 잘 끝내고서 완만하긴 해도 꾸준한 상승세였던 ID 테크놀로지였다. 시가총액 5천억 달러에서 불과 10억 달러 정도 모자라던 수준이었는데, 갑자기 하락 반전이라니.

-3%라면 150억 달러에 이르는 큰돈이었다.

한국 돈으로는 16조 원이나 되는 돈이 겨우 톡톡 한 방에 사라져 버렸다.

“그럼 신세대라는 애들은 뭘 쓴다는 거지?”

유재원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다시 톡톡을 살폈다.

일단 문제의 문구가 올라온 톡톡이 제1의 ID톡 대안이었다. 다이렉트 메시지라는 기능은 다른 톡톡 사용자에게만 보여지는 형태로 톡톡을 올릴 수 있어서 메신저의 역할을 하기에 충분했다.

“톡톡 다음으로 많이 쓰는 게……. 페이스북이구만.”

정확하게는 페이스북 메신저였다.

페이스북도 유재원이 일으킨 변화에 따라 많은 게 달라졌다. 2004년에 역사가 시작된 건 맞지만 페이스북 메신저는 원래의 출시일이었던 2011년보다 5년 빠른 2006년에 선보였으니 말이다.

페이스북 메신저의 장점은 바로 페이스북 아이디만으로 사용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ID톡의 경우 전화번호 기반이라서 SIM 카드가 장착된 스마트폰에서만 구동이 된다. 공기계 상태로도 쓸 수 없는 건 아니지만, 기능이 제한되어 있다.

그렇지만 프로그램의 완성도만 따지면 ID톡과 페이스북 메신저 사이에는 하늘과 땅 만큼의 갭이 있었다.

“흐음. 바이럴인가?”

유재원은 최대한 이성적으로 생각해 바이럴 광고를 의심했다.

바이럴 마케팅에 대해선 광고라고 명시해야 한다는 엄격한 규제가 있었지만, 들키지만 않으면 된다는 간 큰 광고주들도 있었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같은 간덩이가 부은 녀석이라면 충분히 시도할 수 있었다. 유재원의 의심이 더욱 짙어지는 건 아직도 ID톡 같은 거 쓰는 녀석들이 있느냐며 최초의 톡톡을 올린 사람은 그냥 SNS에서 유명한 거로 유명한 칼라일 제이너라는 녀석이었다.

처음에는 스타일리시한 외출복 사진을 올려서 명성을 얻었다. 그러다가 팔로워 숫자가 1백만을 넘긴 다음부터는 본인의 이름을 박아 넣은 티셔츠를 완판한 것으로 더 유명해졌다.

지금은 2천만에 달하는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는데, 최근 톡톡에 올라온 게시물 중 2/3가 광고였다.

페이스북과의 바이럴 마케팅 냄새가 강하게 풍겼다. 그렇지만 그저 광고로만 치부할 수도 없었다.

자만하지 말라고 하셨던 교장 선생님의 유언도 아직 뇌리에 선명했고, 회귀 전에 이와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는 것도 알고 있던 유재원이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레밍턴과 최강욱 두 부회장이 올린 구조조정안에는 참고 자료도 잔뜩 딸려 있었는데, 거기에서 분명히 지목되고 있는 건 서비스 역사가 10년 이상 된 인터넷 사이트의 대대적인 개편이었다.

ID 그룹의 전통 있는 인터넷 서비스에 대해 ‘기성세대만 쓰는 서비스다’ 하는 여론이 존재하고 있다는 건 사실이었으니 말이다.

“두고 보자!”

유재원은 칼을 갈았다.

ID톡의 메이저 업데이트는 분기별로 이뤄지고 있었고, 조만간 2008년 겨울 업데이트를 앞에 두고 있었다.

초기 버전의 ID톡 말고는 ID톡 팀들이 올리는 기획안을 보고 가이드만 해 주고 있던 유재원이었는데, 이번 업데이트에는 본인도 직접 개발팀에 참가해 ID톡이 낡았다는 소리 따위는 완전히 불식시켜 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보통 두고 보자고 말하는 사람은 안 무섭지만, 유재원이라면 다르다.

며칠 후.

-존 매케인, CNN 전국 여론조사에서 힐러리에 4% 우위!

-SNS에 위대한 합중국 해시태그 유행!

유재원이 각 잡고 ID톡 개발팀에 참여해 그간의 성과에 대해 보고 받을 때, 전 세계에서 주목하는 미국 대선에 대한 뉴스도 쏟아졌다.

넥스트컴 뉴스 페이지 상단을 장식하는 기사들은 모두 존 매케인의 쾌속 질주에 관한 이야기였다.

전국 여론조사에서 힐러리에 4%의 우위!

전통적으로 공화당 세가 강한 남부는 물론이고, 동부와 중부에서도 크게 선전 중이었다.

존 매케인의 정치 경력이 길었고, 2000년 공화당 대통령 경선에도 한 번 출마했던 탓에 신선한 감은 떨어졌지만, 힐러리와 비교하면 섭섭하다. 게다가 이번에 들고 나온 위대한 합중국이라는 캐치프레이즈도 강한 미국을 원하는 유권자들에게 안성맞춤인 구호였다.

유재원의 개입 덕에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이라는 깊은 수렁에 빠지지 않았던 지금의 미국인들은 고립주의 따위는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한껏 축적된 힘을 과감하게 쓰길 바랐다.

아마도 그 힘이 투입될 국가는 중국이 확실했다.

베이징 올림픽을 끝으로 후진타오는 퇴장했고, 그의 후임으로 시진핑이 주석 자리에 올랐다. 그리고서 회귀 전에 그랬던 것처럼 강력한 부정부패 처단 정책을 실행하면서 중국 사람들의 지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중이었다.

개혁 개방 이후 중국에는 과거에 상상도 못 했던 규모의 부를 쌓은 이들이 빠르게 늘어났다. 특히 고위 공산당과 특별한 연이 있는 사람들은 십중팔구 엄청난 부자가 되어 있었다.

따지고 보면 당연했다.

특정 구역의 개발 계획이나 도로가 날 지역을 미리 알고서, 지인들에게 넌지시 흘리기만 해도 알박기 하나만으로 엄청난 부를 얻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당연하게도 이러한 부의 축적은 부패라는 엄청난 부작용을 자아냈다. 특히 중국 특유의 꽌시라는 문화는 부패 속도를 한층 빠르게 하는 첨가제 같았다.

그러면서 개혁 개방의 물결을 타고 부자가 된 이들과 그러지 못한 이들 사이의 차이는 엄청나게 벌어졌다.

이렇게 천문학적인 부를 쌓은 이를 부모로 둔 젊은이들을 칭하는 말이 소황제였다. 일단 단어부터가 평범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소황제들이 부리는 사치는 중국의 역대 황제들만큼이나 엄청났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소황제들이 모이는 상하이의 고급 클럽은 매일 밤마다 모터쇼가 벌어진다. 벤츠나 BMW는 기본이고 람보르기니, 페라리, 슈퍼패스트 같은 슈퍼카도 넘쳐났다. 모두 소황제들이 끌고 나오는 차였다.

이미 계약 물량이 동난 슈퍼패스트였기에 중국에서 사려면 소비자 가격의 3, 4배나 되는 웃돈을 얹어서 사야 했다. 프리미엄을 띄워주는 건 고마운 일인데, 그 좋은 차로 폭주를 뛰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확 상했다.

이렇게 매일 사치를 즐기는 소황제들과 달리 상하이의 일반 직장인들의 월급은 아직도 한국 돈 30만 원 정도의 수준이었다.

새롭게 등장한 시진핑은 부정부패 척결과 극단적인 양극화 타파를 내세우며 개혁 작업을 시작했다.

시진핑의 인기가 대폭발하는 건 당연했다. 그렇지만 시진핑의 행보를 끝까지 지켜봤던 유재원에겐 지금이나 과거나 달라진 게 하나도 없어 보였을 뿐이다.

대신 달라진 건 미국이다.

청나라 채권으로 중국 맛을 제대로 보았던 미국이었고, 그때부터 미국의 관심은 중국으로 향했다. 한국 돈으로 수백조 원에 이르는 청나라 채권을 상환하면서도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는 중국의 모습에 깜짝 놀라는 미국인들이 많았다.

미국 정치권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미국의 최전선에 선 사람이 존 매케인이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유재원의 사람인 에드 로이스가 러닝메이트로 있다.

미국에서 부통령이라는 직위는 한국의 총리보다 더 힘이 없는 자리였다. 자리만 차지하고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아무 문제도 없는 자리가 바로 미국 부통령이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과 아무런 부담 없이 만나고 정책을 토론할 수 있는 자리 역시 부통령이었다.

존 매케인이 대통령이 된 미국의 아시아 전략이 너무나도 기대되는 유재원이었다.

-프로듀스 마이 슈퍼스타 유튜브 예선, 성공리에 종료.

-유튜브 채널 누적 조회 수만 3억!

-프로듀스 마이 슈퍼스타, 뜨거운 열기 속에 지역 예선 시작!

“역시 잘될 줄 알았어.”

미국 대선에 묻히는 감이 있긴 했지만, 프로듀스 마이 슈퍼스타도 순항 중이었다.

9월 초에 유튜브 예선 접수를 성공리에 마무리했다.

기사에 나온 것처럼 프로듀스 마이 슈퍼스타에 링크된 지원자들의 영상만 수만 개에 달했고, 이들 영상들의 누적 조회 수만 3억 뷰에 이르렀다.

2020년만 되어도 단일 영상 하나로 수십억 조회 수를 찍기도 하고, 새로운 뮤직비디오가 나올 때마다 수억 단위의 조회 수를 양산하는 그룹도 있었다. 그렇지만 2008년 지금에는 아직 아이돌 그룹의 시장이 그렇게나 확대된 건 아니었다.

유튜브 가입자가 올해 들어 1억 대를 넘어섰는데, 단독 채널 하나가 누적 조회 수 3억을 찍은 건 대단한 성과였다.

한 번 채널에 들어온 사람은 딱 하나만 보고 접속을 끊는 게 아니라, 수십 분 머물면서 여기저기 다 탭을 해 보는 덕에 올라간 조회 수가 상당했다. 그렇지만 같은 동영상을 몇 번이고 돌려본다고 해서 조회 수가 오르진 않도록 했다.

국가대항전 성격도 있어서 어뷰징이 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조회 수가 매겨지는 알고리즘을 정교하게 바꾸어 놓았다.

유튜브 예선 최고의 스타는 생각지도 못했던 영국 토트넘에서 나왔다. 닉네임 아델19라는 19살 소녀였는데, 엄청난 가창력으로 혼자서 3천만이 넘는 조회 수를 찍어 버렸다.

“아델이라니.”

유재원이 알던 그 아델이 맞았다.

원래대로라면 올해 초 ‘19’라는 데뷔 앨범을 발매하여 2백만 장에 달하는 판매고를 올리며 올해의 슈퍼 루키가 되어야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무슨 영문인지 앨범을 내지 않았다. 대신 뜬금없이 프로듀스 마이 슈퍼스타에 홈타운 글로리라는 자작곡을 들고 나왔다.

아델이라면 본선 진출은 떼놓은 당상이니, 미국에 오면 꼭 만나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겠다고 다짐하는 유재원이다.

유재원이 밀었던 에프엑스도 2,000만이 넘는 상상 이상의 성과를 거두었다. 한국은 물론이고, 일본과 동아시아에서도 많이들 봐주었다.

다음 순서는 오프라인 지역 예선으로 미국과 한국 그리고 프랑스에서 치러진다. 한국은 tvN이 제작하고, 프랑스와 미국은 NBC에서 직접 제작하기로 했다. 여길 통과한 팀 혹은 개인이 최종 결선 무대인 뉴욕에 입성한다.

단 한 번의 경연으로 미국 결선 무대 티켓이 주어지는데, 다들 미리 예고한 것처럼 나라별 쿼터가 있어서 2,500만 명에 1팀이니, 한 나라에서 티켓을 독식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렇게 지역 안배가 된 만큼, 프로그램이 팔려 나간 나라들의 숫자도 어마어마했다. 유튜브 예선을 통과한 팀을 보유한 나라들이라면 공중파에서 중계권을 사갔고, 일본이나 중국처럼 그렇지 못한 나라라도 케이블 방송에서 구매했다.

최종 결선의 흥행도 이미 대성공이 예고된 것이나 다름이 없다.

띵!

프로듀스 마이 슈퍼스타의 진행 상황을 챙기던 유재원에게 ID톡 알람이 울렸다.

“치, 이렇게 편한 걸 노티 난다고 싫어하다니.”

그 톡톡 게시물에 확실히 마음의 상처를 입은 모양인지 투덜거림이 절로 나왔다. 그러면서 유재원의 손은 자연스럽게 마우스를 움직여 ID톡을 열었다.

거기에는 리사 수 박사로부터 날아온 한 줄의 짧은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DDR3 램 출하 개시합니다.

웨이퍼 100만 장 물량 중 첫 번째 양산 물량이 나왔고, 이를 곧 시장에 출하한다는 뜻이었다.

물량 폭탄의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8기가비트 DDR3 메모리 모듈 가격 일제히 하락 중.

-11달러에서 7.7달러로 -30% 폭락!

-D램 익스체인지, 현재 공시된 램 모듈 가격 오류 아니다.

-DDR2 가격도 하락 시작!

고공 행진 중이었던 메모리 모듈 가격에 대격변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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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추천과 리플, 선작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원고료 쿠폰과 후원 쿠폰도 완전 감사합니다~!

ID톡이든 메모리칩이든,, 누가 허접한지는 결과가 말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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