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769화 (769/1,007)

745회

권력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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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식구들이 제일 잘하네!”

일본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도 유재원은 쉬지 않았다.

안드로이드 패드에 유튜브 앱을 띄워 놓고 프로듀스 마이 슈퍼스타 채널을 열심히 뒤적이는 게 일본에 도착할 때까지의 소일거리였다.

유튜브 접수 마감이 3일 남은 시점에서 예선 통과자의 윤곽이 어느 정도 보이는 상태였다.

일단 접수된 동영상의 숫자는 벌서 10만 개를 훌쩍 넘었다. 어쩌면 마감되는 날에 20만 개가 넘을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유튜브로 예선을 접수 받는 건 신의 한 수였다.

미국과 한국은 물론이고 유럽과 동남아시아에서도 끼를 주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걸 프로듀스 마이 슈퍼스타 채널에 접속하면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채널에 올라오는 영상의 퀄리티도 점점 좋아졌다.

첫날에는 어떻게 찍어야 할지 몰라서 안드로이드 폰으로 셀카를 찍는 것처럼 자세를 잡고 노래를 부르다가 웃음이 터져 버리는 영상이 많았다. 그러다가 며칠 지나자 안드로이드 폰을 적당한 위치에 고정시켜 놓고 찍었고, 나중에는 아예 카메라맨 역할을 하는 사람이 안드로이드 폰을 들고서 이리저리 자세를 취하면서 다이내믹한 영상을 만들어냈다.

편집용 툴을 동원해서 다양한 컷을 넣는 건 기본이고, 자막과 특수효과를 넣는 경우도 있었다.

스마트폰과 개인용 PC의 엄청난 발전으로 영상 편집이라는 전문적인 일을 이제는 개인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물론 그렇게 화려하게 꾸며도 제일 중요한 건 퍼포먼스의 수준이다. 퍼포먼스에서 에프엑스 이상 가는 영상은 보이지 않았다.

ID 그룹 식구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객관적인 눈으로 봐도 그랬다.

“그렇지만 인구 빨은 어쩔 수 없네.”

퍼포먼스의 수준과 조회 수는 정비례하지 않았다.

에프엑스가 채널 탑10 영상에는 포함되어 있지만, 1등은 아니었다. 1등은 바로 미국 지역에서 올라온 빅마마라는 닉네임의 영상이었다. 닉네임처럼 풍채 좋은 젊은 여성이 불 꺼진 조그만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인데, 그야말로 목소리에 소울이 충만했다.

2등은 역시 미국의 힙합을 하는 팀이었다. LA에서 활동하는 힙합 크루라는데, 유재원의 기억에도 없었고, 듣기에도 딱히 좋은 건 아니었다.

엄청난 경제력을 자랑하는 미국인 만큼, 스마트폰의 보급 대수도 많았다. 보급률을 따지면 한국이 세계 최고지만, 숫자는 미국이 훨씬 앞서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채널 탑10에서 미국은 4명이나 안착시키는 괴력을 발휘했다. 미국 다음으로는 유럽이었다. 3팀이 들어왔으니, 꽤나 선전했다. 퍼포먼스의 수준이 유재원의 눈에 찰 정도는 아니었지만, 스마트폰 보급 수량을 보면 미국 다음으로 많은 지역이 유럽이었다.

나머지 3팀이 아시아 지역이었다.

에프엑스가 한 자리를 당당히 차지했고, 여기에 익스트림 크루라는 비보잉 팀이 혜성처럼 등장했다. 마지막 한 팀은 동남아시아의 13살 꼬마였는데, 팝을 기가 막히게 불렀다.

이렇게만 보면 프로듀스 마이 슈퍼스타 탑10 채널은 황금 비율로 분배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좀 이상한 구석이 있다. 동아시아의 인구 대국인 중국과 일본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의 보급률만 보면 중국은 미국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소득 수준만 보면 미국에 한참 모자랐지만, 개혁 개방이 늦게나마 이뤄진 중국에서 소득 상위권만 보면 이미 한국은 넘어선 상태였다.

일본 역시 마찬가지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안드로이드 진영보다 애플 진영의 점유율이 훨씬 큰 나라가 일본이지만, 인구는 1억이 넘을 만큼 규모가 컸다.

그럼에도 두 나라 모두 채널 탑10에서는 전멸이다. 그나마 탑100까지 확대해 보면 일본은 몇 팀이 겨우 보이지만 중국은 여전히 존재하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유튜브 예선에 참가하거나 조회 수와 추천을 눌러 줄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 바로 유튜브 정식 서비스가 되는 나라였기 때문이다.

중국은 쓰촨성 대지진 이후로 유튜브를 국가 단위의 검열 시스템인 황금방패의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중국 사람들은 프로듀스 마이 슈퍼스타에 참가하고 싶어도 참가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렇게 중국처럼 유튜브를 막은 나라 사람들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아쉬운 일이었다.

유튜브의 세계에서는 미국인이든, 동남아시아인이든, 남아메리카인이든 다 같은 1이었다. 이들이 동영상을 감상하면 조회 수 1이 올라가고, 추천을 누르면 엄지 척 1이 올라간다.

중국이라는 나라가 떨어져 나가는 건 아쉬운 일이었다.

일본도 중국과 비슷했다.

중국처럼 정책으로 접근을 금지하는 건 아니었지만, 폐쇄적인 건 중국 못지않은 나라였다. 일본에도 슈퍼스타가 되고 싶은 사람들이 많을 텐데, 이들이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리지 못하는 건 까다로운 저작권 법 때문이었다.

프로듀스 마이 슈퍼스타의 예선 참가자들이 올린 영상 중 대다수는 이른바 커버물이었다.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가수의 노래와 퍼포먼스를 따라 하는 것이다.

에프엑스도 선배 그룹인 소녀시대의 데뷔곡을 커버해서 좋은 반응을 얻었고, 대다수 참가자들도 자작곡과 창작 댄스보다는 이미 검증된 노래들을 선택했다. 그렇지만 소수의 일본 참가자들은 자국의 노래가 아닌 팝 음악 혹은 K팝을 들고 왔다.

일본 가수들의 노래를 부르면 칼 같은 저작권 신고 때문에 블럭이 걸렸기 때문이다.

“융통성이 좀 있어야지, 여긴 너무 뻑뻑해.”

커버곡은 2차 창작물이었고, 저작권은 분명 창작자들에게 있다. 그리고 창작자 대다수는 저작물 관리를 음반사에 위임했다.

이들은 열심히 활동하면서 저작권을 지켰다. 특히나 열심히 하는 곳이 있으니 소니 뮤직이었는데, 유튜브에 가장 많은 저작권 소송을 낸 곳이 소니 뮤직이었다. 워낙 많이 시달렸기에 이제는 소니 뮤직이 먼저 이의를 제기하기 전에 유튜브 필터링 인공지능이 자동으로 걸러내는 지경에 이르렀다.

프로듀스 마이 슈퍼스타 채널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일본의 지원자들은 자국의 노래를 부를 수가 없었고, 일본의 유튜브 사용자들 역시 자국의 인기곡 대신 외국 노래를 커버하는 지원자들을 선뜻 클릭하거나 추천을 해 주는 데 인색했다.

커버곡에 대해 붙는 광고비는 원작자들이 언제든 신청만 하면 정산받을 수 있게 했는데도, 이런 상태다.

아무래도 차세대 비디오 게임 전쟁에서 패한 앙심이 엄연히 독립적인 다른 계열사까지도 번진 게 확실했다.

유재원의 오늘 일본행 출장도 메인은 동일본 대지진에 대한 것이지만, 유튜브 저작권 문제도 있었다. 갈라파고스화의 대표적인 나라가 일본이지만, 그래도 전생에서 K팝은 성공했다. 유튜브도 마찬가지이니 시도는 해 볼 만했다.

-전용기가 5분 후, 하네다 공항에 도착합니다.

-회장님과 승객 여러분의 안전을 위해 사용 중이던 전자기기를 꺼 주시고, 안전벨트를 착용해 주십시오.

서울에서 도쿄까지는 금방이었다.

조금 업무에 몰입을 하니 벌써 하네다 공항이 코앞까지 왔다. 유재원도 사용 중이었던 안드로이드 패드를 끄고 안전벨트를 결합했다.

안전은 소중하니 말이다.

1시간 후.

“유재원 회장님의 TV아사이 방문을 환영합니다!”

“아! 하야카와 회장님이 마중을 나오실 줄은 몰랐네요. 환대 고맙습니다.”

유재원은 TV아사이의 롯본기 본관에 도착했고, 그곳에서 TV아사이의 하야카와 히로시 회장의 환대를 받았다.

“귀한 손님이 오셨는데, 당연히 버선발로 나와야 하는 게 맞지요.”

하야카와 회장의 말에 오늘 협상이 잘 될 것 같다는 직감을 받은 유재원이다.

TV아사이는 아사히 신문을 모회사로 두고 있는 민영 방송국이었다. 아사히 신문은 일본의 신문들 중에 가장 진보적인 성향이었다. 단적으로 일본에서 한국의 입장을 많이 대변해 주는 신문사였다.

대표적으로 일본군 성노예와 강제 징용 피해자 문제를 알리는 데 적극적이었고, 한국의 입장도 적극 보도했다.

덕분에 일본 우익들에게서 반일매국신문이라는 딱지가 붙으며 공격을 받고 있었다. 특히 회귀 전과 달리 유재원의 존재로 한국의 위상이 한 차원 더 높아진 지금에도 마찬가지였다. 반대로 일본에서는 동아시아 외환 위기와 더 퍼시픽 사태로 인해 혐한의 기류가 일찍 조성되었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아사히 신문의 논조는 변함이 없었다.

유재원이 TV아사이를 점찍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TV아사이 유튜브 콘텐츠 공급 계약식!

TV아사이에서 자랑하는 프로그램이 있으니 뮤직 스테이션이라는 장수 음악 프로그램이었다. 1986년에 시작해서 지금도 일본의 사랑을 받는 프로였다. 아이돌과 아티스트들도 엠스테에 출연하는 걸 자랑스럽게 여길 만큼 일본 내에서의 위상도 드높았다.

뮤직 스테이션 무대에 선다는 것 자체가 일본에서 스타로 발돋움했다는 확실한 증명이었으니 말이다.

유재원은 뮤직 스테이션의 유튜브 라이브 공급을 위한 계약을 맺기 위해 직접 발걸음을 했다. 소니 뮤직의 끗발이 아무리 세도 방송국만큼은 아니었다. 전통 매스컴의 힘이 아직도 강력한 일본에서는 특히 더 그랬다.

소니 뮤직 소속의 아티스트라도 뮤직 스테이션에 출연해 유튜브 라이브로 이어진다면 저작권 운운하던 것도 더는 못할 것이다. 게다가 저작권으로 딴죽을 거는 일도 방송국의 지적재산권과 상충되면서 전과 같은 행태를 계속할 수 없다.

1년 1억 엔으로 10년 계약!

TV아사이도 혹할 만한 액수였다. 게다가 일본의 많은 방송국들은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미디어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TV아사이도 나름 도전이라고 인터넷 사이트도 만들고 자사의 프로그램을 VOD도 해 보고, 클립도 팔아 봤지만 딱히 성과는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인터넷의 황제인 유재원이 좋은 조건을 들고 나왔으니 엉덩이 무거웠던 하야카와 회장이 움직일 만했다.

유튜브도 폐쇄적인 일본의 1억 사용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좋은 콘텐츠를 확보한 것이니 손해는 아니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잘 맞아떨어진 관계로 계약서에 서로의 인감 도장이 찍히기까지 순식간이었다.

“먼 걸음 해 주셨는데, 그냥 보내드릴 수가 없지요. 지로 스시에 식사 자리를 마련했으니 귀한 시간을 내서 함께해 주시면 영광이겠습니다.”

역시 회장님까지 행차한 이유가 있었다.

지로 스시라면 유재원도 알고 있는 초밥집이었다. 미국 대통령이 방일했을 때 일본 총리가 대접을 했던 곳이기도 했다. ID 그룹과의 친분 관계를 돈독히 하고 싶은 욕망이 지로 스시 하나로 확 드러난다.

“음, 아쉽지만 출국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요. 혜성이에게 최대한 빨리 돌아가겠다고 약속했거든요.”

거절의 말에 하야카와 회장의 검버섯 핀 얼굴에 주름이 깊어졌다. 게다가 혜성이라고 아들까지 언급했으니 더 권하기도 어려워졌다.

“다만, 출국까지는 조금 시간이 남았으니 어디 가지 말고 여기서 인터뷰라도 해 드릴까요? 물어보고 싶은 게 많으신 얼굴인데요?”

대신 이어진 유재원의 말에 하야카와 회장의 얼굴은 바로 반색이 되었다. 유재원의 짐작 그대로 물어보고 싶은 말들이 너무나 많았다.

유재원의 말 한 마디에 바로 인터뷰 자리가 마련되었다.

TV아사이의 간판 보도 프로그램인 보도 스테이션의 메인 앵커 후루타치 이치로가 바로 불려왔고, 유재원과 마주 보고 앉는 형태의 세트장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TV아사이의 기자들도 카메라 밖에 자리하면서 받아쓰기 시작했다.

-앞으로 유망할 미래 산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음, 4차 산업과 관련된 모든 것이죠. 인공지능과 모바일 디바이스, 통신 기술 그리고 배터리 등등, 엄청나죠. 아! 게임도 빠질 수가 없지요.”

-이미 전문가들이 한 번씩은 언급했던 기술이군요. 요즘 유 회장님은 유튜브에 관심이 많은 것 같은데, 이것 역시 4차 산업이라고 할 수 있나요?

“물론입니다. 유튜브도 대표적인 4차 산업이죠. 어렵게 생각하실 것 없습니다. 21세기 라이프 스타일을 대표하는 아이템은 스마트폰이죠. 스마트폰의 존재감을 확장시키는 기술과 서비스 관련 기업들이라면 분명 4차 산업의 대표 기업들이 될 겁니다.”

후루타치 이치로 앵커가 물으면 유재원이 답하는 형식의 인터뷰였는데, 전문성보다는 쉽게 전하는 데 중점이 맞춰졌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언택트라는 핵심적인 키워드도 있었지만, 유재원은 굳이 말해주진 않았다.

-스마트폰이라고 하시니 일견 수긍은 됩니디만, 이미 나올 서비스들은 다 나온 거 아닌가요?

그래서일까?

후루타치 이치로 앵커가 이견을 드러냈다.

“아니죠.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우리가 이렇게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다는 걸 1년 전에는 상상도 못했죠.”

재미있는 점은 인터뷰 구도였다.

유재원은 한국어로 말했고, 후루타치 이치로 앵커는 일본어로 물었다. 그 사이에 한국어와 일본어를 통역해주는 건 사람이 아니라 안드로이드 패드에 띄워진 차세대 번역기였다.

“앞으로 스마트폰과 IoT로 연동되는 제품들이 쏟아져 나올 예정입니다. 그만큼 스마트폰의 효용성은 무궁무진할 겁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다음 이슈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더욱이 이번 인터뷰의 포커스는 4차 산업이나 스마트폰이 아니라 따로 있었다.

-최근 베이징 올림픽이 성공적으로 끝나서 참 다행이라고 하겠습니다. 대회가 열리기 직전에 쓰촨성 대지진이 터지면서 올림픽 정상 개최의 우려가 있었으니까요. 게다가 쓰촨성 대지진은 유 회장님이 정확히 예측하셨던 일이기도 했고요. 그래서 이걸 물어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쓰촨성 대지진과 함께 2011년에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다는 예측도 동시에 하셨는데, 그 결과는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까?

“네,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 일본의 모습에 굉장히 큰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예상되는 지진의 규모는 9 이상. 쓰촨성의 8과는 겨우 숫자 1의 차이지만, 리히터 규모는 로그값이라는 거죠. 실제 에너지양의 차이는 32배입니다. 쓰촨성 지진의 리히터8은 TNT 15메가톤의 파괴력이고, 2011년 발생 예상되는 동일본 대지진은 TNT 480메가톤의 파괴력입니다.”

유재원은 누구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TNT 폭약의 폭발력으로 예를 들었다. TNT 폭약의 폭발력이 일반적으로 묘사되는 건 바로 핵폭탄이다.

열도인지라 지진이 만성화된 일본 사람들이지만, 그래서 조금은 둔감했는지도 모른다. 그런 상황에서TNT 폭약 480메가톤의 위력이라는 말은 일본인들의 경각심을 단번에 일깨워 주는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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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추천과 리플, 선작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원고료 쿠폰, 후원 쿠폰도 완전 감사합니다!

주말이네요!

코로나19가 다시 확산되기 시작하는 거 같은데, 우리 독자님 건강 잘 챙기시길!

그럼,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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