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764화 (764/1,007)

740회

미래와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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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의 중요성이란 몇 번을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다.

석탄과 석유가 산업혁명 시대를 상징하는 에너지원이었다면, 배터리는 모바일 시대를 상징하는 에너지원이었으니 말이다.

휴대하면서 사용하는 모든 디바이스는 배터리로부터 전기를 공급받는 게 현실이었다. 이는 기술 특이점이 발생하고서 10년이 더 지났던 때에도 변함이 없었다. 유재원이 전생에 눈을 감기 전까지도 사람들은 충전의 굴레에서 벗어나진 못했다.

그렇다고 21세기 중반의 배터리와 지금의 배터리를 동급에 놓기엔 무리였다.

충전 속도부터 소재와 효율까지 엄청난 개선이 이뤄졌지만, 2008년도인 지금의 배터리 기술은 리튬 이온 배터리가 처음 등장했을 때와 큰 차이가 없었다.

회귀 전의 개발 속도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앞으로도 12년은 그대로 간다. 기술 특이점을 넘어서고 나서야 기술 발전이 미미했던 배터리 기술에 폭발적인 진보가 이뤄진다.

기술 특이점이 넘어서면서 등장한 배터리 기술이 전고체 배터리였다.

전고체 배터리라는 건, 배터리의 모든 소재가 고체라는 단순한 뜻이었다. 지금의 배터리는 전해질로 액체를 사용한다.

그렇기에 추운 환경에 노출되면 전해질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배터리의 성능도 하락하게 된다.

라이트닝 볼트의 자동차들이 겨울이 긴 나라에는 출시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무리 완충을 잘 시켜놓아도 외부 온도가 영하로 떨어지면 배터리 잔량이 떨어지는 속도가 무시무시했다.

전고체 배터리는 이러한 온도 문제를 완벽히 해결한다. 그렇지만 진정한 효용은 따로 있다. 에너지 밀도가 액체 전해질 배터리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점이다. 게다가 충전 속도도 확연히 다르다.

라이트닝 볼트사가 배터리 교환식을 채택한 덕에 사용자는 배터리 충전에 대해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셰브롱 스테이션에 들러서 완전 충전된 배터리로 교환 받으면 간단하다. 기다림 없이 바로 교체가 이뤄지면 3~4분이면 끝난다. 숙련된 사람이 수동으로 작업하면 이보다 더 단축될 수 있다.

대신 완전 충전된 배터리를 항시 준비하고 있어야 하는 셰브롱 스테이션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최고였다.

충전 속도!

전고체 배터리라면 라이트닝 볼트사의 표준 규격 용량이라도 10분이면 완충을 끝낼 만큼 엄청난 속도다. 현재의 리튬 이온 배터리는 고속 충전 모드로도 4시간은 걸리는데, 10분이면 무시무시한 속도라고 할 수 있다.

배터리 재고를 적게 유지하면서, 더 많은 사용자를 감당할 수 있다. 유지해야 할 재고량이 줄어든다는 건 비용 절감을 의미했다.

게다가 전고체 배터리는 부피 대비 에너지 밀도량이 훨씬 높다. 라이트닝 볼트의 슈퍼카급 전기자동차인 슈퍼패스트에는 배터리팩이 3개나 들어간다. 21세기 중반에 쓰인 전고체 배터리라면 이와 똑같은 주행 성능을 보장하면서도 0.5개 수준이면 충분하다. 표준 규격 배터리팩을 반토만 낸 크기로 엄청난 성능을 보장한다는 이야기다.

비단 전기자동차뿐만이 아니라, 배터리가 들어가는 모든 디바이스에는 혁명적 변화가 찾아온다.

그런 엄청난 기술을 유재원은 원래보다 훨씬 이른 시점에서 풀 생각이었다. 라이트닝 볼트와 손을 잡은 금성화학은 땡잡은 것이나 다름이 없다.

금성화학 측도 그걸 잘 알고 있던 모양인지, 제주도까지 내려온 노기호 금성화학 사장은 입에서 웃음이 떠나갈 줄 몰랐다.

“유재원 회장님, 처음 뵙습니다. 노기호입니다!”

노기호 사장이 유재원을 보자마자 먼저 인사했다.

“네, 유재원입니다. 먼 걸음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유재원도 정중히 인사를 받았다.

노기호는 1973년 럭희화학이던 시절에 사원으로 입사해서 2003년 사장에 올랐다. 이후 5년간 사장으로 재임하면서 지금의 금성화학을 만들어낸 장본인이었다. 바로 2차 전지 시장에 대한 본격적인 투자를 결정한 장본인이 노기호였던 것이다.

공채 신입사원이 사장이 될 확률은 얼마일까?

ID 그룹은 아직 0이었고, 다른 재벌 기업들도 수만 분의 1의 확률에 지나지 않는다. ID 그룹의 경우 창업 멤버들이 사장단에 자리하고 있었고, 아직 은퇴를 한 사람도 없었다. 예전에 은퇴 이야기를 꺼냈던 ID 인베스트먼트의 빈센트 그린힐 사장도 유재원이 워런 버핏을 언급하자 은퇴를 접었다.

ID 인베스트먼트가 이룩한 성과만 따지면 워런 버핏과 비교하는 건 충분히 가능했다. 어쩌면 월스트리트의 전설인 워런 버핏을 능가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충분했기에 빈센트 그린힐 사장은 전성기 시절처럼 불이 붙은 상태였다.

아주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확률만 따지면 실현 가능성은 차고 넘쳤다. 유재원이 전설을 써내려 갈 산업들은 아직도 널려 있었으니 말이다. ID 인베스트먼트가 유재원의 행보를 잘 보조해 주는 것만으로도 빈센트 그린힐은 워런 버핏보다 더 나은 성과를 기록할 수 있었다.

이처럼 ID 그룹의 최고 노익장인 빈센트 그린힐도 현역인 마당에 다른 창업 멤버들이야 그야말로 창창했다.

그런 이들을 뚫고 신입으로 들어온 사원이 회장에 오르는 건 먼 나라의 이야기였다. 다른 재벌 기업들이라고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텐데, 그 엄청난 기득권을 뚫어내고 사장에 오른 노기호는 대단한 인물이었다.

“이번 LG 이노텍 설립은 2차 전지 기술에 혁명적 전환점이 될 겁니다.”

금성화학과의 합작 방식은 합작 법인 설립이었다.

라이트닝 볼트의 표준 배터리팩은 금성화학에 대량 주문을 하는 것으로 하고, 차세대 2차 전지인 전고체 배터리 개발은 라이트닝 볼트와 금성화학이 각각 51:49로 출자한 합작 법인을 통해 개발하는 것으로 했다.

“예, 회장님. 우리 금성화학은 물론 금성그룹 전체가 LG 이노텍에도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노기호 사장의 말이다.

라이트닝 볼트와 금성화학의 합작으로 만들어질 기업 이름이 LG 이노텍이다.

LG라는 건 라이트닝 볼트의 L과 금성의 G가 더해져서 LG가 되었고, 이노텍은 혁신을 의미하는 이노베이션과 기술의 테크놀로지를 결합한 합성어였다. 그래서 LG 이노텍이라는 이름이 나오게 되었다.

LG 이노텍의 연구소는 라이트닝 볼트와의 협력 작업을 위해 제주도에 짓기로 했다.

그렇지만 노기호 사장의 말은 LG 이노텍에 기대한다는 투로 말은 해도, 진짜 기대하는 건 따로 있었다. 바로 금성칼텍스를 염두에 둔 말이었다.

금성칼텍스는 셰브롱과 금성정유의 합작 법인이었다.

원유를 정제하는 플랜트 사업과 원유를 정제해 나온 휘발유와 경우, 나프타 등을 유통하는 사업이 주력인 기업이다.

최근 금성칼텍스의 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었으니, 시베리아-태평양 송유관 사업의 완공이 거의 다다랐기 때문이다. 더욱이 북한 두만강 하류의 유전 개발도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었다.

북한에서도 동해안 송유관 건설을 추진하고 있었다. 두만강 유전에서 뽑은 원유를 울산 정유시설로 보내겠다는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북한의 정유시설은 없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90년대 말부터 해빙 기류를 타고 경제제재가 풀리긴 했지만, 그 이전까지는 철통처럼 막아놓았기에 사회 간접 자본이 커나갈 여력이 없었다.

불모지 상태에서 원유가 터지면서 대박이 났지만, 정유시설이 없으니 원유 장사만 해야 했다. 심지어 북한 내에서 쓸 휘발유나 경유를 만들 시설도 없어서, 원유를 수출하고 휘발유와 경유를 수입해야 한다.

기왕 수출하는 것, 멀리 보낼 것도 없이 대한민국이 자랑하는 울산 정유 플랜트를 이용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시베리아-태평양 송유관과도 연결해 이르쿠츠크에서 오는 원유의 종점을 울산으로 연장하고, 여기에 대한 통행세도 받겠다는 게 북한의 원대한 계획이다.

대한민국과 일본은 그야말로 에너지 소비 최상급의 나라였으니,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일이었다.

더욱이 이러한 큰 그림을 그리는 곳이 바로 셰브롱이었다.

셰브롱을 상속받은 티파니가 역점을 두고 진행하는 게 시베리아-태평양 송유관과 연계된 사업들이었다. 거기엔 이르쿠츠크 유전의 개발과 두만강 유전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 시베리아-태평양 송유관의 종점에 금성칼텍스가 위치해 있었다.

지금의 시설로는 처리량이 부족할 지경이라서 대규모 확장을 재작년부터 열심히 하고 있었다.

물론 시베리아-태평양 송유관 사업의 성과를 금성칼텍스 혼자서 독점하는 건 아니었다. 원유와 천연가스를 중동으로부터 배로 실어오는 것과 송유관으로 앉은 자리에서 배달 받는 것에 대한 비용의 차이는 넘을 수 없는 차원의 벽이 있었다.

2008년 현재의 유가를 보면 1배럴이 120달러에 육박하고 있었다.

에너지 전체를 수입하는 한국에는 치명적인 가격이었다. 그나마 한국의 수출이 활황이라서 높아진 에너지 비용을 충당할 수 있었기에 다행이었다. 다른 에너지 수입국들은 죽어 나가고 있었으니 말이다.

이렇게나 비싼 에너지 비용이 시베리아-태평양 송유관이 연결되는 순간 반의 반토막이 난다. 셰브롱에서 이런저런 비용을 다 붙이고 팔아도 1배럴에 30달러 이하의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다.

천연가스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의 발목을 잡고 있던 에너지 문제로부터 완전히 해방되는 것이었다.

앞으로는 한겨울이 되면 비싼 기름을 난방용으로 쓸 게 아니라, 깨끗하고 저렴한(?) 천연가스를 쓰면 되는 시대가 곧 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금성칼텍스가 정유 플랜트 확장에 쓴 돈만 조 단위였다.

반면 LG 이노텍의 자본금은 1천억 원으로 자그마한 규모였으니, 당장은 라이트닝 볼트의 표준 배터리팩 양산과 금성칼텍스에 시선이 모였다.

그렇지만 진짜는 LG 이노텍의 전고체 배터리라는 걸 유재원은 잘 알고 있었다.

화려한 조인식은 끝났지만, 유재원은 라이트닝 볼트사를 떠나지 않았다. 확인해야 할 게 있었기 때문이다.

“차기 모델은 잘 준비되고 있죠?”

“자동차 업계는 다들 우리를 따라잡겠다고 난리지만, 이 녀석이 출격하면 추격의 의지 자체가 꺾여버릴 것입니다.”

유재원의 질문에 볼트 사장이 즉각적으로 답했다.

작년부터 신수가 활짝 핀 볼트 사장은 온몸에 활력이 넘쳤다. 본인의 이름을 딴 마크를 달고 전 세계를 누비는 라이트닝 볼트의 자동차들이 벌써 100만 대에 달할 정도다.

작년부터 본격적인 양산을 시작하고서, 만들어내는 족족 구매자들에게 인도되었는데 그 누적분이 100만 대를 넘어선 것이다.

회귀 전 전기자동차의 대명사로 등극했던 테슬라가 전기차 생산 시작 후 100만 대 출하까지 걸린 시간은 10년이었다. 공장에서 첫 번째 전기차가 나온 다음 100만 번째 출고차가 나오기까지 10년이나 걸린 것이다.

반면 라이트닝 볼트사는 첫 번째 양산차가 나온 다음 100만 번째 차량이 나올 때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4년에 지나지 않았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양산 속도였다.

전기자동차와 배터리를 분리하고, 자율 주행 기능을 보다 강화했던 유재원의 전략이 주요했다고 할 수 있다.

정치력도 테슬라와는 차원이 달랐다.

석유 업계 7대 메이저 업체 중 하나인 셰브롱을 한 편으로 만들었고, 미국의 주정부와 연방정부에도 대량의 우군을 양산했다. 덕분에 자율 주행의 보급에도 탄력을 받았고, 환경 보호 이슈가 크게 부각되면서 보조금도 생겨났다.

유럽에서는 유로6이라는 배기가스 배출 규격 시행을 앞두고 있는데, 규제의 수준이 이전 단계인 유로5와 차원이 달랐다. 그런 고강도 대책이 시행될 만큼 대기 오염은 점차 지구의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었다.

배기구 자체가 없는 전기자동차는 완벽한 대안이었다. 게다가 자동차를 충전하는 데 필요한 전기도 토륨 원자로를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기에 환경 오염에 대한 부담도 크게 줄었다. 전기자동차 비판 세력들의 주요 레퍼토리 중 하나가 전기자동차 자체는 친환경이지만, 배터리를 만드는 것이나 배터리에 충전할 전기는 반환경적이었다는 것이었다.

라이트닝 볼트는 이러한 문제를 확실히 인지했고 해결하고 있었다.

차기 모델에서 이러한 친환경 기술을 강화하는 건 기본이다. 여기에 다른 자동차 제조사는 따라 할 엄두도 내지 못하는 자율 주행도 더욱 발전시켰다.

“스마트 오토 파킹 기술도 완성되었습니다.”

역시나 볼트 사장이 자신만만한 답이 나올만 했다.

스마트 오토 파킹.

말 그대로 자동 주차다. 이는 기존 자동차 업체들도 자랑하는 기술이었다. 평행 주차나, 전면 주차가 하기 힘든 사람들을 보조하는 식으로 만들어져 있다.

당연히 라이트닝 볼트의 오토 파킹은 기존의 주차 기능과 차원이 다르다. 정확하게 명명하자면 오토 발레파킹이다.

호텔 앞까지 자동차를 타고 도착했을 때, 약간의 수수료를 내면 호텔의 직원이 주자창에 알아서 차를 주차해 준다. 나갈 때에도 호출만 하면 주차장에서 차를 로비까지 가져다준다. 볼트 사장이 말한 오토 파킹이 바로 이러한 발레파킹을 무인으로 해 주는 기능이었다.

마트에 도착하여 운전자가 마트 입구에서 내리면 라이트닝 볼트의 전기자동차는 알아서 주차장을 찾아가 주차되는 것이다.

스마트 오토 파킹 기술을 실현했다는 건 완전 자율 주행 완성에 커다란 진보를 이뤄냈다는 말과도 같았다. 물론 라이트닝 볼트 사가 자율주행 분야에서 무시무시한 성과를 발휘하는 데엔 유재원이 제공한 인공지능 골드의 심화학습 능력이 바탕에 깔려 있었다.

“다만 회장님께서 만족하실 만한 디자인이 아직 나오진 못했습니다.”

“아. 저번에 그것도 좋았는데요.”

“그렇지만 완벽한 것은 아니었지지요. 회장님께서 보내주신 피드백에 디자이너들도 모두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다들 눈에 불을 켜고 노력 중입니다.”

올해 들어 볼트 사장이 디자인 시안을 보고할 때가 가끔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눈에 거슬리는 것들을 열심히 짚어주고 피드백을 주었던 기억이 있다. 그걸 다 고쳐볼 때까지는 프로토타입이 확정되지 않을 것 같았다.

라이트닝 볼트에서 차기 모델 준비도 잘되고 있다는 걸 확인한 유재원은 서울로 올라왔다. 한국에서의 스케줄을 거의 모두 소화한 것이지만, 아직 출국할 때는 아니었다.

처음 발표했을 때는 대단한 반향이 일어났었지만, 지금은 다들 잊고 있는 이벤트가 있다. 디데이까지 1년하고도 조금 더 남은 그 이벤트의 진행 상태를 체크해야 하는 일이 남아 있었다.

그것은 인공지능 골드의 바둑 정복 프로젝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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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추천과 리플, 선작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원고료 쿠폰, 후원 쿠폰도 완전 감사합니다~!

주말이네요!

건강 잘 챙기시면서 즐겁게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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