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763화 (763/1,007)

739회

미래와의 전쟁

=============================

“역시, 회장님은 현실의 토니 스타크군요.”

긴장이 풀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유재원에게 대뜸 토니 스타크라 말하며 치켜세웠다. 강남 CGV에서의 세계 최초의 프리미어 행사가 있었고, 영화가 끝난 다음에는 감독과 배우들이 참여하는 관객과의 대화 시간도 짧게 있었다.

유재원의 예상 그대로 아이언맨 1이 상영하기 전과 후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에 대한 평가는 확 달라졌다.

이전에는 젊은 시절 마약에 취해 소중한 시간을 낭비했던 사람이었다면, 아이언맨 1이 끝나고 나서는 어려웠던 시절을 이겨내고 훌륭한 배우로 성장한 사람이라는 평으로 바뀌었다.

그만큼 아이언맨 1은 로다주 혼자서 이끌어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인천 국제공항에 내릴 때만 해도 기네스 펠트로에 밀렸지만, 관객과의 대화에서는 제일 많은 질문을 받은 사람이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이기도 했다.

그런 로버트도 부러운 사람이 유재원이었다.

프리미어 행사 레드카펫에서 제일 먼저 입장한 사람이 유재원이었다. 이번 행사의 주인공은 주연 배우들이었으니, 얼굴만 비추고 바로 극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렇지만 구름처럼 몰려 있던 팬들이 가장 큰 환호를 보낸 사람이 유재원이었다.

나중에 등장한 기네스 펠트로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도 유재원만큼의 환호를 받진 못했다.

그렇게 프리미어 행사가 끝나자, 유재원은 배우들과 감독들 그리고 스태프들을 모두 본인의 집으로 초청했다.

초대를 받은 전체 인원이 40명이 넘었지만 ID 글로벌 헤드쿼터 빌딩의 펜트하우스는 매우 넓어서 문제가 될 것이 없었다.

이브닝 파티가 끝나면 아래층에 있는 게스트룸에서 자고, 내일 오전엔 서울 투어를 간단히 한다. 그리고서 오후에 느긋하게 출국하는 일정이었다.

전과 다르게 일본에 들르지 않고 한국을 시작으로 동아시아 투어를 하는 것이라서 일정에는 여유가 넘쳤다.

유재원의 펜트하우스에 입성해 서울의 야경을 물끄러미 보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특히나 감동한 표정이었다. 그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에게 배우들과 인사를 다 나눴던 유재원이 다가오자 조용한 말투로 토니 스타크를 언급했다.

“에이, 아직 멀었죠.”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감정을 십분 이해할 수 있는 유재원이었다.

유재원은 본인의 능력으로 ID 그룹이라는 거대한 제국을 일구어냈다. 아이언맨 1의 스타크 인더스트리보다 더 규모가 큰 기업이었다.

FBI와 협조해서 폭탄 살인마를 잡아낸 건 유명한 이야기였고, ID 파운데이션이란 기부재단을 통해 매년 수십조 원을 어려운 사람들에게 쓰고 있었다.

심지어 군용 병기가 없는 것도 아니다.

ID 하이테크의 드론 사업부는 스텔스 무인기를 꾸준히 만들어내고 있었고, 이를 통해 911테러의 주범 오사마 빈 라덴의 생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스텔스 무인기는 이후로도 꾸준히 발전 중이었다.

지금은 존재 자체가 비밀인 물건들을 상당수 미국 국방부에 납품 중이기도 했다. 게다가 강철 슈트가 없다 뿐이지, 히어로 활동을 하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ID 그룹의 순익 중 10%를 ID 파운데이션에 일괄 기부하고 있었는데, ID 그룹의 순익이 급상승하면서 90년대 말부터 ID 파운데이션의 1년 기부 금액 규모가 10조 원을 넘어섰다. 2007년 기준으로는 30조 원을 넘어섰다.

이 막대한 기부금으로 ID 파운데이션은 전 세계 수십만 명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난치병에 걸린 아이들의 치료비를 지원했고, 아프리카에 에이즈와 전염병이 창궐하는 걸 막아내고 있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토니 스타크를 연기할 때 참고한 사람은 유재원이기도 했다. 하지만 유재원에겐 토니 스타크 특유의 오만함이 부족해서 모자란 부분은 상상으로 채워 넣어야 했다.

그렇지만 기본 베이스를 잡는 데 큰 도움이 된 건 사실이었다.

“이제부터는 로버트가 토니 스타크로 각인될 겁니다. 영원히 말이죠.”

가만히 이야기를 듣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마지막에 붙은 영원히란 말에 흠칫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유재원의 말이었으니 부담감이 장난이 아니었다. 반면 유재원은 그야말로 일말의 의심도 없었다.

아이언맨 1에서 로버트가 보여준 연기는 그야말로 기대 이상이었다.

처음 등장할 때의 난봉꾼의 느낌도 제대로였고, 신무기를 팔아먹기 위해 아프카니스탄에 갔다가 스타크 인더스트리가 찍어내는 병기들이 제3세계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보고서는 충격을 먹은 장면도 실감이 나게 연기했다.

심지어 토니 스타크를 습격한 테러리스트가 사용한 무기가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물건이었고, 그 무기가 토니 스타크의 심장에 치명타를 입히는 것도 확실히 그려냈다.

회귀 전에 나온 아이언맨 1에서는 난봉꾼 무기 장사치 토니 스타크의 심경 변화에 대한 디테일이 부족했다면, 이번엔 약간의 추가 분량을 통해 확실히 보여줬다.

CG의 강화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엄청난 투자를 통해서 영화용 CG의 퀄리티는 2010년대 후반의 수준으로 끌어올렸기에, 강철 슈트 마크3는 진짜 현실에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강철 슈트 안에서 펼치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안면 연기도 수준급이었다.

CG로 범벅된 영화의 문제는 뭐니 뭐니 해도 현실의 연기와의 일치감이었다. 배우들은 블루스크린용 푸르딩딩한 옷을 입고, 푸른색 인형 따위를 상대하면서 열연을 해야 하는데, 분위기가 잡히지 않으면 이질감이 대단했다.

본인의 연기 인생에 반전을 만들어 내려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이를 갈고 연기에 몰입했고, 덕분에 아이언맨 1의 전체적인 짜임새는 회귀 전의 수준을 몇 차원이나 뛰어넘었다.

“영원히라니요.”

“부담을 드리는 게 아니라, 사실만 말하는 거예요. 두고 보세요.”

“아, 회장님께서 그렇게 말씀해주셨으니 제가 더욱 힘을 내야겠군요.”

무엇보다 앞으로 매년 한 편씩 나올 마블의 히어로 영화 시리즈는 아이언맨 연대기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퍼스트웨이브의 마지막 편인 어벤저스: 엔드게임까지도 유재원의 머릿속에 있었다.

머릿속 계획을 현실로 옮기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갖춘 사람이 유재원이었다.

자본과 기술을 모두 가지고 있었고, 이를 실행할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제작위원회의 역량도 출중했다.

여기에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열연이 더해지면 회귀 전보다 더 폭발적인 반응이 올 거라고 확신했다.

-히어로 영화의 신기원 아이언맨 1!

-개봉 1주 차에만 240만 관객 동원!

-베이징 올림픽 기간과 겹침에도 신기원 달성!

잘 만들어진 영화였고, 관객이 이를 제대로 알아봐 주었다. 그러면서 주변 사람들 그리고 인터넷을 통해 입소문이 터지면서 아이언맨 1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몰렸다.

대형 멀티플렉스에 평일에도 매진 사례가 이어지면서 아이언맨 1은 개봉 1주 차에 240만이라는 신기원을 썼다.

한국에서만 터진 게 아니었다. 매우 폐쇄적이고도 독특한 배급망이 있는 일본만 빼고 전 세계 동시 개봉이 이뤄진 아이언맨 1은 미국과 유럽, 아시아에서도 광풍을 몰고 다녔다.

특히 기대가 되는 건 중국 시장이었다.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중국의 발전상을 전 세계에 알린다는 게 중국 공산당의 정책이었다. 그러면서 전과 다른 경제 정책을 선보이고 있는데, 문화 산업에 대한 개방도 이 중에 하나였다.

중국은 광전총국이라는 기관을 통해 강력한 검열을 실시했다. 광전총국에서 판호라는 걸 받지 못하면 콘텐츠 장사를 못 한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중국 서비스가 다른 나라에 비해 몇 년은 늦어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무리 잘 만든 게임이라도 중국 공산당의 가치관에 어울리지 않으면 퇴짜였다. 영화도 마찬가지였는데,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광전총국의 검열 수준이 상당히 완화되었다.

그 수혜를 제대로 입은 게 아이언맨 1이었다.

예전 같으면 몇 달은 걸렸을 거고, 설사 판호가 나오더라도 이것저것 잘라내야 한다는 말도 있었을 텐데 이번엔 무리 없이 빠르게 통과가 되었다.

중국 배급사인 텐센트가 준비를 잘해준 덕이겠지만, 중국 공산당의 정책 변화가 확실히 보이는 대목이었다.

“중국 시장 잡았으면 전 세계 흥행을 걱정할 필요가 없지.”

예전 중국은 불법 복제가 기본인 동네였다.

지금도 불법 복제물 유통은 심각했다. 그나마 영화는 좀 사정이 나은 게, 완다그룹이라는 부동산 재벌이 영화 산업에 진출하면서 중국에 수천 개에 달하는 멀티플렉스를 세웠다. 관객 숫자가 실시간으로 집계가 되고, 이에 따라 정산도 이뤄졌기에 과거처럼 지적 재산권 문제로 다툴 일은 크게 줄었다.

유재원은 안심하고 다음 스케줄을 위해 이동했다. 목적지는 제주도였다.

최근 제주도는 몰라보게 달라졌다.

7~80년대까지는 신혼여행지로 주목을 받았지만, 이후에는 몰락했다. 그러다가 90년대 들어서 다시 조명을 받았고, 2008년인 지금은 대한민국에서 제일 인기인 국내 여행지로 확고부동한 지위를 다진 상태다.

여기엔 매년 수천억 원씩 투자했던 ID 그룹의 힘이 있었다.

제주도에 대한 ID 그룹의 투자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원더랜드로 대표되는 관광 사업이었다. ID 엔터테인먼트의 게임과 영화 콘텐츠를 중심으로 매년 확장에 확장을 거듭하고 있는 원더랜드는 어느 순간, 동아시아 최대의 테마파크로 거듭났다.

최근 원더랜드에 입성한 콘텐츠는 바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였다. 아이언맨 1의 개봉에 맞춰 원더랜드 한쪽에 아이언맨 스트리트가 생겨났다. 놀이기구도 새롭게 추가되었는데 최첨단의 디스플레이 기술과 아이언맨의 테마가 결합된 형태였다.

롤러코스터처럼 극한의 익스트림 체험형은 아니었지만, 자동 주행으로 움직이는 카트를 타고 아이언맨과 함께 전투를 치르는 감각을 제공했다.

새로운 놀이기구가 나오면 언제나 사람들이 몰린다.

그나마 원더랜드는 예약제로 운영되는 테마파크였고 하루 입장객 쿼터가 있었기에, 비싼 돈 들여 입장하고서 하나만 타고 마는 불상사는 없었다. 대신 북새통인 예약사이트를 뚫어내는 게 일이었다.

예전에는 약삭빠른 사람들이 예약사이트에 상주하면서 표를 긁어모은 다음, 프리미엄을 받고 되팔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제는 그것도 힘들어졌다. 스마트폰의 제품번호와 연동되는 스마트 티켓이 나오면서 거래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대신 원더랜드는 제주도 여행사들에게 일부 비율로 티켓을 팔았다. 그렇기에 원더랜드 입장권이 포함된 제주도 패키지여행 상품을 사면 간편하다.

패키지라서 비용 부담이 조금 늘어나는 게 단점이지만, 그래도 해외 여행자들보다는 낫다. ID 그룹 눈치 때문에 국내 패키지는 추가 비용이 최대한 합리적으로 설정되었지만, 외국에 팔리는 상품은 리미트가 없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그런 상품도 올라오자마자 매진되는 게 현실이었다. 특히 중국 사람들의 구매력이 대단했는데, 중국 사람들의 제주도 사랑은 대단했다. 그런 제주도에 와서 원더랜드에 들어가지 못했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여행사들이 국내 여행으로는 챙기지 못한 프리미엄을 해외 여행자 대상으로 마음 놓고 챙길 수 있었다.

원더랜드가 제주도 관광의 대표라면, 제주도의 미래 산업을 대표하는 건 라이트닝 볼트사였다.

전 세계 최초로 전기자동차 양산에 성공한 라이트닝 볼트사는 단숨에 자동차 업계에 지각 변동을 일으켰다.

내연기관을 쓰는 기존 자동차로는 라이트닝 볼트사의 가성비를 죽었다 깨어나도 넘지 못한다는 걸 증명했기 때문이다.

라이트닝 볼트사의 4인승 자동차인 뉴로는 2만 달러라는 초저가에 발매되었다.

차체의 완성도와 주행 성능만 보면 내연기관 자동차로 치면 4만 달러급 이상의 가치였다. 전기 모터로 간소화된 구동계로 원가를 절감했고, 전기자동차에서 제일 비싼 부품인 배터리를 임대 형식으로 돌리면서 2만 달러라는 혁명적인 가격을 달성했다.

여기에 자율주행이라는 마법이 부여되면서 뉴로의 인기는 대기권을 돌파했다.

그와 함께 생겨난 건 정처 없이 길어진 인수대기 기간이었다. 한국과 미국 공장에서 24시간 생산되고 있지만, 주문량이 생산량을 초월한 지 오래였다.

덕분에 현재 라이트닝 볼트사의 현안은 두 개로 압축되었다. 가장 시급한 건 공장 확장이었고, 다음은 이러한 기세를 이어갈 차기 모델의 완성이었다.

덕분에 제주도에 있는 라이트닝 볼트 본사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다.

원래 제주도에는 전기자동차 테스트 필드를 위한 연구소가 있었다. 그런데 연구소의 기능이 점차 거대해지면서 결국에는 본사로 발전하게 되었다. 현재는 1천 명의 직원들이 상주하면서 라이트닝 볼트의 핵심 업무를 진행 중이었고, 볼트 사장도 가족들과 함께 제주도로 이주를 마친 상태다.

현재의 목표는 2세대 전기자동차를 2009년에 출시하고, 연간 생산량을 300만 대로 확장하는 것이었다.

자동차 업계에서 메이저와 마이너를 가르는 기준이 연간 생산량 1천만 대라고 하니, 거기엔 한참 모자라긴 하다. 그렇지만 전기자동차라는 기존에는 없던 시장을 개척하는 점에서는 엄청난 성장세였다.

이러한 성장세를 꾸준히 유지하기 위해 제일 필요한 건 바로 배터리의 안정적인 공급이었다. 특히 라이트닝 볼트는 충전이 아닌 스테이션에서 충전된 배터리를 교환하는 방식을 채택했기 때문에, 배터리의 수요가 훨씬 많았다.

셰브롱과 합작으로 만든 배터리 교환 스테이션마다 완충된 배터리의 재고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LA와 시카고, 뉴욕 등등.

라이트닝 볼트 전기자동차가 많이 팔린 지역에서는 완충 배터리 재고가 바닥나는 일이 많아지고 있었다.

이를 해결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교환 스테이션과 재고를 늘리는 것이다. 문제는 기존 라이트닝 볼트용 배터리는 산요전기에서 공급받았었다. 2차 전지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진작에 알고 있던 유재원이 신일본투자은행으로 지분 전체를 확보한 기업이기도 했다.

문제는 산요전기의 생산량으로는 수요를 감당할 수 없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렇게 해서 협력 업체를 추가하기로 했다.

금성화학과 일성SDI가 치열한 수주 전쟁을 치른 끝에, 금성화학이 승리했다.

심사에는 일체의 사심도 없었다. 단지 일성SDI는 미래자동차가 주도하는 수소전지와 라이트닝 볼트 사이에 저울질을 하다가 미래자동차 쪽으로 기울어진 모양인지, 제안서에 담긴 특색이나 적극성이 너무나 부족했다.

반면 가만히 있어도 반은 앞서 갈 수 있었던 금성화학은 기대 이상의 적극성을 보여주었다. 그러니 라이트닝 볼트 사의 파트너로 선정되는 건 당연했다. 덕분에 금성화학 사장은 유재원의 초청으로 MOU 체결을 위해서 제주도까지 내려올 수 있었다.

100조 원짜리 사업이니 당연한 일이지만, 그보다 더 의미 있는 합작 사업이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차세대 2차 전지라고 기대를 모으고 있는 전고체 전지의 공동 개발 사업이었다.

=============================

[작품후기]

추천과 리플, 선작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원고료 쿠폰, 후원 쿠폰도 완전 감사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