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753화 (753/1,007)
  • 729회

    프로듀스 마이 슈퍼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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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이 시간부터, 유튜브에 자동 자막 서비스가 시작됩니다. 차세대 번역기의 파워 덕분이지요.”

    유재원이 하나 더를 외치며 꺼낸 건 유튜브였다.

    작년부터 유재원은 대놓고 유튜브를 밀어주고 있었고,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더욱이 차세대 번역기가 제대로 힘을 발휘할 인터넷 서비스였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넘어서 아이폰에도 앱이 탑재되면서 유튜브의 저변은 순식간에 전 세계로 확대됐다.

    스마트폰 시장은 이제 연간 3억 대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중국과 인도라는 거대 시장에서 스마트폰 보급률이 빠르게 오르고 있는 덕이다. 이미 보급된 스마트폰의 숫자만 해도 10억 대는 넘어섰다.

    이들이 전부 유튜브를 쓰지 않을 테지만, 이 중에 10%만 사용해도 1억 3천만 명이다. 실제 유튜브 사용 비율은 10%보다 한참 높다.

    그렇기에 하루에만 수만 편의 비디오가 유튜브 서버에 업로드된다. 문제는 나라별 비율로 나눠 보면 활발하게 활동이 이뤄지는 몇몇 국가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당연히 미국이 제일 방대한 물량을 자랑한다. 다음이 유럽이었고, 한국은 3위였다.

    다만 미국이나 유럽에서 올라오는 영상이 아시아 지역 유저들에게 흥미를 유발하지 못하느냐? 그건 아니었다.

    멋진 풍광을 자랑하는 곳을 FHD를 넘어 UHD 4K의 화질로 찍어 5분이나 10분 분량으로 편집해 올리는 영상은 누구나 좋아한다.

    CPU의 벤치마크로 쓰기에도 좋고, VGA의 비디오 코덱 가속 테스트를 하기에도 좋지만, 영상미 자체에 푹 빠지는 경우도 많았다. 오지에 들어가 맨손으로 각종 가재도구를 만들고, 집을 짓는 내용의 콘텐츠도 인기였다.

    멍청한 잭처럼 몰래카메라부터 바보 같은 짓까지 다양하게 일을 벌이면서 웃음을 주는 유튜버도 많아졌다.

    유튜브 서비스가 시작된 지 3년 만에 다양한 카테고리가 생기면서 각자의 영역을 확보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콘텐츠들은 인류의 보편적 감성 안에 있었기에, 인종이나 종교 등에 상관없이 두루두루 즐길 수 있는 것들이었다.

    영어만 알아들을 수 있다면 말이다.

    그 문제를 차세대 번역기가 해결해 주겠다는 말이었다. 음성과 자막이 뜨면 이를 알아서 해석해 준다. 문제는 정확성이겠지만, 회귀 전 유튜브가 했던 자동 자막 서비스와는 차원이 다를 거라고 유재원은 자부할 수 있었다.

    “초기라서 완벽하진 않을 겁니다.”

    여기에 유재원은 다른 사람들이라면 하지 않을 말도 덧붙였다.

    지금과 같은 초대형 발표 이벤트 자리에서 본인이 발표하는 제품에 하자가 있다는 걸 말하는 사업가는 유재원 말고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차세대 번역기도 약점은 있다.

    이를테면 오토튠으로 피치를 마음대로 조정한 목소리는 원어 인식률 자체가 급감한다. 원어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니 번역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다음으로는 오디오가 마구 맞물리는 상황이다.

    시장 바닥처럼 사방에서 목소리가 엉키게 되면 오토튠과 마찬가지로 인식률이 떨어진다.

    “그래서 차세대 번역기 런칭을 기념하여 전 세계 사람들이 즐길 이벤트를 개최할까 합니다. 이른바 잘못된 자막 찾기 이벤트랄까요.”

    방법은 쉽다.

    자동 자막 중에 번역이 제대로 되지 않은 부분을 사용자가 직접 수정해 주는 것이다.

    “이번에도 누구나 만족할 상금을 걸겠습니다. 10건당 1N포인트를 드릴 것이고, 1년간 신고 건수가 가장 많았던 TOP 100분에게 일괄적으로 10,000N포인트를 드립니다. 물론 최고의 성과를 올리신 단 1분께는 100만N포인트를 드리겠습니다.”

    유재원의 말을 여기까지 들은 사람들은 현상금 헌터가 되는 대박을 꿈꿨다. 하지만 녹록지는 않을 것이다.

    일단 차세대 번역기에 약점이 있긴 해도, 기본기는 탄탄했다. 웬만한 동시 통역가의 수준은 뛰어넘었으니, 번역 오류를 쉽게 찾진 못할 테니 말이다.

    오류를 찾았다고는 해도 순발력 문제다. 남들보다 빠르게 신고를 해 줘야 본인의 공으로 인정이 된다.

    “다만, 번역 오류를 신고하실 때, Z+의 문법에 따라 주셔야 합니다.”

    사람이 운영하는 신고센터를 돌리는 게 아니라, 차세대 번역기가 구동되는 인공지능에 그대로 데이터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그렇기에 인공지능이 인식할 수 있는 문법에 따라 줘야 하고, 그것이 Z+의 문법이었다.

    “이미 알고 계신 분도 많겠지만, Z+의 문법이 어렵진 않을 테니, 많은 참여 부탁드리겠습니다.”

    그것으로 유재원의 안드로이드 S8과 차세대 번역기의 발표가 끝났다.

    이번에도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객석에 있던 이들과 라이브 스트리밍을 보고 있던 이들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발표였다.

    다음 날.

    “오늘은 좀 낫네.”

    3일 차 IDDC에는 유재원이 등판하는 이벤트가 없었다.

    덕분에 어제보다 더 한가한 자세로 컴퓨터를 즐길 수 있었다. 지금 유재원이 보고 있는 건 HTS를 통해 띄워진 ID 그룹 계열사들의 주가 동향이었다.

    첫날 Z+ 발표에도 미지근했던 주식시장은 어제 안드로이드 S8이 발표되자 드디어 원하는 게 나왔다며 반응을 보였다.

    안드로이드 S8을 만들어낸 ID 테크놀로지와 이 제품을 생산할 ID 일렉트로닉스의 주가가 나란히 8% 이상 상승했다.

    “8번째 시리즈라고 8%가 오르는 건가?”

    나머지 계열사들도 시너지 효과를 받는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2~4%의 견조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상장된 계열사들의 지분을 51%씩 일괄 보유하고 있는 유재원이었으니, 오늘에만 수십조 원의 재산이 늘어난 것과도 같았다. 하지만 유재원은 주가의 상승을 본인의 재산이 늘었다는 식으로 인식하진 않았다.

    “팔아야 내 돈이지.”

    회귀 전 주식 투자도 했던 유재원이었기에, 팔아야 내 돈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잡혀 있었다. 더욱이 ID 그룹 계열사 지분은 팔 생각도 없었으니, 계좌의 주식 평가 금액은 그림의 떡과 같았다.

    그렇지만 시장의 분위기를 살피는 데 주식만 한 게 없다.

    안드로이드 S8의 매출이 역대 최고치를 찍을 거라는 소식이었기에, 당분간 ID 그룹의 주식들은 우상향의 아름다운 그래프를 그려내 줄 것이다.

    HTS를 보며 만족감을 띄웠던 유재원은 이번엔 웹브라우저를 실행해 블룸버그닷컴에 접속했다. 전 세계 경제 관련 최신 뉴스를 빠르고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매체였다. 유료라는 단점이 있지만, 그래서 신뢰도가 더 높았다.

    -일성, 옴니아 4G 스마트폰 출격 대기!

    -금성, 옵티머스 6 준비 중. 4G 지원.

    블룸버그닷컴의 기사들 중에 유재원의 시선을 뺏는 건 안드로이드 호환 스마트폰 이야기였다.

    안드로이드 모바일 운영체제의 공개와 M시리즈 AP의 외부 공급을 시작한 다음부터 전 세계 전자업체는 안드로이드 호환 스마트폰 제작에 돌입했다.

    전통의 노키아도 자존심을 버리고 안드로이드 호환 스마트폰을 만들었고, 유럽의 대형 가전업체도 뒤를 따랐다. 하지만 가성비 문제와 브랜드 이미지 때문에 판매량은 시원찮았다.

    대신 한국과 대만,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의 성과가 상당했다.

    일성의 옴니아와 금성의 옵티머스는 중저가폰 시장에서 상당한 점유율을 발휘했다. 특히 가격대 성능비가 좋았다. 동급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비해 20만 원은 저렴한 가격이었는데, 여기에 할부의 마법과 통신사의 약정 지원금이 더해지면 0원짜리 스마트폰도 만들어질 지경이었다.

    그렇지만 한국 업체들의 추격이 ID 그룹의 경계심을 끌어올릴 정도는 아니었다. 진정한 위협은 따로 있었으니 말이다.

    -화웨이 메이트 4 출격!

    -화웨이, 자체 AP 개발 착수.

    -기린 프로젝트에 300억 위안 투자. 차기 메이트폰부터 채용할 계획!

    -샤오미 299달러짜리 초저가 Mi6 폰 내놓는다.

    중국 안드로이드 호환 업체들이었다.

    LCD 모듈과 낸드 플래시 메모리칩, 일반 DDR 메모리 칩을 자체 생산하고 있는 중국은 이러한 부품을 모아 안드로이드 호환 스마트폰을 제조 중이었다. 여기에서 AP와 모바일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만 ID 그룹으로부터 수급을 받는 중인데, 화웨이를 필두로 AP까지 독립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었다.

    “얘네들은 변한 게 없네.”

    90년대에는 대륙스러운 노골적인 짝퉁 제품들이 만들어졌다. IB폰이니 타파니폰이니 하는 게 이때 나온 물건이었다.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짝퉁을 만들며 쌓은 기술로 자체 브랜드 제품을 만들었다. 물론 제품 안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은 수입해 썼지만, 그런대로 굴러는 갔다.

    이제는 모방의 단계를 벗어나 여러 핵심 부품을 자체 생산하는 중국이었다. LCD와 메모리 반도체 정도는 쓸 만한 수준에 이르렀다. 거기에서 자신감이 쌓인 모양인지 이제는 AP까지 자기들이 만든 제품을 쓰겠다는 것이다.

    회귀 전에 밟았던 루트를 그대로 가겠다는 것인데, 과연 ID 그룹이 보유한 특허를 피해서 자체 개발 AP를 만들 수 있을 것인가가 관건이다.

    그건 회귀 전에도 불가능했던 일이었다.

    회귀 전 중국은 지적 재산권 문제를 푸는 게 아니라 무시했다. 말 그대로 해외 업체들의 지적 재산은 무시하고 제품을 만들어냈다. 이 때문에 해외로의 수출길은 막혔지만, 중국 내에서 소비되는 내수 물량으로도 충분히 공장을 돌리고도 남았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중국의 행보가 거기서 끝나면 다행인데, 내수 시장에서 쌓은 자신감으로 해외 시장 진출까지 노린다는 게 문제였다.

    해외 시장 공략의 첨병으로 나선 기업이 바로 화웨이였다. 엄청나게 저렴한 가격으로 5G 중계기 시장을 장악했다. 반대로 중국 내수 시장은 온갖 비관세 장벽을 들이밀면서 철저히 방어했다.

    “그 꼴은 절대 못 본다.”

    지적 재산권 무시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백도어였다.

    중국은 매일같이 억울하다면서 절대 백도어는 없다고 했지만, 나중에 가서는 은밀하게 숨겨진 백도어들이 다 드러났다.

    회귀 전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초장부터 밟아 놓아야 한다. 반도체는 치킨레이스로, 짝퉁 스마트폰은 국제적 연대와 소송으로 절대 중국 밖으로 나오는 걸 차단할 작정이다.

    물론 근원적인 문제 해결은 아니었다.

    중국 공산당의 기조가 바뀌지 않는 한은 끝나지 않을 싸움이었으니 말이다. 다만 그건 먼 미래의 일이었다.

    “지금은 메모리 반도체 치킨레이스에 집중해야지.”

    화웨이나 샤오미, 오포 등등.

    중국의 스마트폰 업체들이 4G 제품을 양산할 시점과 함께 유재원은 치킨런을 시작할 작정이었다. 단기적으로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폭락해서 중국 업체들도 이익을 챙길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중국이 반도체 굴기 사업으로 수백, 수천억 위안을 투자해 만든 메모리 업체가 부도가 난다면, 국가차원에서는 큰 손해였다.

    다만 우려되는 건 안드로이드 S8의 판매량이다. 쓰촨성 지진의 일로 유재원의 선의가 중국에 알려지며 중국에서의 안드로이드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는 중이었다. 선주문이 1천만 대가 들어왔었고, 지금까지도 꾸준히 주문량이 늘어나고 있었다.

    치킨레이스 이후로 중국인들의 감정이 상해서 판매량이 떨어진다면 아쉬운 일이었다.

    물론 이건 치킨레이스에서 승리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대한 가정이지만, 유재원의 머릿속에는 ID 일렉트로닉스가 패할 거라는 생각 자체가 없었다.

    기술 그리고 자본력.

    치킨레이스의 승패를 좌우할 두 가지 요소에서 ID 일렉트로닉스는 경쟁자를 찾을 수 없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덕분에 유재원은 안심하고 3일 차 IDDC에 집중할 수 있었다.

    띵!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마이크 모하임 사장의 기조연설이 시작됩니다.

    인공지능 비서 골드의 알람 소리.

    오늘의 주인공은 골드의 말 그대로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다.

    -우와악!

    -블리자드다!

    당연하게도 채팅창은 난리가 났다.

    일단 모하임 사장이 얼굴을 비췄다는 것 자체가 오늘 발표가 보통이 아님을 증명했으니 말이다. 2003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첫 번째 확장판 불타는 성전 발표 후에 처음으로 공식 자리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니, 당연했다.

    채팅창에서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두 번째 확장팩이 나올 거라는 사람, 다른 게임의 차기작이 나올 거라는 사람들, 완전히 새로운 신작이 나올 거라는 사람들 사이로 의견이 팽팽히 갈렸다.

    -그러면 준비한 영상을 보시지요.

    마이크 사장은 짤막한 인사와 함께 잠깐 무대에서 내려갔다.

    -스타크래프트다!

    -오오! 맞다! 스타크래프트 로고다!

    정답은 역시나 유튜브의 채팅창에서 제일 먼저 알아봤다. 무대가 암전되고 메인 스테이지 스크린에 블리자드 로고가 뜨는 순간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블리자드사는 게임마다 블리자드 로고에 변화를 주었는데, 스타크래프트의 블리자드 로고는 별빛의 바다에 파란색의 로고였다.

    -스타크래프트 2인가?

    그걸 알아본 유튜버들이 오늘 모하임 사장이 발표할 게임을 바로 짐작했다.

    안타깝게도 틀렸다.

    -스타크래프트 두 번째 확장팩, 자유의 날개.

    그것이 오늘 모하임 사장이 들고나온 스타크래프트의 차기작 이름이다.

    -두 번째 확장팩?

    회귀 전 스타크래프트 2의 인기가 얼마나 빠르게 사그라들었는지 두 눈으로 보았던 유재원이었다. 반면 스타1은 민속놀이가 되어 21세기 중반까지 살아남았다. 스타1과 함께 스타2도 부흥하길 기대했지만, 같이 죽어버렸던 것이다. 그렇기에 이번에는 스타크래프트 2가 아닌 확장팩 개념으로 후속작을 이어가는 쪽으로 내부 정리를 했다.

    한 번 스타는 영원히 스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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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후기]

    추천과 리플, 선작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원고료 쿠폰, 후원 쿠폰도 완전 감사합니다~!!

    4차산업혁명의 딜레마가 일자리 문제지요.

    차세대 번역기로 언어의 장벽이 사라지는 건 좋지만, 번역가과 통역사 분들의 일자리가 위태로워졌으니 말입니다.

    오류가 난 번역을 신고하면 포인트를 주는 것으로는 완전한 대책은 아니지요.

    앞으로 잘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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