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746화 (746/1,007)

722회

황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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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각.

-박지성 선발!

-우와아악! 대박이야!

-퍼거슨 감독님! 믿고 있었다고!

-후보라고 했던 놈들, 머리 박고 반성해라!!

한국의 인터넷이란 인터넷 커뮤니티는 박지성 선수의 선발 소식에 게시글과 댓글이 폭발적이었다. 회귀 전 선발 출전이나 교체 명단에 들지 못했을 때도 커뮤니티들이 난리법석이 되었지만, 이번에는 차원이 달랐다.

한국 축구 선수가 유럽에 진출한다는 것은 아직도 특별한 일이었다. 유럽 축구 대회 중에서도 최고의 영예인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 선발 진출한다는 건 너무나도 영광스러운 일이었다.

유재원 역시 마찬가지였다.

경험의 깊이가 남다른 유재원이지만, 김대석 비서실장의 선발이란 말에 절로 펄쩍 뛰면서 기쁨이 표출되었다.

“그러면 비장의 무기도 꺼낼 때가 되었군요!”

비장의 무기라는 소리에 김대석 비서실장이 호텔방 한구석에 놓여 있던 007가방을 들어 유재원 앞으로 가져왔다. 능숙한 손놀림으로 암호를 입력해 가방을 개봉하자 어른 주먹 크기의 정육면체가 등장했다.

“AC-R4입니다.”

유재원이 말했던 비장의 무기가 바로 이 녀석 액션캠이었다.

참고로 액션캠은 액션 캠코더의 줄임말이다.

캠코더라고 하면 이제는 전문가용만 살아남고 있는 제품이었다. 과거에도 그다지 많이 보급되는 제품은 아니었다. 홈비디오를 찍고 싶은 소수의 사람이 가정용 캠코더를 구매해서 촬영하곤 했지만, 여러 가지 제약들이 있었기에 보급률은 시원찮았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이 캠코더 시장을 완전히 잠식해 버렸다. 고화질의 영상도 스마트폰으로 무리 없이 촬영할 수 있게 되면서, 그렇지 않아도 좁았던 가정용 캠코더 시장은 더더욱 좁아졌다.

그렇지만 스마트폰이 모든 상황에 적합한 것은 아니었다. 스마트폰에 달린 소형 CCD의 최대 단점은 화질이었다. 화면 전환이 빠른 장면에선 화질 열화가 심하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재원이 하이테크 연구소에 주문한 물건이 바로 이 녀석 정육면체의 액션캠이다.

전면에는 고성능의 표준 줌 렌즈가 장착되어 있고, 반대편에는 LCD 화면이 장착되어 있다.

“저번에 말씀하셨던 단점은 모두 잡았다고 합니다.”

“역시, 우리 박사님들의 능력은 최고네요.”

R은 리버전의 줄임말이었으니 4번째 수정 제품이라는 의미였다. 그도 그럴 것이 유재원이 액션캠이라는 콘셉트를 하이테크 연구소에 보낸 게 작년 가을쯤이었다. 이후 시제품이 올해 초에 나왔는데, 역시나 단점들이 쏟아졌다.

연구소와 유재원이 피드백을 주고받으면서 수정에 들어갔고, 4번째인 R4에서 쓸 만한 게 나왔다.

타이밍 좋게도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 맞춰서 R4가 나왔다.

겉으로 보면 캠코더를 앞뒤로 꾹 압축한 것처럼 단순한 형태지만, 기능은 단순하지 않았다.

전원을 켜고 몇 초가 지나자 LCD 화면에 연두색 안드로이드 로봇이 등장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내부에는 스마트폰에서도 최고 성능인 안드로이드 S7을 그대로 탑재했기 때문이다.

단순히 동영상만 찍는다면 굳이 안드로이드 시스템을 탑재할 이유가 없었지만, 유재원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덕분에 하이테크 연구소의 박사님들은 주먹만 한 크기의 액션캠 본체에 안드로이드 시스템을 욱여넣었다.

여러 가지 목적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라이브 스트리밍을 위해서였다.

액션캠 R4의 부팅이 끝나자 LCD 화면에 여러 아이콘들이 나타났고, 거기서 유재원은 탐스러운 빨간색 아이콘을 터치했다.

유튜브 앱이다.

액션캠에 안드로이드 시스템을 빌트인 시킨 이유는 딱 하나, 기기 하나로 라이브 스트리밍을 하기 위해서다.

유튜브 앱을 켜고 라이브 버튼을 누르자 간단한 라이브 환경 설정이 나타났다. 거기서 제목과 화질 따위의 옵션을 설정하고 라이브 시작 버튼을 누르자 바로 캠코더 화면으로 넘어갔다.

“보이나요?”

“네! 보입니다!”

유재원의 물음에 척하면 딱인 김대석 비서실장이 바로 화답했다.

김대석 비서실장은 본인의 스마트폰을 들고 일반 시청자용 유튜브 앱을 켜서 유재원이 만든 테스트용 라이브 방에 접속했다.

김대석의 화면에는 유재원이 머물고 있는 모스크바 최고급 호텔방의 모습이 비춰지고 있었다.

“화질도 아주 좋습니다.”

“딜레이는 어때요?”

유재원은 이번엔 액션캠에 시계를 비췄다.

“음, 10초 정도 되는 거 같습니다.”

스마트폰 속에 비춰진 시계와 실재 시계의 시간 차이를 비교한 김대석이 정확하게 답을 주었다.

“그 정도면 괜찮네요.”

세상에 둘도 없는 유일한 액션캠을 만들어 유재원이 하려는 것. 그것은 바로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의 현장 라이브 방송이었다. 그것도 방송사 영상을 인터넷으로 재방송하는 게 아니라, 직관하고 있는 모습을 그대로 라이브 스트리밍을 하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고화질의 현장감 넘치는 화면으로 말이다.

러시아의 무선 통신 환경은 3G이니 고화질 송출이 불가능할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 와이파이라는 비장의 무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액션캠 R4에 탑재된 무선랜은 100MBps의 속도를 자랑했기에 FHD에 60프레임인 고화질의 영상을 라이브로 송출할 수 있다.

만에 하나 와이파이도 먹통이 되었을 경우를 대비해서 VIP 관람석에 유선 랜 케이블을 준비해 놓았다.

오히려 이번 라이브 스트리밍을 준비하면서 유재원이 만난 제일 큰 장애물은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였다.

바로 법률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었다.

챔피언스 리그 중계권은 상당히 비싼 몸값을 자랑했고, 나라마다 다양한 조건을 내걸면서 판매되었다. 그렇기에 유튜브로 전 세계 라이브 스트리밍을 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대신 일부 나라에서는 가능했는데,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일부 나라들과 미국이었다.

두 권역 모두 ID 그룹 계열사들이 중계권을 가지고 있었고, 인터넷 중계권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쉽게도 전 세계 라이브 스트리밍은 못 하지만, 한국과 미국 그리고 일부 동아시아 나라에는 가능했다.

액션캠이 준비되지 못하거나, 저작권 문제가 해결되지 못했더라면 이번 깜짝 이벤트는 시작할 수 없었을 테지만, 타이밍 좋게도 결승전 시작에 앞서 모두 해결되었다.

“자, 그럼 출발할까요.”

여분의 배터리까지 든든히 챙긴 유재원은 결전의 장인 루즈니키 스타디움으로 이동했다.

수용 인원 8만1천 명의 루즈니키 스타디움은 모스크바에서 가장 큰 경기장이었다. 영국에 웸블리, 한국에 상암구장이 있다면 러시아는 루즈니키 스타디움이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정도였다.

그런 루즈니키 스타디움이 파란 물결로 뒤덮였다.

07-08 시즌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을 유치하는 데 러시아가 성공했는데, 마침 결승전에 진출한 팀 중 하나가 바로 첼시 FC였기 때문이다.

첼시 FC의 구단주가 러시아의 신흥 재벌인 로만 아브라모비치였고, 러시아 사람들은 이를 자랑스러워했다. 자연스럽게 러시아 사람들 중에는 첼시 FC의 팬도 많아졌다. 덕분에 중립 구장이었어야 할 루즈니키 스타디움은 첼시 FC의 홈구장처럼 변했다.

당연히 첼시 FC의 구단주인 로만 회장도 루즈니키 스타디움에 일찌감치 도착한 상태였다.

“안녕하십니까? 유 회장님!”

그런 로만 회장이 먼저 찾아와 인사를 하는 상대가 있었으니, 당연하게도 유재원이었다.

“아! 로만 회장님!”

VIP용 스카이 박스에 도착해 짐을 풀고 있던 유재원은 로만 회장의 인사에 반가워했다. 그러면서 악수도 먼저 청했다. 로만 구단주 역시 공손하게 손을 잡으며 악수를 나눴다. 로만을 잘 아는 사람이 봤다면 낯설게 느껴질 법한 모습이었다.

바로 로만 구단주 곁에 있는 비서 같은 사람이 그랬다.

러시아에서는 그야말로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라이브 스타일을 즐기던 사람이 로만 아니었던가. 당연히 로만이 극도로 모시는 사람은 현 러시아 대통령인 푸틴이었다. 푸틴이라면 껌뻑 죽을 흉내도 낼 수 있었지만, 그 아래로는 거들떠보지도 않는 로만 구단주였다.

그런 로만 구단주가 먼저 인사를 했다.

“직관을 하러 오신다는 소리에 꼭 한 번 인사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심지어 로만 구단주는 먼저 영어로 말했다.

부자가 된 다음부터는 볼 수 없었던 로만 구단주의 모습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로만 구단주의 재산은 미화 200억 달러, 한국 돈으로 20조에 달하는 규모였다. 무일푼이었던 그가 이처럼 커다란 부를 쌓을 수 있었던 것은 소련 붕괴 후 헐값으로 나온 석유 자산을 싼값에 매입한 덕이었다.

물론 구소련 시절의 자산을 불하받는 것 역시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로만도 은인이라 할 수 있는 보리스 베레좁스키와의 인연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하여튼 석유 자산은 로만 구단주의 재산 목록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최근에는 셰브롱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바로 시베리아-태평양 송유관 사업이었다. 로만 구단주의 석유 기업도 참가하는 프로젝트였고, 원유도 원유지만, 송유관 건설의 핵심인 송유관 제조에도 한발 걸쳐 있었다.

문제는 로만 구단주의 석유 사업체는 전 세계 석유 산업 전체로 보자면 그다지 큰 규모도 아니었다. 당연하게도 셰브롱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았다.

그런 로만 구단주의 재산은 유재원과 비교하면 더욱 초라해진다.

로만은 첼시 FC의 인수와 함께 축구 이적 시장에서 극강의 바이어 포지션을 잡았다. 한때는 돈으로 축구하냐는 소리를 들었을 정도다. 하지만 유재원 앞에서는 언제나 2인자였다. 첼시 FC가 원하는 선수들은 어지간하면 다 데려올 수 있었지만, 영입 시장에서 맨유와 경쟁하게 되면 늘 패했다.

같은 돈이라면 첼시와 맨체스터 중에 맨체스터를 선택하는 선수가 더 많았다. 그런데 맨체스터가 돈질에서 밀리는 구단도 아니었다.

무엇보다 러시아 최강 권력인 푸틴 대통령이 유재원과 매우 각별한 사이라는 것은 로만 구단주의 육중한 몸을 먼저 움직이게 만드는 결정적인 요소였다.

축구만 생각하면 절대 상종하고 싶지 않은 존재가 유재원이었지만, 그보다 비즈니스가 우선이라는 마인드로, 유재원을 먼저 찾아온 것이었다.

“그런데 제가 일하시는 데 방해한 거 아닌지 모르겠군요.”

문제는 용기를 내어 방문한 유재원의 VIP실은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것인지, 엄청나게 분주했다는 점이다.

“괜찮아요! 라이브 스트리밍 세팅인데 거의 끝났거든요.”

“라이브 스트리밍?”

로만 구단주에겐 너무도 낯선 말이었다.

“인터넷으로 이번 경기를 중계하는 거죠. 함께 경기를 보면서 채팅을 하는 건 또 다른 재미거든요. 물론 이번 결승전 자체도 재미있겠지만요.”

“아, 그렇군요. 그런데 라이브 방송이 잘 끝날지 모르겠습니다. 마지막에 웃는 자는 파란 피의 사람들일 테니까요.”

순간 로만 구단주는 말을 내뱉고 아차 싶었다.

불쑥 튀어나온 라이벌 의식 때문에 말에 날이 서 버렸기 때문이다.

“하하! 로만 구단주님은 자신만만하시군요. 하지만 우리 맨체스터는 역대 최강입니다.”

유재원과 로만은 누가 더 강한 축구 클럽인지 따지는 것에 여념이 없었다. 구단주의 품격은 전혀 찾을 수 없었다. 마치 펍에서 맨체스터 팬과 첼시 팬 사이에 가볍게 시비가 붙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말이다.

“내기라도 걸까요? 이를테면 현실이든 인터넷이든 승자 팀 앞에는 세계 최고의 축구클럽이라는 수식어를 1년간 붙여주는 거죠.”

그 상태에서 유재원이 먼저 치고 나갔다.

“그정도로 되겠습니까? 거기에 추가로 소원을 들어주는 건 어떻겠습니까?”

“그래요? 저는 로만 구단주님 생각해서 조건을 걸었던 건데요.”

“천만에요. 저는 문제없습니다.”

로만 구단주 역시 지지 않겠다는 태도로 배짱을 부렸다. 어쩌면 이번 일을 핑계로 비즈니스 적인 요청을 할 것 같기도 했다.

“좋아요. 그러면 아예 우리의 내기를 공표하죠. 톡톡에다 말이죠.”

거기까지 생각에 이르자 유재원은 확 질렀다. 톡톡에 올리자는 말에 순간 멈칫했던 로만 구단주였지만, 여기까지 와서 발을 뺄 수가 없었다.

“좋습니다!”

결국 각자의 스마트폰을 들고 사이 좋게 찍은 사진을 톡톡에 업로드하면서 세기의 내기를 걸었다는 소식을 공지했다.

공룡과 같은 팔로워 숫자를 자랑하는 유재원이었고, 로만 구단주 역시나 상당한 팔로워가 있었기에, 둘의 내기 소식은 인터넷에서 급속도로 퍼져 나갔다.

그러는 사이 챔피언스 리그의 결승전 시작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로만 구단주는 경기 후 보자는 말과 함께 본인의 자리로 돌아갔고, 유재원은 세팅이 끝난 액션캠을 들고 라이브 스트리밍을 켰다.

그렇지 않아도 뜨거운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인데, 유재원과 로만 구단주의 내기가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덕분에 유재원이 라이브 스트리밍 방송을 개시하자마자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액션캠 R4 앞에서 경쾌하게 인사하는 유재원은 대기업 유튜버의 클라스가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주겠다는 의지가 가득 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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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추천과 리플, 선작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원고료 쿠폰, 후원 쿠폰도 완전 감사합니다~!!

유튜버로 전업한 주인공 이야기도 상상해 봤는데, 참 재미있겠더군요.

시청자 이벤트로 최신 안드로이드폰 100개 뿌리기!

아이폰 언박싱하기!

이번에 나온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 직관 생중계하기도 아무나 못할 짓이긴 하지만요...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 이야기는 내일 확실히 끝장을 볼테니, 혹시나 늘어지는 거 아니냐는 걱정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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