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8회
황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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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촨성 대지진 발생 후, 하루가 지났다.
전 세계는 모두 경악했다. 동시에 쓰촨성 대지진이 터진 순간부터 아파트와 마천루가 우르르 쓰러지는 모습을 실시간에 가까운 속도로 전 세계인이 확인한 최초의 사건이기도 했다.
옛날이었다면 동영상을 찍기 위해서는 캠코더가 필요했고, 사진을 찍으려면 사진기를 들고 와야 했다. 더욱이 테이프와 필름을 디지털로 전환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수고로운 공정을 거쳐야만 컴퓨터에 옮길 수 있었다.
번거로운 일이었고, 가격도 비싸서 대중화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완전히 달라졌다.
고해상도의 카메라로 FHD의 영상과 고화질의 사진을 동시에 촬영할 수 있었고, 고속의 인터넷으로 전 세계의 어디로든 전송할 수 있는 세상이었다.
-쓰촨성 대지진, 유 회장의 예언대로 발생!
-리히터 규모 8.0의 파괴력!
-대지진으로 드러난 도시 단위의 부실.
-멀쩡한 건물 찾는 게 더 어려울 지경.
덕분에 방송국에서는 수많은 사람이 올린 영상에 온갖 자극적인 타이틀을 붙여 방송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이처럼 과거보다 몇 배는 빨리 현지 영상을 입수해 보도할 수 있는 세상이지만, 그래도 현지에서 직접 라이브를 하는 것만큼은 따라가지 못했다.
문제는 이 나라가 중국이었다는 점이다.
CNN과 같이 전쟁과 재난 현장에서 빠지지 않는 회사들은 현지 라이브를 준비하려고 했다. 그러나 현지에서의 라이브는 아직도 불가능한 상태였다.
중국 정부가 본인들의 치부가 드러나는 건 절대 사양했기 때문이었다. 조만간 열릴 올림픽을 위해서라도 쓰촨성의 대지진의 보도량은 최소화한다는 원칙이 만들어졌다.
이렇게 쓰촨성에 피해 복구를 위한 조치보다 언론 통제를 더 빠르게 결정했다는 것은 선진국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다. 하지만 중국이라는 나라는 모든 것이 공산당의 중심에 있었기에 얼마든지 가능했다.
이러한 조치로 인해서 취재진들의 쓰촨성 진입은 막혀 있었다. 그나마 관영 방송국과 언론사만이 진입할 수 있었지만, 외국 언론이라면 어림도 없었다.
단순히 행정적 조치로 끝이 아니라 중국 정부는 쓰촨성에 대규모 중국 공안부 직원들을 파견했다. 이들이 눈에 불을 켜고 카메라를 든 사람들을 잡아냈다.
그렇지만 사람이 하는 일에는 빈틈이 나오기 마련이다.
DSLR이든 ENG 카메라든 다 잡아내는 공안들이었지만, 스마트폰만큼은 어찌하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쓰촨성에서 유일하게 정상인 통신 장치가 바로 스마트폰이었으니 말이다. 기존 중계기가 대지진에 휩쓸려 먹통이 되었지만, P마켓 차이나와 텐센트의 마 회장이 이동용 중계기를 대거 들여놓으면서 통신망이 복구되었다.
이를 통해 이산가족이 될 뻔했던 이들이 잃어버린 가족들을 찾을 수 있었고, 실종자들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다.
스마트폰의 위치 추적을 통해서 말이다. 심지어 무너진 건물 안에서의 생존자들로부터 통신이 들어오기도 했다.
이처럼 재난 상황 속에서 가장 중요한 도구가 된 스마트폰이었기에, 함부로 막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덕분에 살판이 난 건 빠르게 행동했던 잭 다니엘과 같은 녀석이었다.
공안들은 유튜브가 뭔지 몰랐다. 중국 공산당 수뇌부들 역시나 쓰촨성에 모든 시선이 집중된 탓에 유튜브와 같은 인터넷 라이브 방송을 통해서 중국의 상황이 생생히 전달되고 있다는 것을 아직 눈치채지 못했다.
심지어 유튜브는 중국 서비스를 하지도 않았기에, 인지도 자체도 없었고 막아야 한다는 의지 자체도 없었다.
공안들이 보일 때는 딴청을 피우다가, 지나가면 다시 들어 올려서 방송을 이어나가는 것 정도는 충분히 가능했다.
어제는 학교에서 진탕 굴러가며 피해자 수색을 도왔던 잭 다니엘이었지만, 오늘은 방송을 제대로 하기 위해 청두시를 구석구석 누볐다.
“와, 여기가 임시 거주 시설이네요.”
그런 잭에게 공터에서 지어지고 있는 대규모 임시 거주 시설이 보였고, 근처에 공안이 없는 것을 확인한 잭은 바로 스마트폰을 켜고 유튜브 라이브를 했다.
유튜브 라이브의 장점은 라이브 방송 버튼만 누르면 바로 방송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구독자에게는 방송 알람이 자동으로 전해진다. 무엇보다 시청자 숫자가 적더라도, 방송한 결과물은 유튜브 서버에 자동 저장되고, 나중에 받아서 편집도 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방송할 수 있으면 최대한 하는 게 좋았다.
“ID 로고! 역시, 이렇게 좋은 임시 거주 시설을 중국 당국이 준비하고 있을 리는 만무하죠.”
-오! 우리 집보다 좋은데?
-그러게? 난민촌 움막하고는 차원이 다르네.
잭 다니엘의 스마트폰을 통해 전해진 건 청두 외곽에 지어지고 있는 대규모 이재민 수용 시설이었다.
난민촌의 경우 A형 텐트처럼 얼기설기 지어진 후줄근한 천막이 보통이지만, 지금 지어지는 시설은 그야말로 그럴듯한 집의 형태였다.
샌드위치 패널로 벽을 쌓고, 지붕도 올렸다. 그러면서 통풍과 채광을 위해서 큼지막한 창문도 장착했다. 미리 샌드위치 패널에 전기 배선도 해 놓았기에 외부 전원만 연결되면 바로 가전제품을 사용할 수 있었다.
잭 다니엘이 도착한 공터에는 이런 임시 거주 시설이 1천 개가 늘어서 있었다. 임시 거주 시설 한 채당 보통 하나의 가족이 배정된다. 중국은 보통 4인 가족이었으니, 4천 명이 동시에 거주할 수 있었다.
청두시에만 이러한 시설이 무려 10여 곳이 지어지고 있었고, 쓰촨성 전체로 보면 30개소 규모로, 이재민 12만 명을 수용할 수 있었다.
대신 샤워 시설이나 화장실은 없으니 외부에 만들어진 대규모 공공시설을 써야 한다. 음식 조리 역시 마찬가지다. 불에 약한 샌드위치 패널이니 안에서 조리를 하면 큰일이다. 대신, 음식은 하루 3끼 모두 도시락이 배급되기에 굶주릴 일은 없다.
당연히 이러한 일은 모두 P마켓 차이나와 마 회장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으로 해결되었다. 그야말로 엄청난 규모다. 하지만 쓰촨성 전체를 강타한 대지진에 비하면 새 발의 피였다.
대지진이 일어난 지, 불과 하루가 지났고 피해의 규모도 아직 제대로 집계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사망자는 벌써 2만 명을 돌파했고, 집이 부서지고 금이 가서 머물 수 없게 된 사람들의 숫자도 백만 단위를 훌쩍 넘어섰다.
쓰촨성의 성도 청두는 도시의 기능이 마비되어 버렸을 정도다. 외부에서 긴급히 식량과 전기 등이 수급되지 못하면 한순간에 아사자들이 속출할 정도로 말이다.
“어딜 가도 ID 그룹 로고뿐이네요. 중국 정부는 어디서 뭘 하는지 모르겠어요.”
잭 다니엘의 말이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도시 기능이 마비된 청두를 아슬아슬하게 유지하고 있는 것이 유재원과 마화텅 회장이 준비해 놓았던 대비책들이었다.
하루 3끼의 도시락은 청두 인근의 도시에서 준비되었고, P마켓 물류시스템의 일환으로 준비된 대형 수송 트럭을 통해 그날 바로 배송된다.
대지진으로 인해 단층이 생겨나며 도로가 끊어진 지점도 마 회장이 준비한 중장비를 통해서 평탄화를 시킨 후 임시 개통해 길을 만들어냈다.
도움이 필요한 곳에서 여지없이 ID 그룹의 로고를 큼지막하게 달고 있는 중장비, 혹은 사람들을 볼 수 있는 게 쓰촨성의 현재였다. 반대로 중국 당국의 모습은 그야말로 찾을 수가 없었다.
잭 다니엘의 유튜브에는 그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문제는 민간이 준비할 수 있었던 복구 능력도 3일 차가 되면서 한계에 이르렀다는 점이었다. 유재원과 마 회장이 대지진을 위해 준비한 그나마의 것들도 3일 차부터는 한계였다.
임시 거주 시설은 순식간에 사람들로 가득해졌고, 하루에 수송할 수 있는 도시락의 숫자도 한계에 달했다. 다행히도 ID 그룹의 역량이 한계에 달하기 직전 인민해방군이 복구 작업에 전격 투입되어서 한숨 돌릴 수 있었다.
대신 인민해방군 투입으로 인한 부작용은 곧바로 튀어나왔다.
“거기, 젊은 미국인 선생!”
날카로운 눈빛으로 거기를 훑던 공안 하나가 수상해 보이는 외국인 하나를 불러세웠다.
인민해방군 투입으로 한숨 돌릴 수 있었던 건 ID 그룹 사람들만이 아니었다. 치안 유지를 하는 데에 한계에 달했던 공안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여력이 생긴 공안들은 그동안 신경 쓰지 못한 부분에도 힘을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지금처럼 말이다.
“미국인 선생! 당신 말이오.”
“네? 저요?”
“그렇소. 방금 촬영 금지 구역을 찍은 것 같은데, 휴대폰 좀 봅시다.”
평소처럼 유튜브 라이브를 켜고 쓰촨성 대지진 특집 라이브 방송을 이어가고 있었던 잭 다니엘을 공안이 불러낸 것이었다.
잭은 공안으로부터 풍겨지는 불길한 기운을 느꼈다.
대지진의 날짜까지 정확히 예측해 줬음에도, 무엇 하나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 중국이었다. 대신 자국민들에 대한 감시는 그야말로 철벽과도 같은 수준을 자랑했다. 유튜브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비록 재난 당일부터 며칠간은 미처 신경을 쓰지 못했던 유튜브였다. 대신 해외의 반응에 대해서는 전문적으로 모니터링을 하는 집단이 있었고, 이들은 해외의 매스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인용하는 보도자료가 유튜브에서 나왔다는 것도 바로 파악했다.
다만 어떤 녀석이 유튜브에 쓰촨성의 실상을 알리고 있는 것인지는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중국 당국이 유튜버들에 대한 신원 파악을 요청해도 ID 그룹 차원에서 이에 응해 주지 않았으니 말이다.
중국 내에서 정식 서비스를 했다면 모르겠지만, 유튜브는 한국과 미국 그리고 일부 나라에서만 제한적으로 하는 서비스였다.
그렇기에 중국 측은 유튜버들이 올린 영상에서 스스로를 노출한 화면을 찾아내 여권 사진들과 일일이 비교를 하면서 발본색원에 나섰다.
잭 다니엘의 경우엔 운이 나빴다.
아직 중국 정보부가 잭 다니엘의 신상을 파악하지 못했지만, 현장에서 공안에게 잡힌 것이었다.
“이건 제 개인 물품인데요.”
“더욱더 의심스럽군. 봅시다.”
미국처럼 개인의 권리를 주장했지만, 여긴 중국이었다. 강제적으로 스마트폰을 넘겨받았고, 유튜브 라이브가 켜져 있는 것을 확인했다.
“그 잘난 유튜버셨군.”
그나마 잭에게는 다행히라면 전면 카메라가 공안이 스마트폰을 잡았다는 걸 감지하고 잠금 모드로 자동 전환됐다는 것이었다. 얼굴이 등록되지 않은 사람이 스마트폰을 조작하면 자동으로 락다운 시키는 기능을 잭이 활성화해 놓은 덕이었다.
덕분에 공안이 잭의 스마트폰을 뒤적여 안드로이드 아이디나 저장된 사진과 동영상, ID톡 대화 기록까지는 확인하진 못했다.
“잠깐 우리와 함께해 주셔야겠소.”
하지만 유튜브 라이브는 켜져 있던 상태였기에, 현행범(?)으로 취급되어 공안에 연행되어야 했다.
잭 다니엘은 말도 안 된다며 반발했다. 그러면서 주위를 둘러보며 도움을 요청했다.
“아.”
짧은 탄식이 절로 나왔다.
무슨 일인가 하고 잭과 공안 사이의 실랑이를 지켜보고 있던 이들이 상당수였다. 그런 이들이 잭의 다급한 눈빛을 모두 외면해 버린 것이었다. 개중에는 잭의 자원봉사를 받았던 이들도 있었다.
잭은 유튜버로서 촬영과 라이브 방송이 최우선이었다. 그렇지만 촬영이 끝나고 나면 몇 시간 동안은 피해 복구를 위해서 자원봉사에도 열심이었다. 그렇게 해서 안면을 익힌 사람들도 제법 많아졌는데, 이렇게 다급한 상황에서 잭을 도와주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잭은 중국이 미국처럼 자유로운 나라는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사람인지라 이들의 모습에 실망감과 배신감이 밀려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렇다고 위험에 빠진 잭을 구해주는 손길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멍청한 잭 채널을 운영하던 유튜버 잭 다니엘이 중국 공안으로 끌려가는 모습을 유튜브 라이브 시청자들 모두가 실시간으로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쓰촨성 대지진의 현장에서 라이브로 방송하던 유튜버는 여럿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제일 유명한 사람이 잭이었다.
잭은 무너진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구해낸 걸 시작으로 유튜브 라이브에 새로운 획을 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평소엔 몇백 명 수준이었던 잭의 라이브 방송 시청자 숫자가 지금은 켰다 하면 수천이고, 사람이 몰리면 만 단위는 훌쩍 넘었다.
그야말로 단숨에 대기업 유튜버로 떠오른 잭이었다. 오죽하면 라이브 방송에 버퍼링이 생길 정도였기에, 유튜브 측에서는 잭을 위한 전용 서버를 따로 할당해 놓았을 정도다.
-뭐, 뭐야!
-잭이 중국 경찰에게 잡혀갔어!
-경찰이 아니라 공안이라는 거다.
-파룬궁 사람들처럼 실종되면 어쩌지?
난리가 난 시청자들은 중구난방 떠들기 시작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힘 있는 이들에게 잭의 석방을 위해 힘써 달라고 청원을 쏟아냈다. 그렇게 움직인 네티즌들이 찾은 이들 중에 유재원이란 이름이 최상단에 있는 것 역시 당연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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