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734화 (734/1,007)

34권 18화

목표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다.

볼트 사장이 이것은 속으로만 담 아둔 결심이다. 입 밖으로 꺼낸다 면 분명 자동차에 웬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냐고 할 사람이 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완성도는 볼트 사장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아주 오래전부터 컴퓨터라는 물 건을 사용했던 볼트 사장이었다. 회사에서 밀린 작업을 집으로 가져 와서 PC로 일을 했던 적도 많았다.

그러다가 갑작스러운 에러가 튀 어나오면서 몇 시간 작업했던 결과 물이 한순간 날아가 버린 일도 많 았다.

그때마다 볼트 사장은 이를 갈면 서 MS를 탓했다.

당시 사용하던 도스라는 물건은 애초에 안정성이라는 걸 기대하면 안 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대안이 없었다. 그렇다고 회사에서 쓰는 유닉스 기반의 워크 스테이션은 개인이 살 만한 가격과 는 거리가 멀었다.

이후 PC에서 뭔가 에러가 나면 MS 탓을 하는 게 기본이었다. 심 지어 응용 프로그램 문제로 에러가 터졌더라도 MS 탓을 하는 게 기본 이었다.

그러다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가 PC를 석권하고부터는 완전히 반대 로 바뀌었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쓰다가 치명적인 에러를 보는 건 1년에 1 번도 되지 않았다.

설사 에러가 나더라도 서드 파티 업체의 하드웨어 드라이버가 문제를 만드는 정도였지, 운영체제의 핵심인 커널 시스템에서 에러가 터 지는 꼴은 없었다.

그러자 이제 컴퓨터 유저들은 에 러가 터지면 응용 프로그램 제작사 탓을 하지, 안드로이드사 탓을 하 지 않는다.

볼트 사장은 라이트닝 볼트의 전 기자동차도 똑같은 현상이 일어나 길 바랐다. 아무리 마구 굴려도 멀 쩡한 자동차를 만들고 싶었다.

"그렇다고 몰개성한 전기자동차 를 만들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그 어떤 업체보다 다양한 선택지를 고객분들께 제공할 것입니다. 각 공장에서 생산될 모델은 하나지만, 똑같은 차는 없을 겁니다."

똑같은 차는 없다고 볼트 사장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던 것은 인 공지능 비서 골드 때문이다.

라이트닝 볼트의 자동차에도 인 공지능 비서 골드가 탑재될 것이고, 골드의 개인화는 사용자마다 각기 대응할 수 있다.

여기에 차량을 주문할 때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의 폭도 대폭 늘렸다.

깡통차는 애초에 없는 라이트닝 볼트였으니 2만5천 달러짜리 기본 모델을 구입하더라도, 웬만한 미국 자동차보다 퀄리티가 좋았다.

여기에 내부와 외부의 각 부품에 어마어마한 선택지를 만들겠다는 게 볼트 사장의 비전이었다.

실제로 라이트닝 볼트사의 홈페 이지는 오늘 기공식과 함께 새로운 메뉴가 개설되었다. 바로 커스텀 오더 였다.

자동차 의자부터 오디오 시스템, 대시보드와 내장재 재질은 물론이고 타이어와 휠, 차량 색상 등등, 다양한 옵션들이 추가되었다.

이를 조합하면 경우의 수가 수만 가지가 나올 만큼 방대했다. 커스 텀 오더에서 럭셔리한 것들만 다 선택하면 옵션값이 차량 가격을 넘 어설 수도 있을 만큼 품질과 품목 이 다양했다.

다만 안전은 옵션이 아니니 전 차량 모두 현행법 이상의 수준을 제공했다.

볼트 사장의 발표를 마치고서 곧 장 기공식이 시작되었다.

한국에서는 보통 첫 삽을 뜨는 것으로 기공식을 치렀지만, 이곳은 미국이다. 스케일이 다른 만큼, 기 공식도 달랐다.

유재원과 콰메 시장, 디트로이트 시의원과 디트로이트가 있는 미시 간주의 상?하의원들이 LV라는 라이 트닝 볼트의 로고가 큼지막하게 박 힌 타이어 모양의 버튼을 꾹 눌렀 다.

그러자 대기해 있던 100대에 달 하는 굴착기들이 한 삽 크게 뜨며 공사를 시작하는 것으로 기공식 행사가 끝났다.

그날 저녁 미국은 물론 전 세계 뉴스에 그 모습이 큼지막하게 실렸 다. 그야말로 라이트닝 볼트사의 본격적인 역사가 시작하는 순간이 었다.

그렇지만 그날 저녁 전파된 뉴스 에는 좋은 소식만 있는 건 아니었 다.

며칠 전 수십억 달러 대의 엄청 난 풋 옵션 매수로 굉장한 존재감 을 선보였던 ID 인베스트먼트에 월 스트리트의 공격이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오만인가, 자만인가?

-성공의 연속에 취한 ID 인베스 트먼트, 대세에 맞서다 된서리 맞 다.

-월 스트리트, 30억 달러 풋 옵 션 투자 대실패로 끝날 가능성 높 아. 개인 투자라면 신중해야.

"뭐야? 기사만 보면 당장 내일 망할 거 같네."

유재원은 김대석 비서실장이 아 침에 올린 스크랩북을 보며 투덜거렸다.

거기엔 유재원이 주로 보는 넥스 트컴 뉴스 페이지에는 올라오지 않 는 신문사들의 기사들이 실려 있었 다.

특히 오늘 같은 날은 경제 분야 에 집중되어 있었는데, 한결같이 유재원이나 ID 인베스트먼트에 부 정적인 기사들만 가득했다.

연방준비위원회의 금리 인하로 인해 다우존스 산업 평균 지수나 나스닥 지수가 대폭 상승했다.

그렇지만 금리 인하의 여파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연방준비위원회 의 금리 인하는 곧 대출 금리 인하 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는 유재원이 가장 우려하는 서 브프라임 대출 규모가 더 상승될 거라는 뜻이기도 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 네."

1차 버블 붕괴 이후, 다시 뛰기 시작한 미국 증시는 몇 년간이나 꾸준히 상승 중이었다.

다우존스 산업 평균 지수만 보자 면 버블 붕괴 때만 해도 8천 포인트가 깨지느냐 마느냐 하는 상황이 었다.

지금은?

16,000포인트를 넘어섰다. 버블 붕괴 때의 2배에 달하는 상황이다. 겨우 2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평균의 함정이 있다. 개별 종목을 분석해 본다면 몇 배로 상승한 종 목들이 수두룩하게 나온다.

IT 주식들이 주로 등록된 나스닥 은 진폭의 크기가 더욱 컸다.

버블 붕괴의 저점은 1,300포인트 인데, 지금은 3천 포인트 가깝게 올라왔다. 거의 2.5배에 달하는 성 장이었다.

그럼에도 전고점인 4,500포인트 에는 한참 부족하긴 한데, 버블 붕 괴 때 세상 망할 것 같은 분위기와 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그런데 이보다 더 뜨거운 투기판 이 있으니 바로 미국 주택 시장이 었다.

실리콘 밸리의 주택 가격은 3년 사이에 5배가 올랐다. 월세 가격도 폭등해서 시내에 있는 맨션이라면 2천 달러는 내야 할 정도다.

실리콘 밸리만 그런 게 아니라, LA나 뉴욕, 시카고와 댈러스 등등 미국의 주요 대도시가 이런 상황이 다.

디트로이트 같은 쇠락하고 있던 도시는 예외였지만, 디트로이트에도 일부 지역은 집값이 슬슬 오르고 있다. 라이트닝 볼트의 생산 공장 이 대규모로 들어설 페어플레이 지 역이 그랬다.

경기가 너무나 좋다. 시장에 돈 이 너무나 많이 풀렸다. 원래는 이 라크 전쟁에서 낭비할 예산이 엄청났다. 그게 모두 세이브 되어서 미 국 사회에 각종 투자와 재건 사업 으로 풀렸다. 여기에 청나라 채권 상환도 있다.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피해를 막 은 것도 이렇게 들어온 뭉칫돈 덕 에 예방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콘크리트질에 돈을 죄 다 써 버린 것도 아니다. 앨 고어 행정부는 토목 사업으로만 경기를 띄우는 것은 경계하면서, 연방 예 산의 상당 부분을 국가 금고에 잘 예치해 놓았다.

국가 금고라는 건 로키산맥이나 애팔래치아산맥 깊은 곳에 자리한 물리적인 금고를 말하는 게 아니다. 시중의 대형 은행들과 특별 금리로 계약한 계좌를 말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은행에 예치하는 게 현대 에는 가장 안전한 방법이었다.

그런데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는 이렇게 은행에 거대한 자금을 예치하는 것만으로도 시장에 유동 성이 크게 늘어난다.

바로 지급 준비율 때문이다.

은행은 고객들로부터 받은 돈을 예금하고, 반대로 돈이 필요한 이 들에겐 신용도에 따라 돈을 빌려준 다.

긴급히 돈을 찾으려는 고객을 위 해서 일부 비율만큼 현금을 준비하 도록 하고, 나머지는 원활한 대출 을 위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주 는 게 지급 준비율이었다.

물론 연방정부가 마음을 먹으면 예치한 자금을 대출에 쓰일 수 없 도록 묶어 둘 수도 있었지만, 고이 율을 노린 상품을 계약했기에 그것 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이처럼 다양한 요소들이 결합하 자, 회귀 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 태가 터지기 직전의 상황과 매우 유사해졌다.

당시 이라크 전쟁에서 어마어마 한 전비를 낭비한 탓에, 미국과 세 계 경제가 침체기에 들어서자 연방 준비위원회에서는 금리의 연속적인 인하를 통해 유동성을 공급했다.

그 자금이 고스란히 주택 시장으 로 유입되면서 부실의 크기가 눈덩 이처럼 불어났다.

반면 지금 상황은 미국 경제가

너무도 빠르게 성장하면서 자체적 으로 거대한 유동성을 만들어냈다. 여기에 전 세계의 투기 자본이 미 국으로 몰리면서 효과를 극대화했 다.

그 결과 다들 단꿈에 취해 유재 원과 ID 인베스트먼트의 경고는 전 혀 먹혀들지도 않고 있는 상황이 지금이었다.

-회장님, 이것 좀 보셔야겠습니 다!

유재원이 블룸버그에 접속해 유 료 전용 서비스로 고급 정보를 살 펴보고 있던 때, 마침 빈센트 사장 으로부터 급한 ID톡이 왔다.

" 뭔가요?"

-서브프라임 CDO 콜 옵션입니 다. 아침에 장이 개장되자마자 팔 리기 시작하더니, 지금 제일 잘 팔 리는 상품이 되었습니다.

" 예?"

유재원은 바로 HTS를 열고 선물 &옵션 거래창을 열었다. 검색을 할 필요도 없이, 거래량이 제일 많은 옵션 상품으로 딱 보였다.

사실 옵션이라는 파생 상품은 기 초 자산을 무엇으로, 어떻게 설정 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상품 을 만들 수 있었다. 그 종류는 너 무도 많아서 웬만한 슈퍼컴퓨터로 도 파생 상품의 연계를 계산할 수 없을 정도다.

인공지능 골드가 가동되고 있는 클라우드 시스템이라면 물론 가능 하다.

하지만 모든 옵션 상품을 공시해 야 한다는 규정은 없으니 예측을 하더라도 실제와는 오차가 크다.

하여튼, 이번에 불티나게 팔리는 서브프라임 CDO의 콜 옵션은 리 먼브라더스가 발행한 것이었다. 기 초 자산으로 설정된 자사의 CDO 수익률이 12% 이상이면 권리가 행 사되는 콜 옵션이었다.

딱 봐도 ID 인베스트먼트에 팔아 치운 풋 옵션과 완전 반대였다.

"와, 우리가 리먼브라더스에게 좋 은 거 가르쳐 줬나 봐요."

-그런 거 같습니다.

CDO를 기초 자산으로 놓은 옵 션이라는 것은 그다지 활성화된 상 품은 아니었다.

아주 신중한 투자 회사라면 보험 용으로 사 놓는 상품이지, 옵션 자 체를 투자 목적으로 매입한다는 건 웬만한 사람은 할 수 없는 발상이 었다.

"그런데, 이거 너무 양아치 같은 상품인데요."

-12% 기준이라니. 너무한 것 같 습니다.

문제는 옵션에 설정된 값이었다.

서브프라임 CDO 수익률이 12%!

현재 서브프라임 CDO의 수익률 은 8%대였다. 은행의 1년짜리 정 기 예금이 3.4% 정도였으니, 두 배 가 넘는 고이율 상품이 서브프라임 이었다.

그러니 투자자들이 너도나도 몰 리면서 어마어마한 유동성이 생겨 나고 있었다.

ID 인베스트먼트가 구입한 풋 옵 션은 5%에서 행사할 수 있는 상품 이었다. 다만 5%에서 권리를 행사 할 수 있다는 것이지, 그때부터 바 로 수익이 생기는 건 아니다. 원금 30억 달러가 온전히 회수되는 구간 은 3% 이하로 떨어졌을 때다.

반면 지금 리먼브라더스가 팔고 있는 콜 옵션은 12% 이상 찍었을 때 권리 행사가 가능한 상품이다.

양아치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현재 리먼브라더스의 서브프라임 CDO가 찍고 있는 8%라는 수익률도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그런데 거기서 4%가 더 올라서 12%가 되어야지 옵션의 권리를 행 사할 수 있는 것이었다.

이를 통해 유추해 볼 수 있는 것 은 리먼브라더스의 서브프라임에 대한 관점이었다.

서브프라임 상품 시장이 앞으로 도 잘나갈 것이라고 예측은 하지만, 그게 12%까지는 가지 않을 거라는 판단이 있으니 콜 옵션을 마구잡이 로 팔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회귀로 압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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