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16화
샌프란시스코로 돌아온 유재원의 행보는 지칠 줄을 몰랐다.
집에서 딱 하루를 쉬었던 유재원 은 바로 피츠버그의 ID 웨스팅하우 스로 가서 북한에서 수주한 토륨 원자로 사업을 바로 추진했다.
"금강 1, 2호기의 후보지는 남포 와 사리원이 될 겁니다."
북한의 경수로는 동해안 쪽에 설 치되어서 평양까지 전력을 끌어오 는 데, 꽤나 애를 먹었다.
대한민국도 산악 지형 하면 알아 주는 곳이지만, 원조는 북한이었으니 말이다.
그나마 대한민국과 다른 점이라 면 송전탑 설치를 위해 땅을 수용 할 때의 마찰이 0이었다는 점이다.
송전탑이 지나가는 경로에 사람 들이 살고 있었지만, 노동당에서 거주지를 이전하라고 명령하는 것 으로 간단히 해결되었다.
그러니 금강이라 명명된 토륨 원 자로도 동해안 쪽에 설치해도 문제 는 없지만, 송전의 간편함과 여러 지정학적 이유로 평양 남부의 서해 안, 정확하게는 남포와 사리원이 유력해졌다.
해당 지역은 평야 지대라서 사람 들이 훨씬 많이 살았다.
기존 원전과는 차원이 다를 만큼 안정성이 보장된 토륨 원자로지만, 그래도 원자로 근처에는 사람들이 없는 게 좋았다.
북한의 노동당은 이번에도 거주 이전 명령으로 간단히 해결했다.
명령 하나로 끝내려는 게 워낙 무대책 같아서 거주지를 옮겨야 할 사람들을 위한 주택 건설은 ID 웨 스팅하우스가 맡기로 했다.
"곧바로 지질 조사팀을 보내 안 정적인 위치만 잡으면 바로 기초 공사를 시작하겠습니다."
토륨 원자로 건설 부문 책임자가 유재원의 말을 바로 받았다.
원자력 발전 부문 건설 책임자였 다가 ID 그룹에 인수되고 나서 토 륨 원자로 건설 책임자로 보직의 변화가 일어났다.
승진은 없이 수평 이동되었지만, 의욕은 남달랐다.
토륨 원자로가 아직은 북한에만 팔렸지만, 잠재력은 엄청나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나둘 수주하기 시작하면, 기존 원자로는 설 자리가 사라진다.
토륨 원자로를 능가할 새로운 설 비가 등장하기 전까지 수십 년 동 안은 정신없이 건설만 하기에도 바 쁠 것이다.
웨스팅하우스 시절만 해도 일이 없어져서 고용 불안을 느끼던 때가 어제 같은데, 이제는 일에 치여 죽 게 생겼다.
"토마스 건설 부문 본부장님이 책임지고 진행해 주세요."
"예, 회장님!"
아직 창창한 나이인 건설 책임자 로서는 너무도 행복한 반전이었다.
딱 6개월 전만 해도 모기지론을 받아서 샀던 저택의 할부금 걱정에 밤잠을 이루지 못했는데, 이제는 아이들 대학교 학비는 물론이고 용 돈까지도 넉넉히 줄 수 있었다.
가정을 위해서라면, 북한에 가서 몇 달 구르는 것쯤은 일도 아니다.
더욱이 북한 출장이라면 실제 위 험에 비해 훨씬 많은 위험 수당이 나오니 서로 가겠다고 난리인 지역이었다.
"각 단계에서 특별한 문제가 발 생하지 않는 한, 내후년 초에는 가 동을 시작할 수 있을 겁니다."
유재원이 속도를 중시한다는 걸 잘 아는 토마스 건설 부문 본부장 이 목소리를 높였다.
"속도를 위해 안전을 소홀히 하 지는 마시고요."
"물론입니다!"
기존 원전에 비해 건설이 쉬운 토륨 원자로다.
그렇지만 만에 하나라는 게 있으 니 속도에 집착하지 않도록 했다.
"토륨 원자로 운영체제는 어때 요? 잘 개발되고 있나요?"
"ID 테크놀로지와 협력한 덕에 마일스톤 일정이 착실히 지켜지고 있습니다."
유재원의 다음 관심은 토륨 원자 로의 운영체제로 넘어갔다.
원자로라는 건 하드웨어만 뚝딱 만든다고 끝이 아니라, 안정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필수 다.
원자로의 가동률을 조종하고, 비 상 상황에서 안전장치가 작동되도 록 하고, 외부의 공격으로부터도 대응할 수 있는 정교한 소프트웨어 가 필요했다.
ID 웨스팅하우스는 원자력 발전 소의 원조답게 설계나 시공뿐만이 아니라 소프트웨어에서도 상당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토륨 원자로의 구조가 기존 원자 로와는 매우 다르지만, 원자로를 모니터링한다거나, 모니터링 값을 해석해 원자로의 상태를 파악하고 조치를 하는 것에 대한 노하우는 풍부했다.
다만 원자로 운영 프로그램은 무 척이나 낡은 상태였는데, 여기에 ID 테크놀로지의 차별화된 IT 기술 과 결합되어 놀라운 시너지 효과를 일으켰다.
원자로의 코어를 제어하는 것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최상급 버 전인 엔터프라이즈 에디션을 베이 스로 삼아서 외부와는 연결되지 않 는 스탠드 얼론 형태의 운영체제로 설계되었다.
그리고 원자로 운영자들을 보조 하는 어시스트 프로그램은 인공지 능 골드와 연동시켜 두었다.
만에 하나 사람의 판단으로 실수 할 때, 이를 곧장 감지해 적절한 조언을 하도록 하는 데 있어 기계 학습 기반 인공지능인 골드가 최고 의 선택이었다.
물론 골드는 메인 서버와 인터넷 으로 상시 연결되어야 했지만, 실 제 원자로 제어에 관여하는 시스템 과 완전히 독립된 구조로 만들었다.
해커가 원자로 시스템에 들어오더라도 원자로를 이상 상태로 만드 는 건 불가능한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운영 시스템은 모하비 사막의 2GW 원자로를 통 해 직접 검증을 할 예정이었다.
당연히 북한에 지어질 토륨 발전 소 역시 같은 소프트웨어가 들어갈 것이다.
ID 그룹 단독으로 토털 패키지를 만들었다고 하면 불안하게 볼 사람 들이 많았을 텐데, 원자력 발전의 원조인 웨스팅하우스의 기술이 더 해진다고 하니 그 의심은 빠르게 사라졌다.
북한 역시나 웨스팅하우스라는 이름을 꽤나 신뢰했다.
"다음 일정은 어딘가요?"
"디트로이트입니다."
피츠버그에서 토륨 원자로 사업 에 대한 지시를 마무리한 유재원의 다음 행선지는 디트로이트였다.
"디트로이트의 콰메 킬패트릭 시 장이 주최한 환영 행사와 기공식에 참석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나서 볼트 사장, 주요 부품 공급 업체 사장들과의 미팅도 있습니다."
이어진 김대석 비서실장의 말에 유재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토륨 원자로가 일으킨 파장은 에 너지 업계 정도에 국한되었다면, 라이트닝 볼트의 전기자동차가 일 으킨 파장은 세계적인 것이었다.
2년 전 텔레비전에서만 보았던 자율주행 자동차가 한 차원 더 업그레이드된 형태로 나와서 직접 구 매해 타고 다닐 수 있는 시점이 가 까워 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자동차라는 건 한 나라를 지탱하는 기간 산업이기도 했다.
자동차 한 대를 만드는 데 들어 가는 부품의 숫자가 만 단위였다.
전기자동차의 경우 복잡한 구동 계가 엄청나게 간소화되어서 부품 의 숫자가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그래도 종합 산업이 필요한 산업이 었다.
더욱이 기존 자동차에서는 그다지 필요치 않았던 고도의 배터리 기술과 IT 기술이 더 추가되어 한 층 복잡한 물건으로 거듭났다.
"예약 물량이 어느 정도죠?"
i웍스 노트북, 아니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그것도 아니면 인공지능 비서 골드로 확인할 수 있는 정보 였지만, 유재원은 김대석에게 물었 다.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은 원하는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선 여러 번 터치를 해야 했고, 인공지능 비서 골드는 좋은 대화 상대가 되거나 자잘한 업무를 대신할 수는 있어도 전문 영역에서는 모자란 게 많았다.
"전체 예약 물량이 60만 대를 돌 파한 게 이번 달 초였고, 지금은 63만 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하 루에 거의 5천 대 정도의 예약이 들어오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최 근에 전기자동차 지원법이 통과되 면서 정부 보조금 혜택이 생겨난 덕에 예약 물량이 크게 회복되었습 니다."
유재원의 물음에 최신의 정보가 줄줄이 나오는 김대석 비서실장이었다.
사실, 인공지능 비서 골드의 등 장을 무척이나 경계했던 때도 있었 다.
골드가 제 능력을 발휘하면 결국 본인의 직업인 비서의 역할이 크게 약화될 줄 알았던 탓이다.
하지만 골드의 능력이 생각처럼 특별한 것은 아니었다.
더욱이 골드의 어시스트를 받는 것은 본인 역시 가능했고, 이를 적 절히 사용하면 비서로서의 능력도 배가할 수 있다는 것을 안 다음에는 불안해하지 않았다.
전기자동차 보조금은 5천 달러 다.
그러니까 뉴로를 구입하기로 마 음먹은 미국 사람들은 2만 달러만 있으면 살 수 있다는 이야기다.
만약 지금의 미국 대통령이 아들 부시였다면 어림도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지구 온난화의 대책으로 나온 교 토 의정서나 탄소 배출 제한 등은 전혀 귀담아듣지도 않았던 양반이 었으니 말이다.
반면 앨 고어는 90년대 초부터 환경에도 비상한 관심이 있던 사람 이었다.
대통령이 되고서도 그러한 마음 은 바뀌지 않았고, 여러 가지 환경 문제에 대해 직접 이야기하면서 연 방정부 차원의 대책을 만들기도 했 다.
자동차의 탄소 배출 제한 조치와 전기자동차 보조금도 이러한 대책 중 하나였다.
유럽의 유로5 기준 정도보다는 약하지만, 그래도 매연이 심하게 나오는 디젤 차량에 대한 세금이 추가되었다.
반대로 전기자동차는 5천 달러의 지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지원금 혜택은 꼭 라이트닝 볼트 사의 자동차에만 한정해서 주는 건 아니었다.
미국에는 여러 전기자동차 회사 들이 있었고, 기존의 내연기관 자 동차 회사들도 전기자동차를 연구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당장 대량 생산에 들어 가는 업체는 라이트닝 볼트 하나뿐이라서 특혜 아니냐는 말이 ID 그 룹의 반대 진영으로부터 심심치 않 게 나오고 있었다.
"현재까지의 주문량은 슈퍼패스 트가 6,207대. 불칸이 22만 대. 뉴 로가 40만 대입니다. 그리고 유니 버스는 500대를 생산하기로 했습니 다."
대단한 숫자들이 연달아 나왔다.
회귀 전에 혼자서 전기차 사업을 이끌었던 테슬라와도 비교가 되지 않는 숫자다.
테슬라가 첫 전기차를 출하한 다음, 분기당 출하량이 10만 대 물량 을 넘어선 건 10년이 지나서였다.
테슬라가 사업을 막 시작할 때 받은 주문량은 400대 정도였다고 하니 수십만 대의 물량을 받은 라 이트닝 볼트는 차원이 달랐다.
실제로 라이트닝 볼트사가 전기 차 양산을 준비하기 시작한 건 90 년대부터였으니, 회귀 전 테슬라와 는 시작점 자체가 달랐다.
숫자가 딱 나오니 누구도 라이트 닝 볼트사의 사업 전망에 대해 의 심하지 않았다.
그만큼 거대하게 조성될 라이트 닝 볼트사의 공장 유치를 위해 달 려드는 지방 정부 관계자들의 러시 는 무서울 정도였다.
그런 유치전에서 본인들이 승리 할 거라고는 디트로이트 관계자들 도 몰랐다.
오죽하면 지역이 발표되고 나서 도 이미 슬림화가 많이 진행된 지 역이라며 후회할 거라고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렇게 파격적인 선택을 받은 디트로이트에서 유재원의 방문에 맞춰 시장과 시의회 의원들이 총출동 하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 었다.
회귀로 압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