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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로 압도한다-725화 (725/1,007)

34권 9화

전국에 배터리 교환소를 만들어 야 하는데, 이는 압도적인 자본력 이 없으면 불가능한 것이었다. 인 프라 자체가 하나의 진입 장벽을 만드는 것이었기에, 새로운 경쟁자 가 나타나는 걸 원천에서 차단할 수 있었다.

물론 라이트닝 볼트사의 전기자 동차를 선택한 오너가 배터리 교환 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촘촘하 게 교환소를 만드는 것이 관건이고, 이는 곧 투자 비용의 상승으로 이 어진다.

그렇지만 미래에는 오직 전기자 동차만이 생존할 거라는 비전도 확 고하고, 이를 실행할 두둑한 자본 도 있는 유재원에겐 부담이 없었다.

여기에 유재원의 부담을 한결 덜 어 주는 일도 있었다.

-셰브롱에서도 합작 법인 설립에 매우 긍정적입니다.

전기차 사업에 가장 방해가 되는 곳은 바로 석유 메이저였다. 그중 에서도 셰브롱의 반대가 매우 심했 다.

다른 메이저 석유 업체라면 그저콧방귀를 끼며 무시하면 그만이었 다. 사업 영역이 완전히 달랐기 때 문에 자동차 산업 정도가 아니면 직접 부딪칠 일이 없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셰브롱은 예외였다.

티파니와의 결혼이라는 인연으로 셰브롱과 엮이게 되면서, 셰브롱의 오너인 프레더릭의 말을 마냥 무시 할 수가 없었던 탓이다.

그렇지만 프레더릭도 세상이 달 라지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인공지능이라는 게 대중화가 되었 고, 휴대폰도 피처폰이라는 건 마치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자취를 감추었으며 스마트폰을 쓰지 않는 사람은 이제 없었다.

한때, 트렌드를 이끄는 단어였던 스마트는 이제 공기처럼 자연스러 웠다. 자율주행 전기자동차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프레더릭 역시 생각을 바꾸었다. 아예 배척할 수 없느니 포용하는 것으로 말이다.

셰브롱은 북미는 물론 전 세계에 셰브롱 주유소도 운영하고 있었다. 셰브롱 주유소에 라이트닝 볼트의 전기자동차 배터리 교환 스테이션 을 추가하는 것으로 전기차 시장에 발을 들이게 된 것이다.

단순히 주유소에 한 자리를 내어 주는 것이 아니라, 지분 참여도 했 다. 이는 프레더릭의 전기자동차에 대한 생각이 적극적으로 변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였다.

더구나 손녀사위인 유재원이 하 는 사업이라고 그냥 호의로만 결정 한 것도 아니었다. 배터리 교환 사 업은 사업성도 뛰어났다.

배터리 팩 1개 교환에 8달러, 한 국 돈으로는 8천 원의 가격을 책정 했다. 뉴로의 경우 2개가 탑재되니 완전 충전을 위해선 1만6천 원이 필요하다. 살짝 비싼 감은 있지만, 효율을 따지면 휘발유보다는 저렴 했다.

더욱이 첫 구매자에겐 배터리 교 환권을 주는데 모델에 따라 수량은 좀 다르다. 뉴로의 경우 100회 교 환권이 주어지고, 슈퍼패스트의 경 우엔 300회짜리 무료 교환권이 나 오니 말이다.

배터리 교환소 운영과 배터리 충전에 드는 전력은 토륨 원자로에서 충당하기로 했다. 지금은 모하비 사막에 하나 짓고 있지만, 모하비 토륨 원자로가 잘 운영되어 안전성 이 입증이 되면 중부와 동부에도 토륨 원자로를 추가로 건설할 작정 이었다.

궁극적으로 전 세계의 구식 원자 로를 모두 토륨 원자로로 바꾸고, 이를 다시 상온 핵융합로로 업그레 이드하는 게 유재원의 미래 에너지 계획이었다.

하여튼 셰브롱과 합작하는 배터리 교환소 운영은 그야말로 거저먹 는 사업이었다. 유재원 또한 셰브 롱의 촘촘한 유통망을 이용하는 것 이기에 단번에 대량의 배터리 교환 소를 건설하는 건 큰 이점이었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국에 도 셰브롱의 유통망이 있는데, 바 로 칼텍스였다. 칼텍스 주유소에 배터리 교환소를 설치하면 단숨에 한반도 전역을 커버할 수 있다.

다만 한국은 아직 토륨 원자로 건설 계획은 없으니, 배터리 충전 에 필요한 전기는 한전에서 충당해야 했다.

미국과 달리 발전 시장 민영화가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그래도 산 업용 전기를 사용하면 전기세 부담 은 크게 줄어든다.

-여기 내년 초까지 달성 가능한 1차 커버리지 영역입니다.

볼트 사장은 반투명한 붉은 원으 로 물든 북미와 한반도 지도를 띄 웠다. 실제 충전소가 들어갈 지역 을 표시한 것이다. 붉은 점의 전체 숫자는 3천 개가 넘었다.

이 중에 300개가 한국이었고, 나머지 2,700개가 북미 대륙에 집중 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땅덩이가 압도적으로 거대한 북미였던 탓에 2,700개나 되는 충전소가 동시에 지어졌지만 빈틈이 많이 보였다.

-여기 빈틈이 좀 보이지만, 인구 밀도 지도와 겹쳐 보면 큰 문제 없 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빈 자리는 인구 밀도가 극도로 낮은 지역이라는 이야기다. 대신 서부의 LA나 샌프란시스코, 동부의 뉴욕과 보스턴 등등. 인구 밀도가 높은 지역에는 촘촘하게 들어갔다.

충분히 만족스러운 계획이었다.

"배터리 교환소는 됐고, 가장 중 요한 자동차 공장은 어디에 들어갈 건가요?"

-두 곳이 최적의 입지라는 분석 입니다. 하나는 군산, 다른 하나는 디트로이트 입니다.

"호오."

볼트 사장의 답변 중 군산은 유 재원도 충분히 예상했던 후보지였 다.

부산과 함께 한반도의 중요한 항 구였고, 새만금 개발사업으로 공장 이 들어설 자리도 넓었다. 게다가 근처에 자동차 관련 서드 파티 업 체들이 있어서 부품의 수급도 무척 이나 원활한 곳이었다.

디트로이트 역시나 비슷한 이유 에서 선정된 지역이었다.

단기적으로 본다면 한미 FTA가 조만간 체결될 예정이다. 그러니 한국에서 모두 생산한 다음 미국에 수출해도 문제없다.

아니, 문제없는 수준이 아니라

원가를 크게 절감할 수 있는 수준 이었다. 웬만한 주요 부품은 모두 한국에서 다 만들었고 일부 부품도 인접국인 일본, 중국이라면 다 만 들 수 있었다.

그렇지만 유재원은 길게 보기로 했다.

일단 지금도 ID 그룹이 다 해먹 는다는 소리가 미국의 정계에서 심 심치 않게 들리는 중이었던 탓이다. 사이가 좋은 민주당은 그런대로 괜 찮았다.

민주당 초강세 지역인 캘리포니아주에서 고소득의 좋은 일자리를 대규모로 만들고 있는 게 ID 그룹 이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미국 정계에는 민주당 만 있는 게 아니었다.

공화당 사람들에게 유재원은 골 칫덩 이였다.

유재원이 적극적으로 정치적 발 언을 하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민 주당과의 끈끈한 관계를 모르는 사 람은 없었다. 현직인 앨 고어와의 친분은 90년대 초부터 시작했었으 니 말이다.

유재원도 2000년대 말쯤이 되면 미국 내의 보수적인 목소리가 커질 것을 예상했다.

9-11 테러가 아예 없었다면 모를 까, 일어났다. 이라크 전쟁은 그나 마 막긴 했는데, 중동의 정세는 더 욱 혼탁해졌다.

셰일가스 개발과 토륨 원자로 덕 분에 미국은 에너지 문제에서 크게 해방되었지만, 빈부의 격차는 더 커지는 중이다.

90년대 말부터 펀드나 주식에 투 자한 사람들과 그러지 못한 사람들사이의 격차는 해가 갈수록 크게 벌어지는 중이었다.

여기에 폭탄이 하나 숨어 있다.

바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이었다.

은행에서 정상적으로 주택 담보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이들에게 좀 더 높은 이자를 받고 대출을 해 주 었고,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들은 이러한 서브프라임 대출 증서를 묶 어서 파생금융상품을 만들어 투자 자에게 또 팔았다.

여기에는 주택 가격이 지속적으 로 상승할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저금리의 대출과 월스트리트의 버블로 불어난 자본 이 주택 시장으로 몰리면서 미국 전역에 주택 가격의 상승을 이끌었 던 탓이다.

오죽하면 신용불량자에 가까운 이들까지도 서브프라임 대출을 받 아서 집을 사고 있는 실정이었다.

이게 터지면 지금의 유재원이라 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다. 매달 움직이는 자본의 규모가 수천억 달 러였으니 말이다.

유재원은 ID 인베스트먼트를 통해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의 위험성 이나 주택 시장의 거품에 대한 리 포트를 배포하도록 지시한 상태였 고, 빈센트 사장은 이 지시에 충실 히 따르며 경고 메시지를 내고 있 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 누구도 귀담 아듣지 않고 있었다.

며칠 전 미국 남부를 덮친 허리 케인 카트리나처럼 이제껏 일어날 일은 어떤 식으로든 일어난다. 서 브프라임 금융 위기도 앨 고어 대 통령의 임기 말에 일어날 것 같았다.

그렇지만 크게 낙담할 필요까지 는 없다.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올라왔지 만, 뉴올리언스가 물에 잠기진 않 았던 것처럼 말이다.

피해가 회귀 전과 달리 매우 제 한적이었던 이유는 바로, 청나라 채권 환수로 돈벼락을 맞은 주 정 부가 뉴올리언스의 낡은 제방에 보 강 공사를 튼튼히 해 놓았기 때문 이다.

누구는 쓸데없는 시멘트질이라

평가 절하했던 일이었지만, 지금에 는 탁월한 선견지명으로 칭송을 받 는 중이다.

마찬가지로 터질 게 확실한 서브 프라임에 대한 대응책 역시 마련해 두었다.

라이트닝 볼트사의 북미 생산 공 장을 디트로이트로 정한 것 역시 서브프라임 이후의 상황과 무관하 지 않았다.

디트로이트는 북미 자동차 산업 을 상징하는 도시였고, 북미의 자 동차 시장이 일본산, 유럽산, 한국산 자동차에 밀려 붕괴한 후 급격 히 쇠락하는 중이었다.

-그만큼 디트로이트 시티에서 공 장 유치를 위해 제시한 조건도 좋 습니다!

-조건만 좋을 뿐만이 아니라, 자 동차 공장에서 오래 일했던 숙련 노동자를 모집하는 것도 쉽습니다.

숙련도도 중요하다.

지금은 스페이스X로 우주개발에 열심인 머스크 씨가 만들었던 테슬 라라는 전기자동차도 품질 문제로 출시 후 몇 년 동안 골머리를 썩었다는 건 유명한 일이었다. 그것도 뭔가 치명적인 문제가 아니라 단차 문제, 마감 품질, 도장 품질 등등의 기본적인 문제였다.

자동차 제조업에 종사했던 숙련 노동자들을 대거 고용할 수 있다면, 이러한 문제는 깔끔하게 해결할 수 있다.

"좋네요."

유재원의 마음은 디트로 이트로 거의 굳어졌다.

그렇다고 해도 당장은 60만 대 수준의 양산 계획을 갖고 있는 라이 트닝 볼트사가 디트로이트라는 거대도시를 혼자서 되살리진 못한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피처폰을 몰 아낸 것처럼, 전기자동차가 내연기 관 자동차를 밀어낸다면?

그러면 앞으로의 흐름은 이전과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디트로이트 를 시작으로 빠르게 일어났던 미국 의 보수화도 막아낼 가능성이 매우 컸다.

"좀 더 검토해 보고 내일 가부를 알려드리죠."

-예, 회장님.

그렇지만 유재원은 볼트 사장에 게 확답을 주지 않았다. 아직 확인 해 봐야 할 게 남았기 때문이다.

어제부터 열심히 고급 연산 중이 었던 개발자 모드 골드의 결과물이 었다.

-라이트닝 볼트 생산 공장의 최 고 입지 검색에 대한 개발자 모드 골드의 고급 연산 결과가 나왔습니다.

"제목 참 길구나."

제목도 개발자 모드 골드가 임의 로 지은 것이었다. 물론 네이밍 원 칙은 유재원이 정했다.

기계학습의 최대 단점 중 하나가 인공지능의 최종 선택이 어째서 그 것으로 이어졌는지, 역산을 하기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유재원은 연산 작업의 주목적이 무엇이었는지 출력 파일 에 명확하게 기록하도록 했다. 적 어도 시작점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어야 인공지능이 어째서 이런 식의 결론에 이르렀는지 확인할 수 있다 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골드가 출력하는 결과물 의 제목은 이런 식으로 길어지는 게 보통이었다.

물론 최고로 좋은 방법은 기계 심리 모듈을 넣어서 인공지능이 아 예 사람에게 그 논리의 흐름을 직 접 이해시키는 형식이지만, 지금의 골드에는 기계 심리 모듈을 올릴 여력 자체가 없었다.

"그러면 한번 볼까?"

유재원은 곧장 마우스를 움직여 개발자 모드의 골드가 업로드한 파 일을 더블클릭했다.

인공지능이라면 컴퓨터를 직접 움직여서 파일도 알아서 열도록 해 주는 게 합당해 보였지만, 보안을 위해서 인공지능이 사용자의 시스 템을 직접적으로 조작할 수 있게 만들지 않았다.

조금은 귀찮더라도 문서를 열어 보는 것 정도는 스스로 하는 게 보 안에 좋았다.

-23시간 35분의 고급 연산을 통해 도출된 결=…….

유재원이 문서를 열자 개발자 모 드의 골드가 자동으로 설명을 시작 했다.

-텍사스주, 댈러스입니다!

역시나 의외의 장소가 떡하니 튀 어나왔다.

회귀로 압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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