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722화 (722/1,007)

34권 6화

비슷한 시각.

"흐음."

이것 역시 탄식이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안드로이드와 대척점에 서 있는 유일한 경쟁자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로부터 나온 탄식이었다.

매년 8월이면 연례 행사처럼 치 러지는 IDDC였다. 그와 함께 실리 콘 밸리의 많은 경영자들 역시 IDDC를 숨죽여 지켜보는 것도 연 례 행사처럼 굳어진 일이었다.

ID 그룹과 우호적인 기업이라면 직접 컨퍼런스에 참가하고, 애플처 럼 완전 대립하고 있는 진영이라면 이렇게 인터넷으로 보는 게 일반적 이었다.

스티브 사장은 유재원이 골드와 자연스러운 일상의 언어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할 때부터 딱 굳어 버 렸다.

애플사도 인공지능이 화두로 떠 올랐을 때부터, 엄청난 돈과 예산 을 투입해 인공지능 제작에 돌입했 었다.

그 결과 작년에 출시된 아이폰 4 에 인공지능 비서 시리를 탑재하는 데에 성공했다. 반면 안드로이드 S4에는 없었으니. 그걸로 안드로이 드 진영에 앞섰다고 대대적으로 선 전했다.

안타깝게도 시리는 많이 부족했 다. 그렇기에 초반에 반짝 하던 관 심도 사라져 버렸다. 스티브 사장 도 예상했지만, 명분이 중요했기에 강행한 일이었다.

지금 보고서야 알았다.

ID 그룹 측은 2004년 제품에도

인공지능 비서를 충분히 담아낼 수 있었지만, 기술의 완성을 위해 그 러지 않았음을 말이다.

"3년? 4년?"

"5년!"

스티브 사장이 짧게 물었고, 곁 에 있던 애플의 기술담당 최고이사 인 워즈니악이 답했다. 바로 골드 와 시리의 기술 격차에 대한 이야 기였다.

2년 전쯤 기계학습 논문이 발표 되었을 때, 2~3년이면 충분히 따라 잡을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던 워즈니악이었지만, 유재원은 자신들 의 예상보다 더 빨리 달리고 있었 다는 걸 이제야 인정했다.

" 아."

답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 스티브 사장은 탄식만 나왔다. 심지어 뱃 속도 진하게 아려왔다.

그렇지만 애플만 답이 없는 상황 에 놓인 건 아니었다.

IDDC의 마지막 날.

보통 화려한 피날레를 위해 마지 막을 담당하는 건 화끈한 게임 신 작이었다. 작년에 선보인 더 퍼시 픽이 바로 그랬다.

올해는 달랐다.

자율주행 전기자동차로 한때 파 란을 일으켰던 라이트닝 볼트사의 볼트 사장이 당당히 IDDC의 피날 레 무대 위에 섰다.

그리고서 모델 F2의 양산을 선언 함으로써 전 세계를 흥분으로 몰아 넣었다.

특히나 IDDC가 자신들과는 아 무런 상관이 없다며 방심하고 있던 자동차 업계에 가해진 충격은 대단 했다.

IDDC 2005의 주인공이었던 인 공지능 비서 골드는 대박이 났다. 단순한 마케팅적 수식어가 아니라 데이터가 증명하고 있었다.

-며칠 전보다는 좀 떨어지긴 했지만 1분에 12만 개 이상의 질문이 쏟아지고 있어.

ID톡 화상 미팅으로 연결된 길버 트의 상기된 목소리는 가라앉을 줄 몰랐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길버 트도 인공지능 비서를 만드는 데 한 손 크게 보탠 S급 인재였던 것 이다.

인공지능 골드의 범용 서비스를 위해서 전용 서버를 구축해야 했고, 거기에 길버트의 분산 처리 시스템 설계 능력이 보태졌다.

그렇기에 연말 결산에서 인공지 능 비서의 성과가 가시화된다면, 거액의 보너스는 따 놓은 당상이나 다름이 없다.

"골드는 문제없지?"

-그럼! 발매 당일 그 무시무시한 트래픽도 견뎌냈는걸!

"그건 당연한 거고. 답변 적중률 말하는 거야."

-응! 그것도 80% 이상 유지 중 이야. 실패한 20% 정도도 사용자 의 주변 환경이 골드를 지원해 주 지 못해서 일어난 것이지, 엉뚱한 답변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

길버트의 말대로 골드가 대박이 터진 이유는 무시무시한 적중률 때 문이었다.

일단 사용자의 목소리를 알아듣 는 인식률부터가 경쟁사를 압도하 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입력된 명령어를 골드는 대부분 완벽히 수 행했다.

심지어 ID 그룹은 거기에 만족하 지 않고, 한발 더 나갔다. 그것은 바로 사용자의 취향을 저격한다는 것이었다.

이를테면 음식 추천을 해 달라는 요구가 들어왔을 때, 사용자가 싫 어하는 음식이 있다면 이는 처음부 터 걸러진다.

더욱 구체적으로 들어간다면 민 트초코를 싫어하는 사람에게 민트 초코를 먹어 보라는 답변 자체는 하지 않는 것이다.

물론 처음부터 모든 사용자에게 이런 취향 저격을 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최고의 적중률을 보이는 건 바로 티파니폰 시절부터 안드로이드 S5 까지, ID 그룹의 제품을 일관되게 사용하면서 ID 그룹의 온갖 서비스 를 열심히 사용한 사람이다. 반면 누적된 데이터가 적을수록 골드의 대응은 기계적이었다.

전자처럼 누적 데이터가 풍부한 경우라면 골드는 처음 실행할 때부 터 사용자의 취향을 거의 완벽하다 시피 파악한 상태로 시작한다.

넥스트 뮤직에서 음악 추천을 한 다면 사용자가 즐겨듣는 가수의 노 래를 중심으로 리스트를 만들어 준 다.

심지어 좋아하는 음악의 스타일을 파악해서 사용자는 처음 듣는 가수지만, 즐겨 들었던 것과 비슷 한 스타일의 새로운 아티스트를 발 굴해 추천해 주기까지 한다.

비단 음악뿐만이 아니라 일상의 모든 영역에서 비슷한 일이 이뤄지 고 있었다.

그렇다고 누적된 데이터가 아예 없는 사용자를 위한 대비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인공지능 비서 골드의 인기 비결 이 사용자의 누적된 데이터를 바탕 으로 한 취향 저격이 가장 컸지만, 사용자와의 자연스러운 대화를 통 해 취향을 파악하는 언어 능력과 뛰어난 학습 능력에도 있었다.

사용자가 골드의 답변에 대해 호 불호가 확실한 피드백을 준다면 이 를 기억하고 다음 대화에서 반영되 는 것이었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사람의 말을 이해하는 능력이 필요한데, 인공지 능 골드의 언어 능력 학습은 90년 대 초부터 시작해 지금에 완성되었 기에 완벽한 수준이었다.

인공지능 비서 시리를 2004년에 발표하면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애플이었지만, 골드를 보고서 좌절 감을 느낄 만큼 수준 차이가 컸다.

다만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최신 스마트폰인 안드로이드 S5 나 같은 세대 호환 안드로이드 스 마트폰만 인공지능 비서 골드가 지 원되는 게 아니라, 모바일 운영체 제를 업그레이드하면 하위 모델에 서도 지원이 된다.

만능의 도구 상자인 PC는 아예 업그레이드 없이 홈페이지에 접속 하거나 PC 버전 골드를 다운받으면 사용할 수 있다.

단번에 수천만에 달하는 신규 이 용자가 생긴 것이다.

이처럼 막대한 사용자들은 호기 심에라도 골드에게 질문을 던졌고, 이는 곧 서버에 엄청난 연산력을 요구했다.

유재원이 괜히 길버트에게 서버 상태를 물은 게 아니었다.

이를 위해 ID 테크놀로지에서는 인공지능 골드의 비서 서비스 전용 서버를 구축했는데, 그 연산력은 35엑사플롭스에 달한다.

ID 테크놀로지가 보유한 클라우 드 서버 시스템의 1/10을 인공지능 골드를 위해 떼어 놓은 것이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이제는 클라 우드 시스템의 연산력에 CPU만 보 탬이 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다.

작년부터 출시된 GPU 에는 GPGPU라는 범용적인 연산 가속 장치가 추가되었고, 이를 통해 인 공지능 구동에 필요한 연산력을 쉽 고 빠르게 구축할 수 있었다.

몇 년 전이었으면 수백만 개 단 위의 최고급 CPU가 동원되었을 텐데, 이제는 60만 개의 CPU에 240 만 장의 GPGPU로 35엑사플롭스의 연산력을 달성할 수 있었다.

규모 자체로만 본다면 초대형 물 류 창고 하나 정도로 작아졌다. 대 신 클라우드 시스템을 이루는 보드 유닛 하나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예산은 8만 달러를 가뿐히 넘었다. 최상급 칩들이 요구되었던 탓이다.

그렇기에 ID 테크놀로지의 대주 주들은 인공지능 비서 골드에 감탄 하면서도 수익성에는 의문을 띄우 고 있는 중이었다.

과거 기업의 지분을 유재원 혼자 가지고 있었더라면, 예산이니 비용 이니 하는 것들에서 완전히 자유로 웠을 텐데, ID 테크놀로지의 기업 공개 이후에는 약간의 제약이 생겼 다.

이사회도 있었고, 주주 총회도 있었고, 주요 경영 사안에 대해 공 시를 해야 할 의무도 있었다.

유재원의 경영권은 어떠한 경우 에도 위협받을 일이 없지만, 주식 회사로서 지켜야 하는 의무가 생긴 것이다.

"애드센스와의 연동은 어때?"

-당연히 최고지!

이에 대한 유재원의 대비책이 바 로 애드센스였다.

ID 그룹의 인터넷 광고 플랫폼인 애드센스는 일종의 광고 유통 서비 스였다.

광고주에게는 일일이 업체들과 만나 광고를 의뢰한다거나, 광고의 효과를 확인한다고 이런저런 복잡 한 계산을 해 가며 골머리 썩일 일 을 사라지게 해 주었다.

반대로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에 겐 광고 수주를 위해 발품을 팔아 야 하는 제일 힘든 수고를 없애 주 었다.

광고주는 본인이 광고를 넣고 싶 은 카테고리와 시간을 설정하면 그 만이었고, 광고를 받고 싶은 업체 나 블로거, SNS 사용자는 그저 애 드센스 API를 연동시키면 끝이었 다.

인공지능 골드 역시 애드센스와 연동이 이뤄진 상태로 출시되었다.

사용자가 골드에게 검색이나 추천을 요구할 때, 애드센스와 맞는 키워드가 있으면 이를 추천 리스트 에 넣거나 보여주는 식이었다.

-자자, 여기를 보면 골드 연동 전과 후의 차이가 확연히 보이지!

길버트는 그러면서 실리콘 밸리 에 있는 '줌(Zume) 피자'라는 피자 집의 데이터를 띄워 보였다.

페페로니 피자를 잘하는 평범한 피자집이었다. 다만 근처의 다른 피자집이나 프랜차이즈 피자집과 다른 점은 애드센스에 광고도 넣었 고, N페이와 연동도 시켜놓았다는 점이다.

실리콘 밸리 근처에서 '피자 주 문해 줄래?'나 '피자 잘하는 집 있 어?'라는 물음을 골드에게 한다면 골드는 이 피자 가게를 제일 먼저 추천했다.

당연히 현행법에 의해 광고는 광 고라고 확실히 명시했지만, 인공지 능 골드의 추천을 받은 사용자는 거부감 없이 받아들였다.

줌 피자만 보더라도 골드가 정식 발표되고 난 이후부터 매출이 눈에 띄게 상승했다. 매출 상승의 지분자체만 봐도 골드이 추천이 N페이 배달 주문으로 이어진 경우가 대부 분이었다.

"효과가 너무 좋은 게 문제네."

-응? 좋은 게 좋은 거지, 좋은 게 문제가 돼?

어떤 일이든 균형을 찾는 게 중 요했다.

애드센스 측면에서 보자면 골드 의 광고 효과가 탁월한 게 좋지만, 골드의 신뢰성 측면에서 보자면 너 무 애드센스 광고로 추천이 쏠려도 문제다.

당장 한국의 포털사이트 검색창 이나 실시간 검색어 리스트는 광고 판으로 변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골드의 추천 기능이 소비자에게 광고판으로 인식된다면, 결국 골드 에게도 손해였다. 골드의 안정적인 서비스를 위해서라도 중용을 유지 하는 게 좋았다.

"그런 게 있어."

길버트에게 일일이 설명할 수 없 는 것이었기에 유재원은 대충 마무 리 했다.

-응? 하여튼 우리 골드가 대박

난 거 확실하지?

반면 길버트는 아무래도 상관없 다는 투였다. 대신 대박이라는 단 어에 집중했다.

"그래. 대박이야. 연말에 기대해 도 좋아. 흑마와 황소 사이에 뭐가 좋을지 고민이나 해."

-우와! 나도 슈퍼카를 받는 거 야?!

"그래.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

-당연하지!!

모니터 속 길버트가 펄쩍 뛰며

좋아했다.

그도 그럴 것이 유재원이 언급한 혹마와 황소는 페라리와 람보르기 니를 의미했으니 말이다.

페라리의 심볼은 노란 방패 문양 에 검은 말이었고, 람보르기니는 검은색 방패에 금색 황소였다.

ID 그룹은 우수한 성과를 낸 이 들에게 포상을 아끼지 않는 기업이 었다.

회귀로 압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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