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4화
성인물 업체에서 정식으로 만든 비디오뿐만이 아니라, 개인들이 스 마트폰으로 찍어 올리는 것도 문제 였다.
특히 후자는 리벤지 포르노가 특 히 문제였다. 잘 사귀던 커플이 깨 지고 나서 상대방에게 빅엿을 먹여 주고자 풀어 버리는데, 빠르게 막 지 못하면 대참사였다.
그러한 리벤지 포르노가 스마트 폰의 스펙 업그레이드와 함께 빠르 게 늘어났다. 예전엔 그나마 화질 이 나빠서 다행이었는데, 지금은 FHD 화질의 동영상으로 찍히니 유출이 되면 피해가 컸다.
90년대엔 일일이 사람의 손으로 잡아냈다. 지금은 인공지능 골드의 이미지 해석 모듈로 많은 자동화를 이루어냈다. 사람 손이 필요하긴 해도 전보다는 크게 줄어들었다.
그렇지만 골드의 서포트가 있어 도 모니터링 담당 요원의 숫자는 더 늘었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하는 이 들의 숫자가 크게 늘어난 탓이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그리고 여러제조사들이 만드는 안드로이드 호 환 스마트폰 자체에 클라우드 서비 스가 기본 탑재되었으니, 안드로이 드 진영의 사용자 숫자가 곧 클라 우드 서비스 사용 인원이니 말이다.
"흐음?!"
유재원의 입에서 약한 한숨 소리 가났다.
고민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바로 유튜브를 어떻게 다룰지 고민이었 다. 회귀 전 유튜브의 위상을 잘 아는 유재원이니 마음 같아선 당장 인수하고 싶었다. 하지만 망설여지는 건 2010년대 중반까지는 적자 행진이라는 것이었다.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서버 유지 비가 급격히 치솟는 게 바로 유튜 브였다. 사용자의 업로드 용량의 무제한 원칙을 처음부터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었다.
"지켜보는 게 최선이겠지."
꼭 유튜브만이 아니더라도 유재 원이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많았 다.
타임플렉스도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었고, IT 분야에서 미국의 뒤를 바싹 쫓는 한국에는 이미 여러 동 영상 SNS 회사들이 난립하며 경쟁 중이었다.
유튜브가 회귀 전처럼 폭발적으 로 성장한 것은 안드로이드 스마트 폰의 기본 앱으로 채택이 되면서부 터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동영상 사이트 중에 큰 폭으로 성장하다가 한계에 부딪치는 게 등장하면, 그 때 백기사로 나서주는 것이 최선이 라는 판단이다.
"사진 드호도 마찬가지겠지."
페이스북에 이어 유튜브가 나왔으니, 인스타그램이 등장하는 것도 멀지 않았다.
회귀 후, 오늘까지 15년을 열심 히 달린 시간보다 더 길게 사용했 던 앱들이었다. 추억의 책장에 잠 들어 있던 파편들이 되살아나는 듯 한 반가움이지만, 너무도 원시적인 모습에 낯설기도 했다.
유재원은 유튜브가 열린 웹 브라 우저를 닫으려고 하다가 멈췄다.
"접속은 했으니 계정이나 만들어 놓을까."
곧장 가입 버튼을 눌러 유재원
본인의 개인 계정 하나를 만들었다. 겉으로는 옛날 모습과 똑같았는데, 달라진 것도 보였다. 회원 가입에 이메일닷컴과 연동되는 API를 사용 한 덕에, 공용 이메일 주소를 넣자 바로 가입이 완료된 것이다.
"기왕 가입을 했으니 동영상도 하나 올려야지."
곧이어 유재원은 본인의 안드로 이드 스마트폰을 들었다.
안쪽 양복 주머니에서 나온 스마 트폰은 묵직한 검은색을 자랑하는 모델이었다. 시중에서는 구할 수 없는 모델이기도 했다. D데이가 이 제 4일 남은 IDDC 2005에서 발표 될 안드로이드 S5 모델이었기 때문 이다.
2년마다 메이저 업데이트를 하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었고, 이번에 발표될 모델이 바로 그 메이저 업 데이트 제품이다. AP부터 카메라 모듈까지 대대적인 스펙 업그레이 드가 된 사양을 읊기 시작하면 2, 3시간은 뚝딱 갈 만큼 바뀐 게 많 았다.
특히 카메라 모듈에 공을 들였는데, FHD에서 60프레임으로 녹화를 하면서 손떨림 방지 기능까지도 활 성화가 되는 수준에 이르렀다.
카메라 기술의 발달에 리벤지 포 르노 같은 부작용도 있지만, 그보 다 긍정적인 면이 훨씬 컸기에 투 자는 앞으로도 쭉 이어질 예정이다.
그렇게 동영상 촬영 모드를 켜고 화면을 비춰 봤던 유재원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화질이 너무 좋 아져서 그런지 단점들도 생생히 보 였던 탓이다.
유재원은 곧장 김대석에게 ID톡을 보내 조명과 스타일리스트를 준 비해 달라고 했다. 단순한 첫인사 동영상을 찍는 것도 그야말로 본격 적이었다.
덕분에 계정을 만들고 나서 첫 동영상이 올라갈 때까지 무려 4시 간이나 걸렸다.
책 대신 각종 전자 기기로 채워 진 서재를 배경으로 깔끔한 모습으 로 단장한 유재원이 친근하게 인사 말을 올리는 1분짜리 동영상이었 다.
-다들 반가워요!
제목도 무척이나 친근하게 지었 다.
짧긴 해도 스타일리스트의 전문 적인 스킬로 메이크업도 했고 옷도 제대로 갖춰 입었다. 여기에 전문 적인 조명까지 드리워지니 이제껏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들과는 차원 이 다른 때깔을 자랑했다.
언뜻 보면 방송국에서 HD ENG 카메라로 촬영한 것처럼 보일 지경 이지만, 촬영 기기는 안드로이드 S5 였다.
그렇게 인사말을 올린 것도 대단한 수고였는데, 유재원은 한발 더 나아갔다.
단문 SNS인 톡톡은 물론이고 아 껴 쓰는 파워블로그닷컴에 유튜브 인사말을 링크시켜 놓은 것이었다.
공유 기능은 아직 활발히 연구되 어 있지 않아서 썸네일을 만들고, 하이퍼텍스트 링크를 연결시키는 건 일일이 수동으로 해야 했지만, 스마트폰을 익숙하게 사용하는 유 재원이었기에 어렵지 않게 해냈다.
그러자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 났다.
수백만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 는 게 유재원의 SNS 계정이었다. 새로운 게시물을 올리자 팔로워들 에게 바로 알람이 떴다. 그들 중에 십분의 1만이라도 하이퍼텍스트 링 크를 누르면 바로 유튜브의 인사말 동영상이 뜨는 것이었다.
사용자가 없어서 유재원이 인사 말 동영상 업로드를 마친 후에도 한동안 0에 머물던 조회 수가 빠르 게 치솟기 시작한 것도 그때였다.
-유재원 회장, 신생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에 인사말 올려!
-새로운 벤처 기업의 등장에 언 제나 환영!
-개인적 차원이지만, 앞으로도 틈틈이 추가 동영상 올리기로 약 속!
심지어 톡톡과 파워블로그닷컴에 유튜브 링크를 올린 지 1시간도 지 나지 않아서 인터넷 기사들이 떴다.
유재원은 본인의 SNS 계정을 언 론들이 틈틈이 살펴보고 있다는 걸 알고는 있었다. 그런데 겨우 유튜 브의 앞날에 영광이 있길 기원한다 는 사소한 인사말에도 반응을 할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21세기 중반이 되면 자그마한 인 터넷 언론사들끼리도 경쟁이 심해 져서 온갖 말도 안 되는 기사들을 올리긴 했는데, 아직 그럴 때는 아 니었다.
네티즌들도 대단했다.
평범을 뛰어넘은 관찰력을 지닌 네티즌들은 짧은 인사말 동영상에 숨겨진 요소들을 열심히 찾아냈다. 책 대신 전자 기기가 가득한 서재 를 배경으로 찍은 것인데, 그걸 보 고 온갖 비약과 상상을 담아서 인터넷에 글을 써 올렸다.
재미로 그랬겠지만, 날카롭게 찌 르는 것도 많았다. 특히 유튜브 동 영상을 며칠 후 발표할 S5로 찍은 게 분명하다는 글을 보았을 땐 철 렁하기도 했다.
본인이 카메라 장인이라면서 온 갖 카메라를 만져 봤는데, 안드로 이드 스마트폰에는 특유의 색감이 있다는 것이 판단의 이유였다. '비 비드한 색감인데 화질은 지금껏 볼 수 없었던 급이다? 그러면 차기 안 드로이드 스마트폰이다.'라는 논리적 흐름이었다.
안드로이드 특유의 생생한 색감 이 있는 건 사실이긴 했다. 그걸 가지고 이렇게나 정확히 추측하는 것에 대해서는 그저 놀랄 따름이었 다.
안타까운 건, 유튜브는 자체 서 버로 구동되고 있던 모양인지 SNS 와 인터넷 기사로 접속자가 폭주하 자 느려지기 시작했고, 버퍼링도 심해지더니 급기야 서비스가 중단 되었다.
대신 유튜브는 서비스 시작 후
가장 큰 가입자와 조회 수 폭발을 맛볼 수 있었다. 얼마나 좋았으면 유튜브는 톡톡에 공식 계정을 만들 어 유재원의 가입을 환영하며, 보 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그에 맞춰 유재원도 본인의 계정 뿐만이 아니라, ID 그룹 계열사들 도 유튜브에 공식 계정을 만들고 홍보를 하도록 했다.
유튜브의 비약적인 성장을 잘 알 고 있는 유재원은 미리미리 판을 깔아두는 것이었지만, 그걸 잘 모르는 다수의 사람들은 유재원이 또 이상한 곳에 꽂혔다고 생각했을 뿐 이다.
며칠 후.
ID 그룹의 최대 연례 행사인 IDDC 2005가 실리콘 밸리의 컨벤 션 센터에서 열렸다.
발표할 게 많은 올해에도 7일짜 리 행사로 잡혔고, 그만큼 대단한 규모로 행사가 준비되었다. 오프라 인 표는 일찌감치 마감되었고, 온 라인 스트리밍 역시 완벽하게 준비 되었다. 재작년이나 작년에는 FHD 화질 중계가 대역폭이 부족해 신규 접속자를 막고, 화질도 떨어뜨리는 등의 조치가 취해져야 했다.
이제는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 어졌다.
클라우드 데이터 센터도 열심히 증설했고, 서버와 최종사용자를 연 결해 주는 인터넷 공급 업체의 대 역폭도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시작은 타임워너 넥스트컴의 공 격적인 투자였다.
인터넷 회선의 기본형 속도를 보 면 1년 전만 해도 1Mbps상?품이었 다. 이것을 10Mbps로 10배로 상향 했다. 그리고 100Mbps상품이 프리 미엄 상품으로 신설되었다.
가격은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 았다. 10Mbps짜리 상품은 월 20달 러, 100Mbps는 40달러로 무척이나 저렴했다.
타임워너 넥스트컴의 인터넷 사 업부가 공격적인 영업을 시작하자 경쟁 업체들도 고객들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설비 투자에 돈을 써서 인터넷 품질을 올려야 했다.
이처럼 유의미한 경쟁이 있던 결 과 미국의 인터넷 품질 순위가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세계 5위권에 들어왔다.
당장 재작년만 해도 10위권 중간 쯤에 있었으니, 괄목할 만한 성장 이었다. 1위는 당연하게도 한국이 었다. 좁은 국토 면적에, 그나마 인 구 대부분도 도시에 밀집해 있던 터라 미국과는 비교도 안 될 예산으로도 인터넷의 품질을 크게 끌어 올릴 수 있었다.
이러한 인터넷 속도 전쟁 덕분에 이번 IDDC 2005는 최소 HD의 화 질에 웬만하면 FHD 화질로 쾌적 하게 지켜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러한 인터넷 품질 향상의 진짜 목적은 엑스박스 2의 지원이었다는 사실이다. 경쟁 제품인 플레이스테이션3는 블루레 이라는 차세대 광학미디어의 탑재 로 20?50GB에 달하는 광활한 용 량을 게임에 활용할 수 있었다.
반면 엑스박스2는 DVD 였기에 게임의 퀄리티 상승에 제약이 생긴 다. 고화질은 곧 고용량과 동음이 의어였으니 말이다. 엑스박스2의 치명적인 단점인 DVD를 커버하는 것이 바로 대용량의 하드 디스크와 온라인 소프트웨어 배포였다.
하드 디스크에 설치하면 굳이 광 학드라이브를 건들 필요도 없이 빠 르게 게임을 즐길 수 있었으니 말 이다.
유재원의 의도가 적중했음을 보 여주는 확실한 증거는 인터넷 품질 향상과 스팀의 매출이 정비례하는 그래프였다. 타임워너 넥스트컴이 인터넷 고도화 사업으로 쓴 비용을 회수하려면 까마득했지만, 한 번 깔아두면 두고두고 써먹을 투자였 으니, 궁극적으로는 이익이었다.
이처럼 만반의 준비를 끝낸 IDDC 2005는 언제나처럼 유재원 이 메인 스테이지에 등장하는 것으 로 화려하게 시작했다.
그런데 이번은 유재원의 모습이 많이 달랐다.
행사 첫날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바로 유재원이 제일 먼 저 발표하는 아이템이었다. 이번엔 PC용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가 유력 했다. 안드로이드 03이 출시된 지 만으로 2년이 지났으니, 이제 차기 버전이 베일을 벗을 차례였던 탓이 다.
그러나 무대에 오른 유재원의 손 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면 몇 년 전처럼 상의 안주머니에서 나오 려나 싶었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평소라면 정장을 입었을 유재원이 이번에는 편안한 스웨터 차림이었 다.
그도 그럴 것이 유재원이 IDDC 2005의 첫날 발표할 아이템은 안드 로이드 05도 아니었고, 차기 스마 트폰도 아니었다.
그것은 손에 잡히는 유형의 아이 템이 아닌, 오직 유재원 본인의 머 릿속에만 존재하는 찬란히 빛나는 보석이었다.
회귀로 압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