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705화 (705/1,007)
  • 33권 14화

    다큐멘터리 하면 BBC였지만 NBC 도 이제는 BBC 못지않는 퀄리티를 뿜어내고 있었다.

    방송의 퀄리티는 제작자의 능력 에 비례했지만, 이보다 더 큰 요소 를 차지하는 건 바로 투자 금액이 었다.

    ID 그룹에 인수된 NBC는 체질 개조와 함께 과감한 투자가 이어지 고 있었다.

    뛰어난 프로그램 확보를 위해 정 확한 투자가 이어졌고, 이는 곧 괄 목할 만한 시청률의 향상으로 돌아왔다.

    90년대에 시작한 프렌즈, 웨스트 윙 말고는 히트작을 내지 못한 드 라마국만 해도 굵직한 작품들이 쏟 아지는 중이다.

    미스터리 호러 퇴마 장르의 슈퍼 내추럴, 어마어마한 고증과 탄탄한 시나리오로 만들어진 더 로마, 의 학과 추리를 합쳐 대단한 시너지 효과를 낸 의학 드라마 하우스 등 등이 NBC의 간판 드라마로 떠올 랐다.

    이러한 드라마 작품의 대표적 특징은 바로 밀리언 달러 챌린지의 수상작이라는 것이었다.

    유재원이 우수한 원작을 확보한 다고 100만 달러의 상금을 걸고 열 었던 문과 버전의 챌린지 대회였다.

    장르 문학만 대상으로 했기에, 순수문학계에선 전혀 권위를 인정 해 주지 않았다.

    그렇지만 대중의 선택은 그 어떤 순수문학상보다 밀리언 달러 챌린 지였다.

    웹툰부터 장르 소설까지 밀리언 달러 챌린지에 선정되었다는 금관마크가 딱 붙으면 조회 수는 폭발 이었으니 말이다.

    사실 조회 수가 폭발한 덕에 밀 리언 달러 챌린지에 선정된 것인지 도 모른다.

    밀리언 달러 챌린지는 선정작이 100개가 될 때 마무리되는 행사였 고, 아직 그 숫자를 채우지 못했기 에 계속 진행 중이었다.

    선정위원회는 베일에 가려져 있 었는데, 선정작의 선정 기준은 아 직도 의문이었기 때문이다.

    그저 유재원 회장이 아주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만 알려진 상태였다.

    물론 밀리언 달러 챌린지의 기준 은 유재원이 맞지만, 유재원은 오 로지 본인 취향으로만 작품을 선정 하진 않았다.

    회귀 전의 흥행 데이터가 바로 유재원의 기준이었다.

    덕분에 우수한 원작들을 미리 확 보할 수 있었고, 이렇게 얻은 작품 을 곧바로 드라마화시키는 중이었 다.

    회귀 전 검증을 받은 만큼, 원래보다 1, 2년 빠르게 드라마화가 되 었지만 흥행의 속도는 훨씬 빨랐다.

    이처럼 엄청난 투자는 비단 드라 마국에만 한정되지 않았다.

    다큐멘터리 파트도 신설되었고, 여러 편의 우수한 다큐멘터리를 만 들어 방송했다.

    이러한 다큐멘터리 파트에서 2004 년의 대작으로 선택한 것이 더 퍼시 픽이었다.

    NBC 다큐멘터리 역사상 최대의 예산과 인적 자원이 투입되어 만들 어진 작품이었다.

    1부는 ID 소프트웨어를 중심으 로 AAA급 게임이 1년도 채 걸리 지 않고 완성될 수 있는지 보여주 었다.

    2부에서는 더 퍼시픽의 주제인 태평양 전쟁의 비화를 다룬다. 당 연히 유재원이 집중한 건 2부였다.

    일본 정부가 열심히 은폐하려고 했던 일본 제국의 전쟁 범죄들을 그야말로 낱낱이 해부하는 시간이 었으니 말이다.

    이를 위해서 2차 대전에 대한 학 계의 권위자들이 대거 등장했다.

    아예 일본 제국군에 복무하며 직 접 전쟁 범죄를 저질렀거나, 옆에 서 지켜본 이들의 증언까지도 담았 다.

    스페셜팀이 지난 1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은밀히 활동하면서 수집 한 정보로써, 그야말로 하나하나가 벼린 비수처럼 날카로운 것들이었 다.

    1부가 9월의 금요일 저녁 프라임 타임에 북미 전역에 방송되었고, 2 부는 일주일 후인 9월 둘째 주 금 요일에 방송되었다.

    NBC의 프라임 다큐멘터리, 더 퍼시픽 - 게임을 넘어서의 2부가 성황리에 방영된 다음 날, 유재원 은 평소처럼 서재에 와서 느긋하게 인터넷 서핑을 시작했다.

    "역시, 인터넷 반응이 제일 즉각 적이네."

    북미의 젊은이들이 다 모이는 2CH.com에서도 더 퍼시픽 다큐멘터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쓰레드는 쉽게 찾을 수 있을 정도였다.

    넥스트컴이야 두말할 것도 없었 다. 뉴스 페이지에 가 보면 태평양 전쟁에 대한 기사나 일본 정부의 반응을 모은 기사는 쉽게 나왔다.

    저번 달부터 태평양 전쟁은 클릭 수가 보장된 아이템이었으니 말이 다.

    NBC의 다큐멘터리는 태평양 전 쟁에 대한 관심이 집중된 순간 터 진 화려한 피날레와도 같았다.

    특히 다큐멘터리의 시작부터 엄청났다.

    2부의 시작은 일본의 수도인 도 쿄 번화가였다. NBC 기자가 길을 지나던 젊은 대학생에게 질문 하나 를 던지는 장면이었다.

    -2차 대전 때, 일본의 동맹이 어 디인지 아시나요?

    대학생의 대답은 놀라웠다.

    -미국……인가요?

    첫 도입부가 너무도 인상적인 탓 에 2CH.com의 첫 페이지에는 해 당 짤방이 큼지막하게 올라가 있었다.

    "미국이란다."

    회장이란 직책 덕에 완성된 다큐 멘터리를 먼저 볼 수 있었지만, 다 시 봐도 웃긴 장면이었다.

    이후에도 질문은 몇 차례 반복되 었다. 또다시 미국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고, 모른다고 답하는 사람도 있었다.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만이 나치 독일이라고 부끄러워하면서 말했다.

    2부의 시작부터 일본이 의도적으로 근현대사 교육을 회피하고 있다 는 걸 확실히 보여주었다.

    그리고 다큐멘터리가 진행될수록 일본 제국 시절의 혹역사를 의도적 으로 감추는 이유가 게임 더 퍼시 픽의 스토리라인의 진행에 맞춰 하 나하나 밝혀진다.

    애초에 태평양 전쟁은 시작부터 가 크게 잘못된 것이었다. 적어도 선전 포고는 하고 쳐들어가야 했는 데, 선전 포고도 없는 기습 공격으 로 미국이라는 잠자는 거인을 깨워 버렸으니 말이다.

    일본 제국 자체가 전쟁의 광기로 돌아가는 비정상 국가였고, 그런 비정상 속에서 어렵게 획득한 식민 지를 제대로 통치할 리도 만무했다.

    태평양 전쟁 말기엔 그 광기의 절정이 터졌는데, 성노예나 강제 징용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혔다.

    현재의 일본 정부는 적극 부정하 는 사건이었지만, 더 퍼시픽의 게 임이나 다큐멘터리에서는 대본영 차원에서 이뤄진 일임을 증명하는 공식 문서들이 쏟아져 나왔다. 스 페셜팀이 열심히 활동하며 수집한 실제 문서 원본이었다.

    원래대로라면 일본 정부 차원에 서 파기했던 증거들이었다.

    지금은 유재원이 한 발 빠르게 움직이도록 지원한 덕에 무리 없이 수집할 수 있었고, 지금 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역시 아직은 매스 미디어의 파 워가 살아 있군."

    다큐멘터리의 효과는 즉각적이었 다.

    가장 확실한 지표는 바로 ID 그룹으로 쏟아졌던 일본 우익들의 항 의 전화나 항의 이메일이 뚝 끊긴 것이었다.

    더 퍼시픽이 출시된 때만 해도 DDOS로 스팀이나 엑스박스2의 멀 티플레이 플랫폼인 라이브 서버를 공격해 게임 플레이를 마비시키려 고 들었다.

    엑스박스2는 싱글 플레이라도 일 단 인터넷에 연결이 된 상태에서 구동이 되었기 때문이다.

    비디오게임 산업의 제일 큰 암초 는 불법 복제였는데, IT 기술이 발전하는 만큼 복제 기술도 발전해서 웬만한 복제 방지 장치는 한 달을 버티지 못했다. 엑스박스1도 불법 복제에 완벽한 기기는 아니었다.

    그러니 엑스박스2는 아예 시스템 차원에서 온라인으로만 구동되도록 설계했고, 그 결과로 항상 온라인 상태가 되어야 했다.

    그 지점을 해커들이 잘 파악했 고, 일본 우익들 역시 약점으로 여 기고 공격을 의뢰했던 모양이다.

    그렇지만 지금까지도 엑스박스2 의 온라인 서비스는 안정적으로 유지 중이었다.

    DDOS 공격을 막는 데 가장 효 과적인 기술을 모두 갖춘 회사가 ID 그룹이었기 때문이다.

    PC의 운영체제를 만드는 곳이 ID 그룹이었고, 인터넷 네트워크 시스템 중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 는 시스코의 최대 주주 중 하나가 ID 그룹이었다.

    인터넷을 구성하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ID 그룹의 영향력 안에 있다.

    단적으로 영식이가 매일 출근하는 클라우드 서버 관제실에 앉아 있으면 중국을 뺀 거의 모든 나라 의 인터넷 상태를 모니터링할 수 있었다.

    DDOS의 기미가 감지되면 바로 대응할 수 있으니 일본 우익들은 해커들에게 헛돈만 쓴 꼴이 되었다.

    그렇게 해킹 공격이 무위로 돌아 갔으면 자중할 만도 한데, 일본 우 익들의 특징은 매우 끈질겼다는 것 이었다.

    그들 말로는 곤조가 있다는 것인 데, 이 곤조라는 게 이번 사건에선 엉뚱한 쪽으로 발현되었다.

    ID 그룹의 이메일과 AS센터에 마구 항의 전화를 넣는 것이었다.

    일본어에는 욕이 별로 없다지만, 이 사람들은 그 말이 어울리지 않 았다.

    얼마든지 폭언이 가능했기에 처 음엔 무척이나 혼란이 컸다.

    특히 고객의 전화에 웅대하는 전 화센터 직원들이 스트레스를 호소 할 정도로 말이다.

    물론 유재원은 그걸 그냥 두고

    보진 않았다.

    무작정 욕하는 사람들의 전화번 호를 수집해서 해당 번호로 전화가 오면 ARS로 돌렸고, 업무 방해와 폭행 등으로 고소도 이어졌다.

    그리고 나서 어제 NBC의 다큐 멘터리가 방송되고 나자 일본 우익 들의 조직적 트롤링이 일시에 멈춘 것처럼 뚝 끊겼다.

    모든 게 거짓이라던 우익들의 주 장과 달리, 다큐멘터리에서는 흑백 의 활동 사진부터 일본 제국의 수 뇌부인 대본영 직인이 선명한 문서들이 쏟아져 나왔으니 말이다.

    게다가 병적 기록까지 확인을 마 친 노병들의 증언도 있었으니, 아 무리 가짜라고 말해도 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들은 없었다.

    오히려 2차 세계 대전 이후 철저 한 반성을 하는 독일과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일본에 실망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났다.

    이러한 흐름을 단적으로 보여주 는 게 인터넷 쇼핑몰이었다.

    욱일기의 영문 표현인 라이징 선 으로 검색을 해 보면 욱일기와 콜라보한 제품들이 수두룩하게 나오 는 게 보통이었다.

    ID 그룹의 쇼핑몰인 P마켓에서 도 수천 개의 아이템이 나왔다. 그 런데 지금은 그 숫자가 크게 줄어 들었다.

    "역시 자본주의의 나라다워."

    역사적 맥락이 어떻든 예전엔 잘 팔리니까 만들었고, 이제는 팔리기 는커녕 욕만 먹게 생겼으니 물건을 내리는 것이었다.

    "그나저나 일본은 어떻게 나오려 나?"

    기세등등하게 ID 그룹과 유재원 에게 항의를 했던 일본의 정부였다.

    과거에 대한 보상은 한일 기본 조약 속 청구권 협정으로 끝났고, 사과도 여러 번 했는데 항상 사과 만 강요한다고 말이다.

    늘 하던 소리를 리바이벌하는 것 이었지만, 유재원에겐 택도 없는 소리였다.

    통석의 염이니 유감이니 하는 게 어떻게 사과란 말인가.

    게다가 총리라는 작자가 전범의 위패가 있는 야스쿠니 신사에 매년찾아가는 건 또 어떻고.

    이와 덤으로 우익 인사들의 망언 도 끊이지 않았고, 혹역사를 지운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들겠다고 하는 것 역시 진정한 사과와 반성 이 있다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 었다.

    일본의 입장에서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일본이 마치 더 퍼시픽에 대해 눈을 감고 없었던 일로 치부하고 싶어도, 미국의 정치권까지도 들썩 이고 있었으니 말이다.

    미국 연방 의회에서는 일본 제국 군 성노예 운영에 대한 규탄과 사 죄 결의안을 채택하려는 움직임이 구체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과연 유재원의 예상대로 일본은 더는 버티지 못하고, 신경질적이고 도 날카로운 반응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그 대상은 ID 그룹이나 유재원이 아니었다. 객관적으로 보 자면 이번 사건과 큰 관계도 없는 한국 정부와 기업들이 일본의 화풀 이 상대가 된 것이었다.

    회귀로 압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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