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704화 (704/1,007)
  • 33권 13화

    오늘의 일정부터 그룹의 동향 등 등 다양한 정보들의 보고를 시작했 다. 마지막으로 일본 이야기가 나 왔다.

    "회장님과 ID 소프트웨어에 대한 일본회의의 고소장에 대해 일본 검 찰이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또한, 엑 스박스2에 대한 일본의 판매 금지 가처분 신청도 받아들여졌습니다."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다.

    일본의 경우엔 더 퍼시픽의 판매 를 금지한 상태였는데, 엑스박스2 본체까지도 아예 판매를 금지시킨것이다.

    김대석 비서실장이 설명하는 이 유는 바로 엑스박스2의 공장 출하 상태부터 인스톨된 더 퍼시픽을 문 제 삼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금 지된 더 퍼시픽이지만, 독일과 같 은 방법으로 얼마든지 플레이가 가 능했다.

    덕분에 역사에는 그다지 신경 쓰 지 않는 일본의 게이머들은 VPN을 이용해 접속 국가를 한국이나 대만, 심지어 북한으로 설정해 놓고 게임 을 즐겼다.

    더 퍼시픽은 단순히 캠페인 미션 만 있는 게 아니라, 아주 잘 만들 어진 대규모 멀티 플레이 게임도 있었으니 말이다.

    "특히 일본회의가 문제 삼고 있는 건, 엔딩 시에 나오는 '역사에 기초 하여 제작됨'이라는 문구입니다."

    프롤로그부터 파격적으로 시작하 는 더 퍼시픽이었다.

    실행하자마자 전투에 투입되어서 일단 프롤로그 미션을 완수해야 타 이틀 화면이 나오니 말이다. 그렇 게 프롤로그 미션을 완료하면 다음 번 실행 때는 새로운 게임이니 로 딩 게임이니 하는 선택지가 나온다.

    그렇게 기존의 게임과 다르게 시 작한 게임이니 마지막도 기존의 게 임과는 달랐다.

    플레이어가 조종했던 캐릭터들의 모티브가 된 실존 인물들의 이야기 가 조금씩 비쳐졌지만, 모두가 행 복해지진 않았다.

    더 퍼시픽의 주제는 바로 전쟁의 참혹함과 반전(反戰)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본의 경우 전범들이 야스 쿠니 신사에 안치되어 영웅이 되는 모습도 나왔다.

    그렇게 후일담이 흐르고 마지막 으로 뜨는 문구가 바로 역사에 기 초하여 제작됨이라는 문장이었다.

    철저한 고증!

    ID 소프트웨어가 이제껏 출시한 FPS 게임들은 현실 초월이었다. 나 치가 오컬트 기술을 얻어서 부활한 다는 울펜슈타인이나 테라포밍 중 인 화성에 지옥문이 열린다는 둠이 나 리얼리티와는 거리가 멀었던 작 품이었다.

    반면 더 퍼시픽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철저한 고증이 있었다. 게 임적인 요소를 위해 극적인 이벤트 가 몇 개 추가되긴 했지만, 게임에 나오는 장비나 탈것, 무기류는 모 두 현실과 동일했다.

    이뿐만이 아니라 진주만 공습부 터 미드웨이 해전, 일본의 남방작 전 등등 게임 속에 등장하는 일들 도 모두 철저한 공증을 받은 역사 문서에 기초했다.

    덕분에 플레이어들은 게임 속의 참혹했던 이벤트들이 단순한 게임적 과장이 아니라 사실이었다는 이야기에 다시금 충격을 먹었을 정도다.

    당연히 일본의 우익들은 역사라는 단어에 게거품을 물고 달려들었다.

    "여기, 오늘 일본 주요 일간지들 의 관련 기사입니다."

    그러면서 김대석 비서실장이 스 크랩북을 내밀었다.

    미국에서 발행되는 일본 신문도 아니고, 일본에서 매일 쏟아지는 조간신문을 모아다가 만든 스크랩 북이었다. 여기는 미국인데 어떻게 이게 가능한 것인지 유재원은 상상 이 잘 되지 않았다.

    "일본 신문이라고요? 이걸 여기 서 구할 수 있어요?"

    "그건 아니고, 일본 항공사에 협 조를 좀 받았습니다."

    역시 기상천외한 방법이었다.

    한국이라면 PDF 파일로 받아서 출력하면 그만인데, 일본은 IT 혁 명이 느린 나라 중 하나였다.

    신문사가 PDF 파일로 배급하는 건 언감생심이니, 비행기 타고 날 아온 신문을 입수한 것이다. 보통 비행기에서는 탑승자에게 신문을 제공하는데, 오늘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도착한 일본 국적 항공기에 그 신문이 실려 있었을 것 아니겠 는가.

    ID 그룹의 능력이라면 해당 비행 기에 실린 일본 신문을 입수하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하여튼 그렇게 받아든 스크랩북 은 다른 것들보다 컸다. 그도 그럴 것이 주제가 되는 단어를 형형색색 으로 큼지막하게 키워서 찍는 일본 특유의 조판 때문에 스크랩북이 커 질 수밖에 없었다.

    -유재원 회장, 오래전부터 위안부피해자 모임에 후원 중인 것 확인.

    -게임 산업에까지 사적인 감정 투영-동아시아 근대화에 일본 제국의 긍정적 측면 의도적 축소로 역사 왜곡 심각!

    -천문학적인 국가 브랜드 손실!

    -일본회의, 국가 이미지 훼손에 대한 손해 배상 청구할 것!

    -고이즈미 총리, ID 그룹에 깊은 유감 표명.

    일본어와 한자 정도는 유재원도 무리 없이 읽을 수 있는 것이지만, 꼼꼼한 김대석은 한글로 깔끔하게 해석된 내용도 첨부해 놓았다.

    "예상했던 그대로네요."

    읽자마자 짜증이 밀려와 더는 읽 을 수 없었다.

    무슨 약을 하고 글을 써야 이딴 기사를 쓸 수 있는 것인지, 상상도 되지 않는다.

    더 퍼시픽을 두고 일본이 역사 왜곡으로 몰아갈 것임은 이미 예상 하고 있던 바였다. 그도 그럴 것이 게임은 출시하기 전에 심의를 받는게 필수였다. 그러니 글로벌 런칭 을 하려면 전 세계 국가에 모두 심 의를 받아 놓은 상태여야 했다.

    더 퍼시픽의 완성은 IDDC가 열 리기 두 달 전쯤이었고, 그때부터 심의를 받기 시작했는데 독일과 일 본에서 판매 금지 처분이 내려졌다.

    독일이야 나치 관련 내용을 수정 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정식 발매가 가능했지만, 일본은 남달랐다.

    심의 과정에서 문제의 내용이 있 다는 게 알려지자, 극우 세력이 움 직였다. 그리고 다양한 방법으로 압력과 회유가 쏟아졌다.

    당연히 씨알도 먹히지 않는 일이 었다.

    ID 그룹이 조그만 게임 업체였다 면 모르겠지만, 일본의 압력에 굴 할 만큼 약한 기업도 아니었다. 단 적으로 중국의 압력으로부터도 버 티고 있는 게 ID 그룹이었다.

    중국은 몇 년 전부터 인터넷 검 열 시스템을 도입했고, 이를 통해 중국 공산당의 입맛에 맞지 않은 콘텐츠는 막기 시작했다.

    단적으로 천안문 사태는 중국에서는 아예 없는 일이 되어 버렸다. 그렇지만 넥스트컴이나 구글에서는 얼마든지 검색된다. 중국은 이를 차단하지 않으면 중국 진출은 불가 하다고 했고, 유재원은 중국에 갈 생각도 안 했다.

    전 세계 모든 기업이 중국 시장 을 향해 진격 중이지만, ID 그룹만 가만히 있었다. 텐센트와 같이 간 접적인 협력을 하긴 하지만, 직접 투자는 지금껏 단 한 번도 임원 회 의 안건으로 올라온 적이 없었다.

    이런 ID 그룹을 월스트리트나 경제 연구소에선 별종으로 취급했다. 단적으로 생산 기지를 중국으로 옮 기기만 하면 단숨에 30~50%에 달 하는 비용 절감 효과가 일어나니 말이다. 인건비의 차이가 그만큼 엄청났다는 이야기다.

    심지어 중국에서는 진출만 해 주 면 ID 그룹에 온갖 특혜를 제공하 겠다고 접근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유재원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회귀 전 중국의 행태를 직접 봤 던 당사자로서, 지금의 중국 당국 이 그 어떤 당근을 제시해도 그저미끼 상품으로밖에 보이지 않았으 니 말이다.

    그렇게 ID 그룹이 꿈쩍도 하지 않자, 중국은 얼마 후부터는 압박 을 가하기 시작했다.

    그 시작은 텐센트였다. 월드 오 브 워크래프트의 정식 발매일을 늦 추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안드로이 드 스마트폰이나 엑스박스와 같은 기기의 수입이 아주 까다로워졌다.

    그럼에도 ID 그룹의 매출은 탄탄 했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은 중국에선 거의 명품 취급이었기에, 줄어든 쿼 터만큼 보따리상들이 열심히 움직였 다. 게다가 미국과 한국, 유럽 심지 어 동남아시아에서도 불티나게 팔리 고 있어서 아무런 타격도 없었다.

    문제가 되는 건 해킹이었다.

    산업 스파이의 최우선 타깃은 ID 그룹이었으니 말이다. 헤드 헌팅은 기본이고, 해킹은 일상다반사였다.

    더 퍼시픽 런칭처럼 공을 들인 프로젝트를 런칭하는 날에는 DDOS 같은 공격이 들어오기도 했다. 물론 그렇게 한다고 성공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다.

    해커들이 해킹 기법을 연마하는 속도보다 ID 그룹이 보안 기술을 업그레이드하는 속도가 훨씬 빨랐 기 때문이다.

    작년에 런칭된 AI 아이즈를 통해 구현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페 이스 키를 해킹하겠다고 해커 그룹 들이 열심히 난리를 쳤지만, 지금 껏 단 한 번의 성공 사례도 나오지 않은 게 좋은 예였다.

    이처럼 중국의 공격에도 완벽히 방어하고 있는 유재원이었으니, 일본의 공격 정도는 충분히 예측한 상태였다.

    그러면 예측만 하고 끝나느냐?

    "조금만 더 뜸이 들면, 배포를 시작하죠."

    예측을 했으면 완벽히 대비하는 것까지 마치는 게 당연한 것 아니 겠는가. 역사 왜곡이니, 사감이니 하며 발광하고 있는 일본 극우 세 력과 기다렸다는 듯 동조하며 움직 이는 일본 정부를 향한 유재원의 소소한 준비물이다.

    그것은 바로 더 퍼시픽의 메이킹다큐멘터리다.

    텍사스 댈러스에 본사를 둔 ID 소프트웨어의 개발실 풍경부터, 텍 사스 사막에서 진행된 2차 대전 장 비의 실측, 사운드 녹화와 할리우 드 스튜디오에서의 대규모 모션 캡 처 등등. 더 퍼시픽이란 게임이 어 떻게 만들어졌는지 명품 다큐멘터 리로 만들었다.

    다큐멘터리 안에는 게임 제작의 모습뿐만이 아니라, 2차 대전의 사 료를 정리하는 모습도 담겨 있었다. 그 안에는 일본이 그동안 열심히 부정했던 2차 대전의 전쟁 범죄를 증명하는 자료들이 있다.

    유재원의 묵묵한 지원 속에서 10 여 년이 넘는 시간을 묵묵히 활동 했던 스페셜팀이 수집한 기밀 자료 들을 공개할 때가 코앞에 왔다.

    -엑스박스2, 출시 한 달 만에 500만 대 판매 달성!

    엑스박스2의 정식발매가 있은

    지, 딱 한 달 후. 기념비적인 500 만 대 판매량을 달성했다. 과거 엑 스박스1이나 경쟁사의 플레이스테 이션2가 기록한 속도에는 많이 모 자랐다.

    일주일 만에 300만 대를 팔아 치웠기에 판매량 신기록도 은근히 기대했던 유재원과 엑스박스팀이었 는데, 일주일이 지나니 판매량이 급감했다. 아무래도 전작에 비해 200달러나 상승한 가격이 문제였던 모양이다.

    그렇지만 500만 대의 판매량은

    의미가 있었다.

    더 퍼시픽도 500만 장 팔렸다는 뜻이었으니 말이다. 실제로 게임 매거진에서는 더 퍼시픽의 500만 장 판매 기록에 대해 특집 기사를 쏟아냈다.

    물론 일각에서는 게임기와 함께 제공되는 것이니 정식 판매량으로 칠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 었다.

    이것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것이다.

    엑스박스2 독점작으로 나온 더

    퍼시픽은 ID 소프트웨어에 AAA급 게임 가격인 49.99달러를 정확히 정산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500만 장 판매 기록은 100% 진 실이었다.

    다만 엑스박스2의 리테일 가격이 499달러로 변하지 않았으니, 더 퍼 시픽의 가격만큼 ID 그룹에 손해가 난다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이 정 도는 그룹 차원에서 감당하기로 했 기에 문제없다.

    게다가 원가를 따져 보면 실제 발생하는 손실 금액은 더욱 줄어든다.

    90나노미터 공정이 워낙 잘 나온 덕에 수율이 폭발하면서 CPU, GPU, 메모리 칩의 원가를 생각보 다 훨씬 저렴하게 뽑아내면서 여유 가 생겨난 덕이다.

    ID 테크놀로지의 이사회에서도 차세대 게임기 시장의 확고한 1위 획득을 위한 공격적인 전략에 대해 만장일치로 승인이 된 덕에 아무런 부담이 없었다.

    엑스박스2 사업부의 적자 정도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판매로 얻는 이익으로 충분히 보충하고도 남았 다.

    그도 그럴 것이 안드로이드 스마 트폰의 리테일가에서 40% 이상이 순이익이었으니 말이다.

    더욱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은 1 년에 수천만 대가 팔리는 물건이니 만큼, 이익의 크기는 상상 초월이 었다.

    그런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낸 사 람이 유재원이었다. 이사회 사람들 은 실적으로 승부하는 유재원의 뜻 을 거스르기가 불가능했다.

    그렇게 엑스박스2가 차세대 비디 오게임기를 확실하게 선점하면서 의미 있는 숫자에 도달했을 때.

    더 퍼시픽 - 게임을 넘어서.

    전체 3시간 그리고 한 시간 반 분량으로 1, 2부로 나뉘어진 다큐 멘터리는 NBC를 통해 최초 공개 되었다.

    회귀로 압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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