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권 25화
-셰브롱 신고가 갱신! 석유 업계 위 등극!
일각에서는 지금 주가도 상당히 거품이 끼었다고 말하는 전문가들 이 많았다.
이르쿠츠크 유전을 확보했더라도 당장 채굴을 해서 수익을 낼 수 있 는 상황은 아니라는 분석이었다.
셰일 가스 역시 유가가 안정기에 접어들면 채산성이 급감하니 위험 하다는 이야기다.
그렇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셰브 롱이 셰일 가스와 이르쿠츠크 유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만든 티파니 의 등기 이사 선임으로 주가가 올 랐다.
티파니의 존재감이 커진 만큼, 회 사에 보탬이 되는 일들을 보다 많이 할 수 있을 거라는 분석이었다.
이와는 반대로 엑손모빌을 비롯 한 석유 업계의 주가들은 하락했다.
셰브롱이 여러 가지 혁신을 보여 주는 동안 기존 업체들의 대응은 전무했던 탓이다.
더욱이 이라크 내전으로 인한 중 동 정세 불안은 엑손모빌에 직격탄이었다. 엑손모빌이 보유한 유전의 상당수가 중동 지역에 있었으니 말 이다.
그 결과 주가 총액에서 셰브롱과 엑손모빌의 순위가 뒤바뀌는 결과 를 만들었다.
석유 업계에 지각 변동이 일어나 는 중이지만, 전세계에서 보자면 여러 속보 중 하나에 불과했다.
셰브롱의 소식을 덮어 버릴 만큼 또 거대한 뉴스들은 바로 실리콘 밸리에서 쏟아지고 있었다. IDDC 2003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 이다.
둘째 날 ID 오피스03 for AI 아 이즈의 정식 배포는 컴퓨터 업계에 일대 혁명적 파문을 일으키는 중이 었다.
의외의 사실은 인공지능이란 기 술에 대해 친숙하게 느끼는 사람들 이 많았다는 점이다.
영화나 소설, 각종 매체에서는
종종 나오던 소재였으니 말이다. 다만 제대로 된 인공지능이 적용된 기술을 찾는 것이 어려웠을 뿐이다.
친숙한 것과는 별개로 실제 구현 하는 건 너무도 어려운 일이었으니 말이다.
그런 인공지능이 이렇게나 빠르 게 실무에 도입될 거라고 생각한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성능도 너무나 좋았다.
- 끝내준다!
-혁신의 끝!
어제 풀린 안드로이드 S3와 ID 오피스03 for AI 아이즈를 구매한 이들이 제일 먼저 해 보는 건, 종 이 문서를 전자 문서로 변환하는 일이었다.
회사 일을 하다 보면 종종 맞닥 뜨리게 되는 일이 문서 작업이었다. 비단 회사일뿐만이 아니라 학교나 연구소 등등, 거의 모든 컴퓨터 작 업에 있어서 지대한 부분이었다.
지금까지는 본인이 직접 손으로 옮 기던가, 전문 OCR(Optical character recognition, 광학 문자 인식) 11.루.그램을 써야 한다.
전자는 공짜지만 힘들고, 후자는 비싸고 오진 확률도 제법 있었다. 게다가 스캐너라는 전문 장비도 필 요하다.
이제는 안드로이드 S3와 오피스 프로그램 하나면 끝이다!
OCR 업체나 전문가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기계 학습 인공 지능이 발표된 지 몇 달이나 지났 다고 벌써 이런 압도적인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지 이들의 상식으로 는 도저히 이해 불가였다.
ID 테크놀로지로 문의가 쏟아지 는 것도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보통 기업이라면 영업 비밀이라 며 원리를 밝히는 것을 매우 꺼렸 겠지만, ID 그룹은 다르다.
압도적인 문자 인식률에 대한 비 밀을 간단히 밝혔다.
바로 캡차 프로젝트라고 말이다.
비밀이 밝혀졌을 때, 수많은 사 람들이 깜짝 놀랐다.
캡차라는 건 90년대 중반부터 적 용된 범용적인 매크로 감지 기능이 캡차는 화면에 띄워진 숫자나 글 자를 사람이 보고 있는 그대로 입 력란에 넣으면 통과되는 기능이었 다. 캡차가 광범위하게 쓰인 건 매 크로 때문이었다.
시작은 어느 공과대학이 최고의 공과대학이냐는 인터넷 투표에서였 다. 당연하게도 북미 최대의 커뮤 니티 사이트 2CH.com에 올라온 인터넷 투표인데, MIT와 칼텍처럼 라이벌 의식이 강한 학교의 학생들 이 참전하면서 바로 핫이슈로 떠올랐다.
라이벌 학교의 자존심 싸움이 시 작되자 기상천외한 일들이 일어났 다. 그중에서도 압권은 매크로 프 로그램의 등장이었다.
지금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자 체적으로 매크로 기능이 지원되지 만, 그때만 해도 매크로라는 게 없 었다.
MIT와 칼텍의 학생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매크로 프로그램을 만들 어 투표에 참가한 것이다.
매크로 성능이 너무 좋아서 엄청난 성능을 가진 2CH.com의 서버 가 뻗을 정도였다.
이 사건은 바로 유재원에게 알려 졌고, 재발 방지를 위해 도입된 게 캡차였다.
투표를 할 때마다 캡차를 통해 사람인지, 매크로인지 가려내기 시 작하면서 더 나은 성능의 매크로 만들기 경쟁은 끝났다. 그 어떤 매 크로도 캡차를 넘어설 수 없었던 탓이다.
이후 캡차는 ID 그룹의 인터넷 서비스는 물론이고 타 회사의 인터넷 서비스에도 적용되었다.
완전 무료로 배포되었기 때문이 다. 영리 활동에도 무료로 사용할 수 있으니, 매크로나 도배 등등 각 종 인터넷에서 설치는 트롤에 대응 하기에 딱 맞는 서비스였다.
매일같이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캡차를 사용한다.
그렇게 쌓이고 쌓인 데이터베이 스가 기계 학습을 통해 정보로 가 공되었고, AI 아이즈의 문자 인식 의 핵심 엔진이 되었다.
옛 고서의 필기체부터 여러 번
복사되어 퀄리티가 바닥까지 떨어 진 문서라도 꽤나 정확하게 알아볼 수 있었다.
아직 사람만큼 완벽한 것은 아니 었지만, 사람에 근접할 정도로 좋 았다.
더욱이 오타로 확정된 것을 사람 이 제대로 수정하면 그 결과가 AI 아이즈에 반영된다. 그렇기에 사용 자가 많을수록, AI 아이즈의 품질 도 높아진다.
이러한 성능 덕분에 구독제로 바 뀐 판매 방식에 대해 논란도 크게 줄었다. AI 아이즈의 특수성을 인 정한 것이다.
90년대부터 인공지능을 준비했다 는 유재원의 말에 트집을 잡는 사 람도 이젠 완전히 사라졌다.
ID 테크놀로지의 주가도 크게 상 승했다.
주가 상승의 이유는 수익성 개선!
ID 테크놀로지의 수익 모델은 제 품 판매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안 드로이드 스마트폰부터 반도체까지.
그야말로 독점적 지위에서 크게 남는 장사를 할 수 있는 ID 테크놀 로지였다.
IT 분야에서 완벽하다고 해도 과 언은 아닌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 었지만, 약점은 있었다. 반도체 슈 퍼사이클에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 다.
매년 성능이 향상된 제품이 나오 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한두 세대 정도는 구매를 미루고 건너뛰 어도 큰 지장이 있는 건 아니었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만 봐도 S3 가 출시되었지만, AI 아이즈를 사용하지 않을 사람이라면 S2를 계속 써도 문제없는 것이다.
특히 게이머들이 그랬다.
S3에 하드웨어적인 혁신은 AI 처 리를 위한 텐서 코어 추가와 카메 라 모듈의 성능 향상이 다였다. 게 임만 하는 사람이라면 성능 향상을 체감할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ID 오피스의 구독 제가 시작되면서 ID 테크놀로지에 클라우드 서비스에 이어 추가적인 고정 수입이 생긴 것이다.
클라우드 서비스는 적자 상태인반면, 소프트웨어의 구독제는 시작 과 함께 수익이니 주주들이 반기는 건 당연했다.
참고로 ID 테크놀로지의 시작과 함께 서비스를 시작한 클라우드 서 비스가 적자인 건, 어마어마한 설 비 투자 때문이었다.
인텔과 AMD에서 만드는 최상급 서버용 칩의 최대 구매자가 ID 테 크놀로지 였다.
매년 수십 %대의 비율로 성장하 는 온라인 게임과 각종 인터넷 서 비스의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설비를 늘렸고, ID 그룹의 자체적인 서 비스를 위해서라도 서버를 구성해 야 했다.
돈을 버는 족족 다시 장비 구입 으로 썼다. 시스코의 최상급 장비 도 ID 그룹의 전용이나 다름이 없 었다.
버는 족족 이렇게 재투자를 하니 클라우드 서비스 파트는 수익을 좀 봤다 하면 적자로 돌아서길 반복하 고 있다.
그렇지만 유재원은 앞으로도 공 격적인 투자를 멈출 마음은 조금도 없었다.
클라우드 서버야말로 ID 그룹의 알파와 오메가였으니 말이다.
다음 날!
2일차 행사도 성공적으로 끝난 IDDC는 이제 3일차에 접어들었다.
커다란 행사가 진행될 때, 첫날 가장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가, 날 이 지날수록 반응은 사그라지는 게 보통이다.
이번 IDDC 2003은 달랐다.
3일차 행사에 몰린 네티즌의 관 심은 어제 혹은 첫날보다 더 뜨거 웠다.
그도 그럴 것이 첫날 안드로이드 S3폰이나 둘째 날 ID 오피스는 구 매자들이 한정된 반면, 3일차인 오 늘 발표될 물건은 훨씬 더 대중적 인 아이템인, 게임이었기 때문이다.
-판타지 유니버스의 두 번째 작 품, 레전드 리그를 소개합니다!
ID 엔터테인먼트의 스테판 바버 사장의 경쾌한 목소리와 함께 메인 스테이지에 걸린 대형 화면에 레전 드 리그의 시네마틱 오프닝이 펼쳐 졌다.
드래곤볼
"을 성공적으로 제 작한 ID 엔터테인먼트의 그래픽 팀 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3분 28초 분량의 시네마틱 오프닝은 영화와 같은 비주얼을 선사했다.
다차원 세계에 흩어져 있던 히어 로들이 시공의 폭풍을 만나 전설의 협곡으로 떨어지는 모습이 역동적으로 펼쳐졌다.
동시에 소환사의 전장에 다차원 의 히어로들이 떨어지게 된 비밀에 관해서도 살짝 노출이 되었다.
더욱이 원작이 존재하는 히어로 들뿐만이 아니라, 원래부터 전설의 협곡에 있던 판타지 유니버스 오리 지널 히어로들도 등장했다.
메인 스테이지에 들어선 관람객 들은 저마다 가진 최애 캐릭터가 화면에 등장할 때마다 큰 소리로 함성을 질렀다.
-안녕! 난 오공이야.
그중에도 가장 큰 함성이 터진 건, 역시나 손오공이었다.
드래곤볼 RM의 정식 방영이 종 료된 지는 몇 달이나 지났다. NBC 를 통해 일주일에 1편씩, 총 24편 이 제작되어 방영된 드래곤볼 RM 은 기대 이상으로 큰 성공을 거두 었다. 마지막 화에서 기록한 시청 률은 무려 6.1 끼시청 인구수로 환산하면 1,800만 명으로 역대 북미 지역 공중파 애 니메이션 시청률 사상 최고치였다.
케이블 채널에서는 아직도 재방송을 하는 곳도 있었으니, 손오공 은 판타지 유니버스-레전드 리그의 주인공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레전드 리그의 인기는 곧 장 다운로드와 접속자에 반영되었다.
슈프림 네트워크 매니저인 영식 이가 최선을 다한 덕에 서비스 장 애가 일어나진 않았다.
하지만 IDDC 2003의 첫날 유재 원이 등장하는 순간 몰린 인터넷 트래픽의 크기를 가뿐하게 넘어설 만큼 게이머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게이머들의 폭풍과도 같은 러시를 성공적으로 막아낸 영식이었지 만, 안도의 한숨을 쉬진 못했다.
띵
판타지 유니버스-레전드 리그라 는 큰 고비를 성공적으로 넘겼음에 도 영식이가 긴장의 끈을 놓지 못 하는 이유, 바로 유재원으로부터의 연락 때문이었다.
검찰에서 전화가 온 이유에 대해 알아봐 달라고 한 게 이틀 전이었 으니 엄청나게 빠른 일 처리였다.
영식이는 떨리는 손으로 유재원 이 보낸 ID톡을 열었다.
"하, 참나."
-……그러니까 서울 중앙 지검에 홍석철이라는 검사는 없었어. 즉, 보이스 피싱이었어!
보이스 피싱이라니.
긴장감이 탁 풀렸다. 안도감도 들었다.
그렇게 몇 초 지나자 영식이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화가 치솟았다.
이놈들은 전화 한 통으로 본인은 물론이고, 한국에 계시는 어머니까지 도 며칠이나 마음 졸이게 만들었다.
이대로 아무 일 없는 것처럼 넘 겨 버리기에는 너무도 화가 났다. 당장 뭐라도 해서 이놈들에게 커다 란 엿을 먹여 주고 싶어졌다.
"그래서 앱을 만들자고?"
IDDC 2003의 마지막 날, 평소 와 다르게 굳은 표정으로 유재원을 찾아온 영식이가 결연한 각오를 보이며 하는 말이었다.
영식이는 보통 코요테 시티 데이 터센터의 관제실 혹은 관제실에 붙 은 개인 사무실에 들어가 나오지 않는 게 보통이었다. 정식 근무 시 간 내내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걸 로 유명했다.
그런 영식이가 뭔가 큰 결심을 하고 유재원을 찾아왔다.
IDDC 2003의 마지막 날, 유재 원은 다시 메인 스테이지에 서기 전 준비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ID 테크놀로지 본사에 출근했다가 영식이를 보게 됐다.
영식이가 가져온 건 PPT 파일이 었다. PPT의 이름은 안티 피싱.
매우 직관적인 이름이었다. 말 그대로 보이스 피싱을 잡아내는 앱 이었다.
"한 번 프레젠테이션을 볼까?"
1분 1초가 바쁜 유재원이지만, 영식이를 위해서 시간을 내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
게다가 보이스 피싱을 잡는 앱이 라는 데 관심이 절로 갔다.
회귀로 압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