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687화 (687/1,007)

32권 21화

"동시 접속자 50만 돌파!"

"스트리밍 서버 안정적!"

접속자가 늘어나는 속도는 무시 무시했다. 1초마다 몇 만 명씩 IDDC 2003의 메인 스테이지 스트 리밍 서비스에 접속 중이었다.

동시에 트래픽 용량이 늘어나는 속도도 무서웠다. 특히나 이번 행 사부터 스트리밍 화질에 FHD 해 상도를 지원했다.

1080p에 60프레임이라는 엄청난 화질의 스트리밍 서비스는 인터넷 인당 8Mbps라는 막대한 대역폭을 소모했다.

"80만 돌파! 이중 FHD 화질로 접속한 이들은 10만 명입니다!"

오퍼레이터가 목소리를 높였다.

무지막지한 숫자들이지만, 관제 실의 네트워크 상태는 정상이라는 의미의 녹색이었다. 분산 서버 기 술 덕분이다.

만약 저 많은 사람이 아무런 조 치도 없이 하나의 네트워크에 접속 되었다면, 진작에 서버는 다운되었 을 테고, 여기 있는 관리자들은 서 버를 복구시킨다며 난리를 피웠을 것이다.

단적으로 FHD 화질로 접속한 이들만 10만 명이니 이들에게서 발 생하는 트래픽의 용량은 800Gbps 라는 무지막지한 숫자였으니 말이 다.

그런 무지막지한 트래픽을 요구 받고서도 네트워크가 끄떡없는 건 분산 처리 기술 덕이었다. ID 그룹 의 네트워크는 전 세계를 11개 지 역으로 나누었다.

미국과 한국처럼 인터넷이 발달 한 나라는 단일 국가 단위에서 별도의 지역으로 구분했고, 유럽의 경우 2개의 지중해 지역, 북유럽, 서유럽 지역으로 묶어 놓았다.

이런 식으로 나눠진 지역마다 채 널링이 형성되어 있어서, 발생하는 트래픽을 효율적으로 처리했다.

이러한 다층 구조의 서버 시스템 을 설계한 사람이 영식이었다.

유재원의 도움이 완전히 없었다 고는 할 수 없지만, 분산 서버의 중요한 기술적인 난제도 영식이가 대부분 풀어냈다.

160만까지는 가능하다!

그렇기에 영식이는 현재 ID 그룹 의 네트워크 시스템이 감당할 수 있는 접속자도 대충 견적을 낼 수 있었다.

문제는 160만 이상이 접속했을 때의 경우다.

160만을 넘기고도 스트리밍 서버 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매우 비정상적인 방법이 될 건 뻔했다.

가장 괜찮은 시나리오는 160만 이하로 접속하는 것인데, 영식이는 고개를 저었다. 오늘 가장 친한 친구이자 같은 개발자로서 존경해 마 지않는 유재원이 발표할 아이템들 은 엄청난 것들이니 말이다.

그 어떤 상황이라도 안정적으로 서버를 운영한다는 ID 그룹의 명성 을 지키기 위해선 그저 최선을 다 할 수밖에 없다.

"메인 이벤트 시작합니다!"

시작이란 말과 함께 메인 스크린 에는 ID 로고와 안드로이드 마스코 트가 등장했다.

"100만 돌파!"

그와 함께 동시 접속자는 100만 이라는 무지막지한 숫자를 돌파했 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영식이는 각오를 다짐과 동시에 화면에 등장한 친구의 모습에 속으 로 파이팅을 외쳤다.

"여러 번 IDDC를 진행했지만, 오늘처럼 뜨거운 적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여러 사람들의 응원 속에서 무대 에 오른 유재원은 너스레를 떨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렇다고 빈말은 아니었다. 오늘 은 그 어느 때보다 스타일링에 힘 을 준 유재원이었기 때문이다. 공 적인 자리에 설 때마다 늘 정장을 입는 유재원이지만, 오늘은 특히 공을 들였다.

단적으로 헤어스타일만 해도 리 젠트컷에 포마드로 잔뜩 힘을 주었 다. 평소라면 그저 왁스만 바르고 말았을 텐데, 이번엔 특히 힘을 줬다.

리얼카메라로부터 시작된 관심은 방송이 나간 지 몇 달이 지난 오늘 까지도 식지 않고 이어지고 있었으 니 말이다.

2020년만 되어도 아무리 뜨거운 핫이슈라도 며칠만 지나면 대중의 관심은 싸늘하게 식어 버리는데, 2003년인 지금은 온돌처럼 한 번 불을 댕기면 오래도록 식지 않았다.

"여기 메인 스테이지를 직접 찾 아주신 열성적인 여러분, 그리고 방송이나 인터넷 스트리밍으로 이화면을 보고 계신 분들。], 오늘을 얼마나 기다렸는지는 저 유재원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 니 바로 소개해 드리지요. 이것이 바로 여러분께서 그토록 기다리셨 던 차세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S3 입니다."

무대 위로 올라간 유재원은 간단 한 소감과 함께 본론으로 진입했다.

이런저런 기술적 성과에 대한 설 명은 뒤로 미뤄 두고, 곧장 주인공 인 안드로이드 S3를 안주머니에서 꺼내 보였다.

메인 카메라는 바로 유재원의 손 에 줌 인이 들어갔고, 덕분에 메인 스테이지의 뒤쪽, 그리고 좌우에 자리한 인피니티 스크린에 안드로 이드 S3의 모습이 커다랗게 확대되 어 나타났다.

와우!

객석에서 탄성과 함께 박수가 쏟 아졌다.

그것은 마치 붉은 보석과도 같았 다. 루비처럼 붉게 빛나는 그것이 안드로이드 S3가 맞다.

이제까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은 금색, 은색, 검은색처럼 금은동의 톤을 따랐다. 그렇다고 노골적인 금은동의 빛을 냈던 건 아니었고, 농도와 빛깔의 차이를 두어서 고급 스러움을 자아낸 컬러였다.

반면 유재원의 안주머니에서 나 온 S3는 루비를 녹여낸 것처럼 너 무나도 화려한 붉은빛을 자랑했다.

그와 함께 인피니티 디스플레이 에 안드로이드 S3를 소개하는 영상 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루비를 시작으로, 에메랄드와 사 파이어 같은 녹색과 파란색의 보석이 더 등장하면서 아름다운 빛으로 메인 스테이지를 물들였다.

이번 S3의 컬러 테마는 루비 레 드, 에메랄드 그린, 사파이어 블루 다.

케이스의 재질은 여전히 강화 유 리였지만 유리 안쪽에 바르는 도료 를 특별히 만들어낸 것이다. 과거 에는 기술이 부족해서 만들어내지 못한 색감이었는데, ID 그룹의 퍼 스트 파트너 중 하나인 3M에서 양 산에 성공해서 이번에 채용되었다.

유재원은 주얼리 시리즈라 불렀지만, ID 테크놀로지 내부에서는 RGB 시리즈라 불렸던 S3가 드디 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매년 수천만 대가 팔리는 안드로 이드 스마트폰인 만큼, 채택만 되 면 대박 터지는 것이라 3M에 장기 프로젝트로 도료 개발에 공을 들였 고, 기어코 S3의 납품을 따낸 것이 다. 그만큼 남다른 질감을 자랑했 고 인피니티 디스플레이에 비춰진 S3는 보석을 녹여 만든 것처럼 화 려했다.

"보통 이렇게 겉이 화려한 물건은 속 빈 강정이라는 게 이 세상의 상식이지만, 안드로이드 S3는 속까 지 꽉 차 있습니다."

120나노 공정의 끝을 쥐어짜 만 든 M4A1 프로세서지만, 절대적 성 능을 따지면 많이 부족하다. 그럼 에도 S3에 대한 자랑을 잊지 않는 유재원이다.

비록 유재원 본인의 기준선에는 한참 부족하지만, 그래도 현존 최 고의 기술력으로 만들어진 게 안드 로이드 S3라는 건 분명한 사실이었 다.

더욱이 시스템적 성능의 한계 속 에서 유재원은 본인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혁신을 S3에 담아내는 데 성공했다.

"그러면 바로 실제 제품을 사용 하면서 여러분이 가장 궁금해하실 S3의 새로운 모습들을 보여 드리겠 습니다."

유재원의 시범은 S3의 전원을 켜 는 것부터 시작이었다.

전원을 켜는 방식은 전과 다르지 않았다. 스마트폰의 오른쪽 사이드 에 달린 물리 전원 버튼을 5초 이상 누르고 있으면 켜지는 방식 그 대로였다. 대신 부팅 화면이 달라 졌다.

안드로이드 S3에 탑재된 모바일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도 대대적인 버전 업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또 한 AI 도입에 맞춰 인터페이스도 변화했기에, 마스코트인 안드로이드 로봇의 모습도 더 세련된 모습으로 바뀌었다.

20초 남짓한 부팅이 끝나자 잠금 화면이 나타났다. 그런데 전작에서 보였던 밀어서 잠금 해제 화면 대신 새로운 문구가 떴다.

-페이스 키 잠금 해제를 사용하 려면 암호를 입력해야 합니다.

밀어서 잠금 해제가 스마트폰 시 대의 시작을 알리는 기념비적인 제 스처였다. 난립하던 피처폰들은 그 화면 하나로 밀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렸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냉정히 보았을 때, 밀 어서 잠금 해제는 스마트폰의 오작 동 방지 말고는 보안적인 기능이 전무했다.

터치스크린에 지문 인식 센서를 결합했더라면 등록된 사용자만 밀 어서 잠금 해제가 가능했을 텐데, 아직 센서 기술력이 거기까지 발전 하진 않았다.

그렇기에 안드로이드 S2에는 핀 넘버 혹은 최소 3X3 크기의 꼭짓 점 잇기 방식의 잠금 해제를 사용 했다.

보안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긴 했는데, 밀어서 잠금 해 제와 달리 간편함과는 거리가 멀어 졌다.

"이제는 페이스 키로 밀어서 잠금 해제보다 훨씬 간편한 보안 체 계를 누구나 누릴 수 있게 되었습 니다."

부팅 후에 처음 한 번만 핀 넘버 를 입력하면 다음부터는 페이스 키 로 터치 없이 바로 잠금 해제가 된 다.

유재원은 안드로이드 S3의 전면 부 카메라를 향해 씨익 웃는 것으 로 잠금 해제를 푸는 모습을 직접 시범으로 보였다. 스마트폰이 단단 히 잠겼다는 걸 의미하는 열쇠가 미소 한 방에 깔끔하게 풀렸다.

기술적인 난이도를 따지면 지문 인식 센서보다 페이스 키가 훨씬 고난도였지만, 유재원은 지문 인식 기능보다 페이스 키를 훨씬 빠르게 실용화해 버렸다.

"모두 AI 아이즈의 힘입니다. 안 드로이드 S3의 사용자들은 AI 아이 즈의 서포트를 받기 위해 일부러 AI 아이즈 앱을 실행할 필요가 없 습니다. 전원 버튼을 누르는 것만 으로 AI 아이즈는 사용자를 돕기 위해 활성화되니까요."

유재원의 말에 메인 스테이지에서 환호와 박수가 가득 터졌다.

사실 이 자리를 직접 찾은 이들 은 모두 AI 아이즈가 과연 리얼카 메라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선보 였던 것처럼 제대로 작동하는지 보 고 싶어서 온 이들이라고 해도 과 언이 아닐 정도다.

그렇기에 안드로이드 S3가 루비 레드 색상으로 강렬한 첫인상을 드 러냈을 때만 해도 환호하던 이들이 날카로운 매의 눈빛으로 실사용 데 모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이들에게 잠금 해제부터 AI 아이즈를 통한 페이스 키가 사용된 것은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얼굴을 보고 잠금이 풀리는 것 이니 혹시나 사진을 가져다 대면 잠금이 풀리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 이 계실까요? 그래서 준비했습니 다."

안주머니에서 두 번째 준비물을 꺼냈다.

1 : 1 사이즈로 본인의 얼굴을 정 밀하게 찍은 사진이었다. 증명사진 처럼 정면을 바라보고 찍은 구도였 다. 그걸 왼손에 쥐고 잠금 상태로 돌린 안드로이드 S3를 오른손으로 들어 올린 유재원은 전원 버튼을 다시 누르고 사진에 포커스를 맞췄 다.

맨얼굴에서는 순식간에 해제되었 던 잠금 화면이 사진을 비추자 묵 묵부답이었다. 이리 돌리고 저리 돌려 보아도 마찬가지였다.

한참이나 본인의 증명사진과 안 드로이드 S3를 가지고 씨름을 하던 유재원은 사진을 내려두고 설명을 시작했다.

"페이스 키는 단순한 스틸 컷 한 장으로 사용자의 얼굴을 판별하는 게 아니라, 동영상 자체를 인식합 니다. 이렇게 입력받은 동영상을 초당 100만 회 이상의 텐서 코어 연산을 통해 등록된 사용자인지 가 려내는 게 페이스 키의 핵심이지요. 게다가 AI 아이즈의 기계 학습 알 고리즘도 항시 작동 중이니, 안드 로이드 S3를 계속 사용할수록 인식 의 정확성과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입니다."

유재원은 자랑스럽게 말했다.

자격도 충분하다. 2003년도의 하드웨어로 이만한 성능을 발휘하도 록 프로그래밍 할 수 있는 사람은 전 세계에서 본인이 유일했으니 말 이다. 실제로 페이스 키 관련 프로 그래밍은 C++로도 원하는 속도가 나오지 않아서 어셈블리어를 가지 고 코드를 짰다.

"후후, 그러면 이제 잠금도 풀렸 으니 안드로이드 S3의 핵심 앱인 AI 아이즈를 본격적으로 보여 드리 겠습니다."

이어서 유재원은 행사장을 찾은 이들과 인터넷 시청자들이 그렇게 바라던 AI 아이즈의 시범을 시작했 다.

이미지 검색을 통한 백과사전, 문자 인식을 통한 문서 작성과 번 역 등등. 리얼카메라에서 보여줬던 것 이상으로 AI 아이즈의 성능은 무시무시했다.

"AI 아이즈와 결합된 결제 서비 스, N페이를 소개합니다."

여기에 유재원은 한국에서 열심 히 준비했던 N페이까지 발표했다.

AI 아이즈에 본인의 카드를 등록 한 다음, 페이스 키와 연동하기만하면 원 클릭 결제 서비스보다 훨 씬 간편한 결제를 할 수 있다는 걸 직접 보여줬다.

딱 하나 단점이 있다면, AI 아이 즈를 사용하기 위해선 항상 온라인 이어야 한다는 점 빼고는 그야말로 완벽한 앱이었다.

회귀로 압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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