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684화 (684/1,007)

32권 18화

"만약 가입하신다면 배달 문화에 혁신을 가져올 앱도 하나 만들어 드릴게요."

여기에 덤으로 유재원은 배달 앱 을 구상하고 있었다.

유경그룹의 류준식 사장님은 프 랜차이즈 협회의 협회장도 맡고 계 셨다. 토종 프랜차이즈로 외국계 프랜차이즈를 압도한 덕에 절로 굴 러들어온 자리였다.

유재원은 그런 류준식 사장님의 지위와 N페이가 제대로 시너지 효 과를 낼 방법으로 배달 앱을 떠올렸다.

전화 주문도 혁신이긴 했다. 그 렇지만 시간이 다 했다. 90년대부 터 활성화되어 이제는 기본이 되었 다. 더욱이 전화 통화를 어려워하 는 사람도 있었고, 사업장에서도 체계적인 관리가 어려웠다.

배달 앱을 통해 모든 프랜차이즈 주문을 통합하고 여기에 N페이를 결합한다면 시너지 효과는 대단할 것이다.

"조카님! 아니, 유 회장! 우리는? 미래그룹을 위해 준비된 것은 뭐없는가?"

몸이 달은 미래그룹 전재구 회장 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TG모바일 부터 유경치킨까지 N페이와의 결 합으로 이뤄낼 시너지 효과는 옆에 서 보기에도 대단했다. 그렇지만 미래그룹을 위한 건 아직도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 전재구 회장의 입을 떡 벌 어지게 만든 유재원의 한 마디.

"N페이의 지분이죠."

지분이라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는 사업하는 사람들이 잘 알고 있다. 특히 전재구 회장의 경우에는 일명 왕자의 난이라는 동생들과의 지분 싸움에서 승리해 미래그룹을 승계한 사람이었으니, 지분에는 남 다른 애착이 있었다.

"많이는 못 팔아 드려요. 사장님 들께 내놓을 수 있는 물량은 전체 의 20% 정도예요."

전재구를 비롯해 자리에 앉아 있 는 사장들의 얼굴에 모두 화색이 돌았다.

그것만 해도 어디인가!

유재원이 시작하는 사업들은 처음엔 좀 물음표가 뜨더라도 나중엔 죄다 대박이 났다.

단적으로 무모해 보이던 전기자 동차도 F2로 대박이 터졌다. GM 이니 벤츠니 하는 세계적 자동차 회사들도 그만한 인지도를 얻기 힘 든데, 자율 주행 전기자동차의 공 개로 최상급에 올랐다.

만약 라이트닝 볼트사에서 당장 F2의 정식 판매를 시작하면 선주문 으로만 수만 대가 들어올 만큼 대 단했다.

그렇기에 유재원이 하는 사업엔 무조건 돈을 투자하겠다는 사람들 이 줄을 섰다. 개인들뿐만이 아니 라 투자 은행과 일반 은행들까지 투자하겠다고 난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재원은 투자를 가려 받 았다.

유재원 역시 넘쳐나는 자금력을 가지고 있는 만큼, 자금 조달은 웬 만해선 혼자 처리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 유재원이 N페이라는 새로 운 사업의 지분을 공개하겠다고 말 하는 것이다.

이는 곧 지지부진했던 N페이를 최대한 빠르고 확실히 띄우겠다는 의지의 표명이기도 했다.

실제로 유재원이 바라보는 시점 은 이번 8월달이었다. IDDC 2003 에서 모두가 기다리고 있는 AI 적 용 앱을 발표할 때, N페이도 발표 하는 것이 목표였으니 유재원의 발 걸음이 광폭이 될 수밖에 없었다.

특별한 친분이 있는 사장님들과 의 미팅이 오늘의 마지막 외부 일 정이었다.

"확실히 N페이는 좀 이른 감이 있었지."

서울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유재원은 N페이에 대한 짧은 평가 를 내렸다.

유재원의 방침은 시대보다 딱 한 발자국 앞서 나가자는 것이다. N페 이도 그랬다. 원 클릭 결제가 성공 했으니, N페이도 성공할 줄 알았는 데, 예상보다 훨씬 지지부진했다.

유재원은 한 발자국 앞에서 기술 을 선도한다고 생각했는데, 소비자 나 판매자가 느끼기에는 너무 생경 한 기술인 것 같았다.

유재원이라고 무조건 성공하는 건 아니었다. 이런 식으로 실패한 서비스나 제품은 더 있었다.

휴대형 mp3 플레이어인 라이브 팟도 스마트폰 대중화 이후로 판매 량이 대폭 감소 중인 제품이다. 태 블릿 패드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든 안드로이드 패드 역시 마이너 한 판매량이다. IoT와 홈 시큐리티를 결합한 혁신적인 제품인 진돌이 의 경우엔 처참했다.

출시 후, 현시점까지 누적 판매 량이 100만 대를 넘지 못했으니 말 이다. 그나마 진돌이는 보스턴 다 이나믹스 인수를 기념해 만든 제품 이라 판매량에 큰 의미를 두진 않 지만, 아쉬운 건 사실이었다.

이러한 실패작 중 하나였던 N페 이에 반전의 계기가 생겨난 건 AI 아이즈 덕분이다.

인공지능과 연결된 눈이라는 핵 심적 기능과 함께 AI 아이즈는 확장성도 뛰어났다. 카메라 모듈에 들어오는 화상을 데이터로 바꾸어 분석한다는 것은 놀라운 시너지 효 과를 쉽게 발휘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니 말이다.

카메라, 백과사전, 번역기, 문서 작성, 본인 인증과 N페이를 통한 결제.

아마 IDDC 2003에서 발표될 최 고의 신제품은 안드로이드 스마트 폰의 차기 버전이 아니라, 그 안에 탑재될 AI 아이즈 앱이 될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1년 만에 대단히 혁신적인 스마트폰 하드웨 어를 만드는 건 유재원으로서도 불 가능한 일이었다.

머릿속에야 엄청난 것들이 가득 하지만, 그걸 현실로 옮길 공장은 아직이었으니 말이다.

모바일 AP의 제작 공정은 여전 히 120나노미터였고, ID 일렉트로 닉스의 실험실에서만 100나노미터 제조에 성공 중이었다.

그러니 M 시리즈 모바일 프로세 서도 약간의 개선 정도만 할 수 있 었고, 대대적인 성능 업그레이드는 내년이나 되어야 가능했다.

덕분에 IDDC 2003에 발표할 안 드로이드 S3에 탑재될 프로세서는 M4 마이너 업그레이드 버전이 될 것이고, 이름도 M4A1 이라고 확정 되었다.

기존의 M4에서 작동 속도가 약 간 상승했고, 최적화를 통한 공간 절약으로 남긴 부분에 인공지능 알 고리즘 가속을 위한 텐서 코어를 4 개 유닛 장착하는 정도의 업그레이 드 버전이다.

텐서 코어의 성능은 아주 기초적인 수준이었다.

21세기 중반의 호화로운 인공지 능 가속 카드에 비하면 그야말로 미미한 성능이지만, AI 아이즈를 비롯해 안면 인식 잠금장치 등등에 활용하기에는 적당한 수준이었다.

"이것도 너무 빠른 건 아니겠 지?"

N페이처럼 기껏 만들었는데 활 성화가 되지 않으면 실망이 클 것 같다.

그렇지만 느낌은 무척이나 좋았 다. 리얼카메라로 폭발한 AI에 대한 관심은 진짜였으니 말이다. 더 욱이 AI 아이즈에서 제일 중요한 건 결과물의 질이었는데, 그것은 유재원도 인정할 만큼 정확도가 높 아진 상태였다.

오히려 AI 아이즈라면 N페이까 지도 성공시켜 줄 것 같다는 확신 이 들 정도였다.

분명 대단한 시너지 효과를 일으 켜 줄 것이고, 핀테크 불모지였던 한국이 가장 먼저 대중화될 거라는 희망으로도 이어졌다.

ID 글로벌헤드쿼터 빌딩의 최상 층.

높은 산에 오른 것처럼 서울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펜트하우스가 유재원의 서울 집이었다. 남들은 다 부러워하는 집이었지만, 유재원 에겐 1년에 몇 주 지내지도 않는 별장 같은 느낌이었다.

집안에 식구들이라도 있었다면 모르겠지만, 부모님은 덕진리 집에 계셨고 티파니는 시베리아 출장 중이었으니 썰렁하기만 했다.

물론 펜트하우스에서는 유재원뿐 만이 아니라 김대석이나 경호팀도 함께 지내지만, 그들은 유재원과는 분리된 공간에 있었다. 게다가 함 께한 지는 오래되었지만 서로 나이 며 직분이며 차이가 나는 게 많아 서 친구처럼 지내는 것도 어려웠다.

그렇기에 집으로 돌아온 유재원 이 자연스럽게 찾은 곳은 서재였다. BS 맥주를 마시며 서울의 야경을 구경하면서 쉬는 것도 나쁘지 않지 만, 내일 할 일을 미리 해 놓으면 앞날이 편해진다는 건 진리였으니 말이다.

서재에 앉아 컴퓨터를 켠 유재원 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용 애플리 케이션 제작 툴을 띄워 두고 앱 하 나를 만들기 시작했다.

유경그룹의 류준식 아저씨에게 약속한 배달 앱을 만드는 것이었다.

클라이언트 버전, 가맹점 버전, 서버 프로그램 이렇게 3가지 종류 의 앱이 필요하고, N페이와 원 클 릭 결제도 내장해야 하니 금융 모 듈과도 연동시켜야 한다.

말만 들으면 매우 복잡해 보이지 만 어려울 건 없다.

"땅 짚고 헤엄치기로군."

오죽하면 유재원은 프로그래밍하 면서 단 한 번도 멈칫거리지 않았 다. 고도의 아키텍처가 필요한 것 도 아니고, 프런트 엔드와 백 엔드 사이에 연동만 확실히 해 주면 그 만이었으니 말이다.

가맹점 버전의 경우에도 N페이 와 연동시키는 건 매우 쉬웠다.

바로 대한민국 최대의 POS 사업 자가 ID 테크놀로지였기 때문이다.

유경그룹의 가맹점은 물론이고, 웬만한 동네 슈퍼마켓에도 깔린 게 ID 테크놀로지의 POS였다. 90년대 초 보급을 시작한 이래로 꾸준히 성장했고, 그에 따라 POS 기기의 성능도 꾸준히 업그레이드되었다.

현재 POS에 들어가는 프로세서 는 현세대 컴퓨터보다 2, 3세대 정 도 뒤처진 성능을 내지만, N페이나 배달 앱과 연동시키는 데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 됐다."

유재원에게서 됐다는 말이 나온시간은 저녁 10시를 막 넘길 때였 다. 오후 늦게 일을 시작했으니 불 과 5시간도 안 되는 사이에 배달 앱이란 앱을 만들어낸 것이다.

혼자서 완성한 것이기에 겉으로 보기에는 클라이언트 버전이나, 가 맹점 버전이나 허접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럴듯한 인터페이스도 없이, 그 저 텍스트만 가득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기능적으로는 완벽했다.

가맹점 점주가 배달 앱에 가입하 고, 본인의 위치와 가게 메뉴의 사진과 설명, 가격을 등록하면, 해당 지점과 가까운 데 거주하는 일반 유저의 배달 앱에 해당 내용이 뜨 고, 주문도 바로 할 수 있었다.

서버 버전은 각종 관리 기능을 구현해서 배송부터 결제까지 배달 앱 이용 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문제에 대해 대처할 수 있도록 만 들었다.

결제 관련 데이터도 접근할 수 있어야 했기에, 좀더 고심해야 할 필요는 있었지만 유재원에겐 큰 문 제가 아니었다.

앱 패키지 파일, ID 그룹의 프로 그래밍 가이드의 표본과 같이 주석 이 충실히 실린 소스 코드, 배달 앱 사업 계획서와 레퍼런스가 실린 문서까지 한꺼번에 압축해서 POS 사업부로 전송했다.

배달 앱이란 앱스토어에 업로드 했다고 해서 끝난 게 아니라, 꾸준 한 관리가 필요한 사업이었으니 말 이다.

ID 그룹의 수많은 계열사를 모두 따져 보았을 때, 배달 앱 사업을 수행하기에 제일 적당한 조직이 POS 사업부였다.

오늘도 보람찬 하루를 끝낸 유재 원은 티파니와 취침 전까지 통화하 다가 잠이 들었다.

이틀 후.

-청와대, 총리와 부총리 인선 발 표!

-총리 후보자 김석수.

-교육부 총리 이해찬.

-경제부 총리 김진표.

-과학기술부 총리 진대제.

김대석 비서실장이 가져온 신문 기사 스크랩북의 첫 장에는 노무현 정부의 초대 총리와 부총리들의 이 름이 적혀 있었다.

직책으로 따지면 총리가 제일 큰 인사였지만, 유재원은 부총리급 인 선에 눈이 먼저 갔다. 김석수라는 인물은 기억을 한참 뒤져야 나오는 이름이지만, 이해찬, 김진표, 진대 제는 이름만 들으면 정보가 뜨는 사람들이었으니 말이다.

그중에서도 유재원은 이해찬이란 이름에 시선이 갔다.

노 대통령과의 독대 때 본인이 직접 기득권의 저항력에 대해 알고 싶다면, 사학 개혁을 시작해 보라 고 말했으니 말이다. 그에 대한 대 답으로 교육부 총리에 이해찬을 올 린 게 확실했다.

이해찬이란 이름을 보면 떠오르 는 단어는 '초강성'. 제대로 한판 해보겠다는 노 대통령의 의지가 확 실히 전해지는 인선이었다.

미국으로 가더라도 한국에서 들 려오는 뉴스 덕에 무척이나 재미있 을 것 같다. 물론 개혁 대상인 사 학이나, 개혁을 하려는 노무현 정 부나 밀리면 죽는다는 생각에 전력 을 다해 충돌하겠지만, 유재원에겐 홍미로운 사건이었을 뿐이다.

"이제 이동하실 시간입니다."

스크랩북으로 아침을 시작한 유 재원은 김대석의 말에 자리를 정리 하고 일어났다. 곧이어 김대석이 잡아 놓은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띵 하는 소리와 함께 작동을 시작한 엘리베이터는 지상으로 내려 가지 않고, 오히려 위로 올라갔다.

한국에서의 마지막 날인 오늘은 딱 하나의 스케줄이 있었다. 바로 대전의 ID 일렉트로닉스에 들러 리 사 수 박사를 만나는 것이었다.

대전까지 내려가는 데, 차 대신 헬리콥터를 이용하기로 했기 때문 이다.

회귀로 압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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