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권 7화
커뮤니티 게시물의 짤방에서 봤 던 건 빠르게 넘겼고, 보다 전문적 인 자료를 찾았다. 빠르게 감기 버 튼을 몇 번 누르자 원하는 내용이 나왔다.
-사람이 자동차를 운전할 때 사 용하는 감각은 시각과 청각입니다. 뛰어난 드라이버는 운전대나 시트 에서 전해지는 노면의 질감까지도 확인해 운전에 적용하겠지만, 보통 은 시각과 청각이 대부분이지요. 우리 라이트닝 볼트사의 자율 주행 기술도 시각과 청각에 집중되어 있 습니다.
고속 주행까지 성공적으로 마친 볼트사 사장은 유재원과 촬영팀 앞 에서 짧게 자율 주행 시스템에 대 한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존 에드워드가 주목한 건 볼트 사장이 아닌 관람석 양쪽에 걸린 프레젠테이션용 슬라이드 였다.
"오, 마이, 갓."
F2에 적용된 자율 주행 기능을 구현하기 위한 시스템의 스펙이 적 혀 있었고, 그걸 확인하는 순간 크 나큰 충격을 받았다.
저렇게나 정교한 자율 주행 기능을 구현하려면 엄청나게 강력한 컴 퓨터가 필요할 줄 알았다.
하지만 눈 씻고 찾아봐도 슈퍼컴 퓨터에 들어갈 부품은 보이지 않았 다. 기껏해야 보이는 건 쿼드로 2000이라는 전문가용 그래픽 카드 4장에 AMD사의 쿼드코어 CPU 2 개 정도였다.
저 정도 스펙이면 디지털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하는 프리랜서 정도 면 충분히 구비할 수 있는 수준이 었다.
그렇지만 존 에드워드의 충격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리 유 회장님께서 제공해 주 신 학습형 인공지능 덕에 저의 예 상보다 5년은 더 빠르게 자율 주행 레벨 3에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화면 속 볼트 사장은 그야말로 꿈을 이룬 사람의 표정으로 인공지 능이란 단어를 확실히 언급했다.
인공지능?
자율 주행 프로그램은 정교하게 짜여진 프로그램인 줄 알았는데, 인공지능이라니! 그러면 또 이야기 는 달라진다.
그것도 엄청나게 말이다.
"대체 무슨 마법을 부리신 겁니 까?"
뜨악!
F2의 퍼포먼스를 확인한 임명한 PD는 입이 떡 벌어졌다.
이렇게 감정 표현이 격한 사람은 아닌데, F2의 능력을 직접 보니 저 도 모르게 반응이 나오는 걸 참을 수가 없었다.
"마법이 아니라 과학입니다."
유재원은 임명한 PD가 직접 들 고 있는 카메라를 보며 말했다.
고도의 과학은 마법처럼 보인다 는 말이 있다. 임명한 PD는 농담조 였지만, F2를 처음 보는 옛날 사람 이라면 귀신 들린 자동차라고 할 만했다.
그렇지만 유재원의 말처럼 F2에 적용된 자율 주행 기술은 과학이었 다. 현존 최고 수준의 센서들과 이 미지 분석을 위한 강력한 워크스테이션, 그리고 이렇게 추출된 데이 터를 기반으로 자율 주행을 담당한 인공지능까지.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안타깝게도 우리가 자랑하는 인 공지능 시스템과 F2가 직접 연결된 건 아닙니다. 무선 인터넷의 레이 턴시나 전송 속도의 한계로, 자율 주행 관련 데이터나 내비게이션 데 이터 업데이트 정도만 와이파이 모 드로 하고, 자율 주행은 스탠드 얼 론 형태로 구현됐습니다."
유재원은 임명한 PD와 촬영팀을 이끌고 하이테크 연구소 안으로 이 동했다.
과거 드론의 비행 테스트를 했던 공터에는 이젠 지상 5층, 지하 15 층에 달하는 거대한 연구 시설이 자리하고 있었다.
다양한 연구팀이 입주해 있었는 데, 그중에서도 볼트 사장이 이끄 는 F2팀의 연구실로 먼저 입장했 다.
거기엔 F2를 세로로 반 뚝 자른 1 : 1 모형이 자리하고 있었다.
"전후방, 측방 통틀어 12개의 고성능 CCD와 8개의 초음파 센서, 6개의 고감도 마이크, 그리고 여기 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처리하는 시 스템으로 AMD의 쿼드코어 CPU 2개, 엔비디아의 쿼드로 GPU 4장, 16GB의 메모리, 256기가바이트의 하드디스크의 컴퓨터가 들어가 있 습니다."
2003 IDDC에 전시할 목업인데, 실물과 거의 똑같은 형태로 제작되 었다. F2의 구조를 설명하는 데 있 어 이보다 좋은 교보재는 없었다.
이렇게 다 보여줘도 되나 싶을
정도로 F2에 대해 많은 것을 보여 주는 유재원이었다.
오죽하면 임명한 PD가 방송에 내보내도 괜찮겠느냐고 다시 한번 물었을 정도다.
물론 유재원은 문제없다고 했다.
라이트닝 볼트사는 각종 모델을 개발하면서 획득한 기술에 대해서 무조건 특허를 냈으니 말이다. 다 른 회사에서 F2와 똑같은 자동차를 만들겠다고 한다면, 라이트닝 볼트 사의 특허를 우회할 방법은 없을 것이다.
더욱이 F2에서 가장 임팩트가 있 는 자율 주행 기능은 현재 전 세계 에서 ID 그룹만이 가진 기술이었 다.
"F2의 자율 주행 기능은 완벽합 니다. 하지만 이를 공증해 줄 기관 이나 관련 법력이 미비해서 당장 출시는 어렵습니다."
자율 주행이 대중화가 되기 위해 서는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져야 한 다는 결론을 내린 유재원은 리얼카 메라를 통해 F2의 존재를 공개로 계기가 되었으면 했다.
상당한 수준의 자율 주행 자동차 를 완성했으니, 긴장하라는 뜻이었 다. 동시에 미국이나 한국의 정치 가들에게 자율 주행 관련법을 한시 바삐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도 하면 서 말이다.
"F2가 자율 주행 모드로 운행 가 능한 지역은 시애틀에서도 일부 지 역에 한정되어 있으니 말입니다. 이것도 엄청난 금액을 보험사에 예 치하고서야 받은 보험증과 시애틀 시 당국의 도움 덕에 가능한 일이 었습니다."
"왜 그렇죠?"
"관련 법령이 없기 때문입니다. 예외를 인정받으려면 그만큼 성의 를 보여야 했죠."
"기업을 위해 도시가 움직이다니 대단하네요. 그런데 나중에 배가 아픈 사람들로부터 한 기업에 특혜 를 몰아 줬다고 말이 나오지 않을 까요?"
"특혜요? 글쎄요."
한국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 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의 자동차 관련 법령을 보면 미래자동차와의 싱크로율이 상당히 높았으니 말이 다.
미래자동차가 따라 할 수 없는 신기술은 한국에선 봉인이었다. 그 러다가 미래자동차에서 기술개발에 성공하면 뒤늦게 허가가 나는 식이 었다.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노골 적인 조치였다.
하지만 그렇게 보호해 준 미래자 동차는 한국의 소비자들에게 내수 용 차별이라는 빅엿을 먹여 주는 것으로 갚아 줬다.
수출용 자동차와 내수용 자동차 의 프레임이나 부품의 품질이 확연 히 차이가 난다는 건 공공연한 비 밀이었을 정도로 말이다.
"그렇지만 다른 회사들도 걱정하 실 필요는 없습니다. 자율 주행 인 공지능 기술 역시나 클라우드 컴퓨 팅 서버와 마찬가지로 원하는 회사 어디에나 공급 가능하니까요."
"F2의 독점으로 두지 않겠다는 말씀입니까?"
"네!"
임명한 PD의 말에 유재원은 명 쾌하게 답했다.
"자율 주행 기능을 적용하는 데 전기자동차가 제일 간편하지만, 기 존의 가솔린 자동차나 디젤 자동차 라도 문제없습니다."
거기에 이어진 부연 설명은 전 세계 자동차 회사들을 긴장시켰다.
"유 회장이 우리에게 일거리를 던져 주는군."
유재원이 씨익 웃고 있는 컷이 일시 정지된 채로 있는 곳은 바로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중심 백악관 의 오벌 오피스였다.
오벌 오피스 한쪽 벽면에 투사된 스크린에는 셋톱박스를 통해 타임 플렉스의 리얼카메라 2편이 재생 중이었다.
그와 함께 비서진을 통해 정리된 텍스트가 앨 고어 대통령 앞에 있 었다.
전 세계를 아우르는 백악관에서 긴급 의제가 될 만큼 F2가 선사한 임팩트는 상당했던 것이다.
-자율 주행은 당연히 인공지능을 베이스로 구현된 기능.
-그렇지만 자율 주행 기능을 구 현하는 데 거대한 인공지능 시스템 전체가 필요한 것은 아님.
-각종 센서로부터 들어오는 데이 터를 인공지능을 통해 최적화된 알 고리즘으로 분석하고, 이를 제어부 에 전달하는 데 전문가용 PC 정도 면 충분.
-배터리 문제나 자율 주행에 대한 안정성을 인증받는 것이 산적한 과제.
-F2의 예상 가격은 4만 달러 이 하로 잡고 있습니다.
"응? 4만 달러?"
4만 달러라면 미국에서는 중형 자동차 가격이다. 엄청나게 비싼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싼 가격도 아니었다. 하지만 앨 고어 대통령 이 4만 달러라 되물은 이유는 생각 보다 너무 저렴했던 탓이었다.
무려 자율 주행 자동차다!
8만 달러가 되어도 살 사람들이 많은데, 4만 달러라니. 발매를 한다 면 인기가 폭발할 것은 분명했다.
"국민들의 반응은 어떤가?"
이어진 앨 고어 대통령의 물음에 비서진 중 하나가 일어나 답했다.
"좋습니다. 그렇지만 아직은 F2 를 모르는 이들이 더 많습니다."
"응? 왜지?"
리얼카메라 2편에서 라이트닝 볼 트의 자율 주행 전기자동차 F2에 대한 정보는 유재원의 입을 통해 무척이나 구체적으로 풀렸다.
문제는 한국이나 미국이나 전파 된 매체가 메이저가 아니었다는 점 이다.
한국에서는 케이블과 타임플렉스 에서만, 미국에서는 오직 타임플렉 스에서만 방영되었다. 미국 한정으 로 타임플렉스의 가입자는 8백만 단위를 자랑했다.
하지만 미국의 전체 시청 가구 숫자는 4천만이 넘으니 전체 시청 자에 비하면 1/5에 지나지 않았다.
즉, 타임플렉스의 이용자는 아직소수라는 이야기였다.
더욱이 타임플렉스는 VOD 기반 서비스였다. 리얼카메라가 타임플렉 스 메인 페이지의 최상단에 놓이긴 했지만, 이용자가 직접 선택해 재 생하지 않으면 프로그램이 재생되 지 않는다. 그렇기에 리얼카메라의 시청자 숫자는 더욱 적었다.
단적으로 리얼카메라 1편의 한국 시청률은 1.1%였다.
최악의 막장 드라마라도 5% 정 도는 보장되는 게 한국의 방송계였 으니, 케이블 방송이라는 물리적인 한계가 명확히 드러나는 수치였다.
"대신 텔레비전이나 신문의 기사 로 접하는 이들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홈, 그러면 왜곡되는 일도 많아 지겠군. 특히 전기차를 끔찍히 싫 어하는 자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 겠어."
정답이다.
본방송이나 재방송을 못 본 사람 들이 자율 주행 자동차에 대해 알 수 있었던 건 언론들의 역할이 컸 다.
언론들은 저마다의 관점이 있었 고, 자율 주행 자동차에 대해서도 그 관점에 따라 다르게 평가했다.
보수적인 언론들과 사이가 좋지 않은 앨 고어 대통령은 언론이 전 하는 뉘앙스의 차이만으로도 독자 들이 받아들이는 느낌이 완전히 달 라진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다행히도 유재원이라는 존재가 가지고 있는 특징 덕에 F2의 자율 주행에 대해 사기라느니, 속임수라 느니 하는 말은 그다지 많이 나오 지 않았다.
기술의 완성도를 부정하고 싶어 도 리얼카메라에서 워낙 자세히 다 룬 탓에 그럴 수가 없었다. 더욱이 세상 사람들은 유재원을 통해 상상 을 초월하는 물건들을 수도 없이 접했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시작으로 컴퓨터와 가전제품 그리고 스마트폰 까지.
90년대 초만 해도 컴퓨터는 전문 적인 지식이 있는 사람들만이 다룰 수 있는 물건이었지만,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이후에는 마우스만 잘 움직일 수 있으면 누구나 컴퓨터로 원 하는 일을 할 수 있었다.
F2도 마찬가지였다.
ID 그룹이 전기자동차를 만들고 있다는 건 익히 알려진 일이었다.
하지만 자율 주행까지도 엄청난 수준으로 완성하고 있을 줄은 몰랐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빠 르게 자율 주행 자동차의 개념에 대해 받아들였다. 어디 가면 살 수 있느냐는 구매 문의도 빠르게 늘어 났다.
"그러면 한시바삐 관련 법령을 만들어야겠군. 음, 지원책도 마련해 주는 게 좋겠지. 매연이 전혀 나지 않는 친환경 전기자동차니 말일세."
앨 고어 대통령은 정치인이자 동 시에 환경운동가였다.
특히 지구 온난화 문제에 대해 남다른 관심이 있었다. 그렇기에 전통의 가솔린, 디젤 자동차에 대 한 인식도 좋지 않았다.
지구 온난화의 주범 중 하나가 화석 연료 자동차였으니 말이다.
덕분에 보수 언론에게 앨 고어
대통령이 가장 공격받는 지점도 거 기에 있었다.
경제가 제일 중요한데, 뜬구름이 나 잡는 환경 문제에 집착한다고 말이다.
마찬가지로 석유 업계에서도 딱 한 곳 빼고는 앨 고어를 싫어했다.
딱 한 곳은 당연히 셰브롱이다.
회귀로 압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