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672화 (672/1,007)

32권 6화

"우리 라이트닝 볼트사가 자율 주행을 연구하기 시작한 건 벌써 5 년도 넘었습니다."

임명한 PD의 카메라 앞에서 라 이트닝 볼트사의 볼트 사장은 자랑 스럽게 무용담을 늘어놓았다.

ID 하이테크의 연구소가 자리한 시애틀 외곽까지 떼를 지어 달린 F2가 선보였던 자율 주행이 완벽했 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볼트 사장의 얼굴엔 자부심이 넘 쳐 흘렀다.

그도 그럴 것이 보잉사의 수석

엔지니어를 하다가 박차고 나와 취 미였던 전기 자전거를 만드는 회사 를 실리콘 밸리에 세울 때만 해도, 여기까지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물론 보잉사를 박차고 나올 때도 궁극적인 목표는 전기 자동차였다. 하지만 창업 후 직원 하나를 두고 전기 자전거를 만들면서 현실은 녹 록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을 뿐이다.

그러다가 유재원의 눈에 띄어 라 이트닝 볼트사가 인수되고 나서 완 전히 달라졌다.

지금은 전기 자전거는 물론이고 세계에서 가장 앞선 전기 자동차를 만드는 중이었으니 그야말로 완벽 한 덕업의 일치였다.

볼트 사장은 2000년대 초까지는 제주도에 전기 자동차 인프라를 구 축하는 데 공을 들였다. 전기차 조 립 공장과 연구소도 만들었고, 제 주도에서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모든 도로는 디지털화되어 데이터 베이스로 쌓였다.

심지어 낡은 도로는 아스팔트를 새로 깔기도 하고, 선을 새로 그리 기도 했다.

배터리 교환소도 곳곳마다 만들 었고, 제주도도 특별 조례를 만들 어서 전기차가 다닐 수 있도록 법 적인 요건도 해결했다.

그렇게 인프라를 완벽히 만든 볼 트 사장이 시애틀로 넘어온 것은 보급형 전기 자동차 F2 제작 때문 이었다.

LV-F1 이 기술 증명을 위해 가 성비 따지지 않고 최고의 부품만으 로 만들어낸 세계 유일의 마스터피 스라면, F2는 양산을 염두에 둔 모 델이었다. 그리고 F1 에는 없는 특수한 기술이 추가되었으니, 자율 주행 기능이었다.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물론이죠. 이쪽으로."

임명한 PD의 말에 볼트 사장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공항에서부터 전기 자동차로 픽 업을 한 것은 유재원과 볼트 사장 이 준비한 서프라이즈였다.

당연히 라이트닝 볼트사의 자율 주행 자동차가 여기까지 왔다는 것 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였다. ID 하이테크 연구소에 도착했을 때 연구 소 소장인 안드레이 박사보다 볼트 사장이 먼저 얼굴을 비추었던 것도 다 짜여진 절차였다.

볼트 사장이 이끄는 곳으로 운전 면허 시험장 비슷한 테스트 트랙과 작은 관람석이 만들어진 무대가 있 었다.

"오랜만이네요, 소장님. 그동안 무탈하셨지요?"

거기엔 이미 안드레이 소장을 비 롯한 연구소의 유명한 연구원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예, 회장님 덕에 분에 넘치도록 과분한 대접을 받으며 연구하고 있 습니다. 덤으로 재미있는 구경거리 도 많이 있었습니다."

러시아 출신인 안드레이 소장이 지만, 이제는 영어 발음이 미국인 못지않게 자연스러워졌다. 덤으로 언제나 듣는 사람 부끄러워지게 칭 찬이 이어지는 것도 항상 똑같았다.

러시아가 무너질 때, 가장 먼저 갈려 나간 게 연구 인력이었다. 길 거리에 내던져질 때 가장 먼저 손 을 내밀어 준 게 유재원이었다.

그때 구제를 받은 사람은 비단 안드레이 소장뿐만이 아니라, 수백 명도 넘었다.

10년도 더 지난 일이지만 안드레 이 소장은 그때의 고마움을 지금도 잊지 않고 있었다.

게다가 유재원이 미국에서 경이 적인 속도로 성장하는 것을 함께 지켜봤으니, 고마움에 존경심까지 쌓여서 지금의 반응이 나오는 것이 었다.

"오늘 회장님, 소장님 그리고 이 자리를 찾아와 주신 분들께 F2의자율 주행 능력을 소개시켜 드리게 되어 영광입니다."

볼트 사장은 설치된 무대 앞에 서서 인사를 시작했다.

"많은 말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시연을 먼저 보시지요. F2, 자율 주 행 시작!"

볼트 사장의 명령어가 떨어지자 테스트 트랙에 대기 중이었던 F2가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오!

좋은 구경거리가 있을 때마다 몰려오는 연구원들은 리액션도 좋았 다. 자율 주행 자동차가 스스로 움 직이기 시작하자 커다란 감탄이 절 로 나왔다.

시애틀 공항에서 ID 하이테크 연 구소로 올 때까지는 운전석에 운전 사가 있었다. 자율 주행 면허가 나 온 건 아니었으니, 일단 운전석에 운전면허가 있는 운전사가 타고 있 어야 시내 주행을 할 수 있었다.

게다가 유재원을 비롯한 손님들 이 타고 있는 상황에서 만에 하나 오작동이라도 일어나면 바로 제어할 수 있도록 사람이 타고 있어야 했다.

반면 테스트 트랙에서 움직이기 시작한 F2에는 사람이 없었다.

"라이트닝 볼트사에서는 자율 주 행의 단계를 6단계로 구분하고 있 습니다. 0부터 시작하는 단계이니 최고는 레벨 5이죠."

레벨 0.

이 단계는 자율 주행 기능이 없 는 자동차를 의미한다.

레벨 1은 특정 상황에서만 제한 적으로 자율 주행이 되는 것으로 정의했다. 차선 이탈 방지, 크루즈 컨트롤 기능 정도가 레벨 1이다.

레벨 2는 레벨 1보다 보편적인 상황에서 자율 주행 기능이 활성화 되는 단계를 의미한다. 운전자가 전방을 주시하고 핸들에서도 손을 떼면 안 되지만, 웬만한 상황에서 알아서 주행할 수 있다.

그러면 레벨 3은 운전자가 운전 석에 앉아 있긴 하지만, 핸들을 쥘 필요도 없고 액셀레이터 페달에 발 을 올려놓을 필요도 없다. 자동차가 스스로 도로의 흐름과 돌발 상 황을 파악해 자동차의 모든 제어를 할 수 있었다.

깜빡이도 알아서 켰다가 끄고, 비상등 역시 마찬가지다.

"레벨 3! 지금 LV-F27} 도달한 단계입니다."

볼트 사장은 자랑스럽게 발표했 다.

실제 테스트 트랙을 달리는 F2는 마치 사람이 운전하는 것처럼 모든 코스를 완벽하게 통과했다. 심지어 갑자기 도로에 뛰어든 자전거나 무단 횡단을 하는 테스트용 마네킹도 알아서 피하고 멈췄다.

"다음은 고속 주행 테스트 트랙 입니다."

볼트 사장의 말에 맞춰 관람석 양쪽으로 스크린이 내려왔다. 고속 주행 트랙은 좀더 멀리 있어서 맨 눈으로는 조그맣게 보이는 터라, 중계용 스크린을 띄운 것이다.

"고속 주행 상황인 일반적인 고 속도로부터, 돌발적인 상황까지 여 러 가지 시나리오로 준비했습니다. 그럼, F2 고속 자율 주행 시작!"

볼트 사장은 마이크를 잡고 시동 어를 외쳤다.

F2는 마치 볼트 사장의 말을 알 아듣는 것처럼 부응 하는 소리를 내며 속도를 높였고, 거의 일직선 에 가까운 1자형 트랙 위에서 속도 를 높였다.

시애틀 외곽에 자리한 테스트 트 랙의 길이는 12km의 타원형이었 다. 과거에 쓰였던 도로였지만, 보 다 빠른 신작로가 새로 나면서 자 연스럽게 도태된 일부 구간을 ID 하이테크가 사들였고, 여기에 추가 공사를 하면서 고속 주행 트랙으로 재탄생된 상태다.

"벌써 시속 100km가 넘었어!"

"제로백이 4초대인가? 최상급 슈 퍼카 수준인데?"

연구원들 사이로 쑥덕거림이 커 졌다.

테스트가 아무래도 전기 자동차 이다 보니, 자동차 마니아 성향의 연구원들이 찾아온 모양인데, 덕분 에 임명한 PD의 눈이 똥그랗게 커 졌다. 컴퓨터를 좋아하는 임명한 PD는 자동차 쪽엔 좀 문외한이라F2에 대한 인상은 대단하다 정도였 는데, F2가 최상급 슈퍼카와 동급 이라니 경악할 수밖에.

게다가 더욱 놀랄 일은 더 있었 다.

속도를 내며 달리기 시작한 F2를 찍는 건 트랙에 고정된 카메라가 아니라 드론이었기 때문이다. 드론 역시 따로 조종하는 사람이 없었음 에도 F2를 근거리에서 따라다니며 영상을 찍었고, 그 화면이 볼트 사 장이 준비한 스크린에 바로 전송되 었다.

덕분에 스크린에 비춰진 영상의 구도는 이제까지 보았던 모터스포 츠의 구도와는 완전히 달랐다. 마 치 독수리가 먹잇감을 따라 내리꽂 는 듯한 속도감이 그대로 살아 있 었다.

임명한 PD와 카메라 담당의 입 이 떡 벌어지는 것도 그 순간이었 다.

이들은 자동차는 좀 몰라도, 영 상에는 한가락 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런 이들에게 드론을 이용한 고속 주행 촬영이란 상상 그 이상이었다.

더욱 놀랄 일은 유재원부터 볼트 사장, 다른 연구원들은 익숙한 비 주얼인 것처럼 화면에만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마치 이 공간에서 임명한 PD와 촬영팀만 시대에 뒤떨어져 있는 사 람들처럼 느껴질 정도로 말이다.

임명한 PD가 드론이 만든 영상 미에 충격이었다면, 자동차 전문가는 사람이 타지 않은 F2가 시속 100km가 넘는 속도로 안정적으로 달리면서 추월도 하고, 장애물도 피하는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자동차 칼럼 전문가인 존 에드워 드도 그런 전문가 중 하나였다.

시시콜콜한 일본산 자동차 칼럼 을 하나 쓰고서, 잠깐 나온 자투리 시간에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F2라 는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존 에드워드 역시 덕업이 일치된 사람이었고, 인터넷 서핑도 당연히 자동차 관련 커뮤니티를 하던 중이었다. 오늘 처음 커뮤니티에 접속 한 것이라 자연스럽게 최고 인기 게시글부터 보게 되었는데, 최고 상단에 F2는 사기인가? 하는 글이 었다.

10초 정도 되는 짧은 동영상으로 도배가 된 글이었는데, 덕분에 존 에드워드는 F2의 정체에 대해 바로 파악할 수 있었다.

ID 그룹 유재원 회장의 일상을 비춰 주는 것으로 화제가 된 리얼카 메라라는 프로그램 2편에서 자율 주 행 자동차 F2가 공개되었던 것이다.

"자율 주행이라고?"

자율 주행이란 개념은 한참 전에 완성되었고, 존 에드워드 역시 어 느 정도 알고는 있었다. 그가 타고 다니는 독일산 세단 역시 자율 주 행의 기능 중 하나인 크루즈 컨트 롤이 탑재되어 있었으니 말이다.

정속으로 달려야 하는 구간에서 액셀레이터에 발을 올려놓지 않아 도 잘 달리도록 해 주는 그 기능이 너무도 편했다. 앞차와의 간격이 좁혀지면 속도를 알아서 줄이고, 안전거리가 확보되면 다시 속도가 붙으니 운전대만 잘 잡고 있으면 그만이다.

"세상에!"

그런데 짤방 속 F2는 존 에드워 드의 상식을 아득히 넘어서는 모습 을 보여주었다. 공항에서 유재원 회장 일행을 픽업할 때부터 자율 주행의 모습이 나왔으니 말이다.

임명한 PD라는 사람이 핸들과 페달에서 손발을 떼고 있는 운전자 의 모습에 깜짝 놀란 것처럼, 존 에드워드 역시 입이 떡 벌어졌다.

곧이어 ID 하이테크 연구소에 도착하고서 시내형 테스트 트랙과 고 속도로 테스트 트랙을 달리는 모습 에서는 뭐라 말할 수 없는 기묘한 느낌이었다.

" 진짜인가?"

오죽하면 가짜 영상이 아닌가 하 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핸들이나 액셀 같은 조향기기를 트렁크나 보닛으로 옮겨 두고 혼자 움직이는 것처럼 꾸미는 거 아닌가 하는 의심 말이다.

실제 존 에드워드가 접속한 커뮤 니티에서도 조작이다 아니다를 두고 싸우는 중이었다. 하지만 존 에 드워드는 이 영상이 진짜인 것 같 다는 쪽으로 마음이 쏠렸다.

일단 조향기기를 옮기는 게 절대 쉬운 일은 아니었거니와, 명색이 세계 최대의 IT 기업인 ID 그룹의 회장이 직접 나서서 거짓말을 할 이유는 조금도 없었다.

"안 되겠다. 직접 보자."

존 에드워드는 짤방에만 기댈 게 아니라, 직접 해당 프로그램을 보 겠다고 마음을 먹고 타임플렉스에 접속했다.

역시나 접속하자마자 가장 크게 보이는 포스터가 tvM 리얼카메라 였다. 바로 클릭해 봤지만, 유료 회 원이 아니면 5분밖에 보여주지 않 았다.

게다가 그 5분도 초반 분량이라 존 에드워드가 보고 싶은 자율 주 행 자동차는 나오지 않았다.

"흠, 한 달에 9달러라."

피자 한 판 가격도 안 되는 저렴 한 요금제였기에 존 에드워드는 부 담 없이 가입 절차에 들어갔다.

이메일닷컴의 통합 아이디를 지원하는 사이트였기에, 이메일을 넣 고 개인 정보 활용 동의에 체크만 해 주면 바로 가입이었다.

요금 결제 역시 원클릭으로 한 방에 결제했다. 카드사의 문자 알 림 서비스로 타임플렉스에서 9달러 결제가 되었다는 것까지 확인한 존 에드워드는 바로 리얼카메라를 클 릭해서 2회를 재생시켰다.

회귀로 압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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