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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로 압도한다-671화 (671/1,007)
  • 32권 5화

    수많은 경호원에 자가용 헬리콥 터, 슈퍼 요트를 타고 수많은 직원 을 거느린 유재원이 소박하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사실 이 정도는 다른 슈퍼 리치들도 충분히 누리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아니 더한 사 람도 훨씬 많았다.

    SNS가 대중화된 이후로, 부자들 의 모습도 많이들 공개가 되었다. 톡톡은 짧은 메시지, 혹은 사진 한 장만 올리면 전 세계 누구나 가서 찾아볼 수 있도록 설계가 되어 있 었다. 특히 작년 말에는 '좋아요' 버튼이 생기면서 관심사에 포커스를 맞출 수 있게 되었는데, 톡톡 사용자들이 가장 많이 좋아요를 누 르는 내용은 예쁘거나 멋있거나 특 별한 사진이었다.

    한 마디로 슈퍼 리치들 주변에 많이 있는 것들이었다.

    그렇지만 유재원은 조금 특별했 다.

    으리으리한 저택은 톡톡에 많이 보이는 슈퍼 리치들도 쉽게 가질 수 없는 것이었다. 특히 저택에 적 용된 홈 인텔리전트 시스템은 오로 지 ID 그룹만이 만들 수 있는 수준발급된 ID 카드마다 접근할 수 있는 구역이 나뉘는 건 기본이고, 게스트룸에 묵는 사람들의 패턴을 파악해서 완벽한 편안함을 제공했 다.

    그중 하나가 조명 관리였다.

    -세상에! 생각해 보니 유 회장님 집에서 전등 스위치를 만진 적이 없는데? 나는 김 작가님이 관리하 는 줄 알았지.

    -저도요! 처음엔 아차 하고 다시 방에 가 봤는데 꺼져 있던데요? 그래서 PD님이 끄고 나오신 줄 알았 어요.

    인공지능이 관리하는 것 중 하나 가 조명이었다.

    사람이 들어오면 자동으로 켜지 고, 방에서 완전히 나가면 꺼진다. 또한, 사람마다 각기 다른 조명의 밝기도 알아서 맞춰 준다.

    홈 인텔리전트 시스템의 가장 기 본이지만 실제 구현은 조금 복잡하 고 어려운 일인데 임명한 PD나 다 른 촬영팀 사람들은 불편함을 단 한 번도 느끼지 못할 만큼 완벽했-김치라는 거, 어디서 살 수 있 습니까?

    -소리아 타운에 가면 많이 있음. 그런데 보기보다 취향 타는 맛임!

    -아! 일본식 기무치랑 착각할 수 도 있는데, 완전히 다른 음식이니 주의해야 함!

    홈 인텔리전트 시스템 다음으로 네티즌들의 관심을 받은 건 유재원 과 티파니의 아침 식단으로 등장한 한식이었다.

    세계 최고의 부자가 매일 꼬박꼬 박 먹는 식단이라니.

    더욱이 부자라면 매일 진수성찬 을 먹을 것 같은데, 그것도 아니었 다. 한식에는 엄청나게 희귀한 재 료를 쓰진 않으니 말이다. 그중에 서 김치라는 건 많이 알려진 한국 건강식이기도 했다.

    이처럼 유재원의 소소한 일상에 열광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가장 큰 반향은 역시나 본사 방문 에피 소드 그리고 ID 하이테크 방문 에 피소드에서 살짝살짝 비춰진 신작게임과 신제품들이었다.

    -소니 플레이스테이션2 판매량, 4천만 대.

    -ID 엑스박스 판매량, 3,200만 대.

    -수치상으론 소니의 승리, 자세 히 보면 출혈 경쟁으로 인한 상처 뿐인 피로스의 승리.

    리얼카메라에서 엑스박스 2의 청사진이 공개되자, 바로 다음 날 같 은 6세대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 2에 대한 기사들이 쏟아졌다.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2를 3년간 4천만 대를 팔아치우는 괴력을 발 휘했다. 반면 엑스박스는 플레이스 테이션2보다 20% 모자란 3,200만 대가 팔렸다.

    숫자만 보면 명백한 엑스박스의 패배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플레이스테이션1 이라는 기반이 있는 소니와 맨땅에 서 시작한 엑스박스의 차이도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으 로 고사양이 강제되었고, 가격도 쉽게 올리지 못한 탓에 소니는 많 이 팔수록 손해가 누적되었다. 엑 스박스보다 800만 대를 더 팔았던 만큼, 손해도 늘어났다.

    그나마 작년 겨울부터 조금씩 이 익을 보기 시작했는데, 느닷없이 차세대 비디오 게임기 이야기가 나 온 것이다.

    -ID 그룹, 7세대 게임기 시장 선점 선언! 기존 엑스박스보다 12배 강력해진 신모델 출격 준비 중!

    언론의 호들갑이란 상상 이상이 다.

    보도 자료를 내지도 않았고, 그 저 리얼카메라에 몇 분 나온 게 전 부인 신형 엑스박스였을 뿐인데, 마치 당장 내일이라도 나올 것처럼 기사를 썼다.

    -차세대 엑스박스 개발 공식 확 인.

    -개발 기간 아직 1년 이상 남아.

    어떤 헛소리들이 더 나올지 몰라얼른 공식 보도 자료를 냈다. 게임 기의 가장 핵심이 GPU가 아직 나 오지 않은 상황이니 내일 발표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이머들은 열광했다. 그리고 동시에 잠재적 비디오 게임기 구매자들이 싹 사라 지는 부수 효과까지 만들어냈다. 기왕 게임기를 사는 거라면 최신형 을 사는 게 낫다는 게이머들의 판 단이었다.

    딱 1년만 참으면 지금보다 12배 는 좋은 게임기가 나오는데, 이 정도는 충분히 참을 수 있다는 게이 머들이 었다.

    이제 게임기를 팔아도 손해를 보 지 않는 구간에 겨우 다다른 소니 에게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반면 아직도 게임기 본체를 팔면 약간의 손해가 나오는 엑스박스에게는 괜 찮은 전략이었다.

    더욱이 게이머들은 리얼카메라 방영과 거의 동 시간대에 나온 판 타지 유니버스-레전드 리그의 티저 영상의 마력에 홀라당 넘어간 상태 였다.

    AOS가 처음 나온 게 스타크래프 트였지만, 꽃을 피운 건 판타지 유 니버스의 유즈맵에서였다. 그런 판 타지 유니버스를 만든 파이어피스 트 게임즈가 어마어마한 제작진과 막대한 자본력을 등에 업고 본격적 으로 AOS 게임을 만든다는 소식에 게임 커뮤니티는 폭발했다.

    여기서 리얼카메라가 끝났다면 반향의 크기는 지금의 반이었을 것 이다.

    -다음 회에서는 미래를 보여 드 리죠!

    유재원은 항상 특별한 하나를 더 준비하는 성격이었고, 이번 리얼카 메라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임명한 PD와 리얼카메라 촬영팀 을 이끌고 '미래'를 보여주기 위해 유재원이 간 곳은 바로 시애틀, ID 하이테크가 자리한 곳이었다.

    리얼카메라는 매주 한 편씩 방영 되는 예능이었고, 원래의 기획은 한 주에 한 명의 주인공을 보여주 는 것이었다.

    방송 시간이 70분 정도였으니, 한 주에 한 명의 인물을 포착해 보 여주는 것이라면 충분하다고 생각 했다.

    첫 번째 게스트가 유재원으로 정 해지고 나서, 처음 제작 회의를 시 작할 때만 해도, 1편 분량만 나와 도 다행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가편집을 하고 나서 보 니 완성된 게 무려 3편에 달했다.

    일주일을 촬영해 3주분 분량이

    나왔다면, 엄청나게 효율적인 촬영 이었다. 안타까운 일은 촬영된 분 량을 다 보여주고 싶은데, 현실적 으로는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후 이어진 제작 회의에서 임팩 트를 극대화하려면 2편 분량으로 압축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결론 이 나왔고, 눈물을 머금고 잘라내 자 80분 분량의 2편이 나왔다.

    기획이나 촬영 때도 확실히 남다 른 능력을 보여주는 임명한 PD였 지만, 편집에도 확실히 능력이 있 었다.

    첫 번째 편에서 유재원이란 사람 이 어떤 인물인지, 어떤 일상을 사 는지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면, 두 번째 편에서는 유재원의 능력에 대 해 포커스를 맞추었다. 그리고 유 재원이 준비한 시애틀의 ID 하이테 크는 그 능력을 보여주는 데 조금 도 모자람이 없었다.

    2편의 시작은 임명한 PD가 시애 틀 거리를 걷던 누군가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시작했다.

    -시애틀의 가장 유명한 기업은 무엇인가요?

    -그것도 몰라요? 안드로이드잖아 요.

    임명한 PD에게 붙들린 젊은이는 당연하다는 듯 답했다.

    10년 전이었다면 돌아오는 대답 은 달랐을 것이다. 시애틀에 자리 한 터줏대감으로는 보잉도 있었고, 세계적 커피전문점인 스타벅스의 고향도 시애틀이었다. 이제는 사라 진 MS도 시애틀에 본사가 있었다.

    닌텐도 미국지부도 시애틀에 적을 두고 있다.

    이름도 쟁쟁한 기업들이 많았지 만, 이제는 그 누구도 시애틀 최고 의 기업으로 ID 그룹의 안드로이드 를 꼽기에 주저하지 않는다.

    안드로이드사가 고용한 인원들이 나 안드로이드사가 시애틀에 내는 세금은 보잉보다 더 거대했으니 말 이다. 시애틀 고소득 노동자를 따 져 보았을 때에도 가장 많은 숫자 를 자랑하는 게 안드로이드사였다.

    더욱이 안드로이드사는 작년 여름에 모바일 안드로이드를 공개하 기로 했는데, 그 효과로 시애틀의 부동산이 들썩일 정도였다.

    협력 업체들은 본인들의 특성에 맞는 시스템과 각자의 개성과 철학 이 담긴 유저 인터페이스로 커스텀 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정교하게 만들어진 모바 일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입맛대 로 수정하는 건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었다.

    더욱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는 무료였지만, 고객 지원은 유료였다.

    그런 상황에서 이메일이나 원격 으로 고객 지원을 받는 것보다는 직접 면대면으로 받는 게 확실히 나을 것 같다고 판단을 내린 업체 들이 안드로이드사 근처에 사무실 을 구하고 모바일 전문 개발자들도 구하면서 부동산과 인력 시장이 들 썩인 것이다.

    반면 ID 하이테크의 존재감은 안 드로이드사에 비하면 매우 작았다. 안드로이드사가 태양이라면 ID 하 이테크는 밤하늘의 작은 별 정도 크기라고 해야 할까?

    촬영에 들어가기 전 사전 조사를 열심히 했던 김 작가 정도만 ID 하 이테크가 시애틀에 있고, 실험적인 여러 가지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는 걸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임명한 PD와 촬 영팀은 공항을 나서면서부터 ID 하 이테크의 존재감에 대해 실감할 수 있었다.

    시애틀 공항을 나선 유재원과 촬 영팀은 곧장 ID 하이테크로 이동하 기로 했다. 이동 수단은 당연히 ID 하이테크 쪽에서 준비했다.

    의전용 자동차는 보통 독일산 럭 셔리 세단이 나오는데, 이번엔 달 랐다. 조금은 평범한 형태의 중소 형 자동차였다. 자동차 보닛 위에 달린 마크도 기존의 양산차들의 것 이 아니었다. 번개 모양 로고였으 니 말이다.

    "어? 이거?"

    그러다 기시감을 느낀 임명한 PD 가 기억을 떠올리기 위해 애썼다.

    "라이트닝 볼트!"

    임명한 PD보다 한 발 더 빠르게 정답을 맞춘 건 김 작가였다. 역시 사전 조사를 열심히 한 티가 이런 곳에서 나왔다.

    "맞아요. 라이트닝 볼트사의 최신 전기 자동차예요. 가칭이지만 회사 에선 모델 F2라고 부르고 있죠."

    아마도 두 사람이 기억하려고 애 썼던 건 유재원 부부의 신혼여행 중 제주도에 들렀을 때 공개된 LV-F1 이었을 것이다. 엄청난 고성 능 전기 자동차였던 F1 은 세상에 딱 한 대만 존재하고 있다.

    양산하기엔 너무도 비싼 몸값을 자랑했으니 말이다. F2는 F1 의 성능을 계승하면서 가격도 합리적으 로 맞췄다. 여기에 다양한 IT 기능 이 접목되어 업그레이드된 모델이 었다.

    그만큼 F1 의 멋들어진 모습이 거 의 다 사라지고 양산차와 많이 비 슷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여러 대 의 양산차 사이에 놓이면 눈에 확 띄는 디자인이었다.

    유재원과 촬영팀을 위해 F2가 5 대나 나왔고 촬영팀이 나눠 타며 ID 하이테크 연구소를 향해 출발했 다.

    100% 전기 자동차라 차 안은 너 무 조용했다. 귀를 기울이면 웅 하 는 모터 소리가 나는데, 사실 그것 도 인위적인 소리였다.

    "너무 조용한 게 문제라서 인위 적인 엔진 소리를 만들어 재생하는 거죠. 밖에서는 좀 더 크게 들릴 겁니다. 보행자나 다른 차들에게 F2가 접근하는 걸 알려 주려고요."

    "대단합니다."

    실리콘 밸리에서도 놀랄 일이 많 았던 임명한 PD의 기대감이 F2 덕 에 더더욱 커졌다. 그렇게 잡담을 나누는 중에 갑자기 임명한 PD가 헉 소리를 냈다.

    "회장님!"

    그러더니 유재원까지 불렀다.

    "운전 기사님이 핸들에서 손을 떼고 있는데요!"

    유재원과 이야기를 하느라 앞자 리 운전석에 눈을 주지 못했다. 그 러다가 고개를 돌리는데, 운전사가 핸들에서 손을 놓고 있는 게 보이 는 거 아닌가! 심지어 액셀레이터 나 기어 박스에도 손이 가 있지 않 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재원과 임 명한 PD가 타고 있는 자동차는 횡 단보도 앞에서 잘만 섰고, 신호가 바뀌자 알아서 출발했다.

    그야말로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 다. 그리고 이를 방송으로 본 실리 콘 밸리의 IT 전문가들, 자동차 전 문가들 역시나 뒤집어졌다.

    회귀로 압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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