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권 24화
검색 엔진에 입력되는 키워드들 은 본인의 최대 관심사였고, 본인 이 하는 일과 관련이 있다.
그렇기에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 로 개인화 작업을 한다면 상당히 정확한 확률로 사용자의 취향을 저 격할 수 있다.
게임에 관심 있는 유저라면 게임 관련 광고를 주로 배치하거나 스팀 쿠폰을 보내 주면 되는 것이고, 운 동에 관심이 있다면 운동 관련 광 고를 제시하는 것이다.
여기에 접속 지역의 데이터와 결합해 근처 피트니스 클럽이나 운동 용품점 광고와 결합하면 차원이 다 른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즉, 개인화라는 건 사용자의 개 인 정보는 물론 취향까지도 저격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과 동 시에 정교한 인터넷 광고도 제공하 는 혁신이었다.
"제대로 장악하려면 비디오 플랫 폼이 있어야겠지만."
시무식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 는 중에 유재원은 아쉽다는 듯 말 했다.
영향력이란 사람들이 하루 일과 중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해당 서비 스에 머물러 있느냐로 판단할 수 있다.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만큼, 광고 단가도 증가한다. 세계 최대 의 포털 사이트는 그 누구도 넥스 트컴이라는 걸 부정할 수 없다.
덕분에 넥스트컴에 접속하자마자 보이는 로고 하단의 광고 배너의 단가는 기본이 1만 달러부터 시작 한다.
사용자들의 접속이 많은 프라임타임에 1시간 정도 띄워 주는 것이 라면 10만 달러도 거뜬하다.
타임플렉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고를 때 화 면 한쪽에 작은 광고가 뜨는데, 크 기는 작아도 단가는 제법 높았다.
그렇지만 넥스트컴이나 타임플렉 스를 통해서도 한계는 있었다.
넥스트컴에 사람들이 머무는 시 간은 평균 12분 정도였고, 타임플 렉스는 한 시간을 조금 넘었다. 쇼 프로 혹은 영화 한 편 정도를 보고 종료하는 수준이었다.
결정적으로 타임플렉스는 유료였 기에 전 세계 네티즌들을 모으는 데 한계는 분명 존재했다.
사용자들을 제대로 잡아놓을 수 있는 가장 좋은 서비스는 바로 무 료 비디오 플랫폼이란 걸 유재원은 잘 알고 있었다.
"역시 유튜브가 답인데 말이지."
안타깝게도 UCC 사이트는 제법 있지만, 유튜브에 비견될 만한 사 이트는 나오지 않았다.
유재원이 기술 가속을 시켜 놓았 으니 인터넷 서비스 사업을 하는 이들의 능력도 향상되어 원래보다 일찍 서비스들이 런칭되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아직 기미는 없었다.
그나마 나와 있는 비디오 플랫폼 중에 활성화된 것은 한국에선 엘도 라도TV, 해외에선 라이브릭 정도를 꼽을 수 있는데, 둘 다 문제가 많 았다.
엘도라도TV는 저작권 침해 콘텐 츠의 천국이었다. 한국 방송국의 예능 프로그램부터 일본의 애니메 이션, 미국 드라마까지. 국경을 가 리지 않고 재미있다 싶은 것들은 다 올라와 있었고, 누구나 볼 수 있었다.
ID 그룹의 콘텐츠도 여럿 있었는 데, 요즘 가장 빈번하게 침해되는 건 드래곤볼 RM이었다.
드래곤볼 RM의 인기는 북미를 시작으로 전 세계를 강타 중이었다. 일본에서도 방영을 하겠다며 저작 권 침해로 내려 달라고 하면 즉각 내려가긴 하는데, 업로더는 아이디 만 바꿔서 새로 올린다.
현재의 UCC들은 수익 창출이라 는 것도 없는데, 어쩜 그리 열심인지 모르겠다. 약 올리는 것 같기도 해서 꼭 찾아내 징벌적 손해 배상 을 받아내라고 지시했다.
라이브릭의 경우에는 온갖 사고 영상들이 다 올라오는 사이트였다. 작년에 유재원에게까지 보고가 올 라오게 만든 2CH.com의 혐짤 도 배 문제로 이름이 알려진 오그리쉬 닷컴의 후신이었다.
표면적으로는 일상적인 영상도 많이 올라오긴 했는데, 여전히 모 자이크 없는 온갖 사고 영상이 마 구 올라오는 사이트였다.
"그렇다고 내가 직접 유튜브를 만들 수도 없고."
물론 할 수야 있다.
대규모 서버나 동영상 스트리밍 기술은 이미 갖춰져 있으니 말이다.
새롭게 버전 업된 HTML 3.0을 통해 플래시 플러그인이 없이도 동 영상 스트리밍을 할 수 있게 되었 다. 2.0 때에는 코덱을 통일해 줘야 했지만, 3.0에 와서는 온갖 종류의 코덱도 다 활용할 수 있었다.
사용자들이 사용하는 캠코더와 스마트폰의 종류에 상관없이 찍어서 바로 올리고, 이를 곧 스트리밍 할 수 있었다.
유튜브의 창립자는 이미 실리콘 밸리에 벤처 기업을 만들고 일을 시작하고 있으니 아주 작은 돈으로 인수해 버리면 문제 없다.
그렇지만 유재원의 마음에 일말 의 망설임이 남은 건, 시대보다 빨 리 움직여 설익은 밥이 될 수도 있 다는 우려였다.
유튜브는 서비스를 런칭한 후에 거의 10년 동안을 적자 속에서 허 덕였다. 그러다가 인터넷 문화의 꽃으로 피어날 수 있었던 건, 2012 년쯤 동영상 조회수 10억이 넘는 콘텐츠가 나오고부터였다.
바로 강남스타일이라는 노래였다.
강남스타일 때문에 유튜브가 떳 다는 게 아니라, 조회수 10억을 찍 을 수 있는 환경이 그제야 조성되 었다는 의미였다.
스마트폰의 보급과 인터넷 문화 에 익숙한 수억 명의 사람들이 그 때쯤에야 만들어졌고, 이들 덕에 유튜브가 제대로 탄력을 받았다.
기술 가속이 이뤄진 덕에 스마트폰 보급 속도도 빨라졌다.
특히 올해부터는 모바일 안드로 이드 호환 기기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니 스마트폰의 보급은 더더욱 빨라질 것이다.
그만큼 인터넷 사용 인구수도 빠 르게 늘 테니, 조회수 10억을 찍을 시점도 더 빨라질 게 분명했다.
"그러면 2008년쯤이려나?"
띵 하는 청아한 소리와 함께 펜 트하우스에 도착한 엘리베이터가 열릴 무렵 내린 유재원의 결론이었 다.
2008년이면 적절했다.
유튜브의 적자가 극심할 때였으 니, 이때 적절한 가격으로 인수하 면 끝이다.
이후 모바일 안드로이드의 기본 앱으로 장착하고, 애드센스와 동영 상 광고를 결합해 개인화 광고를 시작한다면 원래의 흐름보다 훨씬 빠르게 정상 궤도에 띄울 수 있다.
"5년이나 남았네."
시간을 헤아려 보던 유재원은 푸 념이 절로 나왔다.
회귀 후에 주어지는 하루하루가 보석처럼 귀하고 너무나도 아까운 시간이었는데, 원하는 기반이 갖춰 지기까지는 너무도 많은 시간이 걸 리다 보니 양가적인 감정이 공존하 는 중이었다.
"내 할 일이나 해야지."
서재로 바로 들어온 유재원은 정 장 상의를 벗고, 와이셔츠의 팔목 을 걷어붙이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지금 유재원이 해야 할 일은 레 전드 리그의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일이었다.
AOS의 근본이 되는 건 좋지만, 그 게임들의 단점까지도 모두 함께 계승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부팅이 끝난 컴퓨터 앞에 앉은 유재원은 ID 테크엔진을 띄워 레전 드 리그 프로젝트를 로딩했다.
주문 제작한 SSD의 힘으로 순식 간에 로딩이 끝나자 타격감과 관련 된 스크립트를 띄워 놓고 개조를 시작했다.
1월 중순쯤,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까지 허수아비처럼 흐느적거리는 듯한 타격감을 잡는 게 목표였다.
그러면 끝이냐? 그것도 아니다. AOS라면 무조건 존재할 트롤러들 에 대한 대처도 만들어야 하고, 밸 런스와 조작 난이도 등 신규 게이 머의 등장을 어렵게 하는 진입 장 벽도 최소화해야 한다.
하나하나가 매우 중요한 과제였 지만, 유재원에겐 그저 시간만 충 분하다면 해결할 수 있는 일이었다.
레전드 리그는 올해 무조건 출시 한다는 유재원의 각오였다.
며칠이 지났다.
2003년이 되면서 세기말적 분위 기가 사라지고 21세기의 희망찬 미 래를 그리는 분위기 속에서 한국은 여전히 다이내믹하게 움직이고 있 었다.
이인제의 경선 불복은 크나큰 화 제를 일으켰고, 2003년 대선 구도 에 지각 변동을 일으키는 중이었다.
그중에는 유재원을 두고 뒷말이 좀 있긴 했다. 통일국민당의 경선 룰 변경에 큰 영향을 미쳐 이인제의 낙선에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한 것처럼 보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이에 대해 유재원은 적극적인 해 명은 하지 않았다.
다만 이번 대선만을 위한 경선 룰이 아니라, 앞으로 모든 선거에 서도 변함없이 사용될 것이며, 여 론을 읽는 중요한 도구로 활용될 것임을 강조했을 뿐이다.
이인제의 불사조 같은 부활로 인 해 대선 후보 여론 조사 순위도 조 사할 때마다 출렁거렸다.
이인제의 이름값은 제법 상당했고, 전재준 후보의 지지층이나 보수 성향 지지층과 겹치는 부분도 상당 히 있었기 때문이다.
전재준이 1위로 나오는 여론 조 사가 아직은 많았지만, 이인제의 제 살 깎아 먹는 영향력 때문인지 2위로 내려오는 조사도 점차 많아 졌다.
그렇게 전재준의 발목을 잡는 이 인제 덕에 어부지리로 1위에 오르 는 건 민주당의 노무현 후보였다.
그렇다고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게 단일화 이야기가 솔솔 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어떤 식으로든 단일화가 일어나면 1위 자리는 언 제든 뒤바뀔 상황이었다.
노무현-전재준, 노무현-이인제로 제일 많은 이야기가 나오는 중이었 지만, 전재준-이인제의 단일화 이 야기까지 나올 만큼 그 폭은 엄청 났다.
물론 당사자들은 모두가 본인들 을 중심으로 한 단일화가 아니면 관심이 없다는 격한 반응을 보여주 고 있었다.
하지만 디데이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여론의 향배가 결정이 되 면 후보들도 선택을 할 수밖에 없 을 것이다.
한국의 정치판이 급박하게 돌아 가는 중이었지만, 유재원에겐 별 영향이 없는 이야기였다.
연초에 결심했던 것 그대로, 유 재원의 모든 정신력은 레전드 리그 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꽂혀 있었 기 때문이다.
바싹 조여진 유재원의 집중력이 풀린 건, 한 통의 ID톡 때문이었다.
-보스, 왓슨이 결정했답니다.
ID 그룹의 임원 중에서 유재원을 보스라고 부를 수 있는 딱 한 사 람, 레밍턴의 연락이었다.
바로 아더 왓슨, NBC 방송국의 전 사장에 대한 이야기였다.
"오래도 걸렸네요."
공영 방송이라고 해도 주먹구구 가 난무하는 한국의 방송계에 글로 벌 스탠더드를 알려 줄 적임자로 꼽은 게 11월 중순쯤이었다. 그런 데 생각해 보겠다면서 연락을 기다 리게 해 놓고 도통 연락이 없었다.
한국의 출국 시점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연락이 없으니, 포기하 고 차선책을 선택할까 싶었을 때였 다.
"제의를 넣고서 두 달이나 지나 서 결심했으니, 당연히 좋은 소식 이겠죠?"
-옙! 미스터 왓슨 씨가 미디어 그룹을 맡겠다고 수락했습니다.
"다행이네요. 그런데 뭔가 특별한 요구는 없었나요? 이렇게 오래 고심한 걸 보면 선뜻 맡겠다고 하 진 않았을 거 같은데."
-아, 역시 보스로군요. 조건이 있 긴 했습니다. 한국 미디어 그룹을 궤도에 올리는 데 성공하면 꼭 명예 회복을 할 수 있는 자리에 영전시켜 달라는 것이고, 이를 계약서에 명시 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보 수는 미국 달러화로, 미국에서 받는 것보다 30%는 더 올려 줘야 한다고 했습니다. 두 가지를 모두 허락만 하시면 오늘이라도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다고 했습니다.
2달 동안 고민한 것에 비해 요구 수준은 매우 무난했다.
"물론이죠. 어려울 것 하나 없는 조건들이니 모두 수락하죠."
-예, 그러면 바로 아더 왓슨에게 보스의 뜻을 전하겠습니다.
레밍턴과 ID톡을 마무리한 유재 원은 바로 최강욱 부회장을 호출했 다.
최강욱 부회장이 맡고 있던 예능 채널 개국 준비도 허가부터 조직 구성까지 모두 끝나가던 중이었는 데, 선장을 맡을 사람이 없어 알아보는 중이었다.
아더 왓슨의 결심으로 플랜B로 갈 필요가 없어졌으니, 최강욱 부 회장에게 구인 대신 미디어 그룹 런칭 준비를 지시하기 위함이다.
-다행이군요! 바로 환영식을 준 비하겠습니다.
최강욱 부회장도 유재원의 연락 에 반색했다.
국내의 방송계 인재풀에서는 유 재원이 제시한 조건에 맞는 인물이 도무지 보이지 않아서 초조함이 커 진 상황이었는데, 가장 적임자로 꼽았던 이가 움직였다니 모든 준비 가 끝났다.
이번 유재원 부부의 한국행에 가 장 큰 목적인 미디어 그룹 런칭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회귀로 압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