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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로 압도한다-659화 (659/1,007)

31권 18화

-야! 그런데 데뷔할 그룹 이름이 뭐야? 아! 인사 구호도 정해졌지? 그러면 정식으로 한 번 해 봐!

그렇지만 이어진 물음에 유윤호 는 난감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 시였다.

언제까지 실망하고 못난 모습을 보일 수는 없다는 생각이 뒤이어진 것이다. 찍는 족족 대박을 터트리 는 회장님이었으니 이번에도 믿어 보기로 했다.

"음, 그게……

다만, 생각이 바뀌었어도 쉬이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직은 어 색했던 것이다.

-뭐야? 나한테도 비밀이야?

"아, 그건 아니에요."

-처음이라 부끄러워서 그러는데, 자꾸 연습해야 자연스럽게 나오는 법이야.

매니저 형의 말에 따르면 오늘 내로 보도 자료가 뿌려질 거라고 했으니 비밀은 아니다. 마음을 다 잡은 유윤호는 눈 꾹 감고 인사말 을 외쳤다.

"We are T! 안녕하세요! TVXQ 입니다!"

"TVXQ라고요. 동팡신키의 약자 죠."

-엉? TVXQ? 진짜?

"네, 진짜요."

유윤호가 맞다고 하자 수화기 너 머로 푸하하하 하는 돌 굴러가는 듯한 커다란 웃음소리가 넘어왔다. 같은 소속사 선배마저도 상상하지 못한 파격이었던 모양이다.

-누, 누가 지은 거냐? 한 대표님 이신가?

"유재원 회장님이요. 회장님께서 직접 내려주셨어요. 저 포함한 모 든 멤버들 예명도 직접 지어 주셨 거든요. 음, 저는 유노유노예요."

이어진 유윤호의 말에 수화기 너 머로 들려오던 희준의 웃음소리는 뚝 끊겼다.

-헉! 회장님이? 대박인데! 와, 역 시 회장님 센스는 다르긴 다르네!

그러더니 180도 달라진 평이 돌 아왔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푸하하 웃는 걸 똑똑히 들었는데, 갑자기 대박 이라니.

-걱정 마! 큰 뜻이 있을 거야.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이 어떻게 회장님의 큰 그림을 이해하겠어? 분명 지금도 범상치 않은 계획을 짜고 계실 거야.

순식간에 목소리까지 달라지는 희준이 형이었다.

비슷한 시각.

드림 엔터테인먼트에서 아이돌 계약과 더불어 그룹의 이름, 콘셉 트, 데뷔 싱글 앨범에 대한 설정을 모두 마친 유재원은 덕진리 고향집 에 있었다.

누군가는 범상치 않은 계획을 짜 고 있을 거라고 기대했지만, 유재 원은 티파니와 나란히 앉아서 한가 롭게 TV를 보는 중이었다.

에네르기 파!

주문 제작된 특제 보르도 HDTV 안에서 펼쳐지고 있는 건 호쾌한 장풍을 내뿜는 손오공의 모습이었 다. 유재원이 IDDC 2002에서 자 랑스럽게 발표했던 드래곤볼 리메 이크의 첫 번째 에피소드였다.

NBC 방송국을 통해 매주 일요 일 오전 10시부터 11시까지 한 편 이 방송된다. 한 편당 방송 시간은 50분으로 제법 길지만, 보고 있으 면 길다는 느낌은 조금도 들지 않 았다.

21세기 최첨단의 컴퓨터 그래픽으로 완벽하게 재탄생된 애니메이 션의 완성도는 그야말로 새로운 차 원이었으니 말이다.

당연히 아이들은 물론이고 드래 곤볼을 보고 자랐던 젊은 세대에게 도 크게 어필되었다.

정규 방송 타임의 광고는 일찌감 치 매진이었고, 재방송도 주중에 재탕, 삼탕이 이어진다. 재방송에 붙는 광고 역시 완판이었을 만큼, 북미에는 제2의 드래곤볼 붐이 다 시 불기 시작했다.

매주 나오는 시청 가구 숫자를

보면 1천만 단위는 훌쩍 넘었으니, 웬만한 인기 메이저 스포츠의 포스 트 시즌 시청률은 가볍게 능가한 것이다.

그에 따라 판타지 유니버스의 인 기에도 가속도가 붙었다.

드래곤볼의 인기 캐릭터들이 총 출동했고, 애니메이션에서 보았던 그 기술을 그대로 사용해 대결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이 굉장한 인기 요소로 작용했으니 말이다.

덕분에 판타지 유니버스의 유즈 맵도 호황이었는데, 당연하게도 유즈맵 중에 가장 인기가 있는 건 역 시 AOS 장르였다.

고대인의 방어가 최고 인기 맵이 었고, 고대인의 방어를 그대로 따 라 하면서 몇 가지 변화만 주었던 개조맵들 역시 인기였다.

-다음 시간에 만나요!

잠깐 딴생각을 하는 사이에 보르 도 TV에는 다음 시간에 만나자는 문구가 떴다. 그리고 유재원은 티 파니의 눈치를 살짝 보았다.

눈치 빠른 티파니는 유재원의 기 색을 바로 읽었다.

유재원이 망설인 이유는 간단했 다. 다음 편을 바로 보고 싶은데, 티파니가 이해를 해 줄지 의문이었 던 탓이다.

티파니의 영화 취향은 지극히 평 범한 미국 사람이었다. 그런데 일 본 애니메이션을 같이 보는 건 지 금이 처음이었다. 미국에 있을 땐 서로 바빠서 정규 방송 시간은 챙 겨 보지 못했고, 둘이서 같이 볼 기회가 이제야 온 것이었다.

"재미있었어? 다음 편도 바로 볼 까?"

유재원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더 있어?"

다행스럽게도 티파니는 다음 편 에도 흥미를 보였다.

"응! 2편이나 더 있어!"

드래곤볼 리메이크는 미국 추수 감사절 주간부터 매주 한 편씩 방 영되는 중이었다. 지금이 12월 초 이니, 에피소드 3까지 나온 상태였 다.

"그럼 얼른 틀어 봐."

티파니의 말에 유재원은 바로 리 모콘을 조작해 2번째 에피소드를 재생했다.

한국에는 아직 방영되지 않은 드 래곤볼 리메이크가 유재원의 집 TV에서 바로 나온 건 타임플렉스 덕이었다.

타임플렉스 역시 한국에 정식 서 비스를 시작하진 않았지만, 한국에 서 북미 타임플렉스에 가입해 콘텐 츠를 보는 건 문제되지 않았다. 드 래곤볼 리메이크는 방영이 끝나면 타임플렉스에 업로드 되는 중인데, 당연하게도 단숨에 가장 인기 콘텐 츠로 자리를 잡았다.

그렇기에 안방에서 북미 지역에 만 방영 중인 드래곤볼 리메이크를 보는 호사는 유재원만의 특권이 아 니라는 이야기였다.

덤으로 영어가 약한 이들을 위한 자막 서비스도 있는데, 한글은 물 론이고 중국어와 일본어, 유럽 여 러 나라들의 언어까지 다양하게 지 원하고 있었다.

덕분에 일본에서도 타임플렉스

가입자가 유의미하게 증가하고 있 다고 하니, 콘텐츠의 힘이란 역시 대단했다.

"티파니도 애니메이션 좋아해?"

유재원은 혹시나 하고 질문을 이 어서 던졌다.

"아니, 픽사나 디즈니 애니메이 션은 종종 봤는데 일부러 찾아 보 는 건 아니었어. 드래곤볼도 지금 처음 보는 건데, 역시 자기가 만든 거라서 그런지, 기대 이상으로 재 미 있어!"

역시 티파니는 애니메이션 같은 서브 컬처 쪽엔 흥미가 없는 취향 이었다. 그럼에도 지금 재생 중인 드래곤볼을 재미있게 본 건, 역시 유재원이 제작한 작품이라는 걸 알 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단순한 취미가 아닌, 사업적인 면까지도 생각하고 있었으니, 취향 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애니메이션에 취향은 없지만 이 정도 이해를 해 주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였다. 그렇게 최신편인 에 피소드 3까지 모두 본 유재원은 타임플렉스를 종료했다.

-다음 소식입니다, 통일국민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 준비 위원회에서 대통령 후보 경선에 인터넷 투표를 확정했다는 소식입니다. 며칠 전만 해도 인터넷 투표를 두고 진통을 벌였던 때와는 180도 달라진 모습 인데요, 오늘 낮 통일국민당 당사 를 전격 방문한 유재원 회장의 제 안이 결정적이었다는 당내 핵심 관 계자의 전언이 있었습니다.

공중파에서는 뉴스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오늘 낮에 유재원이 통일국민당 에 방문했을 때의 일이었는데, 이 렇게 텔레비전을 통해 제3자의 시 선으로 보니 느낌이 새로웠다.

그나저나 공중파에서 저녁 뉴스 를 보고 있자니 출출해지는 유재원 이었다. 50분짜리 애니메이션을 3 편 연달아 보다, 저녁 먹는 것도 순간 잊었던 것이다.

"저녁은 간단한 거로 시켜 먹을 까?"

"응! 그럼 나는 간장치킨!"

간단히 먹자는 유재원의 말에 티파니는 치킨을 외쳤다.

평소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 다. 유재원 부부가 미국에서 왔다 고 하면 부모님이 상다리가 부러지 도록 차려 주셨으니 말이다.

그런데 지금은 고향집에 부모님 모두 부재 중이셨다. 부부 동반으 로 제주도에 출장 중이기 때문이었 다.

유재원의 아버지 유봉만은 ID 파 운데이션과 덕진사학재단의 이사장 으로 사회적인 명성이 대단히 높아 졌고, 어머니는 ID 인베스트먼트의 이사로 제법 큰 자산을 굴리는 중 이셨다.

무엇보다 유재원의 부모라는 타 이틀은 그 어떤 명함보다 한국 사 회에서 강력하게 작용했다.

덕분에 기업은 물론이고 정부와 지자체에서 부모님을 모시고자 애 를 쓰는데, 부모님은 오직 유재원 에게 득이 되느냐 아니냐에 따라 행동하셨다.

아무리 구색이 좋아도 문제될 것 같은 초청은 단호히 쳐냈고, 도움 이 될 것 같은 건 이번처럼 수락했다.

이번 제주도 출장의 경우엔 제주 도 지사가 주최하는 행사였는데, 유재원이 제주도에서 크게 하는 사 업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판단에 승락하셨다.

더욱이 유재원과 티파니의 이번 한국행은 상당히 급하게 결정된 터 라, 이렇게 엇갈리게 된 것이다.

덕분에 저녁 메뉴를 보양식 가득 한 한 상이 아니라 치킨으로 대신 해도 뭐라 할 사람이 아무도 없었 다.

-유재원 회장의 부인이자, 셰브 롱 미래 전략 프론트매니저인 티파 니 유 여사가 LNG운반선 퍼시픽 2호의 진수식을 위해 대호중공업 거제 조선소에 방문했습니다.

그때, 뉴스에서 티파니가 등장했 다.

공항에서 바로 갈라졌던 이유가 티파니의 대호조선소 방문 때문이 었는데, 방문 목적 중 하나가 바로 퍼시픽 2호라는 LNG운반선의 진 수식이 었다.

화면 속에서 티파니를 맞이하는 대호조선소의 모습은 그야말로 WIP 를 대하는 듯했다. 대통령이 방문해 도 저보단 덜할 것처럼 융숭했다.

-셰브롱은 97년 고베강철 스캔 들로 홍역을 치른 대표적인 석유 기업이었습니다. 고베강철 스캔들에 크게 실망한 셰브롱은 일본조선소 에 수주했던 LNG선을 취소하고 대호중공업을 선택했습니다 .

-높은 부가 가치를 창출하지만 높은 기술이 필요한 LNG운반선은 일본조선소가 독점하던 중이었는데, 고베강철 스캔들로 인해 셰브롱에서 처음으로 한국에 눈을 돌린 것 입니다. 이후 대호조선소가 LNG운 반선을 셰브롱에 성공적으로 납품 하며 의구심은 사라졌고, 합리적인 가격에 확실한 성능으로 세계 조선 업계를 한국이 휩쓰는 계기가 되었 습니다.

텔레비전 뉴스에서는 티파니의 이력과 함께 WIP 대우를 받게 된 계기에 대해서 상세하게 설명했다.

고베강철 스캔들로 일본 철강과 조선업은 심대한 타격을 입었고, 반사 이익은 한국 조선업계가 제대로 보았다.

IMF로 어려웠던 조선업계는 그 일을 계기로 완전히 되살아났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그야말로 조 선업계의 은인과 같았다.

게다가 셰브롱에서는 추가로 LNG운반선을 발주할 계획이었다. 지금은 중동에서 가스를 가져오는 데 쓰지만, 10년만 지나면 미국산 가스를 우방국에 수출하는 데 사용 할 거라는 비전 덕이었다.

"무척이나 즐거운 행사였어."

티파니가 준비해 간 샴페인도 진수식에서 잘 터졌고, 퍼시픽 2호도 모든 기능에 이상 없이 물에 잘 떴 다. 티파니와 함께 온 실무진들이 배를 띄워 놓은 상태에서 제대로 점검해 봐야겠지만, 이번에도 별 탈 없으면 대호중공업에 추가 발주 가 들어갈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자기도 드림 엔터테인먼트에서 의 일은 잘 하고 왔어?"

"그럼! 아이돌 그룹 한 팀 데뷔 하는데, 멋진 이름도 지어 줬지."

유재원은 드림 엔터테인먼트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열심히 설명했다.

그러던 중 띵동 하는 초인종 소 리가 났다.

두 사람의 저녁인 치킨이 배달 온 것이었다. 짭짤한 간장치킨에 시원한 맥주로 저녁을 해치운 둘은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방송국 인수, 행사 참석 등등 내 일도 오늘만큼 바쁜 스케줄이 기다 리고 있었던 탓이다.

회귀로 압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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